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3일 출시된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의 <콘코드>가 받은 성적표다. <콘코드>가 PC 플랫폼 스팀에서 출시 후 기록한 최고 동시 접속자는 단 697명, 기사를 쓰는 시점의 동시 접속자는 146명이다.
FPS 장르에서 가장 선호받는 플랫폼인 PC에서의 성적표다. 그러니 콘솔 플랫폼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도 "매칭이 안 잡힌다"고 말할 정도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게임이 인디 혹은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이 아니란 것이다.
스펙상으로는 완벽한 AAA급 메이저 게임이다. 8년의 개발 기간, 개발사인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를 인수한 SIE의 전폭적인 지원, 출시 전의 마케팅 등을 포함해서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 집중을 표방한 SIE의 최근 기조를 보면 상당히 기대하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게임이 처참함 이상을 넘어서는 실패를 기록했으니 게임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사실, <콘코드>의 기본적인 완성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5vs5를 베이스로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의 여러 능력을 활용해, 서로 간의 협력을 보이며 적보다 앞서나가면 되는 게임이다. 총을 쏘고 적의 공격을 피하는 감각 자체는 꽤 잘 다듬어졌으며, 모든 캐릭터에 '회피' 특수 능력을 부여해 어느 정도 속도감을 살리기도 했다. 팀과 협력해 상대방을 밀어낸다는 재미도 어느 정도는 가져간 편이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상당히 유행이 지났다. 8년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더니, 정말로 8년 전 유행하던 트렌드를 이제서야 선보이는 느낌이다.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칭 혹은 비대칭형 맵 속에서, 서로 간의 특수 능력을 활용해 경쟁한다는 개념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게임은 자신들만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재미'를 보여주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콘코드>는 여기에 딱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느낌이다. 다른 게임에 없는 <콘코드>만의 재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게임은 자신들만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재미'를 보여주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콘코드>는 여기에 딱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느낌이다. 다른 게임에 없는 <콘코드>만의 재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스킬 부분에서 약간의 차별점이 있기는 하다. <콘코드>에서 캐릭터가 가진 몇몇 스킬은 자동 충전되지 않는다. 어떤 스킬은 주어진 횟수를 모두 사용하면 상대방을 처치해야 다시 사용할 수 있고, 긴 충전 시간을 거쳐야 재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있다.
자동 충전 대신 여러 조건을 달성해야 재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많다.
자가 회복을 할 수 있는 '레녹스'의 경우에는 적 처치 조건을 달아놓은 것이 그나마 이해가 가기는 한다.
안 그러면 에임만 좋으면 혼자 다 할 수 있으니까.
아마 '팀 합'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추측된다.
<콘코드>의 TTK는 짧지만, 혼자서 '엄청난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다. 궁극기는 없고, 상대방이 합심해 온갖 특수 능력으로 잘 하는 유저의 플레이를 제한하면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반드시 각 캐릭터의 협력과 아군과의 지원 사격, 특수 능력, 명확한 조합 시너지가 동반되어야 게임을 승리할 수 있도록 한 느낌이다.
<콘코드>의 TTK는 짧지만, 혼자서 '엄청난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다. 궁극기는 없고, 상대방이 합심해 온갖 특수 능력으로 잘 하는 유저의 플레이를 제한하면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반드시 각 캐릭터의 협력과 아군과의 지원 사격, 특수 능력, 명확한 조합 시너지가 동반되어야 게임을 승리할 수 있도록 한 느낌이다.
덕분에, 이런 류의 FPS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인 '쾌감'(소위 말해 뽕맛)이 적다. 혼자서 노림수를 만들고, 적을 시원하게 섬멸하고, 하이라이트를 지포스 익스피어리언스로 저장했다가 혼자 돌려 보는 그런 재미는 <콘코드>에 없다.
물론, 궁극기 한번 잘 썼다고, 에임이 좋다고, 5명이 1명에게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사망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렇다고 아예 캐릭터의 팔다리를 꽁꽁 묶어 놓고 "팀이랑 '무조건' 천천히 협력하세요!"라고 말한다면 슈팅으로써의 재미가 덜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잘해서, 혹은 팀과 손발이 잘 맞아서, 적을 쓸어 담는 그 한 번의 재미가 주는 도파민을 잊지 못하는 것이 히어로 슈팅이지 않나? <콘코드>에서는 아군과 합이 잘 맞더라도, 스킬이 연계돼 적을 쓸어 담으며 극한의 협력 재미를 주는 모습은 잘 나오지 않는다.
개발진은 여러모로 한 명이 '혼자 다 해 먹는 것'을 싫어하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FPS가 그렇긴 하지만, 히어로 FPS로써 보여줬으면 좋을 화려함마저 없애 버린 수준이다.
그리고 개발진의 인터뷰에 따르면 '유지되는 오브젝트'가 <콘코드>의 특별한 점 중 하나라고 한다. 설치한 오브젝트가 플레이어가 사망하거나 라운드가 지나도 유지되니, 여러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 요소가 게임에서 느껴졌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다.
힐러가 힐 장판을 깔고 죽는다면, 당연히 아군을 계속해서 회복하기에 유리한 지점은 생기겠지만, 극적인 변화까지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전략에 치중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음에도, 그 전략성마저 부족하고 와닿지 않는다.
즉, 내용을 정리하자면 '기본적인 완성도' 자체는 이런 FPS 게임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시장에 히어로 슈팅을 내세운 FPS는 차고 넘친다. 기본기 하나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던 <오버워치> 시리즈도 여전히 서비스 중이다. 이런 게임 틈바구니에서 성공하려면 기본적인 건플레이 감각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성'과 '전략성'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콘코드>에는 그게 없다.
있더라도,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FPS 마니아들에게 <콘코드>는 매년마다 나오는 '그 장르의 게임 중 하나인 게임' 중 하나일 뿐이다.
있더라도,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FPS 마니아들에게 <콘코드>는 매년마다 나오는 '그 장르의 게임 중 하나인 게임' 중 하나일 뿐이다.
늘 먹던 맛이네. 음.
캐릭터의 외관은 고사하고, <콘코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녀석이 대체 뭐 하는 녀석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개된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자. 이 캐릭터가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 여러분은 감이 오는가? 기자는 아니었다.
외관만 보고 장거리에 특화된 공격형 클래스일줄 알았더니, 힐러에 가깝다.
나름 세분화된 구분도 있는데 그다지 와 닿진 않는다.
히어로 슈팅에 있어 직관성은 중요하다. 가령 <오버워치>의 메르시를 보자. 창작물에 현실성을 언급하는 것은 웃긴 일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현실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누가 전쟁터에 날개 달린 옷을 입고 가나?
하지만, 메르시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외관을 보기만 해도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날개가 있는 수트를 입고 있으니, 공중을 체공하는 능력이 있을 것이고, 지팡이에서 노란색 빔을 발사하니 아군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메르시는 '최우선 공격 대상'이 된다. 아군을 치유하는 힐러부터 처리해야 당연히 싸움에서 승리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깊게 파고 들어가면 또 달라지긴 하지만). 메르시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체공하는 능력을 파훼해야 한다는 것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오버워치>의 메르시
단순히 디자인이 '미형'을 위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단순히 디자인이 '미형'을 위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더불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여러 스킨'을 착용해도 '날개가 달린 수트'라는 메르시의 디자인은 유지된다. 메르시가 온갖 콘셉트를 가진 스킨을 착용하고 있어도 날개는 항상 강조되니 상대 팀 입장에서 구별이 어렵지 않다. '백의의 천사'라는 캐릭터의 서사도 디자인을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캐릭터성을 빠르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콘코드>는 반대다. 개발진 특유의 개성적인 아트와 '그 나름의 현실성'을 담고자 노력하다 보니, '히어로 슈팅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써의 본질이 흐려졌다. 외관만 대충 보아서는 이 녀석이 어떤 스킬을 사용할지, 뭐 하는 녀석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수 차례 당하고 나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외워야 한다. 신규 유저에게 접근성이 부족하단 것이다. 그나마 단단한 캐릭터들은 몸집이 커서 "얘는 쏴도 잘 안 죽겠구나"할 뿐이다.
가장 헷갈렸던 캐릭터 '잇지', 무언가 속도를 강조한 놈인 것은 알겠는데...
정답을 주자면 이곳 저곳으로 순간이동하고, 회피하며 분신을 남기는 등 교란에 집중하는 캐릭터다. 감이 오나?
이는 마케팅적으로도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미 SF 스페이스 오페라를 내세운 게임은 차고 넘친다. 우주를 배경으로 삼고 그런 콘셉트의 캐릭터를 다수 선보였다고 "와 우주! SF!"라며 게임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몇이나 될까?
히어로 FPS가 가져갈 수 있는 '서사'마저 <콘코드>에서는 빈약하다. 그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도전 과제 완수를 통해 텍스트 정도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전부다.
<콘코드>를 40달러의 가격으로 냈다는 점도 실패의 이유가 됐다.
스팀 이용자 평가를 살피면 다수의 해외 게이머가 "40달러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찬란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오버워치> 마저도, <오버워치 2>의 시스템 변화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게임을 무료화한 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외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 40달러의 가격으로 PvP 게임을 판매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게이머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시중에 있는 더 재밌는 무료 플레이 게임을 하면 그만이다. 게이머들은 40달러를 지불하고 '불확실한 게임에 도전'하느니 그 돈을 아껴서 치킨이나 사 먹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리뷰가 40달러의 가격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게임 하나에 70달러가 넘어가는 시대에 누가 그 돈을 못 내나? (출처: 스팀)
게임성은 낡았고, 완성도는 그럴듯한 수준에서 그치고, 캐릭터는 매력 없고, 특징적인 시스템은 없고, 출시 시기도 안 맞고, 유료 판매 방식까지 채택해 접근성마저 스스로 포기했다. 모든 면에서 시장의 흐름을 반대로 역행한, 반대되는 의미에서 완벽한 게임이다. 모든 면에서 오답을 제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콘코드>는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비슷한 문제를 가진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하이에나스>는 출시 전에 흥행 실패를 직감하고 게임을 아예 취소해 버렸으니 이쪽의 상황이 더 나았다고 할 수 있겠다.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는 인터넷의 유행어를 새삼 다시 실감하게 된다. 차라리 한 두 개의 분야에서만 실패했다면 재기를 노릴 수 있겠는데, 너무나 단점이 많기에 그 마저도 어렵다는 것이 <콘코드>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한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가장 중요한 오픈 이용자 유치마저 실패했다.
오픈 효과마저 없다는 것이 <콘코드>의 미래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출처: steamDB)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PvP 모드 '시련의 장'을 플레이하는 것이 나을 수준이다. 적어도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PvP만 수백 시간 플레이했던 기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번지는 SIE 산하에 있으니, PS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게임을 그만둔 지 한참 되어 현재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모습이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SF라는 콘셉트와 건플레이 감각은 <콘코드>와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훨씬 쾌적한 것으로 기억한다. <데스티니 가디언즈>에서 '헌터'를 주로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콘코드>의 회피 매커니즘이 상당히 유사하게 작동하는 것을 알 수도 있다. <콘코드>의 개발진 주축은 <데스티니 가디언즈> 개발에 참여했던 이력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회피 중 재장전 능력을 가진 레녹스는 정말 <데스티니>의 헌터를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