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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책] 둠을 만든 두 천재 이야기 '둠의 창조자들'

존 카맥과 존 로메로는 어떻게 둠을 만들었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2-20 19:09:06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에 관한 도서가 늘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지식, 재미를 담은 '게임 책'을 디스이즈게임이 한 권씩 선정해보려 합니다. 출판사가 직접 제공한 자료를 정리·편집해 전달하는 '게임과 책'입니다. 첫 번째 책 <둠의 창조자들>을 소개합니다.

 

 

 

# 간단 책소개

 

<둠의 창조자들>은 전설적인 고전 FPS <둠>을 창조한 두 명의 존, '존 카맥'과 '존 로메로'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게임 개발을 향한 집착과도 같은 열정을 가진 두 천재가 만나 후대 게임 산업에 영구한 영향을 남기게 되기까지의 복잡다단한 일대기를 그린다. <둠>이 어떻게 일개 '히트 타이틀'을 넘어 게임 엔터테인먼트 전반의 이해에 불가결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개성 강한 두 기념비적 인물의 연대와 갈등, 에피소드를 당사자 인터뷰 등 풍부한 취재에 기반, 현장감 넘치는 문체로 엮어내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2022년 12월 31일 출간된 개정판​으로, 재번역 작업을 통해 정확도와 가독성을 높였다.

 

 

 

# 본문 중에서

 

로메로는 키를 몇 번 두드렸다. "이거 좀 보세요!" 화면에 미로 추격전이 나타났다. 로메로가 그래픽 해상도를 두 배로 높이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만든 게임이었는데, 화면이 훨씬 더 화려하고 선명해 보였다. 더블-레스DOUBLE-RES 그래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고급 프로그래밍 기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삐쩍 마른 어린이가 화면 속 <울티마>보다도 훨씬 좋아 보이는 게임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딱 한 가지만 물었다. "여기 취직하지 않을래요?

- 본문 제1장 '록스타' 중에서

 

카맥은 귀 기울여 들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맥은 과거의 얼굴, 실현되지 않은 기회의 얼굴, 자신의 길을 막아섰던 옛 권위자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 알이 기억하는 카맥의 대답은 이랬다. "신경 안 써요. 이런 형편없는 곳에 있느니 다시 피자나 만들러 가겠습니다."

1991년 2월 1일, 이드 소프트웨어가 탄생했다.

- 본문 제4장 '피자 머니' 중에서

카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천 년 전에 시작된 어떤 움직임에 가담한 셈이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현실적이고 몰입적인 양방향 경험을 꿈꿔왔다. 그것을 원초적인 욕망이라 믿는 이들도 있었다. 기원전 15,000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남프랑스 라스코의 동굴벽화는 동굴에 들어간 사람에게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최초의 몰입형 환경으로 여겨졌다.

- 본문 제5장 ‘현실보다 더 재미있는’ 중에서

 

로메로는 카맥의 기술에 있는 잠재력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카맥이 인정했듯이 카맥 혼자서는 그 끝을 상상할 수 없는 잠재력이었다. 로메로도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에 자신의 예술적인 비전을 카맥이 코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카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말할 수 있었다. 로메로는 감소 조명 효과를 본 그 순간에 이미 기획할 수 있는 효과를 상상하며 마음속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로메로가 말했다. “빛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면 그걸 역동적으로, 그러니까 즉흥적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 임의로 변화를 만들 수 있어? 아니면 미리 계산을 해야만 만들 수 있어?”, “글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어.” 카맥이 말했다. 로메로가 “멋진데. 그럼 우리 스트로브 등으로 섬광 효과를 만들자! 왜. 그거 알잖아? 방을 가로질러서 뛰어갈 때,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하고 전등이 깜빡거리는 거.”

- 본문 제8장 ‘악마 소환’ 중에서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밥과 키가 골똘히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만약 어떤 게이머가 멀리 있는 임의의 사람을 상대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다른 집, 다른 방, 또는 다른 주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둠>을 이웃 농구장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농구 경기의 가상 현실 버전으로 만들어주는 컴퓨터 허브나 서버가 있다면 어떨까? 전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웃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농구 경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문제는 <둠>이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둠>은 모뎀 간 플레이만 지원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한 게이머가 다른 게이머의 컴퓨터에 모뎀을 사용해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키가 밥을 바라보며 의연하게 말했다. “있지, 전화선을 통해서도 플레이할 수 있을 거야.”

- 본문 제11장 ‘퀘이크’ 중에서

 

 

# 저자·역자 소개

 

 

저자: 데이비드 쿠쉬너


롤링 스톤의 기고 편집자인 쿠쉬너는 뉴욕 타임즈 매거진, 뉴욕, GQ를 포함한 출판물에 글을 썼고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의 기고가이기도하다. 쿠쉬너의 기고문들은 최고의 미국 범죄 보도,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최고의 사업 기사, 최고의 음악 기사, 그리고 최고의 미국 여행 기사 등 여러 "최고의” 보도 기사 문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뉴욕 프레스 클럽의 최고 특집 보도상 수상자이다. 전자책 <The Bones of Marianna>는 아마존에 의해 2013년 최고의 디지털 싱글로 선정되었다. NPR은 쿠쉬너가 집필한 <Alligator Candy: A Memoir>를 2016년 최고의 책들 중 하나로 선정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와 뉴욕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가르쳤다.

 

<둠의 창조자들>, <위대한 자동차 도둑>, <Jonny Magic and the Card Shark Kids>, <Levittown>, <Alligator Candy>, <The Players Ball>를 집필했으며 <Rise of the Dungeon Master>, <Easy to Learn, Difficult to Master>의 그래픽 노블의 글을 맡기도 했다.

 

 

번역 : 이효은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MBC 보도국 작가로 일했다. 방송 작가와 영어 강사로 근무하고, 2편의 동화 집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TRPG 게이머 남동생을 둔 전문 번역자 겸 글밥 먹는 취미인.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소개

 

▲ 전설이 된 게임 『둠』이 태어난 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조직과 개인의 이야기

Apple(애플)이 탄생하는 데는 두 명의 스티브,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었다. 그리고, 전설이 된 게임 『둠』이 만들어지는 데는 두 명의 존, 존 카맥과 존 로메로가 있었다. 

본 서적은 명작 게임 『둠』의 주요 개발진이던 두 명의 존, 바로 존 카맥과 존 로메로를 중심으로 해서 둠의 개발 과정 및 둠이 크게 히트한 이후 그들의 뒷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주된 소재인 게임 ‘둠’은 지금은 별별 기종에서 다 돌아가게 하는 홈브류 개발자 관련 이슈로, 인터넷 상에서 밈(MEME)처럼 취급되는 고전 게임이지만, 90년대 초반에 나타난 당대에 가장 충격적인 게임 중 하나였으며, 개발자들은 한때 거의 전설 급의 대접을 받았다. 설령 그 엄청난 성공이란 결과가 그저 운이 따라 타이밍 좋게 만났던 능력자들이 얼결에 만들어낸 우연이었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이나마 그들이 모여서 전력을 다해 결과를 이끌어낸 자체가 전설급인 이야기였음을 부정할 수 없음을 이 책에서 알 수가 있다. 


▲ 가장 단순한 집착이 가장 화끈하게 꿈을 이루었다는 증명서

어렸을 때부터 당시의 PC잡지들에 자신이 개발한 게임 프로그램들을 응모했으며, 이후 <울티마> 등으로 유명했던 게임 개발사 오리진 시스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게 되는 존 로메로. 어렸을 때에 애플 컴퓨터를 훔치려고 하다가 소년원에 들어갔지만, 결국 전문 프로그래머로 대성하여 명작 게임을 만들게 되는 존 카맥. 두 사람 모두 천재 소리를 들었던 명 개발자들이었고, 그들이 팀을 이루어 만들어낸 수작 게임들은 아마도 인류의 게임 역사가 계속되는 한 꾸준히 언급될만한 타이틀이 되었다. 이후 소프트디스크라는 회사를 통해 만나게 되었던 ‘두 존’은 이런저런 일을 거쳐 이드 소프트웨어를 세우고, ‘둠’이란 게임을 운명적이다 싶을 정도로 크게 성공시켜서 빠른 시간 안에 업계의 전설이 된다. 

이 책은 두 존의 성장 과정과 만남, 그리고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빠르게 풀어간다. 그런 성장과 성공의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사실 단순한 게임 개발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서 생각을 표현할 기술과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되었고 어떻게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성공 뒤에 어떻게 각자의 길을 찾게 되었는가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해서, 이 책은 가장 단순한 집착이 가장 화끈하게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증명 같은 이야기기도 하다. 모두가 공감하는 재미라는 꿈을 쫓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타지 않고 언제나 변함없이 흥미로운 것이다.


▲ 가장 단순한 쾌락을 쫓던 사람들의 가장 인간적인 뒷 이야기들

이 책에서는 둠의 대성공 이후에 둠을 만든 ‘두 명의 존’들의 삶 이야기도 다루어지고 있다. ‘두 존’ 중 하나인 존 로메로는 『퀘이크』라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다가 태업이라는 이유로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쫓겨나서 자신의 회사인 이온 스톰을 세우고 『다이카나타』같은 야심찬 기획을 굴리다가 크게 실패하게 된다. 한편 이드에 남은 또 한명의 존인 존 카맥은 프로그래머라는 자신의 입장에만 충실한 채로 둠의 속편을 만들다가 이 쪽도 결국 이드에서 나오게 된다.

두 존은 이렇게 자신들이 좋아하던 것에 대한 가장 단순한 집착과 순수한 열정으로 크게 성공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갖는 집착으로 시작되는 여러 가지 인간적 약점들 때문에 갈라서게 된다. 

이 책에서는 여러 뒷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인간적인 장단점도 보여주며 ‘꿈과 현실’ 같은 뻔한 이야기를 통해서 가장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직종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화로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로는 현실 속의 한국 게임 개발사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좀더 빨리 해외 기업 안에서 실제 일어난 사례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철저하게 사업화되고 비즈니스 모델이 게임의 재미라는 내용물보다 중요한 지금과 비교한다면, 초창기 게임 개발은 그나마 낭만이 있고 개개인의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고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선 현실과 동시에 낭만과 꿈 같은 걸 추구하는게 나쁘다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꿈 만큼이나 현실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책에서 읽을 수 있다. 


▲ 게임 개발에 어떤 낭만 같은 것이 있었던 때의 추억과도 같은 이야기

책에서 다루는 내용에도 들어있는 그들의 뒷이야기가 어떻게 됐든 간에, 그들이 만들었던 게임들은 가장 원초적인 투쟁 본능을 표출하던 인류의 역사를 아우르는 무엇인가가 아니었을까? 온갖 수작 게임들이 이어지면서 게임이 점점 주류로 부상해왔던 역사인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와서도 순수한 재미의 추구라는 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었던 둠인데, 막상 둠을 만들던 사람들이 재미보다도 자의식에 무너졌다는 것 자체가, 쾌락과 낭만도 그저 인간사의 일부분일 뿐이란 작은 교훈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개발자들 개개인의 인간적인 약점 및 트라우마 등으로 충돌하고 다퉈서 결국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삼국지나 신약성경의 마지막처럼 결말이 예정되어있는 슬픈 비극이지만 이런저런 일들도 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낭만적인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돈과 명예나 기타 개개인이 추구하던 것들 때문에 넘어져서 추해지는 모습조차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동시에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뭔가를 희생하고 그만큼 뭔가 잃고 망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미 옛날 이야기고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겐 그냥 지나간 가쉽 이야기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을 모르는 좀 더 젊은 층에겐 낭만을 추구하는 옛날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동시에 최첨단을 달려야 하는 문화계에서도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교훈담이기도 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레트로 유행의 시대에 과거 고전 게임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고 게임과 함께 하는 삶도 재미있음을 알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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