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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우리들의 영원한 주인공 '강수진 성우'를 만나다

성큼 다가온 AI 시대...연기에서의 새로운 도전도 꿈꿔보다

김승준(음주도치) 2025-05-25 21:38:07

<원피스> 루피, <명탐정 코난> 남도일, <슬램덩크> 강백호. 주요 작품을 다 나열하면 끝도 없을, 우리들의 추억을 책임져준 영원한 주인공 '강수진 성우'는 "지금까지 보여드린 연기의 형태도 힘이 닿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보여드리겠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연기에 대한 도전도 꿈꿔보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기회를 얻어 플레이엑스포 2025 현장에서 '강수진 성우'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레트로 장터 무대에서 성우와 아티스트분들이 공연을 한 무대 행사의 진행자가 바로 강수진 성우였는데요. 25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우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각종 무대, 그리고 강수진 성우와 팬들이 여러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팬 사인회 시간도 있었죠.


무대 직후 강수진 성우를 따로 만나 폭 넓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매력적인 연기를 계속해서 선보일 수 있던 배경부터, 게임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 최대 화두 AI(인공지능),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기억해오던 강수진 성우의 모습과는 또 다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담백하게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신 덕에, 질문을 열심히 준비해간 기자도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경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콘텐츠 플랫폼도 인공지능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살아 있는 전설 '강수진 성우'는 과연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플레이엑스포 2025 현장에서 강수진 성우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던 배경엔 특별한 노력이 


Q. 디스이즈게임: 안녕하세요, 성우님. 무대 진행도 인상적으로 잘 봤습니다. 게임쇼 현장에 오셨는데 평상시에도 게임을 많이 즐기시는지 궁금합니다.

A. 강수진 성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게임 콘텐츠에 많이 참여도 하고 게임과 밀접한 일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제가 플레이어로서 많이 하지는 못해요. 나름의 사연이 좀 있는데, RPG같은 장르말고, 모바일게임 중에서도 퍼즐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들만 조금 하고 있어요.


Q. 캐주얼 게임을 하시는군요. 이번에 플레이엑스포 현장 와보시니 소감이 어떠세요?


A. 강수진 성우: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왔는데요.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볼거리 즐길 거리가 점점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작년에도 레트로 게임 장터에서 사인을 했었고요. 확실히 레트로 게임도 대세인 것 같아요. 레트로 게임을 위한 공간도 더 넓어지는 것 같고, 신작 게임 못지않게 레트로 게임하는 분들도 계속 유지되는 것 같네요. 


플레이엑스포 레트로 장터 무대에서 멋지게 사회를 봐주신 강수진 성우입니다.


Q. <원피스>의 루피,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슬램덩크>의 강백호 외에도 김전일, 란마 등 주인공 목소리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오셨잖아요. 성우님이 생각하시기에 이렇게 긴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었다고 보시나요?


A. 강수진 성우: 긴 시간 그런 캐릭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게 100% 저의 능력이었다기보다는, 저의 능력치도 있겠지만 운이 많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 롱런하는 타이틀의 주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던 게 저에게 큰 행운이었고, 그 행운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요.


물론, 그런 행운을 만나게 되는 건 운의 영역도 있긴 합니다만, 운이 지속되는 데에는 비결이라기보단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 번 캐스팅 됐다고 해서 영원히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거거든요. 실제로 어떤 특정 캐릭터 같은 경우는 중간에 캐스팅이 바뀔 뻔한 위기도 있었고요. 그 바뀔 뻔한 위기가 저의 능력이 저하됐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제작사나 방송국의 수익과 비용의 문제로 (캐스팅을) 바꿔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경우에 솔직한 마음으로는 굉장히 화가 나기도 하죠. 그래서 싸워서 쟁취해서 유지되는 캐릭터도 있고 그래요, 어떤 캐릭터인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행운이 유지되고, 팬들의 성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수익성과 생산성이라는 논리 때문에 바뀌곤 하는 건 성원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도리는 아닌 것 같아요.


Q. 그렇네요. 강수진 성우님이 주인공을 하실 때는, 그 캐스팅을 믿고 봐주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캐스팅이 교체가 되면 믿고 시청하던 팬들 입장에서도 참 곤란하네요.


A. 강수진 성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제작 구조가 아직까지도 그런 부분이 조금 있어서, 그런 제작 구조와 현실이 좀 안타깝긴 합니다.


<원피스>의 루피.
답변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대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게임 사진입니다. (사진 출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Q. <이누야샤>나 <가오가이거>,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도로로 등 추억 속의 목소리도 많이 맡아주셨지만, 사실 지금 목소리도 그 시절에​ 비해 많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들리거든요. 목 관리도 진짜 열심히 하신 것 같고, 또 그 시절의 매력을 꾸준히 전달하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연기력과 목소리를 유지하는 측면에서 어떤 부분을 많이 신경쓰시는지 궁금해요.


A. 강수진 성우: 토크쇼 무대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목 관리를 위해서, 그동안은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던 편인데요. 목이 건강의 바로미터이고, 건강 상태가 안 좋으면 목에서 바로 증상이 오기 때문에 목보다는 몸 전체의 건강을 위해 운동도 많이 하고 그러는 편이었는데, 이제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목을 위한 관리가 따로 필요하다고도 느껴요.(웃음)


그런데 제게 중요한 건, 목 관리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감성적으로 늙지 않는 것인 것 같습니다. 노화되지 않는 것. 몸은 노화돼도 열정과 감성은 노화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오가이거> 가이. 
대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게임 사진입니다. (사진 출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Q. 그러면 그 젊은 감성을 어디서 충전을 하고 계세요?


A. 강수진 성우: 젊었을 때부터 즐겼던 걸 계속 즐기는 것을 통해 충전하고 있어요. 대중문화는 음악,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잖아요. 새로운 것들이 창작되곤 있지만, 모든 문화는 또 어떤 주기를 가지고 메트로와 뉴트로를 번갈아가면서 나선형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좀 진일보한 옛날 것 그게 뉴트로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감성을 놓치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봐요.


새로운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면서 좀 낯설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즐기고 함께하려고, 감성적으로 느끼려고 해요. 그게 제가 연기하고 있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이라든지, 드라마라든지, 영화, 소설, 연극, 책 등 새로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감상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아, 새로운 것인데 예전에 내가 즐겼던 그 감성이 이 안에도 있네"라는 걸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이 있거든요. 이것을 계속 일깨우는 게 감성을 유지하는, 비결까진 아니지만 노력하는 방법 중 하나죠.


Q. 그러면 평상시에 문화 생활 등에 투자하는 시간도 엄청 많으시겠어요.


A. 강수진 성우: 그래서 드라마, 영화, 음악 굉장히 많이 듣고 보고 있습니다.


무대 현장에선 팬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Q. 네. 꾸준히 노력하고 계시는군요. 최근엔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도 나오셨고, <SNL> 내래이션도 꾸준히 하셨고, <디지몬 어드벤처>의 '에테몬' 같은 캐릭터도 그렇고요. 강수진 성우님을 떠올리면, <카드캡처 체리>의 청명 오빠 같은 예쁜 목소리, 많은 작품에서의 주인공 목소리도 떠오르지만, 이렇게 유쾌한 캐릭터도 함께 연상되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런 개그 연기가 연기 중에서도 쉽지 않은 영역이잖아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이런 요소들을 표현하실 때 어떤 걸 많이 신경쓰시는지,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강수진 성우: 사실은요. 저는 굉장히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거든요.(웃음) MBTI로 따지면 I입니다. 극 I에 해당하는 사람이고요. 원래 제 성격은 I인데 잠재적인 E의 성향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서 그 조금 있는 E의 성향이 발현되는 것 같은데요. 


코믹, 개그, 코미디, 유쾌함 이런 건 사실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는 건데요. 저에게 그 장난기 같은 게, 연기 속에서 장난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성향도 있긴 합니다만, 코믹 연기를 할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코미디 나름의 절박함과 코믹 나름의 페이소스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코믹 연기라고 해서 웃기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 캐릭터와 인물의 말과 행동을 시청자, 청중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웃기고 재밌는 거지, 그 인물이 웃기려고 그 행동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절박한 삶을 살고 있는 거예요. 다만, 그 절박한 삶을 사는 캐릭터가 남이 볼 때 웃길 뿐인 거죠. 


<디지몬> 시리즈의 에테몬. (사진 출처: 반다이)


# 화제가 된 쉐도우밀크 쿠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녹음이었다


Q. 그런 인물의 내면과 동기를 표현해냈을 때 결국 웃음도 따라온다는 거네요. 캐릭터 표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에 <쿠키런 킹덤>의 쉐도우밀크 쿠키 연기가 게이머들과 성우 팬들 사이에서 모두 화제였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쉐도우밀크 쿠키가 되게 입체적인 캐릭터라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연기하실 때 어떤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셨나요?


A. 강수진 성우: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 캐릭터고 많은 걸 준비해간 기억이 있습니다. 워낙 오랜만에 하는 악역이고, 스케일도 크고 방대한 양과 분량의 작업이어서, 준비를 많이 해서 갔는데, 녹음 현장에서 담당 PD와 수많은 갈등과 다툼 끝에 나오게 된 캐릭터입니다.


<쿠키런 킹덤> 쉐도우밀크 쿠키. (사진 출처: 데브시스터즈)


Q. 아, 진짜요? 강수진 성우님 연기력이면 연기하시고 나면 바로 "오케이"하는 현장 분위기였을 것 같은데 아니었나 보네요.


A. 강수진 성우: 그렇지가 않아서(웃음) 사실은 그 수많은 녹음 분량을 굉장히 여러 테이크를 녹음했어요. 굉장히 고생도 많이 했죠. 긴 분량인데도 여러 테이크를 한 이유가, PD와 제 생각이 같을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있잖아요? 그 생각의 차이를 서로 양보하지 못했어요. 캐릭터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였죠.


그래서 결국 여러 차례 녹음을 했어요. 제 생각대로 녹음하고, PD 생각대로 녹음하고, 절충안대로 또 녹음하고 그게 반복됐지만, 결국은 제가 성우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선택은 PD의 몫이잖아요. 그래서 최종적인 선택을 거친 버전이 지금의 결과물인 거예요. 마지막 선택은 PD님이 하신 거죠.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개인적인 마음에는 아쉬운 부분들도 있기는 합니다.


제 입장에서의 베스트는 아니지만, 어째 됐든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연기였고 캐릭터였습니다. 제 마음에 안 들었어도, 유저분들이 너무 좋게 들어주셨는데, 공이 느껴지셨나봐요.




Q. 쉐도우밀크 쿠키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는지, ​제 귀에도 그랬고 유저분들이 듣기에도 들인 공이 느껴진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쿠키런 킹덤>이 원래도 성우 잘 쓰는 게임으로 유명했지만, 유독 쉐도우밀크 쿠키 출시 시즌 때 성우 연기와 캐스팅에 대한 화제에 이목이 많이 모였거든요. "역시 강수진 성우님 연기는 믿고 듣는다" 하는 평이 참 많았어요.


연기에도 열정을 많이 쏟고 계시지만, 성우 학원에서 제자 교육을 하시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계시잖아요. 오늘 무대에 오른 분들 중에도 방송국 후배분들도 계시고요. 앞서 말씀해주신 내용처럼 연기자로서의 시간도 하루가 빠듯할 것 같은데, 이렇게 후배와 제자분들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해주고 계신 계기가 있었을까요?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A. 강수진 성우: 사실 성우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을 할 생각이 처음엔 없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우 지망생 교육의 방향과 내용이, 성우가 되는 공채 시험, 현실적인 합격만 지상 목표인 것처럼 되어버려서요. 직업 성우가 되려면 일단 공채 시험을 합격해야 하는 구조니까, 그 관문을 통과하는 방향으로만 획일화된 측면이 있었어요.


물론 현실적으론 어쩔 수 없어요. 그게 단정적으로 잘못됐다 말할 순 없는 거지만, 현실에선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성우를 가르치는 교육이라면 좀 더 본질적인 개념에 대해 가르치고 현실 구조에도 적응시켜야 되는 거 아닐까요? 그런 기본 개념을 무시하고 있던 교육이 너무 많았어요. 본질은 도외시하고 테크닉만 가르치는 교육에 치우쳐져 있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질을 가르치기 위해서 저는 학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원생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현실의 니즈에서 조금 한 발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저의 소신을 알아주는 학생들이 주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이날 무대에서 후배 성우들이 노래와 공연을 할 때도 정말 열정적인 리액션과 함께 진행을 해주셨던 강수진 성우입니다.


# AI 시대에 성우 업계는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


Q. 이번엔 조금 어려운 질문이긴 하지만요. 게임 업계에선 요즘 AI가 가장 큰 화두예요. 그런데 전 개인적으론 아직까지 TTS(텍스트 투 스피치) 기술도, 딥페이크처럼 한 사람이 말을 했을 때 다른 사람 목소리로 변조해주는 기능도, 민감한 귀를 가진 연기자들이 듣기엔 어색한 부분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 정보 전달 수준의 텍스트 리딩이나, 게임 NPC 중에서도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처럼 단순한 대사를 출력하는 데 있어선 AI로 대체 가능하지 않나, 이런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어서, 성우 업계에도 위협적이다 아니다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에요. AI 시대에 성우 업계는 어떤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걸까요?


A. 강수진 성우: 어렵죠,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앞으로 좀 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냉정한 현실이죠. 말씀해주신 TTS도 이제는 원천 소스가, 한 사람의 목소리를 카피하는 것을 넘어서, 여러 목소리를 조합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와 있으니까요. 원본이라 할 만한 소스가 없어도 물리적인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인간의 목소리를 만드는 거라고 볼 수도 있는 거거든요.


다만, 거기에 이제 감성적인 부분, 감정적인 연기까지 AI가 학습해서 연기해낸다면, 현재의 그 어색함까지 없어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물리적으로 인간이 이걸 막을 길이 없어요. 


Q. 비용적인 측면의 경쟁력도 그렇고요.


A. 강수진 성우: 그렇죠, 비용적으로도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AI 문제는 성우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 꼭 필요하고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기술이지만, 과연 사회에 이로움만 주느냐 고민해봐야 할 영역이 있어요. AI의 양면성이라고 생각하고, 오펜하이머 모먼트에 가깝다고도 생각하는데, 그 답을 저도 지금은 쉽게 찾을 수가 없어요.


AI는 성우 업계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이라스토야)


Q. 저도 같은 주제로 오래 취재를 하고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요. 오픈 AI에서 '소라'도 만들고 챗GPT도 만들고 있지만, 저희가 그 AI 회사의 캐릭터를 팬으로서 사랑하긴 어렵잖아요. 버추얼 유튜버나 성우 팬덤처럼, AI로 생성된 캐릭터에 대해 덕질을 할 수 있을 것이냐, 팬덤 문화가 AI 시대에도 오롯이 연결이 될까 그게 의문이라 보고 있어요. 


A. 강수진 성우: 사실은 사람들의 애정과 소비자들의 감성, 인간적 본성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메타버스의 세계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질 수도 있고요. AI를 개발하는 개발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깊은 고민이 결여된 채로 발전만 추구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AI가 이익만 가져다주진 않을 거거든요.


Q. 그렇네요. 결국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가 될수록 성우분들도 아티스트들도 개개인의 브랜드를 더 강화하는 방법밖에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A. 강수진 성우: 결국 성우가 됐든 어느 직업이 됐든, AI와 인간이 동등하게 경쟁하는 대결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 경쟁 속에서 AI보다 내가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뿐이죠. 다만, 보편적으로 보면 AI보다 더 나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잖아요. 천부적인 재능이 됐든 후천적인 능력이 됐든 그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AI를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죠. 


AI를 만드는 개발자와 과학자들, 사회를 넓게 보며 인문학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오늘 현장에서는 많은 팬들이 뜨거운 성원을 보냈습니다. 
과연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AI로 만들어진 목소리가 이런 팬덤 문화를 이어갈까요?


# 강수진 성우의 '새로운 도전' 그리고 '바람'


Q. 앞서 레트로 장터 무대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대해 얼핏 언급을 해주셨는데요. 최근에 나오는 작품들도 많이 보고 계실 것 같은데, 새로운 배역에 대한 도전인가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도전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계시는 걸까요?


A. 강수진 성우: 특별하게 목표는 없습니다.(웃음) 특별히 목표를 지정하거나 설정해서 연기 생활을 쭉 해온 것보다는, 방향만 설정해두고 가는 편인데요. 지금도 특별하게 목표라 할 만한 건 없지만요. 방향을 조금 선회해서 기존에 해오던 캐릭터와 연기는 제 능력이 닿는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되, 새로운 신작, 장르, 콘텐츠에선 어떤 미디어가 됐든 간에, 거기선 "강수진이 아닌데? 이거 누구지?"하는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연기에 도전하려 해요.


"새로운 성우인데?"하는 반응이 나오는, '중고 신인'이랄까요. 가급적이면 저라는 걸 모를 정도로 거듭나는 걸 시도해보려고 해요.


Q. 그런데 강수진 성우님 목소리가 사실 "모두에게 알려진 지문"이라 비유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잖아요. 쉽지 않은 도전일 것 같아요.


A. 강수진 성우: 말씀해주신 것처럼 쉽지 않아요.(웃음) 목소리 자체가, 소리가 바뀐다기보다는, 도전해보지 않았던 어떤 스타일의 연기 변신을 꾀해볼까 합니다.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대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게임 사진입니다. (사진 출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Q. 새로운 연기에 대한 도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현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셨고, 사인회도 있었는데요. 항상 성우님을 추억 속 '고막 남친'으로, '영원한 주인공'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항상 기억하고 사랑을 보내주시는 팬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강수진 성우: 무대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지만,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의 말도 다른 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그 감사함을, 그동안은 제가 소심해서(웃음) 적극적으로 표현해드리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크든 작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소통을 하면서 감사의 말씀을 더 자주 전하고 공유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팬분들이 엄청 좋아하시겠는데요. 접점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A. 강수진 성우: 저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저희 성우 후배들 많이 사랑해주고 계시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목표까진 아니지만 최근에 몇 년 전부터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람이, 한류 성우가 등장하는 걸 바라고 있어요. 글로벌한 인기를 얻는 한류 성우가 후배 중에 나타나길 굉장히 바라고 있어요.


후배 성우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무대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며 계속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던 강수진 성우입니다.


Q. 말씀해주신 '한류 성우'에 가장 가깝다 할 만한 분이 남도형 성우님을 비롯해서 몇 분 이제 등장하려 하는 것 같은 분위기이긴 하네요. K-콘텐츠가 요즘 또 대세긴 하니까요.


A. 강수진 성우: 아쉽지만 K-콘텐츠에 유일하게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성우계거든요. 


Q. 그래도 모수가 어느 정도인지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본에서 성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한국 성우도 함께 찾아 들어주시는 경우도 적잖게 있지 않나요?


A. 강수진 성우: 이게 성우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면도 있어요. 한국 성우들이 참여한 서브컬처 콘텐츠나 여러 콘텐츠가 글로벌 마케팅과 함께 세계로 먼저 뻗어나가야 해요. 


노래나 영화나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사랑 받았기 때문에 배우들이나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것처럼, 한국 성우들이 참여하는 콘텐츠가, 일본이나 미국의 콘텐츠가 아닌 우리 콘텐츠 브랜드가 세계화됐을 때 K-성우도 등장할 거라 생각이 됩니다. 그런 작품이 앞으로 많이 나와주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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