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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도 좋다! 직접 듣고 만나본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기대작 5선

스팀의 후원으로 더욱 풍성해진 올해의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한지훈(퀴온) 2024-11-21 12:06:52
2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 덕분일까, 이번 지스타 2024의 인디 쇼케이스는 유독 풍성했다. 참가한 인디 개발사와 출품작도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세계 최대 규모의 PC 게임 플랫폼 스팀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행사가 더욱 풍성해지기도 했다. 덕분에 올해는 특히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인디 쇼케이스를 향했다.

앞서 많은 기사들이 이번 인디 쇼케이스의 훌륭한 출품작들을 소개했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소개하고 싶은 출품작들이 있어 이 기사를 준비했다. 각자 독보적인 스타일을 여과 없이 뽐내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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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스타 2024] 인디는 사'람'이고 사'랑'이다 ① (바로가기)

▶ [지스타 2024] 인디는 사'람'이고 사'랑'이다 ② (바로가기)


지스타가 막을 내린 지 4일,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추천하는 이번 인디 쇼케이스의 기대작 5가지를 소개한다.


# <괴담도시>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게임은 뉴매틱의 <괴담도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과 대비되는 음침하고 기괴한 배경의 분위기, 사이드뷰 시점과 각종 퍼즐 요소 같은 게임의 전반적인 요소들이 <리틀 나이트메어>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개발사 뉴매틱은 VR 게임을 전문으로 개발하던 회사이고, <괴담도시>는 이들의 자사의 대표작 <히든 픽쳐스>의 세계관을 확장해 만든 게임이다. 즉 특징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공포감을 배가시키는 섬세한 배경 묘사는 모두 원작이라 할 수 있는 <히든 픽쳐스>의 개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임의 특징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섬세한 배경 묘사는 이들의 전작 <히든 픽쳐스>의 개발 경험에서 비롯됐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리틀 나이트메어>와의 차별점이 두드러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자아내는 <괴담도시>만의 연출이다. 사이드뷰 시점의 좁은 시야를 활용해 적과 함께 갇힌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그렇고, 병원 침대 아래 숨어있던 주인공에게 주변 적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장면의 연출이 상당히 좋았다. 이 장면에서 놀라 ‘헙’하고 숨을 삼키는 관람객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11월 중 PC 출시를 예고한 <괴담도시>는 시연에서 공개한 ‘폐병원’ 외에도 ‘보육원’과 ‘정육점’ 등 4개 스테이지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각각 한 시간 정도의 분량이니 총 분량은 5시간 정도다. 마침 캐주얼한 공포 게임 경쟁작들의 출시가 요원한 시기, 이 같은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괴담도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시냅스>

크레젠트의 <시냅스>도 올해 지스타 인디 부스를 빛낸 기대작 중 하나다.

‘멀티플레이 협동 공포 FPS’를 표방한 <시냅스>는 AI의 폭주로 몰락한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AI 폭주의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팀의 여정을 다룬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조사팀의 일원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해 (말 그대로)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는 안드로이드에 맞서면서 숨겨진 정보를 찾아 탈출해야 한다.

공포 게임 마니아라면 여기서 익숙한 게임들이 떠오를 것이다. 게임의 세계관은 <시스템 쇼크>를 닮았고, 게임의 목표와 구성은 <GTFO>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피어>의 공포 연출과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술래 잡기 구도도 돋보였다. 비슷한 게임이 많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들의 매력들만 골라 담아 맛있게 버무린 잡채 같은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는 폭주 안드로이드. 잡히면 바로 데드신이 등장한다.

스캐너로 게임의 목표를 찾는 구성은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을 연상시킨다.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할 말이 많다. 고작 10명 남짓한 팀이 10개월 만에 뚝딱 만든 게임이라기엔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놀라우리만치 높았다. 특히 그래픽 부분에서는 기존 에셋 활용 없이 대부분의 그래픽을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이번 시연 빌드가 전체 게임의 약 30% 수준이라고 하니, 추후 출시된 게임에선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에 기대를 품게 된다.

최근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 된 게임 리스트를 살펴보면 <리썰 컴퍼니>나 <파스모포비아> 같은 협동형 공포 게임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시냅스>도 이들의 뒤를 잇는 글로벌 히트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 <막타>

‘배드애스(Badass)’라는 말이 있다. 영어사전에는 ‘거친, 공격적인’이라고 나와 있지만 이걸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동네의 흔한 시정잡배들을 배드애스라고 부르진 않으니까. 배드애스는 ‘멋있어야’한다. 거칠지만 멋진, 통제 불가능한 야생마 같은 강렬한 느낌이 우리를 배드애스에게 주목하게 만든다.

막타 스튜디오는 여기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아스달 연대기>, <테라>, <아틀란티카> 등 여러 게임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구성된 이들은 단 3달 만에 출품작 <막타>를 준비했다. <데빌 메이 크라이>를 의식한 듯 특유의 배드애스와 빠르고 호쾌한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조회수를 좇아 심령 스팟을 방문해 귀신과 요괴들을 퇴치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더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놀랍게도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캐릭터 모델이 따로 있나 확인해보니 가상의 인물이라고 한다.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된 <막타>는 아직 ‘테크 데모’ 수준에 가깝다. 짧은 준비 기간 때문에 몬스터 디자인은 기존 에셋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패링 같은 전투 요소 역시 구현되지 않았다. 다만 결코 낮지 않은 게임의 완성도나 초반부 주인공이 폐가로 들어가는 시네마틱 영상의 그래픽과 연출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지스타 부스에서 만난 스튜디오 막타의 목표는 확실하다. 한국의 전래동화와 괴담을 재구성해 한국적인 서사와 전투를 그려낸 AAA급 완성도의 액션 RPG. 독특한 콘셉트와 주인공의 배드애스스러움에 한껏 매료된 기자는 추후 들릴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 <피아>

이쯤에서 이색적인 게임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팀 폭발물처리반의 <피아>, 올해 지스타에서 만나 본 게임 중 가장 짧지만 강렬한 게임이었다.

<피아>는 <킵 토킹 앤 노바디 익스플로드>처럼 폭탄 해체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차이가 있다면 해체하는 폭탄이 시한폭탄이냐, 지뢰냐의 차이다. 전쟁 중 부상당한 아군과 함께 이동하던 중 매복된 지뢰를 밟은 상황, 발을 떼지 않고 매뉴얼과 각종 도구를 활용해 발밑의 지뢰를 해체하는 것이 <피아>의 목표다. 

이 게임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설계된 조작이다. 다리에 해당하는 키는 S키(지스타 현장에선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발 페달을 추가했다)가 떨어지면 지뢰가 폭발한다. S키를 누르고 있는 상태로 R키로 매뉴얼을 열고, C키로 손전등을 켜고, G키로 파우치를 열어 Y키로 단검을 꺼내야 한다. 말하자면 보드게임 <트위스터>를 왼손의 다섯 손가락으로 플레이하는 셈인데, 단순한 게임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절묘한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지뢰를 해체하기 위해선 S키를 누른 상태로 순서에 맞게 화면에 표시된 도구들을 활용해야 하는데

말하자면 지시에 맞는 색깔에 손과 발을 올리는 <트위스터>를 왼손 다섯손가락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이다.

6·25전쟁 당시 지뢰 사고로 전사하신 할아버지의 사연을 모티브로 한 <피아>는 내년 상반기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스토리 모드를 무료로 배포한다. 이후 여러 종류의 지뢰를 추가한 챌린지 모드와 하드 모드도 출시할 계획이니 관심이 있다면 출시를 기다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잠깐 첨언하자면 현실의 지뢰는 밟는 즉시 폭발해 해체가 불가능하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지뢰는 가공의 지뢰라는 설정이니, 게임적 허용으로 봐주시길.



 # <바이리나>

올해 지스타의 인디 쇼케이스에는 해외 게임사들의 참여도 돋보였다. 저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온 파파게임즈(Far Far Games)의 <바이리나>도 그 중 하나다. 

핵 앤 슬래시 스타일의 액션 RPG로 그려진 <바이리나>는 슬라브 민담과 신화를 소재로 한다. 기존 다른 게임의 어둡고 장엄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밝고 목가적인 독특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살을 에는 추위도 보드카 한 잔으로 이겨내는 슬라브 문화 특유의 호탕함이 게임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고 느껴졌다. 게임의 도입부에서 플레이어가 가장 처음 접하는 상호작용이 노상방뇨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다른 게임과는 사뭇 다른 특유의 목가적인 슬라브 신화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컨셉과 비주얼을 넘어 게임 플레이도 상당히 강렬하다. 핵앤슬래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다수 앞에 장사 없는“ 제법 난이도 높은 전투가 진행된다.  캐릭터의 전투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부드러운 편인데, 여기에 하얀 선으로 표현된 독특한 이펙트가 보는 맛을 더한다. 사실적인 3D 그래픽 위에 그려지는 만화적인 연출은 <바이리나>만의 재치 있는 유머다. 

아쉽게도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영어만 제공되어 정확한 스토리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추후 정식 출시 때는 한국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낯선 슬라브 신화의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이 게임, 2025년 출시 예정이니 관심이 있다면 출시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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