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팀에서 <마블 라이벌즈>가 놀라운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약 40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더니, 이를 꾸준히 유지하며 인기 순위 차트 상위권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중이다. 개발사 넷이즈는 <마블 라이벌즈>가 출시 3일 만에 누적 이용자 1,000만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마블 라이벌즈>
<마블 라이벌즈>를 플레이하며 처음으로 받은 인상은 '캐주얼'하다는 점이다. <마블 라이벌즈>는 캐릭터가 많고 복잡한 팁업 스킬이 있어 배워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임 장르가 바로 '슈팅'이다. 포지션에 맞춰 설명하면 탱커는 앞에서 열심히 싸우고, 딜러는 적을 열심히 쏘고, 힐러는 아군을 열심히 회복하면 된다.
기본적인 조작 체계도 어렵지 않으며, 이미 시장에 출시됐던 히어로 슈팅 게임이 많기에 '정말로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적은 것'이 아니라면 적응하기 어렵지 않다.
슈팅 게임이 별 게 있나. 보이는 놈 전부 쏘고, 화물을 밀거나 점령지를 점령하면 된다.
타 게임 비유를 많이 할 수밖에 없어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마블 라이벌즈>에는 <오버워치> 출시 초창기의 '즐겁게 혼란스러운 모습'이 동일하게 보이고 있기도 하다. 아직 메타와 캐릭터 티어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았고, 대부분이 게임에 아직 숙련되지 않았기에 서로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적이 보이면 마구잡이로 스킬을 사용하며 싸우는 양상이 보이고 있다.
덕분에 게임의 조작 체계에 빠르게 적응해 상대방과 신나게 싸우는 '히어로 슈팅' 장르 특유의 재미가 <마블 히어로즈>에서 잘 보이고 잇다.
개인적으로 게임 기자가 업이다 보니 최근 스팀에 출시된 여러 PvP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다 "이 게임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못 하겠다"라고 느끼고 게임을 삭제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마블 히어로즈>는 정반대였다. 입문이 정말 쉬웠다. 이런 낮은 접근성은 많은 플레이어를 모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마블>이라는 IP가 가진 강력한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IP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마블 라이벌즈>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영리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접근성이 좋다. 게임 시스템이 심각하게 복잡한 것이 아니기에 "마블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새 게임이 나왔다고?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플레이하기 좋다.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시점을 선택했다는 점도 메리트가 된다. 이런 캐릭터를 위시로 한 IP 게임은 팬층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고 있어도, 시점이 1인칭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면 'IP의 힘'은 그다지 발휘되지 않는다. 캐릭터가 시각적으로 보이느냐의 여부는 중요한데, 특히 스킨 판매와 연관되어 있다.
출시 영웅도 33명으로 신규 PvP 게임 치고는 상당히 많다. 밸런스 문제가 우려되긴 하지만, IP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수'다. "마블 캐릭터가 총출동해 올스타전을 벌인다!"고 홍보해 놓고 정작 게임에는 밸런스를 이유로 캐릭터가 12명도 넘지 않으면 굉장히 맥이 빠질 수 있다. <마블 라이벌즈>는 출시 시점부터 많은 캐릭터 게임에 포함시킴으로서 관심을 잘 끌었다.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과 같은 공중 활공 능력이 중요한 캐릭터도 있기에
아무래도 1인칭으로 만들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마블 라이벌즈>의 캐릭터들. 시작부터 상당히 많다.
그리고 개발진이 <마블> IP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이해를 잘 하고 있다고 느껴진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점'이다. <마블 라이벌즈>는 무료로 서비스되는 게임이기에, 스킨이나 시즌 패스와 같은 여러 유료 아이템을 메리트 있게 만들어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블 라이벌즈>의 상점 페이지를 열어 보면 대부분의 치장 아이템과 패키지가 마블이 선보였던 실사 영화의 테마로 꾸며져 있다.
가령 '스파이더맨'의 '노 웨이 홈' 스킨은 말 그대로 해당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이 입었던 수트랑 동일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스킨이 포함된 패키지를 선택하면 판촉 동영상으로 영화의 명장면을 최대한 재현한 장면을 재생해 준다. 이 동영상은 게임에서 MVP 애니메이션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패키지가 마블 실사영화랑 연관되어 있다.
MVP 애니메이션 중 하나
- 기존의 성공 공식에만 기대지 않은 <마블 라이벌즈>의 변주
<마블 라이벌즈>가 기존에 출시된 몇몇 게임과 상당수 유사하다고 해서 차별화 포인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마블 라이벌즈>만의 몇몇 독특한 시스템도 녹아들어 있는데, 완성도가 좋은 편이라 게임플레이에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팀업'(협공) 시스템이다. 연관이 있는 캐릭터끼리 조합을 짤 경우, 캐릭터의 설정에 맞춰 여러 버프를 얻는 것이다. <마블> 코믹스나 영화를 많이 봤다면 이해가 쉽다. 그루트와 로켓 라쿤이 한 팀에 있으면, 로켓 라쿤이 그루트의 몸에 올라가 마음껏 총을 난사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과 베놈을 팀으로 조합하면, 베놈이 심비오트의 힘을 스파이더맨에게 나눠 준다.
스파이더맨 팀업의 예시
꼭 팀업이 아니더라도, 각 히어로의 스킬을 조합하는 재미도 잘 살렸다. 예를 들어 닥터 스트레인지는 차원문을 만들 수 있고, 아이언 맨은 강력한 폭탄을 날려보내는 궁극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적에게 향하는 차원문을 만들고, 여기에 아이언맨의 궁극기를 집어넣는 행위가 가능하다.
'지형 파괴' 시스템도 있다. 아무리 게임 밸런스가 중요하다 해도,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엄청난 위력의 능력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데 길가의 나뭇가지 하나마저 꺾지 못한다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 것이다.
<마블 히어로즈>의 많은 오브젝트는 플레이어가 파괴할 수 있기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 준다. 가령 '스타 로드'가 엄폐물을 끼고 이곳저곳에 총을 쏘며 '깝죽거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엄폐물을 부셔 버리면 된다. 오브젝트 파괴는 <배틀필드> 시리즈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게임의 진행에 일부 영향을 미칠 정도는 된다.
위에서 캐주얼하다고 언급했지만, 파고들면 많은 전략적 여지와 컨트롤이 나올 부분도 있다. '스파이더맨'과 '블랙 팬서' 같은 캐릭터들은 사용자의 조작 능력 여부에 따라 정말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도록 스킬이 구성되어 있으며, 캐릭터에 할당된 다양한 스킬과 팀업 능력은 맵의 특성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크게 느껴진 점은 <오버워치>와 많은 유사점을 가진 만큼, 문제점 역시 비슷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역할 고정'이 없다. 역할 고정 시스템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6명 모두 딜러를 픽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게임에서 패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오버워치> 초창기처럼 특정 포지션이 부족하면 경고를 하는 것에 그친다.
지난 <오버워치 2>가 <오버워치 클래식> 이벤트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선보였을 때 유저들이 "아 이 부분은 정말 불편했었지"라고 느꼈던 부분이 <마블 라이벌즈>에 존재하기도 한다.
가령 밸런스적인 영향 때문에 쉽게 건드릴 수는 없겠지만 '자동 회복'이 없어 힐팩을 찾거나 힐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체력 회복 수단이 전혀 없어 조금 불편한 감이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추가하면 밸런스에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한 번 논란이 된 <마블 라이벌즈>만의 시스템도 있다. '시즌 보너스'라는 개념이다. 시즌 보너스는 개발자가 정한 특정한 캐릭터가 강력한 보너스를 받는 개념이다. 탱커 캐릭터는 체력이 150 상승하고, 딜러 캐릭터는 대미지가 20% 증가하는 등 수치적으로만 봐도 상당하다.
시즌 보너스는 특정한 캐릭터와 팀업 효과를 주는 뼈대 캐릭터에게 플레이에 대한 메리트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베놈은 팀업을 통해 스파이더맨에게 대미지를 보충하는 새로운 스킬을 부여해줄 수 있다. 문제는 이 팀업 효과는 스파이더맨만 누리는 것이기에, 베놈을 플레이하는 유저는 팀업을 위한 조합을 맞춰주는 것에 메리트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팀업 효과의 뼈대가 되는 캐릭터를 선택할 메리트가 있도록 별도의 버프를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즌 보너스를 받는 캐릭터는 대부분 조합의 뼈대가 되는 캐릭터들이다. 개발진 역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발언을 남겼다.
팀업과 시즌 보너스. 자세히 보면 뼈대가 되는 캐릭터에게 시즌 보너스가 적용되어 있다.
시즌 보너스 시스템은 게임 출시 후 해외 커뮤니티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시즌 보너스에 대해 정확히 알기 어려워 출시 후 시간이 지나서야 존재가 알려졌으며, 개발자가 메타를 너무 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보너스로 인해 특정 캐릭터가 단일 성능으로도 너무나 강력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해 이 기사에서는 길게 다루지 않으려 한다. 시즌 보너스 시스템이 옳던 그르던 간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이것이라 생각한다. 늘 이런 PvP 중심의 게임은 장기 서비스되며 필연적으로 '밸런스'와 '조합', '메타' 이슈가 생기곤 한다. 지금은 모두가 게임에 적응하는 단계이기에 문제가 없지만, 출시 한 두 달이 지나면 보통 메타가 생기며 캐릭터 픽이 고착화되고 여러 문제가 생겨난다.
특히, <마블 라이벌즈>는 IP의 힘이 강한 게임이기에 이런 픽의 고착화가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장인'이 되고 싶은데, 성능이 너무 나쁘고, 시즌 보너스와 팀업 보너스도 별로여서 도저히 쓸 수 없다면 게임에 대한 애정이 크게 하락할 것이다.
게다가 출시 시점부터 33명의 캐릭터와 다양한 팀업 효과를 준비해 놓았기에,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게임에 적응하는 시점부터 밸런스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인기 캐릭터의 난이도가 조금 까다롭다는 문제도 있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은 조작 실력과 센스가 요구되는 편이다.
팀업 효과가 강력하기에 서로 '픽'을 가지고 분쟁이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 플레이어가 '스파이더맨-베놈' 조합을 강력하게 원하고, 다른 플레이어는 '매그니토-스칼렛 위치' 조합을 원한다면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 협력해야 하는 게임에서 분쟁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팀업을 통한 조합 문제로 인해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단 뜻이다.
캐주얼 유저와 숙련 유저 사이에서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두 이용자층이 원하는 바는 보통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마블 라이벌즈>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업데이트를 진행할 지도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그 외에는 게임의 템포와 타격감, 최적화 부분에서 일부 아쉬움이 있다.
이미 커뮤니티 등지에 <마블 라이벌즈>를 통해 PvE 모드를 출시하는 등, 시작이 좋았으니 앞으로 게임을 잘 서비스하고 여러 콘텐츠를 추가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가득하다.
PvP 게임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것은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블 라이벌즈>의 개발진은 어떻게 마블 IP를 활용하고, 먼저 출시된 게임들의 사례를 섞어야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방향성으로 게임을 개발해 선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높은 이해도를 보여준 만큼, 이 느낌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마블 라이벌즈>가 IP의 힘에 기대 '반짝'한 게임이 될지, 아니면 마블과 넷이즈의 새로운 간판이 될 게임으로 오랜 기간 서비스될지는 개발진의 후속 업데이트에 달렸다.
<마블 라이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