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노벨 전용 자체 엔진을 구현할 정도로 이 장르에 진심입니다. 이 뒤로도 많은 비주얼노벨을 선보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년 시절 각인된 첫사랑의 기억. 그녀의 파란 머리카락과 빛나는 눈동자는 단숨에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은 일생의 이상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를 갖기 위해" 우주에서 온 소녀 '세아'는 주인공이 평생을 찾아 헤맨 그 이상형이었다. 지구를 갖다 바치더라도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이들의 사이에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루미'가 있는데...
인디 팀 슬라임박스의 비주얼노벨 <겨울소녀> 초반 스토리다. 외계 미소녀와의 러브스토리라니, 다소 익숙한 도입부인가 싶다가도, 사랑에 빠진다는 게 때론 얼마나 단순 명쾌한 감정인지 돌아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단, 이 게임 예쁘고 유쾌한 동시에 직관적이다. 요즘 보기 드문 클래식(?)한 러브코미디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랄까? 캐릭터와 비주얼은 꽤나 현대적인데 말이다.
2024년 8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겨울소녀>.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데모를 플레이한 뒤 이 게임의 정식 출시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겨울소녀>의 데모 버전은 스토브인디에서 무료로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스토브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게임이며, 추후 스팀 출시 또한 준비 중입니다.
데모를 통해 만나 본 <겨울소녀>의 스토리는 미연시의 왕도물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 수 한 수가 강력했달까?
유년 시절 어느 겨울, 파란 머리카락과 별처럼 반짝이던 눈동자를 가진 인물을 보고 한 눈에 사랑에 빠져 버린 주인공. 이 때의 기억은 확고한 이상형으로 자리 잡아, 소꿉친구 '루미'와 커플로 엮이는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가 봐도 '루미'는 주인공을 좋아하고 있지만, 주인공은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소꿉친구, 부모님끼리도 서로 친한 사이" 이상으론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함께 보낸 시간 때문에 "루미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아왔던 주인공은,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 '루미'를 가장 가까운 친구로 인식하고 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평생을 좋아해온 상대도 있지 않은가.
이 확고한 이상형 때문에 주인공은 오타쿠 외길 인생을 살았다. 파란색 머리를 한 버츄얼 유튜버들의 인터넷 방송을 보거나, 청발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라노벨을 보고 게임을 하는 등 행복한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걸려 온 '루미'의 전화. 옆집인데 굳이 전화를? '루미'의 방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한다.
포탈을 만들어 '루미'의 방으로 들어왔다는 파란 머리 소녀 '세아'. "아름다운 지구를 가지고 싶어서 왔다"는 말에 루미와 주인공은 놀라게 된다. 지구를 어떻게 가질 것인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 방법이 정복 뿐이라면 군대를 동원해 침략 작전을 세워야 한다고 섬뜩한 말을 하는 '세아'.
그러나 주인공의 머릿속엔 "이런 미소녀에게 지배 당한다면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평생을 그려 온 이상형 아닌가. 지구 정복 정도는(?) 적극 협조할 수 있다는 기세다. '세아'는 자신의 지구 정복을 돕겠다는 주인공에게 보상을 주겠다며 소원을 말해보라 한다.
"사랑합니다. 결혼해주세요!"
결혼이 어떤 단어인지도 잘 모르는 '세아'지만 침략의 대가로 흔쾌히 수용한다. 침략에 앞서 지구가 어떤 곳인지 더 알고 싶다는 '세아'. 부모님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모든 지구인이 호의적이진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세아'는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한다. 다음 날, 이번엔 주인공의 방으로 '세아'의 포탈이 열리는데.
데모 버전의 '세아' 등장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 컷씬이 사용됐다. 일러스트와 크게 화풍이 다르지 않은 선에서 자연스럽게 짧은 애니메이션이 등장해 연결이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었다.
'세아'의 지구 정복을 돕는(?) 본편의 내용에서는 지구인들의 문화 소개를 비롯해 더 다양한 상황에서 애니메이션 컷씬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소녀>는 일반적인 비주얼노벨처럼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동시에, 일부 상호작용으로 그 재미를 더했다. 데모에 등장한 도그램(게임 속 세상의 인스타그램)이나, '루미'와의 채팅 대화, 휴대폰 꾸미기 등이 그 예시였다. 전문 용어(?)로 일명 바보털이라 불리는 '세아'의 별모양 삐죽 머리를 만지는 등의 상호작용이 포함된 디테일도 좋았다.
본편에는 즉석복권을 긁거나, 눈밭에서 그림을 그려 상대에게 보여주는 등 상황에 맞는 상호작용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겨울소녀>를 만들고 있는 슬라임박스는 실무 경험이 있는 멤버들이 모인 팀이다.
게임 <미래의 여친님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기억을 노래하는 인형>, <첫눈>의 시나리오를 쓴 '래영'과 7년 이상 웹툰 연재를 하고 일러스트레이터, 시나리오 라이터 등을 지낸 '피스이즈'가 <겨울소녀>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이번 게임의 아트를 맡은 '슈니아'는 게임 <그녀의 세계>의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기술,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뚜와' 또한 크래프톤 출신의 프로그래머다.
슬라임박스 팀은 자체 개발한 비주얼노벨 전용 엔진을 사용해 <겨울소녀>를 만들고 있다. 초기부터 비주얼노벨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엔진이라고 하며, 연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팀 밖에서 이들을 돕는 인원도 화려하다. <호랑수월가>로 유명한 작곡가 '상록수'가 엔딩곡을 만들고, 버츄얼 크리에이터 겸 싱어송라이터 '한결'이 엔딩곡을 부른다. BGM은 비주얼노벨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기억할 게임 <러브 딜러버리>,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OST를 제작한 '뮤직페이퍼' 팀이 담당했다.
15분 내외의 짧은 데모 플레이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아트 비주얼, 콘셉트, 인터페이스 등을 봤을 때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게임 중 하나다. 여백이 있는 사운드나 일부 편의 기능 등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으나, 아직 개발 중인 단계임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더 큰 게임으로 보였다.
예고된 일정 대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2024년 8월에 스토브를 통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오는 여름에 만날 <겨울소녀>는 플레이어의 이상형 또한 파란 머리의 우주 소녀 '세아'가 되게 매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