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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2주 후에야 쓰는 '엘든 링' DLC 리뷰, 복합적 평가 이유는?

"모두를 위한 게임은 누구를 위한 게임도 아니게 된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7-02 16:44:37

왜 이렇게 나왔을까?

출시 한참 뒤에야 쓰는 <엘든 링> 리뷰라니. 왜 이제서야 글을 쓰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 리뷰 코드는 받았지만 게임을 제때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제공되는 리뷰 코드는 PS5. 하지만 기자의 세이브 파일은 PC에 있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지 않는 이상, 1주일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맨땅에서 시작해 모그를 잡고 DLC 최종 보스까지 격파한 다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날카로운 담론을 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무리에 가까웠다.

아예 관점을 바꿨다. 출시 후 개인 시간을 활용해 <엘든 링> DLC를 푹 찍어 먹었다. 맵을 샅샅이 탐험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이벤트를 보고, 주위에 '소울라이크' 게임 좀 한다는 지인들에게 의견을 끝없이 구했다.

결론적으로 기자에게 <엘든 링> DLC는 좋았다. 어려운 전투, 꼬인 맵 디자인, 누구나 인정하는 불쾌한 최종 보스라는 단점이란 부분에서는 세간의 평가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덮을 만한 확실한 장점도 있었다. DLC로 완성해 낸 서사,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NPC 연출, 정점에 달한 맵 아트워크, 수직적 맵 구조의 활용이다.


주의: 게임의 핵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보스전 난이도는 왜 이렇게 됐을까?


먼저, 이번 DLC는 출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불만이 많은 부분은 전투다.

왜 전투가 이렇게 됐을까? 소울라이크 장르의 전투는 이제는 어느 정도 진부해졌다. 애초에 <다크 소울>부터 세 개의 시리즈로 완성된 게임이다. 더 이상 보스의 공격을 '구르고, 막고, 때리는' 것만으로는 플레이어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어렵다. 

렇기에 <엘든 링>이 선택했던 방식은 보스의 호전성을 더욱 강화해 엇박을 동반한 공격으로 플레이어를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고, 플레이어는 새롭게 추가된 '영체'와 <다크 소울 3>에서 더욱 발전한 '전투 기술'을 활용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점프나 회피를 위한 전기도 추가됐다.

문제는 이 방식을 통해 얻은 이점이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보통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패턴을 회피하고 파훼해 보스를 격파해 냈다는 재미를 원한다. 영체를 내세우고 강력한 전기로 보스를 '딜로 찍어 누른다는 것'은 보스의 약점과 패턴을 파악한다는 것은 여타 액션 RPG에서 흔히 보이는 '공략'의 요소이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는 1:1 싸움을 원하는 플레이어에겐 다소 허망한 전개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프롬은 이미 <다크 소울> 시리즈를 거듭해 오면서 이미 수많은 보스전을 선보였다.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적인 난이도를 갖추면서도 설정에도 걸맞고 플레이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멋지고 화려한 패턴'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했기에 결국 최종 보스의 지나친 난이도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프레임 드랍과 지나친 광과민성 연출로 인해 패턴의 전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더욱이 악랄한 것은, DLC에서 어렵다고 평가받는 보스의 패턴은 프롬의 '실수'라기보단 '의도한 결과'에 가깝게 느껴진다. DLC의 보스전을 하면서 느낀 점은 프롬이 어떻게 해야 유저에게 '어려움'을 제공할지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령 '수렁의 기사'는 플레이어가 회피했다고 생각할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 타고 있던 말이 돌진해 후속 공격을 시도한다. 이 돌진을 피했다고 느낀 순간에는 다시 본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보스가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는 순간 머뭇거리는 것을 멈추고 득달같이 공격해 온다. 이런 호전성이 본편보다 높아진 느낌이다.

"요즘 보스들은 예의가 없어... 에스트 먹을 시간도 안 주고 말이야 쯧"

즉, <엘든 링>은 공격 수단으로 강력해진 전기 시스템을 쥐여 줬지만, 강화된 적의 패턴을 회피할 수단에 대해서는 결국 피하고 막는다는 기초적인 방식만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성이 끝내 터져 나오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패턴을 하나하나 공략하며 불가능에서 가능을 찾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겠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그렇지 않다. 게임은 즐기려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맛있게 매움'이란 '보기에는 어렵지만 내 실력으로 충분히 깰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DLC에서는 플레이어가 어그로를 분산시킬 수 있는 '영체'마저 빠르게 소환할 수 없도록 대부분의 보스가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공격을 해 온다. 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내가 영체를 안전하게 소환할 수 있을까?"라는 즐거운 고민보단 "왜 그런 패턴을 넣어 놓고 영체도 소환하지 못하게 방해해?"라는 불쾌한 고민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최종 보스의 경우에는 대미지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영체도 금방 사망하곤 한다.

프롬의 다른 게임 <블러드본>과 <세키로>를 생각하면 더욱 문제에 대한 이해가 쉽다. <블러드본>은 게임 특유의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에 맞춰, 상대를 락온했을 시에는 회피 방식이 빠르게 발동되는 '스텝'으로 고정된다. 적에게 당하더라도 빠르게 반격하면 체력을 '리게인'할 수 있다. 회복 아이템의 갯수도 기본 20개로 상당히 많다. 패링에 대한 패널티도 상당히 적고, 무려 원거리에서 시도할 수 있다.

즉, <블러드본>에서는 전투에 대한 시스템이 비슷하지만 다르다. 새로운 대응 방식이 준비되어 있기에 적이 정신없이 공격을 해 오더라도 익숙해지면 누구나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세키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공격을 쳐내는 '패링'이 게임의 기본 시스템인 덕분에, 상대방의 공격은 곧 체간 게이지를 채워 반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방어가 곧 공격이다. 덕분에 <세키로>는 사상 전례 없는 빠르고 다채로운 공격을 해 오는 보스로 무장했지만, 누구도 난이도에 대해 '도저히 못 할 수준'이라고 비평하지는 않았다.




# 그림자 나무의 파편에 대한 호불호

이런 전투의 어려움은 DLC 지역에서 플레이어가 강해지기 위한 아이템인 '그림자 나무의 파편'과도 연계된다.


<엘든 링> 본편이 호평 받았던 이유는 이렇다. 개발자들은 <엘든 링>의 필드를 '오픈 월드' 대신 '오픈 필드'라고 불렀다. 일반적인 오픈 월드와는 결이 약간은 달랐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고 완전히 새로운 지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데미갓'이라는 존재를 처치하거나, 그 지역의 몬스터를 쉽게 쓰러트릴 만큼 강해져야 한다. 오픈 된 방식이지만 일정 부분 진행에 대한 자유는 제약이 있었다. 각 지역은 <다크 소울> 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기보단, 스테이지가 뻗어 나가는 방식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대신 주어진 틀 안에서는 상당한 탐험의 자유도를 부여했다. 플레이어는 데미갓을 격파할 힘을 얻기 위해 갈 수 있는 드넓은 맵 곳곳을 탐사하고 여러 체험을 하며 자연스레 레벨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프롬은 대/중/소로 나뉜 랜드마크와 아트 디자인, 지도 등을 통한 탐험 구역의 암시를 통해 플레이어를 끝없는 탐험의 재미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엘든 링> DLC의 '그림자의 땅'은 본편을 한참 진행한 후에야 진입할 수 있는 장소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이미 충분히 육성을 마친 상태다. 이런 지점에서는 자연스레 탐험 동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할 것 다 해 놨는데 굳이 맵 곳곳을 꼼꼼히 탐사해야만 하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엘든 링>이 본편에서 장기로 삼았던 점은 다소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탐험을 시켜야 하는데, 강력한 유인책 중 하나가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프롬 소프트웨어는 DLC 지역에서는 '그림자 나무의 파편'이라는 아이템을 모아야 강해지도록 했다. 플레이어가 너무 직선적인 방식으로, 마치 불도저처럼 맵을 클리어해 나가지 않도록 제약을 건 것이다. 이 점은 괜찮은 아이디어고, 훌륭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구성하는 방법이 문제가 된 느낌이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보스를 잡거나, 랜드마크나 던전을 모두 공략했을 때 파편을 주는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엘든 링> DLC는 조금 다르다. 그림자 파편은 맵 곳곳에 온갖 방법으로 숨겨져 있다.


일부는 마을에 진입한 후 낭떠러지까지 꼼꼼히 탐사해야 찾을 수 있는 묘지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맵 곳곳에 숨어 있는 하마를 죽여야 하거나, 빛나는 항아리를 들고 있는 망자를 처치해야 주는 경우도 있다. 꼼꼼하게 탐험하는 사람이라도 종종 놓치기 쉬운 것들이 있다.


그나마 양심인지, 갑자기 5개를 한꺼번에 주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도 DLC는 본편 맵에 비해 크기가 작고, 수직적인 밀도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맵을 잇는 길이 명확하지 않고 숨겨져 있어 진행 경로를 명확히 알기 어렵기도 하다. 덕분에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파편을 통해 충분한 강화를 하지 않은 상태로 맵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초반 부분에서 길을 잘못 들고, 조금만 진행하다 보면 금세 후반 지역 '그림자의 성'에 도달하고, NPC들이 영향을 받던 매료가 깨지면서 이벤트가 급변한다. 파편을 충분히 못 모으면 보스는 물론이거니와, 엘리트 몬스터조차 상대하기 쉽지 않다. 앞서 말한 전투의 복잡함과 더불어 플레이어의 불편이 심화된 느낌이다.


플레이어가 제대로 된 진행을 하고 있는지 추측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가령 본편에서는 강화 아이템인 '단석'을 통해 이를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새로운 지역을 진행하는데 몬스터도 너무 강하고, 주어지는 아이템도 자신이 강화한 무기의 수치를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라면 일단 보류하고 다른 곳부터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DLC에서는 이를 추측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고, 각 지역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개수에 대한 문제도 있다. 본편에서 회복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황금 종자'라는 아이템은 맵에 45개가 존재하고 30개를 모으면 강화가 완료된다. 반대로 DLC에서 그림자 나무의 파편을 최대로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맵에 존재하는 모든 파편을 모아야 한다. 차라리 보스를 격파할 때마다 하나 씩이라도 주면 어땠나 싶다. 결국 파편이라는 보상을 통해 플레이어를 탐험과 발견의 재미로 이끌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차라리 보스마다 파편을 1개씩이라도 줬다면 싶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성향은 모두 다르다. 맵을 핥아먹듯이 꼼꼼하게 탐험하는 사람이 있지만, 탐험은 적당히 하거나 직선적인 진행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많기에 불편이 더욱 심화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몇몇 지역은 맹점이 존재하기도 하다. '라우프의 기슭'은 전혀 엉뚱한 곳에 맵 지도가 비치되어 있어 진행 순서를 착각할 경우에는 플레이 내내 지도를 찾아 헤맬 수도 있다. 실제로 라우프 지역에 그어진 메시지를 확인하면 "지도는 언제야?"라는 이름 모를 플레이어의 절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락의 숲 지역은 영마를 탈 수 없도록 해 놓고, 거대한 맵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별로 없는 텅 빈 곳이기도 하다.


수직적 구조 덕분에 헷갈리는 지역이 잇다.


# 그럼에도 이번 DLC가 좋은 이유란


다만, 세간의 평가에 따른 불평부터 이야기하긴 했지만 <엘든 링> DLC는 여전한 장점으로 넘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아트워크가 그야말로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방망이 깎는 노인'이 보여준 결실이라 할까? '그림자 땅'은 새로운 구역에 들어설 때마다 색감, 구조, 느낌, 서사가 모두 다른 멋진 모습을 선보인다. 이런 작은 밀도에 각 지역을 채워 넣으면서도, 각 지역이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다는 것. 이런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만든 거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호평 가득한 '무녀 마을'이 대표적이다.

혹자는 <엘든 링>의 맵 구조에 대해 '옴니버스'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각 맵의 가진 콘셉트와 색감이 명확히 구분되고, 할당된 서사도 다르기 때문이다. 맵에 진입할 때마다 전체적인 풍경을 보여 줘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곳을 암시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DLC를 클리어한 후 시작 지점에 되돌아갔는데 상당히 놀랐다.
시작 지점에서부터 주요 그림자 성을 포함한 주요 탐험 포인트를 모두 원경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베일이 위치한 산까지 확인할 수 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강연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은 다분히 의도된 사항이다. (출처: CEDEC)

어떤 플레이어에게는 이런 맵 디자인 자체가 탐험을 이끄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풍경에 취해 맵 곳곳을 오가다 보면 '그림자 나무의 파편'을 포함한 여러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때로는 숨겨진 길을 찾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장소로 이동할 수 있기도 하다. 맵이 유기적으로 합쳐지고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갈래로 탐험해 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맵은 당연히 본편보다 작지만, 그만큼 구석구석마다 소규모 랜드마크와 함께 조그마한 보상을 준비해 놓기도 했다. 지하 묘지 던전의 기믹도 다채로워져 하나하나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폭룡 베일로 향하는 길이 인상에 남았다. 베일로 향하는 길은 별다른 전투 없이 번개가 치는 산을 등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베일이 어떤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설정을 가지고 있는지 다량의 텍스트로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베일을 증오하는 용무녀의 말을 듣고, 산을 오르다 보면 폭풍우와 용의 시체만 즐비하다. '강한 존재'에 도전하러 간다는 느낌을 잘 살려냈다.

프롬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이 불친절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친절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 구구절절한 텍스트보단 이런 시각적인 연출이 더욱 확실하다.​

그림자 나무의 파편도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어떤 곳에서 나올지 예측할 수 있기도 하다. 미켈라의 십자가 있는 곳에는 대부분 파편이 있다. 묘지에 그림자 망자들이 모여 있다면, 파편을 들고 있는 항아리를 든 그림자 망자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 파편을 주는 하마는 대부분 맵에 표시된 호숫가에 위치해 있다. 

탐험이 정 어렵다면, 이럴 때마다 우리를 도와주는 수많은 친구도 있다. 바로 메시지다. 그림자의 땅도 남을 돕고자 하는 이름 모를 타인의 조언으로 가득하다. 매복이 있는 곳에서는 "왼쪽을 조심해라"라는 메시지가 항상 존재한다. "회복 필요하다. 메세지 바쳐라"(타인의 메시지를 호평하면 메시지를 쓴 사람은 체력이 회복된다)와 같은 재치 있는 메시지도 많아 종종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기도 한다.

메시지만 잘 봐도 웬만하면 기습은 안 당한다.

공식 메시지도 상당히 많다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다 보면 <엘든 링>은 이따금 개그 게임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무수한 죽음 속에서 경험을 얻어내면 그만큼의 성취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적이 '불 거인'이다. DLC 지역에 진입하자마자 만날 수 있는 불 거인은 조우 당시만 하더라도 '그저 짜증나는 존재'로 여겨졌다. "왜 만들었지?"라는 생각까지 했다. 다리를 한참 때려야 거인이 쓰러지고, 이때만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구조인데, 한참을 공격해야 겨우내 쓰러졌기 때문이다. 

거인의 내려찍기 공격을 한 번 허용하기만 하면 빈사 상태가 되어 사명을 헤맸다. 주위에 화염구를 발사하는 패턴은 토렌트를 타고 멀리 도망가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거인을 겨우 쓰러트렸더니 높낮이 차로 인해 약점 공격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정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죽음을 반복하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불 거인은 필드에 있는 흔한 '몬스터 1' 수준으로 전락했다. 기자는 지력 중심의 캐릭터를 육성했는데, 타수가 많은 소용돌이 공격을 사용하니 거인이 공격조차 하기 전에 쓰러트릴 수 있었다. 패턴도 익숙해지니 다리를 찍을 때마다 점프 버튼만 타이밍 맞춰 누르면 되는 수준이었다.


보스전 또한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종 보스를 제외하면 어떻게든 파훼법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보스의 견제에 맞서 영체를 소환하고자 행동 양식을 정하거나, 난이도가 만만하면 일부러 영체를 소환하지 않고 싸우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노영체 인정 협회'의 훈장을 원해서라기보단, 순수하게 패턴을 공략하는 것이 즐거워 영체를 소환하지 않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최종 보스는 도저히 못 하겠다는 좌절감이 느껴져 '지문석 방패'라는 일종의 치트키를 꺼내 들긴 했다. 덕분에 방패-찌르기 빌드가 얼마나 강력하고 편리한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기도 했다.

본편의 미비했던 서사가 DLC로 채워졌다는 것,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뻔하지 않은 반전을 선보였다는 것도 기자에겐 호평 요인이었다. 작중에서 암시만 되었던 '미켈라'의 행적은 무엇이었는지, 황금률의 시대를 연 마라카는 어떻게 신이 되었는지, 모그가 미켈라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등이 이번 DLC에서 설명됐다.

본편에서만 하더라도 다른 데미갓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미켈라 역시, 여타 데미갓과 다르지 않게 주어진 한계 속에서 허무한 계획에 모든 것을 걸고 발버둥친 존재라는 것을 보면 참으로 '조지 R.R 마틴'이 짠 세계관이란 것이 절절히 느껴지기도 했다. 하물며 많은 플레이어를 충격에 빠트린 '뿔인간'과 '무녀 마을'의 서사는 말할 것도 없다.

NPC 이벤트는 동선이 뒤죽박죽이고 힌트조차 잘 안 준다는 여전한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수행했을 시 최종 보스 직전에서 결실을 맺는다. 하나의 동기로 그림자의 땅에 진입한 NPC들이 매료가 깨지고 각자의 목적에 따라 거대한 장소에서 서로 맞서는 모습은 상당히 새롭고 신선했다. DLC 맵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NPC의 이벤트를 모두 경험해야 최대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일종의 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레다전은 이번 DLC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NPC에 대한 연출이 발전한 것도 DLC의 성취라 할 만하다.

격렬한 싸움이 끝나고 여기저기 놓여 있는 NPC의 시체도 인상 깊었다.
쓸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 소울라이크의 최종 종착지 <엘든 링>


결론을 내자면 기자는 <엘든 링> DLC를 싫어하지 않는다. 최종 보스의 '그 패턴'만 없었으면 정말 좋았겠다 싶다. '기-승-전'을 잘 해 놓고 '결'에서 삐끗한 느낌이다. 소울라이크의 정점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느낌이다.

참으로 고집 있는 회사라고도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엘든 링> DLC에서 지적 받는 단점은 이전부터 수없이 이야기된 것이다. 소울라이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데몬즈 소울>부터 초기에는 어려운 난이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공략이 정립되고 입소문이 퍼져 나가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 소울> 시리즈도 공략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되다 지금은 평범한 난이도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좋건 싫건, 이번 DLC를 보면 프롬이 자신들의 고집을 꺾을 것 같지는 않다. 전 세계에서 2,500만 장 이상 판매된 게임의 DLC인 만큼 조금은 대중성을 의식했을 법한데, 자신들의 방향성을 절대 바꾸지 않고 명확히 고수했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게임은 누구를 위한 게임도 아니게 된다"라는 말, 프롬이 가장 잘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항상 단점 없는 게임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취향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게임 쪽에서는 특히 그렇다. 모두를 위한 게임은 나올 수 없고, 개발자도 인간인 이상 원했던 콘텐츠를 100%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점이 단점을 덮을 수 있다면 그것이 훌륭한 게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엘든 링>은 여전히 '탐험의 즐거움'이라는 장점이 단점을 덮고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화를 내면서도 결국에는 끝까지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아닐까? 

이 점을 잘 보여주고자 리뷰에서도 불평을 먼저 쓰고, 호평을 뒤에 남겼다. 사람은 보통 마지막의 것만 기억에 남긴다. (그래서 최종 보스가 더 불쾌하게 평가받는 것도 있다.) 단순히 '프롬 소프트웨어'라는 이름에 기댄 평가는 절대 아니다.

참고로 DLC를 끝내고 나니 너무나 아쉬워서, 기자는 <엘든 링>과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는 <다크 소울 2: 스콜라 오브 더 퍼스트 신>을 설치했다. 이전에 플레이하다 그만뒀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엘든 링>은 소울라이크의 정점이다.
그리고, <엘든 링>은 <스콜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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