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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1년 역사 돌아본 페이커 "지금의 라이벌은 쵸비"

전설의 전당 헌액 기념 공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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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6-07 09:00:05

"저는 업적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6월 7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전설의 전당 입성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데뷔로부터 11주년을 맞이하는 페이커는 <LoL> e스포츠에 전설적인 족적을 남긴 선수이자, 앞으로 더욱 많은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현역 프로게이머입니다.


전설의 전당 행사에서는 참석한 기자와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인터뷰에서는 페이커가 생각하는 라이벌, 프로에 데뷔한 이유, 앞으로 프로 선수로써 추구하고 싶은 가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업적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갈 것"


Q. 디스이즈게임: 그간 페이커 선수의 여정을 돌아보는 행사인 만큼, 프로 데뷔 시작점에 대한 질문을 안 드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시절 ‘고전파’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고, '꼬마' 김정균 감독의 제의를 받아 프로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프로 데뷔를 결정했는지 궁금합니다.


A. 페이커: 제가 프로에 데뷔하던 당시에는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매우 리스크가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학업과 병행이 어렵기 때문이죠. 데뷔를 했다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 당시에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프로게이머라는 경험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런 것들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고 도전을 마음먹었습니다.



Q. 다른 스포츠를 보면 수상 소감으로 은사 분들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 생활을 하며 만난 라이벌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고, 인상깊은 팀원을 언급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페이커 선수가 프로 생활 하면서 만난 은사나 대표, 인상 깊었던 팀원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가장 큰 은사는 '꼬마' 김정균 감독님입니다.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꼬마 감독님과 활동했고, 행동 하나하나에서 많은 점을 배웠습니다. 저에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주신 분입니다.

라이벌은 매우 많았던 것 같습니다. e스포츠 자체가 아직 역사가 길지 않고 라이벌이 계속해서 바뀌다 보니 한 명을 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젠지와 많이 만나다 보니 '쵸비' 정지훈 선수를 꼽을 수 있는 것 같네요. 

인상 깊은 팀원은 아무래도 지금의 팀원입니다. 가장 오래 합을 맞추고 있어서, 개개인의 개성도 있고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팀원과 올해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습니다.


Q. 서머와 월즈를 앞두고 있는데, 목표는 역시 우승일 것 같습니다. 전설의 전당 헌액 이후 참여는 대회다 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지셨을까 궁금합니다.

A. 전설의 전당 헌액은 과거 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있을 경기는 과거의 기록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길을 닦는다고 생각하고 있고, 업적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Q. 벤츠와 오랜 기간 함께하고 계십니다. 벤츠의 어떤 부분이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계속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 게이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발력이나 반응 속도에서 뛰어다나는 점. 이런 것들이 닮았습니다.


Q. 벤츠에서 페이커 선수를 헌정한 차를 받게 되셨습니다. 이름을 생각하신 것이 있나요?

A. 차에 이름을 붙이는 편은 아니라서 그렇지는 않을 것 같네요. 자동차를 되게 많이 탈 기회는 없었지만, 이번 기회로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벤츠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Q. 아시아 게임에서 최초로 종목에 선정되는 등 <LoL>의 성장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멘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또 어떤 기여를 이어나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e스포츠의 성장은 예견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일단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죠. 그렇기에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여한 부분이라면 저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좋은 팀원과 좋은 환경에서 우승한 것이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프로 선수로써 열심히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자, e스포츠를 위한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Q. 한국이 <LoL> 최강국이라 생각하는데요. 한국 선수들이 강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좋은 선수들이 있고, 선수들이 각자 다른 선수를 보며 배우고 성장하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전 인터뷰에서 한 때는 프로게이머로써의 목적이 돈일 때가 있었지만, 명예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지켜야 할 명예는 현 시점에서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돈이었다가, 나중에는 명예를 원했다가, 지금은 명예보다는 팬 분들을 위한 자아실현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써 큰 명예는 우승입니다. 그리고 선수가 어떤 평가를 받는가가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명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프로로써 우승을 통해 받는 평가도 중요하지만, 자기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나온 동료나 선수들 사이에서 이름을 불러 달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류 선수나 엠비션 선수, 캡틴잭 선수 등이 생각납니다. 같이 해온 동료나 만난 선수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동영상에서 울프와 뱅이 나왔습니다. 뱅-울프와 팀메이트일 당시 사실 게임 외에 다른 활동을 같이 하지는 못했는데요. 요즘 들어 예전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며 서로가 더욱 잘 알게 되고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옛 선수들과 잘 지내는 것도 개인에게 있어 뜻 깊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 언행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페이커

Q. 초대 전설의 전당에 헌액되신 이유를 살피면 실력 외에도 인성 면에서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말과 행동에 있어서 항상 신경 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중한 성격이었기에, 프로게이머이자 공인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저에게 있어서 직업과 잘 맞는 부분 같습니다. 

저는 항상 말과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합니다. 게임을 보는 시청자층은 어리고, 어릴수록 매체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 자극적인 매체가 많기에 절제되고 바람직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 동안 LCK나 월즈는 많이 경험하셨지만, 새로운 무대인 e스포츠 월드컵도 앞두고 있습니다. 참여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처음 가봅니다. 사우디는 돈이 많다는 인식이 있어서 e스포츠 대회도 상금에만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것보단 e스포츠가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느낌입니다. 사우디에 가서 그런 분위기를 조금 보고, 새로운 대회 자체에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Q. 지금까지 프로 스포츠에서 전설의 전당은 은퇴 선수가 헌액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이커 선수는 선수 활동 중에 헌액됐습니다. 여기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게이머의 삶을 살다 보니 다른 스포츠에 대해 잘 알기는 힘든 면이 있습니다. 이번에 전설의 전당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은퇴 전에 헌액된다는 것이 이례적이라 들어서, 무슨 의미인가 생각해 보긴 했지만 아직 확실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저를 좋게 바라봐 주셨기에 이런 일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프로 생활 동안 함께해 온 팀 T1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입단부터 좋은 구단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해 오며 더 돈독해졌고, 선수를 넘어서서 T1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서로 좋은 관계로써 많은 팬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추구하는 가치를 계속해서 같이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Q. 2013년 데뷔해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LoL>의 변화를 온 몸으로 겪으셨다고 할 수도 있죠. 리프트 라이벌즈나 블라인드 픽 등 사라진 대회나 시스템 중에서 되살리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A. 최근에 LPL에서 피어리스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보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블라인드 픽도 보는 분들 입장에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네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는 분들의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Q. 전설의 전당 입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만약 본인이 투표권이 있다면, 다음 헌액자로 누구를 선택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가장 중요한 것은 커리어나 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헌액자로 선정될 선수는 잘 모르겠는데요. 투표권이 있어도 제가 아직 누구를 선택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Q. 한 팀에서 데뷔해 전설의 전당 헌액자까지 오른 것은 전례가 없을 것 같습니다. T1과 계속해서 같이해 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A. e스포츠와 <LoL>이 정말 많은 변화를 겪다 보니, 많은 선수들이 한 팀에서만 뛴 경우는 적습니다. 저도 이적 제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T1에서 제안하는 가치가 저와 가장 잘 맞았습니다. 팬 분들도 계시고, 가족들도 있고, 한국의 LCK가 가장 수준이 높다 보니 계속해서 함께해 왔습니다.

페이커와 T1 선수단


# 팬 분들의 편지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

Q. 10년 넘게 커리어를 쌓아 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A. 팬 분들이 많이 언급해 주시는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작년 월즈 징동전의 그 장면이 회자가 많이 되다 보니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Q. 앞서 행사에서 처음에는 돈과 커리어를 추구했다면, 지금은 팬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동기부여라 하셨습니다.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작년 제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책도 읽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돈이나 명예와 같은 것들은 한시적이고, 쫓다 보면 더 큰 돈과 명예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팬 분들도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부정적이고 그런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제가 이런 과정 속에서 좋은 모습을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페이커 신전이 생겼는데, 혹시 직접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오늘 답사를 해 보려 했습니다. 신전이라는 단어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한데, 가 볼 생각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상혁"을 외치면서 예배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가서 하고 오겠습니다.


Q. 팀원 분들은 전설의 전당 헌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A. 일단, 팀원들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은 자기 표현이 서툽니다. 저도 그래서 표현은 안 했지만, 아까 무대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선수들 얼굴에서 뿌듯해 하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페이커와 '구마유시' 이민형

Q. 많은 사람들이 페이커 선수로부터 영감을 받는 이유는 굴곡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프로 생활을 하며 굴곡이 많았고, 지금도 있습니다. 이겨내며 성장할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를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편지를 많이 받고 있고, 오는 것들은 모두 읽고 있습니다. 저를 보며 역경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고, 의미 있는 프로 생활을 한 것 같아 힘을 얻고 있습니다.


Q. 행사에서 <LoL>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학창 시절에는 제가 이런 자리에 오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저의 생각도 진솔한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프로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선수와 토론하고 피드백할 기회가 많습니다. 저는 어릴 때 대화를 잘 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역경이 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Q. 지금 이 현장을 2군 선수나 3군 선수도 볼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힘을 줄 수 있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열심히 노력하면 무조건 저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못 드리겠지만, 남들보다 더 게임 생각을 많이 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프로 생활은 경쟁이다 보니 본인만의 강점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페이커 선수만을 위한 유니폼을 받았을 때 순간의 감정이 궁금합니다.

A.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니폼이다 보니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건보단 사람의 마음이라는 면에서 조금 더 와닿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았다는 점에서 뜻 깊은 유니폼이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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