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에 관한 도서가 늘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지식, 재미를 담은 '게임 책'을 디스이즈게임이 한 권씩 선정해보려 합니다. 출판사가 직접 제공한 자료를 정리·편집해 전달하는 '게임과 책'입니다. 첫 번째 책 <둠의 창조자들>을 소개합니다.
<둠의 창조자들>은 전설적인 고전 FPS <둠>을 창조한 두 명의 존, '존 카맥'과 '존 로메로'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게임 개발을 향한 집착과도 같은 열정을 가진 두 천재가 만나 후대 게임 산업에 영구한 영향을 남기게 되기까지의 복잡다단한 일대기를 그린다. <둠>이 어떻게 일개 '히트 타이틀'을 넘어 게임 엔터테인먼트 전반의 이해에 불가결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개성 강한 두 기념비적 인물의 연대와 갈등, 에피소드를 당사자 인터뷰 등 풍부한 취재에 기반, 현장감 넘치는 문체로 엮어내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2022년 12월 31일 출간된 개정판으로, 재번역 작업을 통해 정확도와 가독성을 높였다.
로메로는 키를 몇 번 두드렸다. "이거 좀 보세요!" 화면에 미로 추격전이 나타났다. 로메로가 그래픽 해상도를 두 배로 높이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만든 게임이었는데, 화면이 훨씬 더 화려하고 선명해 보였다. 더블-레스DOUBLE-RES 그래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고급 프로그래밍 기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삐쩍 마른 어린이가 화면 속 <울티마>보다도 훨씬 좋아 보이는 게임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딱 한 가지만 물었다. "여기 취직하지 않을래요?
- 본문 제1장 '록스타' 중에서
카맥은 귀 기울여 들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맥은 과거의 얼굴, 실현되지 않은 기회의 얼굴, 자신의 길을 막아섰던 옛 권위자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 알이 기억하는 카맥의 대답은 이랬다. "신경 안 써요. 이런 형편없는 곳에 있느니 다시 피자나 만들러 가겠습니다."
1991년 2월 1일, 이드 소프트웨어가 탄생했다.
- 본문 제4장 '피자 머니' 중에서
카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천 년 전에 시작된 어떤 움직임에 가담한 셈이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현실적이고 몰입적인 양방향 경험을 꿈꿔왔다. 그것을 원초적인 욕망이라 믿는 이들도 있었다. 기원전 15,000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남프랑스 라스코의 동굴벽화는 동굴에 들어간 사람에게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최초의 몰입형 환경으로 여겨졌다.
- 본문 제5장 ‘현실보다 더 재미있는’ 중에서
로메로는 카맥의 기술에 있는 잠재력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카맥이 인정했듯이 카맥 혼자서는 그 끝을 상상할 수 없는 잠재력이었다. 로메로도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에 자신의 예술적인 비전을 카맥이 코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카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말할 수 있었다. 로메로는 감소 조명 효과를 본 그 순간에 이미 기획할 수 있는 효과를 상상하며 마음속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로메로가 말했다. “빛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면 그걸 역동적으로, 그러니까 즉흥적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 임의로 변화를 만들 수 있어? 아니면 미리 계산을 해야만 만들 수 있어?”, “글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어.” 카맥이 말했다. 로메로가 “멋진데. 그럼 우리 스트로브 등으로 섬광 효과를 만들자! 왜. 그거 알잖아? 방을 가로질러서 뛰어갈 때,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하고 전등이 깜빡거리는 거.”
- 본문 제8장 ‘악마 소환’ 중에서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밥과 키가 골똘히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만약 어떤 게이머가 멀리 있는 임의의 사람을 상대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다른 집, 다른 방, 또는 다른 주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둠>을 이웃 농구장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농구 경기의 가상 현실 버전으로 만들어주는 컴퓨터 허브나 서버가 있다면 어떨까? 전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웃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농구 경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문제는 <둠>이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둠>은 모뎀 간 플레이만 지원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한 게이머가 다른 게이머의 컴퓨터에 모뎀을 사용해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키가 밥을 바라보며 의연하게 말했다. “있지, 전화선을 통해서도 플레이할 수 있을 거야.”
- 본문 제11장 ‘퀘이크’ 중에서
저자: 데이비드 쿠쉬너
롤링 스톤의 기고 편집자인 쿠쉬너는 뉴욕 타임즈 매거진, 뉴욕, GQ를 포함한 출판물에 글을 썼고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의 기고가이기도하다. 쿠쉬너의 기고문들은 최고의 미국 범죄 보도,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최고의 사업 기사, 최고의 음악 기사, 그리고 최고의 미국 여행 기사 등 여러 "최고의” 보도 기사 문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뉴욕 프레스 클럽의 최고 특집 보도상 수상자이다. 전자책 <The Bones of Marianna>는 아마존에 의해 2013년 최고의 디지털 싱글로 선정되었다. NPR은 쿠쉬너가 집필한 <Alligator Candy: A Memoir>를 2016년 최고의 책들 중 하나로 선정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와 뉴욕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가르쳤다.
<둠의 창조자들>, <위대한 자동차 도둑>, <Jonny Magic and the Card Shark Kids>, <Levittown>, <Alligator Candy>, <The Players Ball>를 집필했으며 <Rise of the Dungeon Master>, <Easy to Learn, Difficult to Master>의 그래픽 노블의 글을 맡기도 했다.
번역 : 이효은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MBC 보도국 작가로 일했다. 방송 작가와 영어 강사로 근무하고, 2편의 동화 집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TRPG 게이머 남동생을 둔 전문 번역자 겸 글밥 먹는 취미인.
▲ 전설이 된 게임 『둠』이 태어난 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조직과 개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