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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즈 도그마 2는 똥 맛 카레인가, 카레 맛 똥인가?

게임이 추구한 로망과 그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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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4-17 16:41:27
똥 같은 카레인가, 카레 같은 똥인가?

2024년 초 출시된 일본 콘솔 게임이 모두 쾌조의 스타트를 보일 때 "울면서 웃은" 게임이 있었다. 캡콤의 <드래곤즈 도그마 2>다. '아는 사람만 알았던' 전작의 입지가 무색하리만큼 출시 직전 수많은 게이머의 기대가 모였던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여러모로 논쟁적인 게임이 됐다.

어떤 사람은 <드래곤즈 도그마 2>의 가격 정책과 DLC에 불만을 나타냈고, 어떤 사람은 캡콤의 BM은 원래 그랬으며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게임의 불편함, 기대받은 오픈 월드 게임으로써는 부족한 퀄리티에 부정적 평가를 했고, <드래곤즈 도그마 2>에 엄지를 지켜세우며 "다시 안 나올 명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출시 초기 캡콤이 고개까지 숙였던 '최적화 문제'를 제외하면 이처럼 <드래곤즈 도그마 2>처럼 평가가 갈린 게임은 없을 것이다. 

출시 11일 만에 전 세계 판매량 250만 장을 넘겼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스팀과 콘솔에서 플레이하고 있기에 '실패작'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좋은 흥행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여전히 극명하다. 커뮤니티에서 <드래곤즈 도그마 2>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똥 같은 카레'라는 비유가 대표적이다.

기자는 <드래곤즈 도그마 2>를 플레이하며 굉장히 실험적인 타이틀이라고 느꼈다. 수십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며 때로는 짜증나서 "더러운 게임!"을 외치다가도, 어떤 지점에서는 감탄하기도 했다. 엔딩을 본 이후 뒤돌아 보면 나쁜 게임은 아니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짜증 났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리뷰는 쓰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드래곤즈 도그마 2> 플레이했을 지금이 다시 한 번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 볼 적기라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스포일러가 필수적이기에 지금이 더 이야기하기 좋은 시기기도 하다.

주의: <드래곤즈 도그마 2>의 핵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과정 그 자체가 핵심이자 보상인 게임

기자는 이전에 '쉬운 게임'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는 글을 썼는데,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여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게임이다. 반하는 것을 넘어 우직하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게임이다. 화가 나면서도 속으로는 멋지다고 느껴진다. 이 얼마나 로망이란 말인가?

전작 <드래곤즈 도그마>가 추구해 <드래곤즈 도그마 2>까지 이어진 게임플레이의 핵심은 대략 이렇다. 캡콤이 노하우를 가진 묵직한 액션, AI 동료인 '폰'과의 협력 전투, 대형 몬스터의 약점을 차근차근 공략하며 쓰러트리는 전투다.

가령 <드래곤즈 도그마 2>는 각 직업별 특성이 명확하다. 검과 방패를 들고 반격 위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파이터는 대공기가 하나밖에 없어 날아다니는 적에 취약하고 단일 대미지가 크게 강하지 않다. 그 대신 아처와의 조합을 통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날아다니는 적은 아처가 활로 격추시키고, 파이터가 적의 관심을 끄는 동안 아처가 편하게 약점을 활로 공격하는 식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계속해서 최선의 조합을 고민하고 사용하는 스킬의 구성을 바꾸게 된다. 주인공과 메인 폰의 직업 변경은 자유로우며, 고용하는 서브 폰은 레벨이 오르지 않아 게임을 진행하며 계속해서 교체해 줘야 하기에 변화의 순간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거대한 적과의 전투에도 고민은 이어진다. 단순히 적의 공격을 굴러 피하고 발멈치에서 칼을 휘두르기만 하면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전투는 성립하지 않는다. 

몬스터의 머리가 약점이라면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머리를 굴려야 한다. 다리를 열심히 때려 자세를 흐트러트린 후, 빈틈을 놓치지 않고 몬스터의 다리를 밀어 넘어트리거나, 몸에 찰싹 붙은 후 열심히 기어 올라가 집중 타격하는 식이다. 그냥 올라갈 수도 있지만, 동료 폰이 파이터라면 별도의 기술을 설정해 방패를 지렛대삼아 점프해 올라갈 수도 있다. 지형지물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마주치는 예상 불가능한 연출이 <드래곤즈 도그마 2>의 매력이다. 그리폰은 체력을 깎으면 하늘로 날아 저 멀리 도망가는데, 여기에 찰싹 붙어 머리까지 간 후 남은 스태미나를 쥐어짜 공격해 그리폰을 쓰러트리고, 떨어지는 플레이어를 폰이 달려와 받아 준다면 영화 한 편이 따로 없다. 별도의 연출 없이 정교한 게임 시스템 구성을 통해 멋진 그림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이야기 흐름도 전투와 비슷하다.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진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 내에서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대사를 읽고, 주변 단서를 파악하고, 자신이 생각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마다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100% 동일하지 않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고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 속에서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순전히 플레이어가 만드는 이야기가 된다. 이 부분은 예시로 설명하는 것이 조금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 기자의 <드래곤즈 도그마 2>

<드래곤즈 도그마 2>에서 숨겨진 스핑크스의 퀘스트를 완료하면 회차에서 단 한번 얻을 수 있는 '영원의 용고동'을 준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을 용의 힘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 사실상 발현하면 근처 NPC를 모두 죽여버리는 저주 '용내림'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템이라 볼 수 있는데, 기자는 쓸 일이 없어서 인벤토리에 그대로 두고 있었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마지막 부분인 가호 없는 세계에서 주어지는 서브 퀘스트는 단 하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이다. 대피를 위해서는 주인공이 직접 지금까지 방문했던 마을을 오가며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드래곤즈 도그마 2>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NPC는 적과 싸우다 죽을 수 있다.

가호 없는 세계

기자가 남겨둔 마지막 대피 퀘스트는 '발굴지'에 있었다. 어느 마을을 대피시켜야 할지도 게임은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모든 마을의 사람을 대피시켜도 퀘스트가 끝나지 않길래 반신반의하며 발굴지로 향했다. 걸어가기는 귀찮아서 이전에 설치해 둔 귀로의 초석으로 빠른 이동을 사용했다. 

문제는 발굴지 유적장에 가면 트리거가 발동해 골렘 보스가 등장한다. 이 녀석을 쓰러트렸는데, 전투 시작 즈음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 같은 NPC가 안 보였다. 어디 있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 죽은 것 같았다.

마을에 상인은 남아 있으니 퀘스트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쩔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고 짜증도 났다. 포기하고 나가자니 여기에 오기 위해 사용한 빠른 이동 아이템이 아까웠다. 문득 인벤토리에 남겨둔 영원의 용고동이 생각났다. 한 명의 부활에 사용되는 용의 고동은 힘든 전투가 이어진 끝에 이미 모두 사용해 버린 후였다.

어쩔 수 없이 용고동을 사용했고, 근처에 있는 단 한 명의 NPC를 살릴 수 있었다. NPC는 살아나자마자 주인공에게 감사하며, 발굴지 감옥에 갇혀 있는 '폰'을 구하고 싶다는 퀘스트를 줬다. 발굴지 대피는 주민을 대피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선의로 쓸쓸하게 감옥에 갇혀 있는 폰들을 구하는 퀘스트였다. 그렇게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은,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한 명만을 구하는 데 사용됐고, 용의 힘으로 살아난 한 명의 사람이 수많은 폰의 생명을 구했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직접 써 내려가는 서사가 <드래곤즈 도그마 2>의 핵심이다. 말로 들으면 퍽 멋지지만, 기자는 오히려 상당히 짜증이 났던 상태였다(특히 수면 부족으로 피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드러난 일화가 아닐까 싶다. 다른 리뷰에서도 <드래곤즈 도그마 2>에서 겪은 이런 자신만의 일화는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어떤 리뷰어는 승강기를 타고 가다가 몸통 박치기를 하는 그리폰에게 교통사고가 난 일화를 언급했고, 다른 리뷰어는 '연애편지' 퀘스트를 언급했다.

연애 편지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어떻게 추리하느냐에 따라 간단한 심부름 퀘스트에서 두 나라를 오가는 커다란 이야기로 발전하는 퀘스트다. 편지의 의미에 관해 처음으로 이야기해 주는 NPC의 해석을 듣고 의뢰인에게 전달해 주면 퀘스트는 그대로 끝나지만,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그것이 최선인가에 대해 진위를 '의심'하며 편지를 계속해서 가지고 있으면 어느 순간 우연한 기회와 만나 새로운 목표와 이야기로 향해 간다.

만약 타 RPG처럼 맵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친절히 알려 주고, 빠른 이동마저 자유로운 게임이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넓은 세계를 플레이어가 직접 걸어 다니며 다양한 경험과 마주하고, 캐릭터가 성장하듯 경험을 통해 더욱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식이 쌓이기에 <드래곤즈 도그마 2>에서 겪은 경험은 온전히 그 플레이어만의 영웅담이 된다.



# 가이드의 역할이자 이야기의 또다른 주체인 폰

여기서 <드래곤즈 도그마 2>의 또다른 핵심인 '폰'이 주요한 역할을 맡기도 한다. 전투에서는 주인공을 보조하고 성격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함으로서 다양한 그림을 그려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을 보좌한다는 설정에 충실해 가이드 역할을 맡는다.

작중에서 폰은 이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른 각성자를 돕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폰은 해당 퀘스트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되고, 다른 플레이어의 서브 폰으로 활동할 때 그 지식으로 가이드를 진행한다. 때로는 고용했던 서브 폰과 다시 만나 반가움을 표하게 될 때도 있다.


<다크 소울> 시리즈의 '메시지'가 생각나게 하는 요소다. 직접적인 멀티플레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폰을 통해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이런 상호작용이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예시를 들면 폰은 종종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플레이어의 상황에 따라 같은 대사라도 다른 의미처럼 들린다. 한 서브 폰이 "어떤 세계에서는 수인 폰만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기자의 메인 폰은 "흥미롭다"고 답했다. 마치 비꼬는 것처럼 들렸는데, 기자가 쓰던 메인 폰은 수인이었기 때문이다.


# 사람은 의심한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시스템은 <드래곤즈 도그마 2>의 메인 서사와도 연결된다. 이 부분은 기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존재하니 감안해 주길 바란다.

편지 퀘스트를 설명할 때 '의심'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의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영화가 하나 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기억하는가? <곡성>은 외부인과 무명으로 대표되는 절대적인 존재들에게 휘둘리는 주인공 '일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쉽게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무력한 일광은 의심만을 반복하고, 결국 예정된 파국을 맞이한다. 

유명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말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일광은 모든 게 우연이라며 카오스(혼돈)를 말하는 셈이다. 무명은 모든 게 업보라며 코스모스(질서)를 말하는 셈이다. '곡성’은 카오스의 공포를 묘사하는 동시에 코스모스의 폭력을 암시한다. 이것만이 해답이라며 위압적으로 제시된 말 역시 납득하기 어려울 때 인간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력하고 무지한 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의심밖에 없지 않을까. 종구는 끝내 의심한다." -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다소 뜬금없이 <곡성>을 언급한 이유는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서사는 이와 일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토리 초반부터 주인공을 이끌고 해야 할 일을 주는 '인도자'는 <곡성>에서 외지인과 무명으로 대표됐던 초자연적인 존재와 일견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사람이라면 할 수밖에 없는 '의심'과 '탐구' 속에서 만들어지는 그 사람의 의지를 다루고 있다. 게임의 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주인공에게 별다른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쓸데없는 것들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며, 퀘스트를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고 '플레이어의 판단'만으로 해결하게 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주인공이 곧 플레이어고, 플레이어의 생각이 주인공의 생각인 게임이다.


이야기 말미에서 '인도자'는 누구도 나아가지 않은 길로 가려는 주인공을 윽박지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세계의 진실은 대략 이렇다. 수많은 세계는 결국 허무로 향하게 되어 있다. 허무에 대항하는 의지가 모여 태어난 존재인 '드래곤'은 허무로 인한 소멸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윤회를 반복시키고 있다. 

각성자는 드래곤을 죽여 왕이 되고, 왕이 된 각성자는 언젠가 죽고, 다시 용이 나타나 각성자를 만들어 윤회를 이어간다. 이 과정을 인도자는 관찰하며, 윤회의 과정이 반복될 수 있도록 각성자를 인도한다. 

이것이 게임의 제목인 용의 이치(드래곤즈 도그마)이자 '가호의 세계'다. 노말 엔딩은 이 윤회를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고, 능동적인 사고를 통해 행동하는 플레이어는 절대적인 존재 '인도자'를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의심과 깨달음 끝에 용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어 윤회를 깬다. 윤회가 멈추고 가호가 사라지며 향하며 세계는 멸망으로 치닫지만, 월드 맵에서 구역과 구역을 나누며 주인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가던 물(허무이자 휴지블)은 사라진다.

참고로 처음 <드래곤즈 도그마 2>가 시작할 때, 그리폰을 타고 나는 주인공 앞으로 세계를 보여주며 게임은 <드래곤즈 도그마>라는 타이틀을 띄워 준다. 2라는 숫자는 없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이치를 이해하고 윤회를 파괴했을 때 드디어 게임의 진짜 제목이 등장한다. <드래곤즈 도그마 2>라고.

게임이 시작할 때 주어진 문구도 비로소 의미를 발현한다. "신념이란, 거대한 힘에 도달한 인간의 의지다. - 오노레 드 발자크"

'드래곤즈 도그마 2'라는 타이틀은 게임 최후반부에나 등장한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의지는 없는 반쪽짜리 존재이자, 윤회를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고, 본질은 '허무'였던 폰은 플레이어와의 여정을 통해 생겨난 자신의 의지로 엔딩 마지막에 플레이어가 윤회를 끊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휴지블이 사라진 세계 속에서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해지자 모두가 괴짜라고 여겼지만, 진실만을 말하던 노인은 배를 타고 그 누구도 모르는 곳으로 자유로이 떠난다. 

이처럼 <드래곤즈 도그마 2>는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을 철저하리만큼 강조한 게임이고, 게임의 서사와도 명확히 맞닿아 있다.

생각해 보면 좋은 한 가지 지점이 있다. 전작 <드래곤즈 도그마>에도 등장했던, 물에 들어가면 플레이어를 먹어 치우는 '휴지블'은 별다른 설정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두들 "수영 만들기 귀찮아서 만든 편의적인 설정인가 보다"라고 했다. 

<드래곤드 도그마 2>에도 휴지블은 등장하지만, 게임의 핵심과 관계된 커다란 설정이 추가됐다. 전작에서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진정으로 할 수 있게 되었기에 리부트에 가까운 작품임에도 <드래곤즈 도그마 2>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러나 그 의도를 퇴색시키는 '한계’

문제는, 다양한 변수와 창의적인 해결 방법이 존재하는 전투와 퀘스트 시스템, 스토리의 몰입과 전달을 해치는 단점들이 <드래곤즈 도그마 2>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식이 오래 된 RPG의 불편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대표적인 것은 UI다. 상점에서 무언가를 사거나 팔고, 창고에 아이템을 정리하는 메뉴가 굉장히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창고에 아이템을 보관하는 탭과 아이템을 꺼내는 탭이 따로 존재한다. 커뮤니티에서 한 게이머는 "화장실에 들어가 똥을 싼 다음, 밖으로 나와 닦은 후, 다시 들어가 휴지를 버리는 것"이리고 비유했다.

각 개별 퀘스트의 동선은 대부분 긴 편이며, 추리가 필요하다면 그 만큼의 시행착오도 필연적이지만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이동에 있어 친절함이 적다. 게임을 급하게 하다 주요 포인트에 귀로의 초석을 박넣는 것을 잊거나, 빠른 진행으로 인해 초석은 설치해도 찰나의 비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퀘스트를 받았는데 저 멀리에 있는 장소까지 가야 할 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귀로의 초석 설치를 까먹으면 동선이 짜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불편함을 주는 더해 주는 것은 '3보 1전투'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잦은 전투 인카운터다. 길가에서 정말로 조금만 걸으면 적이 등장한다. 고전 RPG의 랜덤 인카운터가 생각날 정도다. 그나마 적이 다채롭다면 괜찮겠지만, 고블린과 산적, 도마뱀만 지겹도록 만난다. 

심지어 세 종류의 몬스터는 전작에도 동일하게 등장했던 것들이기에, 전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피로감과 지루함은 배로 솟는다. 의도적으로 맵을 직접 뛰어다니며 탐사하도록 게임을 구성했는데 지나친 인카운터 때문에 그 의도가 '짜증 나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전투가 잦다면 결국 '효율'을 추구하게 되기도 한다. 처음에야 거대한 적과 맞서거나 클래스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전투에 집중하겠지만, 결국 과정에 익숙해지면 그냥 전투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게 된다. 그러면 압도적인 분당 대미지를 가진 시프가 최고다. 특히 게임 종막에는 특정한 부분을 어러 번 공격해야 쓰러지는 적이 있는데, 이때 워리어 같은 둔한 클래스를 사용하면 짜증만 솟는다.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싶어도 비슷한 양상의 전투를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니 지치게 된다.

퀘스트의 과정에 집중한 만큼, 대부분이 보상이 짠 편이라는 것도 한몫한다. 보상이 좋은 퀘스트도 있지만 무언가 혁신적인 혹은 엄청나게 강력한 장비를 제공하는 퀘스트는 적다. 길가에 있는 동굴을 탐사한들, 주어지는 보상은 찰나의 비석이나 상점제 아이템뿐이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상점제 아이템이 최고다.

퀘스트를 완수하는 것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했기에 보상이 의도적으로 적게 설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의도적으로 세이브 파일을 하나로 만듦으로써 '세이브-로드' 플레이를 제약했다. 퀘스트에서 어떤 결과를 맞이한들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디렉터의 말대로라면 "인생은 한 번"뿐이니 말이다.

이런 점을 강조한 게임이 특정 퀘스트를 어떠한 방법으로 클리어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너무나 좋고 필수적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략을 찾아 최대한 좋은 보상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 보상을 몰랐을 플레이어에게는 큰 박탈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퀘스트나 탐험에 대한 보상이 짜게 설정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갈수록 콘텐츠의 부족과 개발 한계가 드러나는 점도 엿보인다. 바탈 지방의 플레이부터는 맵의 크기에 비해 퀘스트가 퀄리티와 수가 줄어든다. 엘프 마을은 퀘스트도 적고 크기도 작아서, 마을이라기보단 공원에 가깝다. 

게임의 종막인 '가호 없는 세계'는 맵의 구성이 조금 바뀌었을 뿐 탐험을 할 메리트가 적다. <드래곤즈 도그마 2>라는 타이틀까지 띄워 주며 무언가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처럼 굴지만, 빨간 빛기둥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가 보스를 죽이다 보면 금세 끝이다. 세계가 멸망으로 향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간 제약까지 걸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가호 없는 세계는 사실 연출만 웅장하지, 별 게 없다.

가호 없는 세계에 진입해도 NPC의 대사는 평소와 같다.
세계가 멸망 직전인데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나 "공기 참 좋다"와 같은 대사를 하는 NPC를 보면 솔직히 말해 깬다.

이런 단점을 모두 나열해 보면 한 가지 생각이 든다. 꼭 이런 단점이 필요해야만 했냐는 생각이다. 적어도 찰나의 비석과 같은 빠른 이동 아이템은 적게 줄 이유가 없었다. 전작 <드래곤즈 도그마>는 DLC를 통해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빠른 이동 아이템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직관적이지 않은 호감도 시스템과 같은 부분도 전작에서도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새롭게 추가된 직업인 환술사는 사용하기에 성능이 너무나 나빠 존재 이유조차 모르겠다는 비판이 있다.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진 게임 시스템은 이해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다듬으면 좋을 법했던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호감도가 최대로 올라가면 NPC가 얼굴을 붉히는데, 상당히 부담스럽다.


# 그러니까 똥 맛 카레다

그렇게 <드래곤즈 도그마 2>가 원했던 과정으로 향하는 길, 게임이 추구했던 이상향으로 향하는 길은 불합리로 가득 찬 가시밭길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게임의 의도와는 상충되는 문제점과 거기에서 따르는 불편함을 인해 의도는 이해했을지라도, <드래곤즈 도그마 2>에 좋은 평가를 남기길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기나긴 퀘스트 동선과 맵이 존재함에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전투, 불편한 빠른 이동, 부족한 몬스터 가짓수와 재탕, 비싼 게임 가격, 부족한 월드의 퀄리티와 아쉬운 퀘스트, 복잡한 동선 등등... 모두 충분히 할 수 있는 비판이다. 결국 '개발 기간과 예산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발목을 잡지 않았나 싶다. 

결국 이것이 <드래곤즈 도그마 2>가 평론가와 게이머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심지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다른 핵심적인 이유지 않을까?

결국에는 로망이다. 일개 기자보다 개발자가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훨씬 더 잘 알 터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이런 예상되는 한계와 비판에도 신념(혹은 옹고집)을 가지고 자신들이 목표한 바를 우직하게 밀어붙인 게임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거대 개발사의 AAA급 게임이란 점을 감안하면 <드래곤즈 도그마 2>가 추구한 목표는 더욱 로망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드래곤즈 도그마 2>에 엄지를 치켜세워야 할 지, 게임을 하며 느낀 불편함과 스트레스에 엄지를 내려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갈대 같은 마음은 전자에 더 기울고 있기는 하다. 글의 시작점에서 <드래곤즈 도그마 2>가 똥 같은 카레, 카레 같은 똥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결국 똥 같은 카레였다. 카레 같은 똥이 아니다. 두 문장의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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