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준으로 17일 밤, '유니티 6'가 드디어 정식 출시됩니다. 앞서 데모와 프리뷰 등으로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러 차례 예고해왔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픽, 퍼포먼스 향상 같은 기술적인 차원의 변화에서부터, 유니티가 가진 AI 솔루션 '뮤즈'와 '센티스'가 개발 과정 및 상상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급변하는 게임 업계 안에서 '유니티 6'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유니티 코리아에 방문했습니다.
김범주 유니티 APAC 애드보커시 리더를 만나 '유니티 6' 안팎의 폭넓은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유니티 6'를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시죠./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Q. 디스이즈게임: 인터뷰 당일(17일) 드디어 '유니티 6'가 출시됩니다. 그간 데모, 프리뷰 등을 통해 기대감을 쌓아왔는데, 글로벌 정식 출시에 대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A. 김범주 유니티 APAC 애드보커시 리더: 유니티 6는 넘버링 방식으로 다시 바꾸고 처음 출시되는 유니티 엔진이고, 넘버링으로 바꿨다는 것은 기존의 유니티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이 있을 것이라 예고하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유저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LTS'라는 장기 지원 버전과 '테크 스트림'이라는 최신 기술을 빨리 반영하는 버전으로 나눠왔었는데, 최신 기술을 써야 할지 아니면 안정적인 버전을 써야 할지 유저분들이 고민하신 경우가 있었어요.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유저분들에게 그 과정을 좀 더 단순화해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드리자-라는 것이고, 그래서 이번 유니티 6는 안정성과 기술적 혁신을 같이 가져가는 버전입니다. 앞서 있던 고민 없이 두 가지 이익을 모두 다 얻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프리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주셨는데, 퍼포먼스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특정 회사의 경우엔 이전 버전의 프로젝트를 유니티 6로 열어서 돌리기만 했는데, 기존보다 30~40% 더 빨라졌다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고요. 저희가 안정성을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해왔고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기존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저 자신도 프리뷰 버전을 써서 개인적인 토이 프로젝트 같은 것들을 만들면서, 유니티 6를 경험해왔어요. 개인적으로도 오늘 밤에 정식 버전을 받아 써볼 수 있게 돼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유니티 6로 넘어오면서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자신할 만한 지점이 있다면,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A. 김범주 리더: 퍼포먼스를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은 프로젝트, 같은 애셋이지만 더 빠른 프레임 수와 빠른 실행 속도를 보여준다는 것은, 단순히 프레임만 더 많이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만큼 더 많은 오브젝트, 조건, 더 넓은 스케일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번에 그래픽 최적화 기능, 예를 들어 GPU 레지던트 드로우어라든지 어댑티브 프로브 볼륨, 다양한 조명과 시간대 시뮬레이션 효과, 렌드 그래프 같은 최적화 도구들을 통해서, 기존 디바이스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하실 수 있도록 퍼포먼스 향상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픽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조명을 더 자연스럽게하고, 시간대별 조명 및 시나리오의 전환 효과, STP라고 부르는 작은 스케일로 렌더링을 해서 업스케일링을 하는 기술 등이 그래픽 품질 향상에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접근성 향상입니다. 아무래도 지금 고성능 GPU, 고성능 콘솔 같은 것이 많이 깔려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고성능 사양을 가진 분들이 대다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유니티로 만든 앱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웹 GPU 기능을 추가하고, '유니티 웹'이라는 이름으로 빌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뒀습니다. 모바일 웹 브라우저만 있다 하더라도 로딩, 다운로드도 필요 없이 앱을 실행할 수 있죠.
멀티플레이 기반 강화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게임 출시 되면 게임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단골 반응 중 하나가 "이거 멀티 되냐?"는 거잖아요. 요즘 게임 유저분들이 멀티플레이 유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그동안에도 유니티로 만들어진 좋은 멀티플레이 게임이 많았지만, 그 제작 과정을 더 쉽고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멀티플레이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들,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들을 레고 블록 조립하듯이, 이게 몇 명이 들어가는 멀티플레이고, 방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경쟁이냐 협동이냐 등의 조건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멀티플레이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을 테스트하는 것도 로컬에서 하나의 PC로 여러 명이 접속할 수도 있고, 쉽게 원격 테스트도 할 수 있죠.
요즘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 AI와 관련해서도, '센티스' 정식 버전도 유니티 6와 같이 발표가 되는데요. 센티스는 머신러닝으로 만들어진 AI 모델을 유니티 엔진으로 가지고 와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인데,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사진을 보고 물체를 판단하거나, 사람의 동작을 보고 제스처를 판단하는 등의 작업을 기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건데, 이미 산업계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AI 모델들을 앱이나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플레이의 변화 및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메타 퀘스트 3를 즐겨 쓰는데, 헤드셋과 두 개의 핸드 컨트롤러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상체 움직임은 잘 트래킹하지만, 하체는 트래킹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에도, 센티스에서 활용되는 하체 추적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더 자연스러운 발의 움직임이나 자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개선된 재밌는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게 되는 건 그래픽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빛에 대한 표현이 이전보다 훨씬 더 섬세해진 게 눈에 띄었습니다. 단순히 명암비나 채도만 강조된 게 아니라, '타임 고스트' 데모 영상을 보면 원거리에서의 자연스러운 흐릿함, 날씨 표현, 그림자 및 직간접 조명 등 여러 표현이 눈을 사로잡더라고요.
A. 김범주 리더: '어댑티브 프로브 볼륨'이라는 간접광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은요, 프로브라는 게 가상의 구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이 구체를 넓은 필드 위에 자동으로 수천 개를 깔아서, 어떤 부위에는 어떤 간접광이 나온다는 걸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방식이에요. 이전의 유니티에서는 라이트 베이크라는 방법을 통해서 일일이 계산을 하고 불러와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생략이 되는 겁니다.
'타임 고스트' 데모에서 보셨던, 아주 드넓은 필드에서 자연스러운 조명들이 끝까지 펼쳐질 수 있던 것도, 이 프로브 볼륨의 활용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기능은 고사양 PC나 콘솔에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모바일 기기에서도 쓸 수 있게 개발됐기 때문에, 이런 자연스러운 간접광을 위해 고사양 디바이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스카이 오클루전'입니다. 하늘에 있는 구름 그림자가 넓은 지형에 자연스럽게 드리워지는 건데요. HDRP에서 계속 발전해오던 기능인데, 유니티 6에 와서 그 효과나 퍼포먼스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조명 하나를 넣어도 전체 필드에 비슷한 조명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구름의 색깔이나 두께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조명이 지면에 닿게 되는 거죠.
그리고 새벽부터 아침, 낮, 오후, 저녁, 밤까지 자연스러운 라이팅 시나리오를 저희가 트랜지션할 수 있도록 '라이팅 시나리오' 기능을 넣었던 것도 '타임 고스트'에서 잘 활용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판타지 킹덤'과 '타임 고스트' 두 데모에서 모두 보인 특징인데, 객체가 많아도 표현이 정말 자연스러웠습니다. 머리카락, 풀처럼 리깅(관절)이 많이 필요한 사물이나, 동시에 많은 객체가 화면에 담겨도 부담이 적어진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A. 김범주 리더: 그렇게 넓고 복잡한 씬을 렌더링하는데, 컴퓨터 속도가 못 따라가서 움직이지 못한다면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결국 중요한데요. GPU 레지던트 드로우어는 데이터를 CPU에서 읽어들이는 방식 자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바꿔서, 기존 방식에 비해 30~40% 정도 더 빠르게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게 해줘, 프레임 향상에 도움을 주게 되고요.
씬 오클루전 기능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스카이 오클루전과 비슷한데, 씬 오클루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자동적으로 가려주는 거예요. 계산하는 부분을 그만큼 줄여주게 되기 때문에, 아주 드라미틱한 퍼포먼스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STP(Spatial-Temporal Post-processing) 시공간 업스케일링 기능도 고해상도 모니터 등에 출력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기능이기 때문에, 세 가지 기능을 바탕으로 자동적인 퍼포먼스 최적화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 기능들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 개발자분들에게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새로운 기능 중 하나가 '렌더 그래프'라는 기능이에요.
렌더 그래프는 쉽게 말해서, 지금 화면에서 진행되는 모든 렌더 패스 과정을, 예를 들어 빛의 표현, 그림자 표현, 텍스처 표현 등의 하나하나의 패스가 얼마나 자원을 먹는지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지금 어느 부분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어떤 파티클이 표현되는 방식을 바꿔보자거나, 기술과 아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때 판단에 도움이 되는 거죠.
저희가 기본적으로 제공해드리는 최적화, 퍼포먼스 향상 기술들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서 개발자분들이 이 과정을 자신이 커스텀하고, 각자의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툴도 드렸다는 게 이번에 저희의 퍼포먼스 향상에서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Q. 퍼포먼스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요.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신작들이 '최적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있어요. 개별 게임사 단위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유니티 6' 출시로 최적화 이슈도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해도 좋을까요?
A. 김범주 리더: 저희가 계속 개발하고 있는 최적화 도구 중 하나가 '프로파일러'거든요. 이번에도 메모리 프로파일러 개선 버전, 프로필 애널라이저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요. 기자님 말씀해주신 것처럼, 최근 들어 퍼포먼스, 최적화 이슈가 더 자주 나오는 이유를 보면 워낙 디바이스가 다양화되고, 실행 조건이 다양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아무리 팀이나 회사 안에서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 PC 그래픽 카드를 테스트한다고 해도, 모든 유저의 시나리오에 맞게 테스트하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결국 그런 사태가 터졌을 때, 어떤 시나리오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지 찾아내고, 그 조건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해서 새로운 최적화 방법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해지는 겁니다.
대응이 빠르면 계속 흥행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지만, 늦어지면 또 유저들이 떠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는 프로파일러를 더 쉽게 쓰시고, 시스템의 깊은 곳까지 관찰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유나이트 2024에서 진행된 프로파일링 툴에 대한 세션입니다. 영어로 진행됐지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시청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유니티는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오는 데 그간 많은 힘을 써왔어요. 또 동시에 요즘 많은 창작자들이 AI 활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센티스와 뮤즈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
A. 김범주 리더: 저는 원래 프로그래머 출신이 아녜요. 아트팀 출신이고, 애니메이터와 기획까지 하게 된 케이스인데, 그러다 보니 기획서를 쓰거나 콘셉트를 그려서 구동을 해보려고 할 때 항상 프로그래머분들의 도움이 필요했었어요. 그런데 '뮤즈'를 써보고 나서 "어, 내가 혼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볼 수 있네?"라는 걸 알게 돼서 너무 기쁘고 재미도 있었어요.
"더 많은 창작자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모토도 원래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진짜 재미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재밌어 할지 이런 걸, 빨리 판단할 수 있게 된 게 뮤즈, 뮤즈 텍스처, 뮤즈 애니메이트, 뮤즈 비헤이비어 등의 기능 조합으로 가능해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자동화 기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직접 써보니까, 어떤 프로세스로 아트, 프로그래밍을 할 때 어떤 조건이 필요하고, 어떤 기획서가 있어야 한다-는 걸 제가 알고 있으니까, 설명을 해주면 스크립트가 잘 나온 것이었지, 정확한 방향 설정 없이 모호한 명령을 내리면 더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생성형 AI, 특히 뮤즈 같은 경우 유니티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 더 빠르고 편리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기능 자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의 역량, 소양도 중요다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 김범주 리드가 유니티 '뮤즈'를 라이브 데모로 보여줬던 세션.
'센티스'도 많이 쓰이고 있어요. 오브젝트, 표정, 제스처 인식도 많이 언급되지만, 제가 재밌게 했던 게임 중에 <본랩>이라는 VR 게임이 있어요. 이 게임에 아주 작은 비행체들이 수백 수천 개가 한 번에 공간에서 비행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걸 일일이 오브젝트를 움직이는 건 비현실적이니까, 제작자가 '센티스'를 가지고 군집 시뮬레이션 모델을 유니티에 적용해서, 수천 개의 비행체를 한 화면에서 움직이게 했어요.
이런 사례처럼 AI로 개발된 모델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허깅 페이스'에도 좋은 모델이 많고요. 그래서 센티스가 게임의 새로운 재미, 돌파구를 찾아내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봐요.
유니티에서 만든 센티스 데모 중에도 <월드 스토리텔링>에는, 하나의 맵에 문, 나무, 바위 등 여러 사물이 있어요. 여기서 센티스가 공간 내 사물을 다 인식하고, 캐릭터가 근처에 가서 상호작용을 하면 거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예시거든요. 지금은 프로토타입이지만 게임 개발자분들이 이런 모델을 이용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겠죠.
렐루게임즈에서도 <언커더 더 스모킹 건>이나 <마법소녀>처럼 머신러닝을 잘 이용하셨는데,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재밌는 모델들이 센티스를 통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본랩>은 이런 게임입니다.
Q. '뮤즈'와 '센티스' 같은 솔루션이 유니티 에디터 안에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외부 AI를 가져와서 쓰는 것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 김범주 리더: 아직은 초기 단계라서 가능성을 탐색해가는 단계긴 하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익스포트, 임포트 과정이 생략되는 거죠. 시간과 노력, 자원 관리의 복잡함이 사라진다는 게 제일 쉽게 예상 가능한 영역입니다.
'뮤즈 챗'은 에디터 안에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어요. 외부 AI 솔루션에게 '캐릭터가 뛰어다니다가 점프하는 걸 만들어 달라'고 하면 AI는 지금 프로젝트에 맞게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에디터 안에 있는 '뮤즈 챗'은 내가 만들고 있는 게 2D인지, 3D인지, HDRP를 쓰는지, URP를 쓰는지, 어떤 패키지를 쓰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최적화된 결과를 낼 수 있죠.
뮤즈 챗은 에러 메시지를 클릭하고, 뮤즈 챗 창에 어태치 버튼 눌러서 '어떻게 해결해야 돼?'라고만 치면, 굳이 에러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해결 방법이 나오게 돼요. 그만큼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 주는 효율성이 높다는 걸 많이 느끼고요. 뮤즈엔 텍스처, 애니메이션, 스프라이트도 있지만, 이런 것도 지금 당장 만들어서 내 게임에 바로 적용시켜 볼 수 있다는 점이, 콘텐츠 파이프라인을 간략화해주는 강점이죠.
Q. 모바일, PC, 콘솔, XR, 이제는 범용 웹브라우저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유니티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인데요. 최근의 '멀티, 크로스 플랫폼 출시' 및 '포팅' 트렌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김범주 리더: 유니티는 멀티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고, 제가 알기론 가장 많은 플랫폼을 지원하는 엔진이기도 해요. 출시 후 빌드 관리도 플랫폼별로 따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빌드 타깃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프로젝트라도 닌텐도 스위치용인지, 모바일용인지, PC용인지에 따라, 따로 샤양을 프로파일링해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요. 여기에 웹 접근성까지 확보가 되고 있으니까, 개발자분들께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다양한 타깃 디바이스로 코딩하시는 때에, 훨씬 더 편리하게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대규모 광고 자본 없이는 차트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많은 신규 게임들이 PC/콘솔로 눈을 돌리는 중입니다. TIG에서는 이 현상을 '모바일 엑소더스'라고 부르면서 취재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유니티에서도 이런 현상을 인지하고 계신지 궁금하고, 그간의 멀티 플랫폼 지원 방향성이 시장 변화에 유동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김범주 리더: 유니티는 정말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TV 플랫폼, 웹 OS 같은 것도 지원하고 있어서 다양성 측면에서 유니티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기자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모바일게임 씬에서 주목 받기 어렵다고 느끼는 개발사들이 있는데, 이제 이 안엔 다양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여전히 사용자가 제일 많고, 접근성이 가장 좋은 건 모바일이니까요. 모바일을 포기했다-기 보다는, 다른 플랫폼에서 주목 받고 다시 모바일로 오는 것도 생각하고 계시지 않을까-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PC, 스팀, 스위치 등의 플랫폼에선 모발처럼 광고 물량 공세를 하진 않으니까, 더 주목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많은 분들이 진출하고 계신데, 거기서 멈추시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목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해서, 장기적으로 모바일도 활용해 나가겠다-는 목표 설정을 하시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한편으론, 모바일에서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게임 중 특히 서브컬처 게임들은 점점 더 화려한 그래픽과 빠른 액션을 지향하고 있어요. 언리얼로 만들어진 <명조>, 만들어지고 있는 <이환> 같은 게임이 예시라고 볼 수 있는데요.
동시에 <원신>, <스타레일>, <ZZZ>처럼 호요버스 게임을 비롯한 여러 게임들이 유니티 진영에서 또 활약해주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트렌드 안에서 유니티 기반 게임들이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김범주 리더: 서브컬처 게임들을 예시로 들어주셨는데, <우마무스메>, <학원 아이마스>, <블루 아카이브> 등 유니티 게임들이 많이 있죠. 서브컬처 게임이 예전엔 어떤 하나의 형식이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점점 다양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추세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저들도 새로운 재미를 원하고 있으니, 새로운 표현 방식이나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고요.
유니티의 장점은 개발자가 자신의 방식대로 게임 렌더 파이프라인 같은 걸 최적화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고, 새로운 시각 표현 등 제작이 쉬워져야 하는 환경이죠. <슈퍼 핫>, <모뉴먼트 밸리>, <페데스트리안> 등 유니티로 만든 게임들을 돌아보시면 독특한 게임들이 참 많았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에, 서브컬처 쪽에서도 계속 많이 활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기술력도 돋보이지만, 폭넓은 커뮤니티와 에셋 시장도 유니티의 최대 강점 중 하나잖아요. '유니티 6'를 통해 이런 기반도 한층 더 확장될 수 있을까요?
A. 김범주 리더: 이 부분은 유니티 6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기 보다는, 저희 회사에 새로운 CEO가 오신 이후에 가장 큰 방향성 중 하나가 커뮤니티 강화입니다. 말씀해주신 에셋 스토어, 다양한 유저들이 쌓아주신 다양한 지식 기반 베이스는 결국 개발자분들의 커뮤니티가 열심히 활동을 해주신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동안에도 저희가 커뮤니티 지원을 해왔지만, 더욱 더 우리의 근본이 어디서 왔느냐-라고 생각해봤을 때, 개발자분들의 우리의 근본이라는 것을 CEO가 강조했고요. 그런 방향성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게임 개발자분들, 유니티 쓰시는 개발자분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좋은 프로젝트를 더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면, 생태계 자체도 더 번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 유니티 어워드 2024에서도 한국 프로젝트들의 어워드 논의가 많았어요. 국내 개발자분들이 그만큼 노력해주신 결과이고, 저희도 개발자분들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찾아보고, 소통하고,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최근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해주신 "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매일 지속되는 것"이란느 표현, 참 인상깊었습니다. 유니티 6 정식 출시 이후에도 로드맵을 따라 여러 업데이트가 진행될 텐데요. 앞으로 남은 마일스톤 중 주요 내용을 짚어주신다면.
A. 김범주 리더: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는 기술이 당장 눈 앞에 보여서 혁신이다 싶더라도, 그게 매일매일 사용되지 않으면 혁신이 아닐 수 있거든요. 오히려 화려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계속 사용하게 되고, 그걸로 인해서 더 발전하게 된다면, 그게 혁신의 원래 의미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해봐요.
유니티 6도 많은 노력을 들여서 론칭하게 됐지만, 이제 시작이죠. 계속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유저분들의 피드백, 버그 리포트 등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기능 개선 및 추가를 계속할 것인데, 장기적으로 저희가 가지고 있는 비전은, 유니파이드 렌더 파이프라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URP와 HDRP의 장점을 한 프로젝트에서 쓰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게 마일스톤 중 하나고요.
퍼포먼스 측면에서 코어 CLR 지원하는 부분들을 많은 유저분들이 기대하고 계세요. 현대화된 안내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원하게 되는데, 이 또한 중요한 마일스톤 중 하나입니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선, 거리에 따라 자동적으로 메쉬를 최적화 시켜주는 기능인 메쉬 LOD가 아직 포함은 되어 있지 않지만, 향후 업데이트될 기능 중 하나입니다. 더 많은 조명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디퍼드 렌더링을 각 디바이스별로 최적화하고, 프로파일링을 더 발전시킨 빌드 타깃도 유니티 6 다음 버전에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Q. 이전에도 '메타버스'를 꾸준히 강조해주셨는데요. 유니티 6 출시 시점에서 보시기에, 앞으로도 메타버스라는 단어 내지는 개념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시는지, 향후 더 확장될 것이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김범주 리더: 코로나 시기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참 많았었고, 동시에 찬반 양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게 과연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냐, 아니면 허상이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이 있었는데요. 메타버스의 장점은 결국, 유니티 같은 엔진 덕분에 우리가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면서, 훨씬 더 기존의 학습이나 작업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각화되고 직관화되면 우리가 공부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고요. VR 가지고 훈련하신 분들이 매뉴얼로 훈련한 분들보다 기억에 남는 지식이 40% 정도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거든요. 산업계에선 디지털 트윈 같은 이름으로 시각화를 말씀하시기도 하죠.
이 용어가 워낙 찬반 양론이 많았다 보니, 앞으로 쓰일지 모르겠지만, 더 복잡하고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할 수 있던 데이터의 이해와 활용, 그리고 그걸 통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실시간 엔진을 통해 직관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트렌드는 그 용어의 부침과 상관 없이 계속 가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생활에서 나오는 많은 용어들이 "버스 태워줄게"라거나 "빌드가 뭐야"처럼 게임에서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활에서 반복되는 어떤 패턴을 시뮬레이션하다가, 거기서 나온 개념들이 다시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거죠. 그렇게 본다면, 메타버스라는 용어와는 별개로, 가상 공간에서 우리가 소통했던 경험과 기억들이 현실 공간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들은 계속 유지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유니티를 사용하고 계신, 그리고 앞으로 사용하실 분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김범주 리더: 지난 1년 동안 저희가 많은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이제 도입이 취소됐지만, 런타임 요금제와 관련해서도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저희는 창작자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데 진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실수가 있었지만, 그것을 고치고 다시 바른 길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유니티 6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저분들이 유나이트나 사용자 모임을 통해서 응원을 해주고 계세요. 물론 채찍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게 있으면 그걸 고치고 다시 옳은 방향으로 돌아가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노력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니티 6는 그렇게 초심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좀 더 안정적인, 그리고 좀 더 오래 지원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는 도구로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