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메카닉 디자이너로 <마크로스> 오리지널 크리에이터중 1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2살에 스튜디오 누에에서 <마크로스> 시리즈의 발키리 디자인을 선보였고, 이후 40년간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그가 남긴 족적은 실로 대단하다.
업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일례로 넥슨게임즈에서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김용하 PD와 <주술회전> 극장판의 박성후 감독 등은 그들의 작품이 <마크로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마크로스 델타>와 <마크로스 제로> 특별전 상영과 관객과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한국을 찾은 카와모리 쇼지를 만나 그의 창작 세계와 작품 제작 과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 현남일 기자
디스이즈게임: 1년 만에 다시 방한하셨는데, 가볍게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카와모리 쇼지: 2년 연속으로 한국에 올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오사카 엑스포 관련 일을 하느라 1년이라는 시간이
몇 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랜만인 것 같네요. 특히 이번에는 공로상도 받게 되어서, 40년 이상 이 일을 계속해올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기쁩니다.
디스이즈게임: 오전에 관객과의 만남을 진행하셨는데, 한국 팬들과의 대화는 어떠셨나요?
카와모리 쇼지: 정말 재미있는 질문이 많았어요. 깊이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도 많았고, 가벼운 질문들도 재미있는
관점에서 해주셔서 즐거웠습니다. 주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이전
인터뷰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질문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디스이즈게임: 제가 8살
때 처음 <마크로스>를 보았는데, 지금 48살이니까 40년이
지나서 그때의 감독님을 만나게 됐네요. 현재 만나시는 팬들의 연령대가 꽤 다양하지 않나요?
카와모리 쇼지: 맞습니다. 원래는
나이 많은 팬들이 주를 이뤘죠. 하지만 <마크로스 프론티어>와 <마크로스 델타>
이후로는 10대 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첫
시리즈의 50~60대 팬도 있고 젊은 팬도 있고... 심지어 <마크로스>를 계기로 결혼한 부부가 아이와 함께 오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온 보람을 느끼죠.
디스이즈게임: 젊은 팬들을 끌어들인 <마크로스 프론티어> 이야기를 잠깐 해보죠. 첫 극장판 이후 25주년을 기념해서 제작했는데, 당시의 설정이나 오마쥬 등이 눈에 띕니다. 이런 부분을 계획하고
준비하신 건가요?
카와모리 쇼지: <프론티어>
제작 당시에는 지금처럼 제작 일정이 빡빡하지 않았어요. 요즘은 모든 화를 미리 납품하는
게 당연해서 철저하게 계획하고 만들지만, 그때는 더 자유로웠습니다.
이건 제 성격의 문제이기도 한데요(웃음), 특히 TV 시리즈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두면 의욕이
떨어져버려요. 목표 지점을 정해두고 그곳을 향해 가는 방식도 있겠지만,
저는 지상이 아닌 "저 별을 향해 가보자"는
식입니다. 대략적인 방향만 정해두고 그 별 너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만드는, 그런 접근법을 선호합니다.
디스이즈게임: 결말이 아닌 방향성만 정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카와모리 쇼지: 네, 방향성은
정하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작업했어요. 제작 과정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떠오르면 그것들을 활용했죠.
예를 들어 TV 애니메이션<마크로스F>에서는
극중극으로 <마크로스 제로>를 찍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극중극을 한다는 것만 정해두고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지 미팅을 했는데,
스태프들이 설정을 처음부터 모두 만드는 게 힘들 것 같다고 했어요.
그때 한 스태프가 예전에 만들었던 <마크로스 제로>의 설정이 있다고 해서 그걸 활용하기로 했죠.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제작진 모두가 흥미를 느끼게 됐고,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제로>의 설정을
보면서 "셰릴 놈이 사라의 후손이고, 마오는 란카구나" 하는 식으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작품이 <마크로스>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정말
즐겁게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디스이즈게임: 방금 말씀하신 내용으로는 <마크로스 F>의 셰릴 놈과 란카가 <제로>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셰릴 놈은 <마크로스 극장판>의 린 민메이, 란카는
<마크로스> TV판의 린 민메이를
의도한 기획이 아니었나 생각했는데요.
카와모리 쇼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한 건 아니었어요. <프론티어> 시리즈를 만들 때는 시대가 변해서 한 명의
아이돌만으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죠. 그래서 여주인공을 두 명 체제로 가기로 했습니다. 한 명의 주인공이 무명에서 스타가 되는 '민메이' 같은 스토리를 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그런 설정이면 처음부터 노래를 할 수 없으니까, 은하의 톱
아이돌인 '셰릴 놈'과 그를 쫓아가는 '란카'라는 두 명의 캐릭터를 설정했죠. 이 구상을 시나리오 작가에게 전달했더니 "그러면 셰릴 놈은
극장판의 민메이, 란카는 TV판의 민메이네요"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대로 발전시켰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극중극이 단순히 설정 회피가 아닌,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도구로 작동했네요. 그렇다면 기존 작품의
현대적 리메이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리메이크 트렌드가 있잖아요.
카와모리 쇼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같은 것을 두 번 반복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에요(웃음). 리메이크가 좋다 나쁘다를 단순히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잘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실제로 디즈니만 봐도 옛날 애니메이션을 실사나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하고 있잖아요.
다만 표현하는 미디어나 플랫폼이 달라진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또는
OVA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왔는데, 옛날 작품을 VR이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재창작한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디스이즈게임: 이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영회나 블루레이가 발매되면서 해외 전개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카와모리 쇼지: 그렇죠. 이번에도 뉴욕에서 개최한 '아니메 NYC'에서 <마크로스 플러스> 상영을 하면서 함께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특히 첫 <마크로스>를 모르는 세대가 옛날 작품(<마크로스 플러스>도 30년 전의 작품이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직접 소통하는 것은 즐겁고 기쁘죠.
그리고 <마크로스 플러스>도 그렇지만 첫 극장판인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시나요>를 리마스터하면서 다시 봤는데, 요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옛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안도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스태프들이 정말 모두 열심히 했구나 생각하게 되죠.
디스이즈게임: <마크로스>를
보고 자란 세대가 이제는 사회의 메인 스트림이 된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면서, <마크로스>의 영향을 받아 간접적으로
사회나 콘텐츠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정말 기쁘죠. 기쁘면서도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게 되네요.
디스이즈게임: 화제를 바꿔보죠.
<마크로스 플러스>에서는 가수 샤론 애플이
AI, 즉 인공지능입니다. 현재 시대의 화두가 인공지능인데, 묘하게도 극중에서 AI가 조종하는 고스트가 인간 파일럿을 대체하려
한다는 주제가 나옵니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당시
기획 단계에서 이런 문제를 예상하셨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카와모리 쇼지: 이건 정말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단순 노동을 대체할 거라는 예상에서 이제는 창의적인 영역까지 논의가 확장됐죠. 이 변화는 예상보다 빨랐어요.
AI의 진화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요.
처음에는 그 속도에 놀라기도 했지만, 반대로 보면 이미 현대 서구 문명이 상당히 막다른
길에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이 최종적인 테마이자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AI를 잘 활용하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꽤 어려운 문제이지만요.
디스이즈게임: AI를 돌파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카와모리 쇼지: AI 관련 사회 변화라기보다는 AI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 변화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이 정말로 인간이 해야만 했던 일인지 돌아보게 만들 거예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앞으로 그 점이 명확해지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단순 애니메이션을 넘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내년에 열리는 '오사카 간사이 박람회'의 제가 맡은 테마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제 개인의 테마가 아닌 박람회 전체의 메인 테마가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인데요. "AI를 사용함으로써
생명이 빛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원래 테크놀로지를 좋아하고, 최첨단 기술이나 새로운 발견, 발명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각지의 소수 민족이나
원주민들을 만나거나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AI는커녕 거의 기술 없이도 그들의 삶이 엄청나게 빛나
보이더군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가 아무리 대단해도 기존 테크놀로지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며, 단지 편리함이나 시공간 압축 효과를 가진 도구입니다.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생명의 빛남이나 행복감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관계없어야 할 것들이 자주 혼동되어 이야기됩니다. 이러한 혼동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AI의 위협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됐어요. 자신의 즐거움이나 삶의 보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죠. 단지 편리하면 사용하고, 재미없으면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는 급변할 것이 분명해서, 그때 어떤 가치관을 가질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생명의 빛남이나 행복감과 편리함을 혼동해서 AI를 다루는 사람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이것들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별 문제없이 AI의 편리함을 누리게 될 거라고 봅니다.
디스이즈게임: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봐야 하나요?
카와모리 쇼지: 예,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해요. 아까 말했던 생명의 빛남이나 행복감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뒤섞이면 굉장한 문제가 생긴다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이것이 혼동되어 이야기되고 있죠.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좀 더 깊이 들어가도 된다면, AI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게임의
세계, 이것들은 모두 이어져 있고 공통된 흐름에 있다고 하면, 게임은
리플레이가 가능하고 거의 무한한 것을 다룰 수 있어요. '거의'라고
하는 것은 물론 서버의 한계 때문이고요.
그에 비해 현실 세계는 유한해요. 특히 지구상에서라고 하면 제한된
영역이라 유한하죠. 이 유한과 무한이 뒤섞여 이야기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가상과 실제의 현실에서 다루는 우선순위나 중요도를 제대로 바꿔서 인식할 수 있게 되면 굉장히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상 세계에서의 무한 성장과 무한의 돈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면 곧바로 경제가 붕괴되고 사회가 붕괴되는데, 실제로는 이것이 뒤섞여 이야기되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물론 자세히
들으면 그렇지 않겠지만, 역시 이런 이미지가 강하죠.
디스이즈게임: 본인은 원래 메카닉 디자이너가 본업이었고
이후 연출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계신데, 디자인과 연출 중 어디에 더 중심을 두고 계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종종 전문학교 등에서 발상법 강좌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다차원적 발상법이라는 강좌를 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각자의 능력이나 잘하는 부분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스스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웃음)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는 합체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을 잘하는 편이에요. 저에게는 합체나 변형이 디자인이라고 하는 방법인 거죠. 그 디자인
기법을 메카에 적용하면 변형 메카 디자인이 되고, 그것을 연출에 적용하면 연출 디자인이 되는 것이죠.
제가 중점을 두는 것은 디자인이고, 그것을 어디서(메카나 연출) 표현할지는 거의 묻지 않는다는 것이 제 스탠스인 것
같아요.
디스이즈게임: 디자인이라는 부분... 그러니까 발키리를 보면 디자인과 그 디자인에 대한 스타일링 부분이 약간 좀 구분되어서 이야기되는 것 같은데요. 그럼 디자인과 스타일링을 어떻게 차이를 두고 구분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기능, 즉 펑션(Function)이 있고,
그 기능에 구조를 수반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잘되지 않으면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죠. 그것이 디자인이고, 스타일링은 더 시각적인, 즉 겉모습을 말합니다.
즉 스타일링은 시각적인 것이나 인상, 감각에 호소하는 것으로 생각하죠. 그리고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라는 것은 전혀 없고, 둘 다 겹치는 부분이 있으며, 이 둘의 조합으로 디자인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죠. 기능성을 수반하는 디자인에도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주문에 맞춰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디자인 씽킹'이 바로 이를 말합니다. 주어진 문제나 과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 디자인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이죠.
그러나 제가 정말로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것은 오리지널 디자인입니다. 해결해야
할 주문, 즉 과제 자체를 만드는 것이죠. 과제 자체를 만드는
것부터 하는 것이 오리지널 디자인이고, 그 과제에 대한 답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디자인 씽킹의 디자인입니다.
보통 이런 깊이 있는 질문을 좀처럼 받을 기회가 없어서 이런 중요한 포인트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이런 질문을 해주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디스이즈게임: 지금 이야기하신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본인이 디자인한 발키리는 수많은 기종으로 파생됐습니다. 이런 부분에선 창작의 고통을 느끼실 듯한데, 게다가 앞으로도 다양성을 가진 기체들을 선보이셔야 하는 것도 큰일이겠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큰일이죠. 그걸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일단 지금 말한 정의에
맞춰서 이야기하면 제일 처음 나온 발키리인 'VF-1'이 유일한 오리지널 디자인입니다. 그 이후의 시리즈는 변형 기구를 바꾼
과제 해결 디자인이고, 그리고 색을 바꾸거나 날개 모양을 바꾼 스타일링 디자인이에요.
그래서 어떻게든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변
전의(파이터 모드의) VF 시리즈 자체는 진정한 항공기로서의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항공역학 쪽에서 진짜 비행기가 발전해 주면 디자인하기 쉬운데, 최근에는 전혀 발전이 없어서 매우 곤란합니다. (웃음)
디스이즈게임: 요즘은 또 아이돌이나 무대 연출 쪽에서도 많이 활약을 하시고 실제로 좋은 결과물이 많이 나오는데, 본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메카닉 전투 연출과 아이돌 무대 연출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고 어디에 중점을 두시려고 하는지 궁금하네요.
카와모리 쇼지: 일단 콘셉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메카닉 전투 연출이 정말로 어렵네요. <마크로스 플러스> 때는 실제로 미국에 연습기를 타러 가서, 실제로 배우고 조종하면서 공중전을 체험했습니다.
비록 옆에 교관이 있긴 했지만 이타노 이치로 씨와 함께 실제 공중전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활용할 수 있었죠. 이런 경험을 한 이후에는 죄송하지만, 다른 작품을 봐도 공중전을 제대로 그린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메카닉 전투의 연출은 이상한 무기를 만들 수는 없어서 매우 힘들지만, 라이브 무대 연출 쪽은 비교적 자유롭게 콘셉트를 생각하면 할 수 있어서 편하게 할 수 있죠. 그런데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셰릴 놈의 '유니버설 버니'를 연출했을 때 제 안에서 '꽤 괜찮은 것을 만들었다'고 느껴서 이후에는 그것과 비슷해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게 힘듭니다.
그래서 정말로 콘셉트를 생각해서, 셰릴 놈의 유니버설 버니에는 톱니바퀴였고, 란카 때는 마법소녀라는 것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돌파했고, 델타의 절대 라이브는 아이스 스케이팅이라는 콘셉트를 정했죠. 콘셉트를 찾으면 거기서부터 자유롭게 하는 느낌이죠.
그리고, 메카 전투와 라이브의 공통점으로, 다른 사람들이 잘하지 않는 것은 엄청나게 카메라를 움직이는 겁니다. 시점의 변화, 앞서 말한 발상법 중의 시점을 바꾸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시점에서 보는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디스이즈게임: 연출적인 측면에서 <마크로스 제로>는 처음으로 3D를 적용해 메카닉을 스크린에 담았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사실 그런 종류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없었거든요. 3D를 적용할 때 주변의 반대나 혹은 기대 등은 없었나요?
카와모리 쇼지: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다 보니 외부 사람들에게서 많은
말을 들었죠. 팬들도 포함해서. 하지만, 이타노 씨와 <마크로스 플러스>를 만들었을 때부터 이미 우리의 한계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즉
우리의 손으로 그려서 할 수 있는 한계를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시도했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하기 전에 도전해보자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CG로 넘어가는 흐름이었습니다. 디지털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것이, 역시 그 메카 자체의 표현으로서는 디테일업과 텍스처가 가능해지면서 구현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크로스 제로>에서 잘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특히 5화의 구름 장면이에요. 네, 구름
속에서 다양한 스턴트를 하고, 공중전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었다고 느낍니다.
디스이즈게임: 본인이 연출할 때 상상을 조금 더 스크린에 담을
수 있는 그런 폭이 좀 넓어졌다고 이해를 하면 될까요?
카와모리 쇼지: 확실히 표현의 폭은 넓어졌네요. 그리고 <마크로스 델타>의 주력 발키리인 VF-31의 슈퍼팩 같은 걸 이제 손으로 그리라고
하면 다들 손사래를 치면서 절대로 디지털을 써야 한다고 하는 상황이 온 거죠(웃음)
디스이즈게임: 개인적인 감상으로 <마크로스 델타>를 보면 아이돌들의 무대 연출, 라이브 장면은 마치 발키리의 전투장면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카와모리 쇼지: 좀 전과 비슷한 답변이지만... 아이돌 즉 연출해야 할 인원이 한 명 한 명 늘어나다 보니 5명까지
왔죠. 이 5명을 모두 보여주려면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이
와버립니다. 전투 신이나 무대 라이브 장면이 잠깐만 보여줘도 10컷은 잡아먹는데
조금만 더 보여주고자 방심하면 순식간에 컷 수가 늘어나서... 그러다 보니 왈큐레의 인원이 많은 걸
후회했죠(웃음).
디스이즈게임: 파격적인 연출로 기억되는 건 <마크로스> TV판의 27화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전면에 내세우고 싸움을 끝내기로 하는 부분입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흐름과 전혀 달라서 기억에 오래 남는데요.
카와모리 쇼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그 별 너머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마크로스>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노래로 해결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TV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해서 14화
중반까지 가고, 슬슬 결말을 정해야 할 때가 되어서야 추궁당하고 궁지에 몰렸죠.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무기를 생각해서 등장시키고 해결하고 엔딩을 내면
<건담>이나 <스타워즈>, <우주전함 야마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여러 가지로 궁지에 몰리면서, 다시 한번 요소를 정리하던
중에, 상대는 문화를 모르는 전투종족이라는 점... 그리고
민메이의 노래로 문화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이대로 문화충격으로 밀어붙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제안했더니, 주변 모든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했고, 그런
걸로 전쟁이 끝날 리가 없다고 했죠. 그래서 그렇게 말하니까 저는 고집이 세서, 그럼 꼭 하고 싶으니까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하게 해달라고 해서 그런 흐름이 된 거예요.
디스이즈게임: 그렇게 해서 민메이 어택이...
카와모리 쇼지: 이때 거만하게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발키리 완구가 절대 팔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이
실패해도 스폰서가 마음대로 이 작품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그런 의지도 있었죠.
그때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런 발상법의 강좌에서 이야기하는 관점을 바꾸는 것은, 촬영 앵글을 바꾸거나 이동시키거나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의) 차원을 바꾸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무기를 아무리 많이 강력하게 만들어도 같은 차원이죠. 그리고 무기에 대해 문화라는 것은 차원이 다르죠. 그래서 차원의 차이를 작품에 도입하는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응용한 것이, 예를 들어 <마크로스 플러스>의 경우에는, 인간과 AI라는 차원이 다른 것,
리얼과 버추얼의 시간이라는 차원의 차이를 테마로 하고 있고, <마크로스 7>의 경우에는 노래로 전쟁을 해결한다고 말했지만, 노래하면서
싸우지는 않는다는 것까지 다른 캐릭터와 차별화 등 항상 신경 쓰고 있죠.
디스이즈게임: 결국 <마크로스> TV판 27화 이후에 노래가
'마크로스' 테마처럼 되어 있는데, 그 중요한
시기를 시작한 <사랑은 흐른다>라는 노래가 극장판에서의
같은 장면에선 <사랑 기억하시나요>로 바뀌어서 그
또한 충격적이었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네, 역시
극장판으로 만드는 이상 새로운 곡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토컬처 시대의 노래로서의 설득력과
보편적인 사랑의 노래라는 것을 일치시키는 곡이 없었어요. 그때까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는 느낌이죠.
디스이즈게임: 그리고 <사랑
기억하나요>라는 그 곡은 <마크로스 7>, <마크로스 프론티어>, <마크로스 델타>까지 이어지면서 다른 가희를 통해 계속 불리게 됩니다. 이 노래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부여한다고 봐야겠죠?
카와모리 쇼지: 그렇죠. 그
노래는 50만 년 전부터의 시간을 거쳐왔다는 설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다른 <마크로스> 시리즈의 시간에서는 겨우 수십 년의 차이니까요. 시리즈의 근간을 잇는 의미... 특히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매번 다른 스타일도
편곡하고 있으니까, 그 안에서도 제대로 한 줄기를 관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부분이 있죠.
디스이즈게임: 이건 개인적인 질문이긴 한데요. 40년 동안 묵힌 궁금증이라... 극장판 최종전투 장면에서 모 브랜드의 맥주 캔이 날아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였나요?
카와모리 쇼지: (웃음) 그건 말이죠, 애니메이터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분풀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도 날려보겠다고 해서 장난으로 넣은 겁니다. 이게 보이면 소송이 걸리고 그러면 싫으니까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컷 수가 적어서 안 보인다고 해서 들어갔던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냥 다 보이잖아요(웃음). 그렇지만 사람들도 숨 돌릴 틈을 줘야죠. 힘든 걸 아니까. 그리고 말이죠, 시리어스하게 세계관에 맞춰서 말하면 진짜 전투기... 지금은 스텔스라서 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자주 노즈 아트처럼 그려서 페인트칠했으니까, 술을 좋아하는 정비사가 장난으로 미사일에 그린 것 아니냐라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죠.
디스이즈게임: <프론티어> 이후 <마크로스> 시리즈에서는 기존 작품의 캐릭터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예를 들어 <프론티어>에서는 <플러스>의 이사무가, <델타>에서는 첫 작품의 맥시밀리언 지너스가 등장하죠. 팬서비스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기 위한 기획인가요?
카와모리 쇼지: 둘 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론티어>에서는 팬 서비스의 요소가 강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반응이 좋을 줄 알았음에도 그냥 잠들어 있는 연결고리 정도로만 넣어두자 정도의 생각이었죠.
<델타>의 맥스의 출연은 주인공 중 하나인 미라쥬 파리나 지너스와의 관계도 포함해서 제대로 내용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도 있죠. (-편집자 주- 미라쥬 F. 지너스는 <마크로스>의 맥시밀리언 지너스의 손녀이자 <마크로스 7>의 밀레느를 이모로 둔 시리즈를 잇는 혈연관계에 있다)
디스이즈게임: 시리즈 사이에 세계관이 이어진다와 같은?
카와모리 쇼지: 그렇습니다. 적 진영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아군 쪽까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라면 새로운 캐릭터 인플레이션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처음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제대로 모두가 알고 있는 캐릭터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세계관의 이어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가능한 다른 작품을 안 보시는 이유가 모방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니까 영향을 받는 게 싫다는 것 때문으로 이해하는데요. 그럼에도 무대나 전투 연출을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있는지요?
카와모리 쇼지: 장르가 다른 것은 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런 건 좀 많이 챙겨보는 편입니다. 특히 영화보다는 실제 무대에서 연기하는 연극이나 뮤지컬 또 라스베가스의 쇼, 태양의 서커스 등에서 굉장히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질문의 연장선에서 최근 보신 것 중에 굉장히 인상에 남은 작품이 있었을까요?
카와모리 쇼지: 최근에 좋았던 건, 라스베가스의 <파티클 잉크: 하우스 오브 세터드 프리즘>이라는 쇼가 정말 좋았어요. 애니메이션과 실제 배우가 계속 주고받으면서 하는 작은 무대였는데, 포스터만 보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초절정으로 강했어요.
뭔가, 연출 방법으로는 다른 무대에서는 하이라이트로 2, 3분 정도 조금씩 사용하기는 하는데, 이 쇼는 쇼 전체를 이 연출로 꾸미고 있는데, 작은 방 정도 크기의 공간을 계속 이동하면서 세트가 바뀌면서 보여지는 애니메이션과 실제 배우의 퍼포먼스는 정말 아쉬울 정도로 잘 만들었더라고요.
디스이즈게임: 앞으로 크리에이터로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계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크리에이터로서의 목표는 몇 가지가 있는데, 디자인, 메카닉 디자인에 관해서 말하자면 리얼한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계속해 나가고 싶다는 것이 우선 하나 있죠.
그리고 연출적으로는 당연히 또 애니메이션 영화도 기획하고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만들어가지만, 새로운 미디어에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어서 오사카 박람회에선 XR 등을 이용한 리얼 장축 시어터를 이용한 전시작품에 도전이 있죠. 초시공 시어터... 초시공이라고 해서 <마크로스>와 캐릭터나 메카닉이 나오는 건 아닌데, 데카르차 면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
카와모리 쇼지: 먼저 한국은 이 일을 시작한 40년 전부터 같이 있었고 이웃 나라이기도 하고 인연도 깊습니다. 정말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팬들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를 만들어갈 테니, 꼭 함께 데카르차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내년에 오사카에서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니 꼭 데카르차한 체험을 하러 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