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베려' 하는 마음."
5월 18일, 넥슨 이은석 디렉터가 신작 <워헤이븐> 미디어 시연회에서 한 말이다. <워헤이븐>은 총기가 아닌 칼과 창, 철퇴로 벌이는 대규모 전투를 지향하는 액션 게임으로 스팀에서 몇 차례 테스트를 진행해 호평을 받은 적 있다. 판타지 세계 헤러스에서 두 진영 중 한 곳을 선택해 16 vs 16의 전투를 펼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워헤이븐>의 튜토리얼 등 학습 과정부터, PvP 공식과 변화하는 전장에 익숙해지는 과정, 쟁탈전과 점령전 등 게임의 메인 콘텐츠 등이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넥슨코리아는 오는 6월 20일부터 일주일간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워헤이븐>을 선보일 예정. 미리 만나본 <워헤이븐>은 '베려' 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전투 게임이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송영준 기자
이은석 디렉터와 임덕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근접 전투 게임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접근성 좋은 근접 PvP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뭉쳤다.
이은석 디렉터는 <워헤이븐>의 기획 의도를 말하면서, '중베마'라는 언어유희를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베려 하는 마음'으로 옮겨낸 것. 얼핏 보기에는 '배려하는 마음'처럼 보이지만, 상대를 '베려' 하는 마음이 진짜 의미이기 때문에 곱씹을수록 재미를 주는 게임이다. 이 디렉터는 "상대를 베는 게임인 <워헤이븐>을 지칭하면서도, 접근성 좋은 게임을 만들어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어떻게 접근성 높은 PVP 게임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이은석 디렉터의 대안은 대규모 다 대 다 게임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4:4나 5:5 게임 같은 경우에는 한 명당 담당해야 할 몫이 많다 보니 개인의 성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성과가 좋지 못하면 아군이 부모님 안부를 물어보는 경우도 흔하다. 멘탈이 좋지 않은 사람은 버티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16:16의 다 대 다 게임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우리라 생각했다. 한 판당 플레이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만큼, 한 사람이 해야 하는 몫이 많지 않고 개인 성과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얼굴 찌푸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어 발표한 임덕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은석 디렉터와 마찬가지로 '초심자'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워헤이븐>의 시스템을 설명했다.
그는 "근접전투 게임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나 <워헤이븐>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게임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신 파고들 요소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지 투 스타트, 하드 투 마스터가 게임의 지향점이라고 언급했다. 추가로 개인의 승리보다 팀의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개발의 목적을 밝혔다.
두 디렉터 모두 초심자를 위한 게임, 접근성이 좋은 게임을 강조하는 게 공통점이었다. 그렇다면 접근성이 좋은 게임이라는 기획 의도에는 얼마나 부합하는 게임일까?
접근성은 첫인상에서 갈린다. <워헤이븐>처럼 초보자 접근성을 중시한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튜토리얼이 중요하다. 초보자든, 숙련자든 간에 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튜토리얼부터 누를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물론 튜토리얼을 건너뛰는 사람도 있겠지만).
튜토리얼의 첫인상은 무난했다. 훈련소에 들어가면 이동키, 점프, 캐릭터 기술을 순차적으로 알려주는 형식이었다. 알림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눌러야 할 버튼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메시지가 떴다. 주어진 임무를 마치면 다음 임무로 넘어가는 형식이었다.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을 경우 훈련 이탈 메시지가 뜨면서 처음 임무를 받았던 위치로 돌아가는 시스템도 있었다. 튜토리얼 자체만 보면 크게 걸릴 만한 요소는 없어 보인다.
이전 빌드를 체험한 사람이라면 회피기를 눈여겨볼 만하다. 여섯 병종에 맞는 대시와 회피기가 추가되어 지형과 상성 등에 따라서 상대방의 공격을 막을지, 피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전투의 템포가 조금 더 가볍고 빨라진 인상이 있는데, 과거 빌드보다 호쾌한 액션 연출이 추가되면서 체험 내내 '베려 하는 마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을 끝내고 나면 훈련소에서 캐릭터별 상급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캐릭터별로 다양한 스킬과 콤보를 연습할 수 있는 섹션이다. 상급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플레이하는 방법을 전부 가르쳤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훈련을 모두 마치면 새로운 복장도 얻을 수 있어 훈련을 진행할 동기도 충분했다.
'신병 훈련!'이라는 이벤트도 눈에 띄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 개념의 이벤트였다. 게임에 접속하고 적 처치하기, 전투 점수 획득하기 등 주어지는 임무를 완수하면 소정의 보상을 해주었다. 매일 접속 이벤트와 별개로 진행되는 이벤트라서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첫 대전의 인상은 묵직했다. 시연회에서 고른 캐릭터가 워해머라는 둔기를 쓰는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비단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보기보다 엄격하고 좁은 히트박스, 투박한 캐릭터들의 걸음걸이. 생각보다 느린 조작 반응. 그래서인지 상대방을 때렸다고 생각했음에도 자주 헛치곤 했다. 영웅 변신이라는 일종의 궁극기 시스템을 사용하면 제법 빨라지지만, 항상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묵직하다는 말이 나쁜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느리면서도 세밀한 애니메이션에는 ‘때리는 맛’이 있었다. 느린 만큼 한 방의 대미지도 강력하기에 전투가 늘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해보지는 못했으나 상대방의 방어를 부수는 기술도 있어서(경험상 상대방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버티는 플레이가 지속되지는 않는다.
16 vs 16의 다대다 전투에 게임의 레벨 디자인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의 템포를 조절해 준다. 다대다 대전치고 맵의 크기가 작다. 모드를 불문하고 모든 맵에는 점령해야 하는 거점이 있다. 죽고 나서 부활하는 체크포인트도 거점과 상당히 가깝다. 부활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한 번 죽더라도 금세 다시 살아나서 상대편과 마주한다.
짧은 시간이라 피하는 요령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적게나마 플레이해 본 경험상 정면으로 들어오는 공격은 대처하기 쉬운 편이나 옆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그렇지 않았다. 공격 판정뿐만 아니라 방어하는 판정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보다 쪽수가 적을 경우 옆에서 공격해 오는 상대방을 막아내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연회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두 가지 모드 중 쟁탈전에 흥미가 갔다. 점령전과 달리 쟁탈전에서는 '대포'라는 강력한 오브젝트가 있었다. 대포는 이 게임에서 몇 안 되는 광역 공격 수단이다. 맵이 좁은 데다 거점을 점령하고 버티는 게 게임의 목표다 보니 거점에 플레이어들이 모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수가 거점에 몰려있다면 포탄 한두 방에 킬을 쓸어 담는 경우도 제법 있다.
대포는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역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상대가 우리보다 쪽수가 많으면 컨트롤만으로는 뒤집기가 꽤 어렵다. 그때 절묘하게 떨어진 포탄 한 방이면 전황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제법 있다. 특히 '시한'이라는 맵에서는 대포로 거점 상판을 무너뜨려 상대방의 진영을 어지럽힐 수도 있었다. 전장이 지하로 바뀌면서 다양한 전술 플레이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반면 점령전은 조금 아쉬웠다. 인간 대포라는 오브젝트를 처음 봤을 때는 독특해 보였지만, 결국 일정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이동할 수 있는 거리나 위치를 플레이어가 스스로 조정할 수 있었다면 다른 활용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기능은 없었다.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느 타이밍에 인간 대포를 사용하느냐일 뿐이었다. 대포만큼 강력한 전략적 수단이 되기는 어려웠다.
'겔라'라는 점령전 맵에서 보조 거점이라는 전략적 요충지가 존재했으나 전략성을 크게 느끼기는 어려웠다. 맵의 설명을 보면 한 가운데에 위치하여 유용한 아군 부활 거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유용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의 맵 자체가 좁은 데다가 체크 포인트도 짧은 편이라 굳이 중앙 거점을 점령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전장 합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인간 대포와 같은 이동 오브젝트의 존재도 보조 거점의 의미를 더욱 퇴색시킨다. 빠르게 전장에 합류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는데, 굳이 보조 거점을 점령하면서까지 합류의 수단을 늘려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분 1초가 중요한 랭킹전이나 대회에서는 유용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반 플레이어 입장에서 중요도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워헤이븐>의 남은 일정은 다음과 같다.
6월 9일(한국시간)에 열리는 글로벌 종합 게임쇼 SGF 2023에 참가하여 대규모 PvP 신작 게임을 기다려 온 글로벌 플레이어에게 널리 알릴 예정이다. 그간 대규모 PvP게임 중에서 근접 전투를 중점으로 디자인한 게임들은 많지 않기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6월 20일(한국시간)부터 27일까지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해 얼리 액세스 체험판을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로부터 마지막 완성도 점검을 위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보고자 한다. 참여 방법을 포함한 세부 사항은 추후 별도 공지를 통해 알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