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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 제치고 매출 1위·4위... '게임을 게임으로 포장'했다?

'모객용 게임' 통한 고객 유치 성과, 언제까지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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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현(춘삼) 2024-04-16 19:00:42
모바일게임 매출 최상위권에 들어오는 장르와 타이틀에 눈에 띄는 변동이 보이고 있다. 

한 때 MMORPG가 석권했던 최상위권에 어느새 <세븐나이츠 키우기>, <버섯커 키우기> 등 키우기 장르가 들어오더니, 이제는 SLG가 바통을 넘겨 받았다. 4월 16일 구글과 애플 양대 모바일 플랫폼의 게임 매출 순위는 다음과 같다.

4월 16일 양대 모바일 마켓 매출 순위 (출처: 모바일인덱스)

보다시피 중국 개발사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3월 10일 이후로 1달이 넘도록 매출 순위 1위에서 2위를 사수하고 있다. 

<버섯커 키우기>와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역시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의 강호였던 MMORPG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리니지M>은 2위,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니지2M>, <리니지 W>는 각각 5위부터 7위를 차지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활발한 광고 전개와 함께 매출 순위 강타한 '라스트 워: 서바이벌'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한 <라스트 워: 서바이벌>의 광고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지난해 7월 국내 출시됐다. 초기에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1분 버티면 10만 원', '너희들 지능으로는 힘들어' 등 문구를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며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2월에는 신동엽, 주현영, 너덜트 전상협 등 유명인을 섭외하며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국내 매출 순위 5위권 이내에 진입한 것은 이 즈음으로, 동일 시기 미국과 일본 지역에서도 매출 순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방식으로 광고를 활발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등지에서 <라스트 워: 서바이벌> 광고를 검색하면 실제 게임과 다른 광고 내용에 대해 성토하는 국가별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업로드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혀위광고라는 인지를 벗어나고자 <라스트 워: 서바이벌> 측은 '광고 내용과 실제 게임이 다르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유튜브 채널 너덜트 소속 연기자 전상협이 등장해 "<라스트 워>가 광고와 다르다? (게임 화면을 보여준 뒤) 이래도 달라?"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으로, 해외에선 '<라스트 워>는 가짜다'라고 적힌 종이를 집어 던지며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의 광고를 방영했다. 

유명 유튜버 전상협(너덜트)이 등장한 <라스트 워: 서바이벌> 광고



# 실제로 나오긴 하는데... 게임을 게임으로 포장했다?


광고와 홍보 자료의 종스크롤 슈팅게임이 등장하긴 하지만, 실제 과금 요소를 비롯한 핵심 게임 플레이는 SLG다.

광고 내용처럼 <라스트 워: 서바이벌>에는 광고 속에 표현된 종스크롤 슈팅게임이 실제로 등장한다. 좌우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위에서 내려오는 강화 아이템을 획득하고 적을 물리치는 '그 게임' 말이다. 다만 해당 슈팅게임은 일종의 '모객용 게임' 내지는 '미끼 게임'에 불과하다.

광고 영상과 (특히 초반부) 게임 플레이 일부에 국한해 등장하며, 실제 <라스트 워: 서바이벌>의 장르는 SLG(전쟁게임)에 해당한다.  


참고로 중국 기업정보 통계 사이트 '데이터유즈풀'에 따르면, <라스트 워: 서바이벌> 개발사 퍼스트펀(北京元趣娱乐有限公司)은 게임과 무관한 광고로 악명높은 게임 <탑 워> 개발사 라이벌 게임즈(北京江娯互動科技有限公司)의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다. 


<라스트 워: 서바이벌>의 광고 소재 및 게임 플레이 일부에 등장하는 슈팅게임은 <탑 워>의 광고에도 등장한 바 있으며, <탑 워>는 해당 게임이 아예 포함되지 않은 SLG였다. 광고용 게임을 모객용 게임으로 전환하여, 게임을 게임으로 포장한 셈이다.


<WOS: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초반부

이 같은 구조는 매출 순위 4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또한 동일하다. 지난해 2월 출시된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활발한 광고와 모객용 게임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SLG에 유입시키는 전략을 한발 먼저 사용했다.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의 초반부는 혹한기 설원을 배경으로 마을 중앙의 화로를 관리하며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 경영 시뮬레이션이 진행된다. 마을을 찾아온 생존자에 대해 모두 받아들이거나 건강한 인원만 선별해 받아들일 수 있는 등 <프로스트펑크>가 연상되는 구성이다. 


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길드 가입 유도와 함께 본격적인 SLG로서의 게임 플레이가 시작된다. <라스트 워: 서바이벌>과 마찬가지로 모객용 게임의 요소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아니다. 


<WOS: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역시 이내 SLG로 변모한다.


# '모객용 게임' 내세운 유저 유치, 계속 기능할까?


다른 유저의 물자를 약탈하면 광고 및 임무의 슈팅게임과 '유사한' 구도의 전투가 진행된다.
다만 전투력 기반으로 이뤄지는 자동 전투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SLG는 미드코어 내지는 하드코어 유저를 대상으로 삼는 장르로 여겨진다. 시스템적으로 일방적인 PvP가 가능하며, 이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연합체(길드) 가입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단체 행동이 요구되는 장르로, 과금에 대한 압박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특유의 재미를 바탕으로 고정 팬층을 보유한 장르인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의 반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나, 웹게임 <부족전쟁> 이후 <클래시 오브 클랜>, <라이즈 오브 킹덤즈>, <삼국지 전략판> 등 많은 글로벌 흥행작이 탄생했다.


현재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SLG의 경우 활발한 광고와 더불어 캐주얼한 게임성을 내세운 모객용 게임을 내세워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최대한 많은 유저를 유치하고 이탈을 방지해 게임에 안착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전자상거래법에서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제21조)하고 있으나, 광고에 나오는 게임이 실제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MMORPG와 돈을 쓰는 유저층이 겹치는 상황에서 하향세로 내려온 MMORPG의 유저를 흡수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SLG의 가장 큰 문제인 진입장벽을 대규모 광고로 뚫었다는 분석도 있다. 역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매출 규모만 키운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같이 활발한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모객용 게임'으로 이탈을 방지해 안착시키는 형태가 언제까지 기능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SLG, MMORPG 그리고 방치형의 3파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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