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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에서 '하나의 실패'로...? 게임 패스가 심상치 않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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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5-15 18:11:21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최근 연이어 스튜디오 폐쇄 소식을 발표한 Xbox 진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7년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 패스'를 발표하고, 2020년 베데스다가 소속된 '제니맥스'를 약 11조 원에, 2022년 약 82조 원에 '액티비전 블라자드'를 인수하며 스튜디오와 IP를 쓸어 담던 이전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게이머가 Xbox 진영이 추구하는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인수에 투자해 얻은 다양한 스튜디오의 게임 IP와 당시 기준 2,500만 명까지 성장(현재는 3,400만 명)한 게임 패스 구독자를 통해서 Xbox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2024년, Xbox가 처한 상황은 그들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 '게임 패스' 모델에 '올 인' 했던 MS


게임 패스 출범 이전에 Xbox 진영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Xbox one의 실패 이후 Xbox 진영은 닌텐도와 PS에 밀려 3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산업 및 매출은 성장하고 있었지만, 장기적인 성장과 함께 턴어라운드를 꿈꾸는 Xbox에겐 썩 마음에 드는 위치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Xbox 진영이 집중했던 것은 '구독형 게임 서비스 모델'이다. OTT처럼 게임 역시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지불하고 다양한 라인업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이용자들에게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더불어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욱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업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독형 모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라인업'이다. 일정 주기로 '여러 장르의', '재미있는 대작 게임'이 주기적으로 공급되어야 게임 패스 구독에 대한 메리트는 높아진다.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때, 각 OTT 플랫폼이 여러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유명 배우와 제작자를 섭외하며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한 것과 같다.


Xbox가 적극적인 스튜디오 인수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현재 <헬블레이드 2> 출시를 앞둔 개발사 '닌자 씨어리'를 인수한 것이 2018년의 일이다.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에 참여하는 등 경력 있는 개발자를 모아 설립한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 '더 이니셔티브'도 같은 해 설립됐다. 이들은 현재 <퍼펙트 다크>라는 게임을 개발 중이다.


여러 장르를 넘어 글로벌 게이머의 집중을 받을 수 있는 여러 IP를 가진 '초대형 게임사'의 인수도 진행했다. Xbox의 인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2020년 MS가 제니맥스를 약 11조 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게임 업계 바깥에서도 가장 뜨거운 뉴스였다. 몇몇 매체는 당시 MS가 '틱톡'의 미국 서비스 인수 에 쓰려던 자금을 게임 사업에 쓰는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MS의 인수 전략은 2022년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 원에 인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단순히 인수가 아니더라도, 여러 게임사와의 협업 및 계약을 통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게임 패스 데이원'으로 출시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아틀라스의 <페르소나 3 리로드>나 네오위즈에서 개발한 <P의 거짓>이 있다. <P의 거짓>의 게임 패스 데이원 입점은 당시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적잖이 화제가 됐었다.




# 그러나, 결과는 불투명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게임 패스의 구독자 수 증가는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게임 패스 모델이 게이머들에게 크게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게임 체인저'급의 임팩트가 없었다는 것이다.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Xbox 콘텐츠 및 서비스에 대한 목표 성장치는 4.4% 였지만, 실제로는 0.7%에 그쳤다. 게임 패스 성장률은 2022년 설정했던 73%에 미치지 못하는 28%였다.

공식 발표만 모아도 구독자 수 증가의 정체는 눈에 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게임 패스는 2021년 1,800만 명, 2022년 2,500만 명, 2024년 3,40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참고로 2024년 발표한 구독자 3,400만 명은 '게임 패스 코어' 이용자를 합산한 수치다. 게임 패스 코어는 Xbox의 멀티플레이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결제해야 했던 '라이브 골드'의 새로운 서비스명이다.

- OTT와 게임 구독 서비스는 다르다.

게임 패스에 꾸준히 회의적인 시간을 견지해 온 테이크투의 CEO '스트라우스 젤닉'은 이렇게 발언한 적이 있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와 선형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매우 다르다. 사람들이 한 달에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 소비하는 시간은 선형 엔터테인먼트에 소비하는 시간보다 훨씬 적다."

주어진 동영상 콘텐츠를 '단순히 시청'하는 OTT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1년에 수십 개의 드라마를 OTT를 통해 시청하겠지만, 일반적인 게이머는 1년에 평균 AAA 게임을 3~4개 플레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작 게임이 나오면 일단 플레이하고 보는 하드코어 게이머는 아니다. 

게임은 넷플릭스 시리즈와는 달리 보통 수십 시간의 플레이타임과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패드를 놓으면 게임은 진행되지 않는다.

더불어 동영상 콘텐츠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동영상 콘텐츠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청해도 문제가 없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콘솔 혹은 PC가 필요하다. AAA급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하이엔드급 PC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하드웨어 가격이 매년 증가하는데 말이다.

다시 말해서 OTT와 게임은 접근성의 차이가 크다. MS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 집중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반향은 없었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시장 역시 정체된 상태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부진으로는 '인풋 렉'을 비롯한 기술적 이유 등이 꼽히고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구글조차도 '스테디아'를 시도했다가 한 발 물러선 판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SKT와 손을 잡고 2020년 클라우드 게임 패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는 2023년 종료됐다.


- Xbox 진영 게임의 거듭된 실패

산하 스튜디오에서 나온 게임의 거듭된 실패 역시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Xbox 진영의 대표 게임 <헤일로> 시리즈의 최신작 <헤일로 인피니트>는 2020년 첫 공개부터 부족한 그래픽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거듭된 개선으로 2021년 11월 출시 시점에서는 우려를 호평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라이브 서비스 유지에는 실패하며 이용자층이 크게 이탈한 상태다.

그 외에도 베데스다에서 7년 동안 개발한 <스타필드>, 아케인에서 개발한 <레드폴> 등의 타이틀이 흥행과 게이머 평가 양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게임 판매량 순위에서 빠르게 이탈했다. 게임 패스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을 것이다. 


<레드폴>은 너무나 부진했던 나머지, 사후 지원을 포기하고 스튜디오를 해체하는 강수까지 뒀다.
기자에게도 <레드폴>은 정말 당황스러운 게임이었다.

# 게임 패스는 결국 '실패'일까?


Xbox는 그 동안 보여준 방향성에 제동을 걸고, 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023년 1월 <헤일로 인피니트>를 개발한 343 인더스트리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2024년 1월에는 게이밍 부서와 블리자드의 e스포츠 인력이 대거 해고됐다.

2024년 5월에는 4개의 스튜디오를 통합 및 폐업하기도 했다. 2023년 깜짝 출시된 <하이파이 러시>의 개발사 '탱고 게임웍스'가 포함되어 있어 게이머 사이에서 큰 동요가 일기도 했다. 그나마 Xbox 진영에서 2023년 가장 호평을 받은 게임이 <하이파이 러시>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형 IP'에 집중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전부터 해외 게임 업계는 '게임 플레이'에 대한 조기 접근권이나, 게임 내 소액 결제 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디아블로 4>가 대표적이다.

해외 매체 유로게이머는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 "<스타필드>와 같은 블록버스터 게임이나 <씨 오브 시브즈>와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고스트와이어 도쿄>와 같은 짧은 싱글 플레이어 타이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고스트와이어 도쿄>


게임 패스를 나오는 모습도 서서히 관측되고 있다. 새로 생겨난 비즈니스 모델인 게임 패스에 유인책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보단(이는 MS가 게임 패스에 집중하던 시절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탱고 게임웍스의 <하이파이 러시>를 PS 및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할 것이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소식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튜디오 해체를 결정하며 게이머들에게는 '아이러니'한 소식이 됐지만 말이다.


PS로 출시되는 Xbox 게임들 (출처: MS)


여기에 더해, 앞서 '구독형 모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발표된 4개의 스튜디오에 대한 폐쇄 및 통합 소식은 게임 패스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게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Xbox의 성장을 견인할 주요 IP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 <하이파이 러시> 신작에 투자할 리소스를 <폴아웃> 시리즈의 신작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낫다는 것이다.



# Xbox의 계속된 베팅... 6월부터는 '반전' 보여줄 수 있을까?


다소 부침은 있을지라도, Xbox가 게임 패스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Xbox 대표 필 스펜서는 2023년 12월 윈도우 센트럴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임 패스는 지난 5년 동안 구축되어 왔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PC와 클라우드 모두 해당합니다. Xbox 콘솔 정체성에 있어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는 게임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미래의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할 것입니다."


"저희는 재정적으로 실행 가능한 서비스, 즉 돈을 버는 서비스 구조를 게임 패스 안에 만들었습니다. 게임 패스에 들어오는 타사 게임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별 퍼블리셔라면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내 게임을 플레이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많은 퍼블리셔가 자연스레 가능한 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하고 싶고, 플랫폼과 구독 서비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든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더 많이 플레이하고 계속해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 윈도우 센트럴과의 인터뷰 


결국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게임'이다. Xbox는 6월 10일 자체적인 쇼케이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개가 기대되는 타이틀로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신작, <기어스> 시리즈 신작, <스타필드> DLC, <어바우드>,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둠> 시리즈 신작 등이 손꼽히고 있다. Xbox 진영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해당 쇼케이스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출처: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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