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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유럽의 '사자왕'은 어쩌다 '고양이'가 되었나

매드 라이온즈의 아쉬웠던 국제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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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영(Beliar) 2023-05-16 12:20:16
LEC와 LCS, 서양권 롤 문화를 양분하는 두 축인 리그는 국내 팬들에게 탈락하더라도 유쾌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에 ‘아름답고 프로답다’는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매번 웃으며 집에 돌아가는 이유가 ‘탈락’뿐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어느덧 유럽 전역에서 롤드컵의 열기가 달아올랐던 때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LCK와 LPL을 제외한 타 지역 리그가 유일하게 결승전에 올라간 시점도 정확히 5년 전 유럽에서의 일이었다. 심지어 G2가 MSI의 패권을 차지했던 좋은 기억도 있었다. 5년을 기다려온 만큼, 이번 MSI를 기대하는 LEC 대표 G2와 매드 라이온즈(이하 ‘MAD’)의 선전은 어떤 리그의 팬을 떠나 당연히 기대할 법한 것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홈 그라운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경기력은 처참했다. 체급 차이를 절감했던 G2와 달리 MAD는 LEC 1시드라는 어깨의 휘장이 무색하게 알기 어려운 경기력을 6경기 내내 선보였다. TSM이 2020년 롤드컵에서 보여줬던 6전 6패의 참극을 재현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웃고 넘기기엔 메이저로서의 뿌리가 흔들릴 법한 슬픈 결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럽 밖을 나올 때마다 한없이 약해지던 MAD, 그 비극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2016 롤드컵 - 유럽 <롤> 역사의 획을 그은 첫 탈락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스플라이스’가 바로 MAD의 전신이다. 당시 LEC로 리브랜딩을 하기 전, LCS EU 시절이었던 유럽 롤 리그는 G2, H2k 게이밍, 그리고 스플라이스 총 3팀을 대표로 내보냈다. 이제는 익숙한 이름인 ‘야마토캐논’ 야콥 멥디 코치를 필두로, ‘원더’ 마르틴 한센, ‘미키엑스’ 미하엘 메흘레 등 유럽 롤의 한 획을 그었던 선수의 이름이 로스터에서도 쉽게 확인될 만큼 잠재력이 강한 로스터로 출전했다. 

하지만 스플라이스는 당시 조별리그에서 1승 5패로 빠르게 짐을 정리하고 자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잠재력과 반비례하는 경험 부족 탓이 컸다. 

특히 삼성 갤럭시와의 경기는 경험 부족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경기였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빠르게 굴러버린 스노우볼의 격차를 이겨내지 못한 것과 함께 탑과 정글, 바텀 등 협곡의 어느 지역에서 가리지 않고 연이은 비명횡사를 당하며 23분 만에 빠르게 무너져버렸다. 이 경기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큐베’ 이성진이 보여준, 궁극기 빠진 케넨의 자신만만한 뒷텔이라 할 것이다. 

스플라이스의 정글, 미드, 원딜이 모두 케넨의 뒷텔에 이끌려 뒷걸음질치자,  구도와 진영과 같은 상식 조차 무시한 한점 돌파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이때가 고작 15분 남짓이었다는 것, 경험부족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며 스플라이스는 유럽 팀 최초 1승 5패 그룹 스테이지 탈락을 경험했다. 함께 출전한 G2와 함께 세운 안타까운 기록이지만, 이때만 해도 스플라이스의 잠재력은 꽤 높이 평가될 만했다.

 


 

# 2020 롤드컵 - 유럽 롤 역사상 최초로 ‘플레이-인 스테이지’ 탈락의 역사를 쓰다

 

16년의 탈락 이후 MAD는 2년 간의 국제무대 숨 고르기를 했다. 17년과 18년은 선발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고, 19년의 진출은 2전 3기 끝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의미 있는 한걸음도 내디뎠다. 팀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8강에 진출했고, 8강 상대인 SKT를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는 등 유럽 <롤>의 자존심을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래서 2020 시즌의 MAD는 더 큰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팀 리브랜딩을 거치며 ‘MAD Lions’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선 롤드컵이기에 팀 내부에서도 큰 동기부여를 가질 법한 대회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이변’이라는 두 글자로 설명하기에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국제전의 MAD’의 첫 획을 단단히 그어 버렸다.

2020 롤드컵의 MAD는 ‘안 되는 팀’의 전형이었다. 붕괴된 팀워크, 모든 라이너의 쓰로잉, 미드 1인 단독 플레이메이킹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이 팀은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드는 경기력을 보였다. 시즌 내내 타율 높은 주사위 모드를 보였던 ‘휴머노이드’ 마렉 브라즈다는 롤드컵 내내 6에 고정된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롤>은 싱글플레이 게임이 아니라는 걸 모든 팀원들이 한 맘 한 뜻으로 보여주는 모습만이 이어졌다.

간신히 올라간 플레이-인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SUP를 상대로 밴픽 실험까지 당하는 등, 메이저 지역이 당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갖은 치욕 끝에 패배하며 짐을 싸야 했다. 당시 트위터 등지에서는 ‘LEC의 4번 시드는 출전하지 않았다’, ‘DEAD Lions’, ‘집까지 헤엄쳐 가라’, ‘유럽의 수치’ 등 갖은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탈락과 동시에 LEC 공식 계정에 올라온 DEAD Lions 이미지는 MAD가 얼마나 안타까운 결과로 유럽팬들을 실망시켰는지 보여주는 단초였다.

 

(출처: 트위터)

 

 

# 2022 롤드컵 - 또 한 번의 ‘플레이-인’ 탈락, 라이벌리 앞에서도 무릎 꿇다

 

유럽과 북미는 <롤> e스포츠에서 LCK와 LPL 못지않은 라이벌리를 가진 지역이다. 한 뿌리에서 태어나 갈라진 두 리그에게 친밀감 못지않게 자리하는 감정이 우열감이라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우열 의식이 가히 LCS와 LEC를 둘러싼 라이벌리의 근간이다.

2022년의 MAD는 조금 달랐다.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했던 휴머노이드와 카르지를 내보냈고, 그 자리를 ‘카르지’ 마티아슈 오르샤크와 ‘니스퀴’ 야신 딘체르로 메웠다. 문제는 꾸준히 호흡을 맞춰 왔던 팀원들을 내보낼 때에는 그만큼의 변혁과 명분이 있어야 했다. 팀컬러의 개편이나, 체질의 개선과 같은 이유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속칭 ‘옆그레이드’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의 MAD는 옆그레이드를 감행했음에도 자국 내에서는 그럴싸한 결과물을 거머쥐었다. 서머 시즌 올프로에 4명을 올렸다는 것은 결코 모자라다 할 수 없는 성과였다. 팀의 성과와 별개로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리그 전체를 주름잡을 만큼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 오히려 2019년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앞선 두 참극의 원인도 결국 어설픈 체급과 부족한 경험 탓이 컸다. 분통 터진 팬들의 마음이 그나마 위안이 됐던 이유도 한편으로는 ‘내년에는 기대해도 되겠지’ 하는 경험 부족이 이유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의 MAD는 그야말로 유럽과 근방에서 단맛, 쓴맛 두루 경험한 잔뼈 굵은 선수들을 모아놨기에 ‘세 번의 실수는 없다’는 한 마디로 로스터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선수들이 아쉬운 경기력을 연이어 보였다는 건 어떤 이유를 붙여 설명하려 해도 쉽지 않다.

다만 MAD 특유의 조급증이 불러온 패착이라는 점은 분명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1세트의 경우, 백전노장 ‘임팩트’ 정언영을 상대로 ‘아르무트’ 이르판 튀케르가 택한 럼블은 그가 프로 통산 고작 3번밖에 해본 적 없는 챔피언이었다. 벼랑 끝에 몰릴수록 리스크가 적은 밴픽으로 안정적인 전략을 꾸려도 모자란 상황에서 팀과 개인 모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목마른 채 무리한 밴픽과 무리한 플레이로 내몰려간 것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심지어 바론 둥지 앞에서의 한타가 벌어져 원딜 듀오가 모두 각개격파 당하는 위기에서, 임팩트의 아트록스가 전방위적 활약을 하는 모습과 달리 아르무트의 럼블은 멀찍이 합류를 노리는 것과 별개로 한타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카오리’의 바루스 하나를 끊기 위해 적진에 무리하게 들어가는 동안 아트록스의 전투 지속력은 MAD의 나머지 팀원들을 차례로 정리해 냈다. 두 탑 라이너의 침착성의 차이가 두드러진 한타였고, MAD와 EG의 경기는 이 장면 하나로 설명될 만큼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 2023 MSI - 본능에 취해 이성을 잃은 사자, 고양이가 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LCK 2번 시드 T1을 사지로 몰뻔 했던, 이번 MSI 상위 브래킷 1세트의 장면이다. 안타깝게도 이 장면을 기점으로 게임은 T1으로 완전히 넘어가는데, MAD의 조급증은 여기서도 발현된다. 


바론 트라이에서 둥지 뒤편에 대한 방비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MAD의 5인 팀은 모두 바론 트라이에 혈안이 되어 진영 구성이라는 기본적 상식마저 놓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안전하게 둥지 뒷벽으로 넘어간 ‘구마유시’ 이민형과 ‘오너’ 문현준은 손쉽게 바론 스틸을 해냈고, 페이커의 정면 이니시로 열린 뒤이은 한타에서 큰 수확을 거머쥐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무리한 욕심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든다. G2와 MAD의 유럽 내전이자, 끝장전이나 다름없던 2023 MSI 하위 브래킷 2세트. 매드 라이온즈는 치명적인 실수로 팀의 유리함을 한 번에 망쳐버렸다. 4명의 팀원이 빠르게 바론 트라이를 시도하는 동안, 크산테가 텔레포트가 없어 바텀 라인에서부터 걸어오는 참극을 연출한 것. 해설진마저 "그런데 잠깐만요. 크산테가 순간이동이 없는데요?"라며 당황할 정도였다.

이미 바론 둥지를 포위하며 수적 우세는 물론 진영 구도까지 압도한 G2 입장에서 이니시 변수를 유발할 수 있는 크산테의 부재는 큰 호재로 작용했다.


 

# 기본에 미쳐야(及), 미칠(MAD) 수 있다.

 

MAD는 수년에 걸쳐 나름의 굵직한 팀 컬러를 유지해 왔다. 기본에 충실하기보다는 변수와 변칙에 능했고, 지능적인 수싸움과 설계를 보여줬다. 마드리드의 약어인 MAD가 ‘미친’이라는 의미로 팬들에게 의역되는 이유 역시 예상치 못한 경기력으로 매력적인 팀 컬러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팀 컬러에 취해 기본을 잃으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MAD는 자신들의 팀 컬러가 가진 뚜렷한 한계를 보여 줬다. 그것도 수도 없는 탈락의 역사를 통해서.

팀 컬러는 그들이 누군지 만인 앞에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몇 차례의 MSI와 롤드컵으로 화끈한 팀 컬러를 보여준 사이공 버팔로나, PCS의 PSG Talon, LJL의 DFM과 같은 팀처럼 인상적인 팀의 모습은 오랫동안 팬들의 인식에 남는다. 하지만 이들이 매번 메이저 팀을 상대로 무너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팀 컬러에 발에 빠져, 잘 깔아놓은 판에서도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들과 달리 MAD는 엄연한 메이저 지역 소속 프로팀이다. 메이저라는 이름값과 무게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으로 매번 탈락만 반복하는 이들을 보는 팬들의 마음은 아쉬움 그 자체일 것이다. 똑같은 패턴으로 당하는 모습을 꾸역꾸역 지켜보는 LEC 팬들에게 마음속 메이저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앞에서 당당히 증명해 낸 팀으로 남을 것인가? 기본에 미치지 못하면 이름값조차 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안았기에, 서머 시즌으로 향하는 MAD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됐다.

 

(출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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