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여의봉을 활용해 싸우는 장면에 열광했거나, <나루토>에서 록리가 체술을 활용해 상대에 맞서는 연출에 가슴이 뛰었다면, 이 게임에 관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붉은 새라는 뜻의 일본어 <아카토리>는 게임의 제목인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사부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코하쿠성으로 발을 들이는 소녀 '마코'는 힘을 잃은 신적인 존재 '아카토리'를 만난다. 기이한 현상과 세계의 위기를 막기 위해 붉은 새 아카토리는 자신의 힘을 마코에게 나눠준다. 이제 마코는 봉의 형상이 된 아카토리를 활용해 더 다채로운 전투를 펼친다.
재밌는 점은 봉이 된 아카토리가 단순히 권법을 대체하는 하나의 무기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봉을 던져 벽이나 바닥에 꽂고, 이를 발판으로 활용해 닿지 못하던 지점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봉술과 체술을 적절히 혼용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도트와 3D 그래픽을 함께 쓴 독특한 비주얼이다. 정식 출시 이전 데모에 가까운 챕터 1 공개로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아카토리>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게임명: <아카토리>
장르: 액션 어드벤처,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출시일 및 플랫폼: 본편 미정, 데모 2024년 4월 20일/ 스팀
개발사/배급사: 코드 웨이커스/ 하이프트레인 디지털
가격: 본편 미정/ 데모 무료
한국어 지원: O
<아카토리>의 이야기는 소녀 승려 '마코'가 '위 사부'의 부름을 받고 절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길목에서 마주치는 작은 마물이나, 동료들의 입에서 언급되는 '군인'과 같은 단어를 제외하면, 아직은 크게 위태로워 보이는 세계는 아니다.
사부의 앞에는 과학자와 병사들이 있었다. 잠수복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있는 과학자와 병사들을 '코하쿠성' 앞의 호수까지 안내해야 한다. 거울 같은 호수 '명경호'를 지나면서 세계가 반전되고, 코하쿠성의 안으로 향하게 되는 마코는 이들에게 '혼돈'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혼돈'의 원흉 중 하나로 보이는 '사무라이'를 좇는 마코. 그를 뒤따라가던 마코는 위험한 세계 깊숙한 곳에서 힘이 봉인된 창조주 '아카토리'를 만나게 된다. 아카토리는 봉의 모습으로 변해 마코와 동행한다.
아카토리나 코하쿠성과 같은 작명 외에도 신사의 기둥문을 여러 곳에 배치하고, 사무라이와 대치하는 등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은 요소가 많이 보인다. 그런 동시에, '위 사부'에게 무술을 배우는 절, 마코와 동료들의 승복 등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를 담고 있다. 실존하지 않는 세계지만 <아카토리> 안의 세상은 '아시아' 문화 전반을 뒤섞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동시에 과학자들의 모습에서도 느껴지듯 일부 SF 요소도 차용하고 있다. 마물, 사무라이와의 싸움에서는 영적인 힘이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일부 강조됐다.
자칫 난잡할 수 있는 이런 설정들은 도트와 3D 그래픽을 2.5D로 섞어낸 독특한 비주얼 안에서, 어색하지 않게 전달됐다. 위의 스크린샷에서도 엿볼 수 있듯, 광원이나 물체 표면에서의 반사에 대한 표현이 준수해 전체적인 퀄리티가 좋게 느껴졌다.
아카토리를 만나기 전까지, 마코는 스승님에게 전수받았던 무술을 주로 사용하며 적들을 상대한다. 그래서 초중반에 플레이어는 펀치와 킥, 구르기를 혼용하며 싸운다. 그렇다면 아카토리를 만난 이후에는 더 리치가 긴 봉술만 사용하게 됐을까? 그렇지 않았다.
화면 좌측 상단의 구슬 모양의 체력 표시 아래에는 빨간 바가 있다. 봉술로 공격할 때마다 해당 게이지가 줄어들며, 권법으로 공격할 때 다시 차오른다. 봉술 공격이 권법보다 대미지가 세고 리치가 긴 대신, 약간의 제약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봉술 공격은 권법의 완벽한 상위호환이었을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 또한 그렇지 않았다.
<아카토리>의 액션은 다소 뻣뻣한 편에 속했다. 트레일러에 보여지는 유려한 움직임 그대로 출력되지만, 지금 언급하는 뻣뻣함은 조작감 측면에서의 이야기다. 플레이어와 적이 주고 받는 액션의 합은 봉을 들고 스피디하게 싸우던 여타 미디어와 다르게, (개별적인 움직임은 빠른 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호흡이 빠르지 않은 공방을 보여준다.
이후에도 기술하겠지만 메트로배니아 게임답게, 여러 기술 및 이동기가 해금되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에어대시, 공중킥, 차지 공격, 봉술 콤보 횟수 증가, 바닥에 꽂은 봉을 적에게 펀치로 날리는 기술 등 그 종류도 다채로웠다.
그러나 게임의 액션은 빠르고 화려한 난투가 아닌, 타이밍을 보며 치고 빠지는 소울류의 스타일에 가까웠다. 특히 보스전에서는 거리 및 타이밍 조절이 매우 중요했다. '성구'라 불리는 호리병을 마시는 동작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이 모습 또한 물약을 마시며 싸우는 소울류와 닮았다. 성구를 마시는 데 잠깐의 시간이 소요되며, 횟수도 제한되어 있어 본편에서는 더욱 어려운 플레이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카토리>에서 봉은 무기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봉을 바닥에 세워 꽂거나, 벽에 횡으로 던져 꽂아서 발판처럼 사용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고, 차지 공격으로 특정 벽을 부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통해 이미 지나온 길에서도 숨겨진 아이템을 찾거나, 새롭게 재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카토리>의 맵은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만드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개구멍처럼 낮은 길은 구르기로 지나갈 수 있었는데, 봉 던지기 기술 획득 이후, 봉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가 회수하기 전까지 벽에 꽂힌 봉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그 틈새로 봉을 던지고, 몸은 반대편 길로 우회해 벽에 꽂힌 봉을 발판 삼아 가지 못한 길을 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시야다. 설명만 들어도 느껴지겠지만, 봉을 활용한 기술로 상하 이동 확장이 되는데, 위아래 시야가 좁은 편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발판 위에서 화살표 아래 방향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시야를 아래로 잠시 내려주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렇게 아래를 확인하며 이동하면 게임의 템포가 느려진다. 부주의하게 가시에 닿으면 대미지를 입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피하다.
데모로 공개된 첫 챕터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무거운 조작감을 보여줬지만, 본편에서 여러 공격·이동 기술이 해금되면 해결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메트로배니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는 다소 간결했다. 다만, 공간의 크기도 적당했고, 길이 복잡하진 않아 첫 챕터에서는 지도에 의존할 일이 거의 없었다.
기술 설명 등을 포함한 여러 인터페이스는 (한국어 버전의 통일되지 않은 폰트 때문에 투박해 보이긴 해도) 친절한 편에 속했다. 기본 키 설정 등 차후 개선해야 할 지점들도 눈에 띄었지만, 독특한 액션과 비주얼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아카토리>였다. 도트와 3D를 섞은 2.5D 그래픽은 (젼혀 다른 장르였지만) <플래닛 오브 라나>의 맵 및 캐릭터 배치와 유사해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첫 챕터를 담은 데모 버전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부드러운 움직임", "봉 얻으면 버려질 줄 알았던 주먹질도 계속 쓴다", "액션이 신선하다", "정식 발매하면 바로 산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개성 있는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찾고 있다면 <아카토리> 무료 데모 버전을 즐겨보시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