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시스템이 '신선'해서 감탄을 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 등을 만든 슈퍼셀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스쿼드 버스터즈>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 글로벌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브롤스타즈>보다 더 잘 뽑혔다고 느껴졌다.
아래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스쿼드 버스터즈>의 모든 특징은 액션 게임에서 공격 버튼을 없앤 과감함에서 나왔다. 스쿼드를 움직이는 동안에는 공격하지 않고, 멈춰있을 때만 자동으로 공격하는 독특한 조작 체계 덕분에, 플레이 과정 하나하나가 다른 액션 게임과는 차별화됐다. 그러면 밋밋하지 않냐고? 천만에. 팀원 구매 및 부스터, 마법 사용으로 손이 엄청나게 바쁘고, 매우 긴박하게 진행되는 게임이다.
전체적인 비주얼과 캐릭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스쿼드 버스터즈>에는 슈퍼셀 세계관 속 역대 인기 캐릭터들이 한 곳에 등장하는데,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능력으로 활약한다. <스쿼드 버스터즈>는 출시 전부터 역대 모바일게임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4,000만 사전 예약을 돌파했다고 하며, 출시 이후 한국, 일본, 미국, 대만 등의 국가에서 구글플레이 스토어 무료 게임 인기 순위 1~2위를 석권했다.
<스쿼드 버스터즈>의 플레이는 매우 쉽고 직관적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왜 재미를 느끼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이 게임 고유의 '파티 액션'에 빠져든다. 하지만, 요소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굉장히 촘촘한 게임이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게임의 룰은 매우 간단하다. 10명의 플레이어가, 4분 동안 자신의 스쿼드를 늘려가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해 더 많은 '보석'을 획득하면 이기는 방식이다. 유저들끼리 서로 쓰러트리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엔 캐릭터 하나를 선택하며 시작하고, '골드'를 모아 필드 곳곳에 있는 상자를 열어 추가로 팀원을 늘려나간다. 여기서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 같은 캐릭터 3개가 모이면 하나의 큰 캐릭터로 합체한다.
▶ 스쿼드를 구성하고 있는 캐릭터 수에 따라 상자 비용이 5골드씩 올라간다. (합체를 하면, 자연스럽게 캐릭터 수에서 이점을 얻는다)
▶ 다른 플레이어의 스쿼드를 전멸시키면, 상자를 무료로 열 수 있는 열쇠를 한 개 얻는다.
▶ 캐릭터마다 능력과 등급이 다르다. 아주 드물게 '메가' 사이즈의 캐릭터를 영입할 수 있다.
▶ 게임 후반부에 맵 중앙에 보석 광산이 활성화된다. 플레이어들은 이곳에 모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스쿼드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골드'가 필요하고, 게임의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보석'인 셈이다. 각종 기물을 부수거나, 몬스터를 처치해 골드와 보석을 얻을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를 쓰러트려 골드, 보석을 빼앗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게임 전반에 걸쳐 플레이어 사이의 견제 및 기습이 진행되며,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쿼드 구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서문에 소개한 것처럼, 이 게임의 조작 체계는 매우 독특하다. 스쿼드를 움직이는 동안에는 공격할 수 없고, 멈춰있을 때만 적(기물, 몬스터, 다른 플레이어)을 자동으로 공격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것처럼 게임 시스템 전반에 걸쳐 경쟁적 플레이에 이점을 주고 있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순차적으로 해금되는 맵 테마에 따라 약간의 구성 차이는 있으나, 10명의 플레이어는, '나무 다리'로 연결된 10개의 구역에서 각자의 스쿼드를 성장시키며 게임을 시작해, 게임 후반부 중앙에서의 교전을 끝으로 한 판을 마치게 된다. 게임 초반부엔 일종의 러시 플레이가 가능하다. 전투에 능한 캐릭터로 스쿼드를 구성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구역에 빠르게 침입해, 자원을 빼앗거나 상대를 버스트시키는 전략이다.
여기서 슈퍼셀이 마련한 핵심 기믹은 '1명이 지나가면 부서지는 나무 다리'다. 도망치는 플레이어가 다리를 넘어가고 나면, 쫓아가는 플레이어가 우회해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뒀다. 이동할 때는 공격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쫓기는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서지는 다리'로 해결한 것이다. 스쿼드의 일부 캐릭터가 사망했어도, 부스트로 멀리 이동해 다시 재정비한 후 역전을 도모할 수 있다.
게임 후반부 난투전이 벌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이동할 땐 공격할 수 없다는 조건 때문에, 농구의 스크린처럼, 상대가 지나갈 경로나 길목을 막아서며 공격하기도 한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가 스쿼드에 많다면, 부스트를 사용하며 상대를 뒤쫓는 동시에, 잠시 멈추면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끊어치기'를 하며 상대 스쿼드를 버스트시킬 수도 있다.
이 과정에는 폭탄, 대포, 분노, 아군 회복, 해골 병사 뿌리기 등 필드에서 획득하는 다양한 1회성 '마법'도 활용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눈치채셨겠지만, 슈퍼셀의 전작 <브롤스타즈>와 같은 트윈스틱 슈팅 게임과는 조작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시스템 안에서도 <스쿼드 버스터즈>만의 매우 빠른 전투 템포가 잘 살아있어, 플레이어는 금세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여러 판을 반복하다 보면 유사한 교전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맵 곳곳에는 나무, 당근과 같은 기물이 보이는데, (전투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렉'은 나무를 베고, '메이비스'는 당근을 수확해 골드, 보석을 얻을 수 있다. 꼭 호전적인 방식이 아니어도 스쿼드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열려 있다.
또한, 매 판마다 특수 룰이 랜덤하게 적용되어 스쿼드 전략도 달라진다. 첫 번째 영입 캐릭터를 합체된 캐릭터로 데려오거나, 매번 캐릭터가 2명씩 영입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영입하는 캐릭터로 스쿼드 전체가 변하는 룰도 있다. 골드, 보석을 지닌 몬스터가 많이 등장하는 맵, 가장 마지막에 자신을 처치한 플레이어를 따르는 유령들이 있는 맵에선, 빠르게 이들을 제압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전투 중심의 스쿼드를 꾸려야 한다.
여타 슈퍼셀 게임들처럼 <스쿼드 버스터즈>에도 캐릭터 성장 요소가 있다. 플레이어끼리의 경쟁 게임에서, 처음부터 캐릭터 능력이 다른 채로 싸우면 불합리하게 느껴지지 않나 싶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일단, 캐릭터 스킬을 해금하는 성장의 벽이 높다. 하루 이틀만 플레이해도 보유한 캐릭터 전원을 2성까지 레벨업 시킬 수 있으나, 3성으로 레벨업시키기 위해선 2성까지 들인 노력의 10배가 필요한 구조다. 3성에 도달하면 플레이어 본인은 큰 성취감을 얻지만, 실제 전투에선 캐릭터를 확정 영입할 수단도 없고, 스쿼드 단위 전투가 이어지기 때문에, 다수의 캐릭터가 3성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핵과금 유저가 아닌 이상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캐릭터 성장 단계에 도달해 있는 구조다. 캐릭터 성장 재료는, 전투 후 여는 '상자'에서 나오는 1성 캐릭터들이다. 결국 '상자'가 핵심인 셈인데, '상자'는 3시간에 한 개씩 충전되어, 얼핏 흐름이 느리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퀘스트, 도전과제 보상으로 금화를 넉넉히 주기 때문에 금화로 상자를 구입하며 진행하면, 손이 지칠 때까지 계속 플레이할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보석을 가지고 생존하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게임 <스쿼드 버스터즈>는 신선한 조작 체계를 내세워, 쉽고 빠르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뒀다. 10명 중 5위 안에만 들면 승리한 것으로 계산되는데, 상자 보상엔 연승 보너스가 존재해, 5위 안에는 꼭 들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심어준다. 운이 좋다면 11~12연승까진 무난하게 할 수 있지만, 허무하게 연승 기록이 무너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스쿼드 버스터즈>에서는 성장 루트도 다양하고, 교전 상황 안에도 다양한 전략과 경우의 수가 있어, 매 판마다 조금씩 다른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원신>과 같은 오픈월드 RPG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 사이 플레이한 모바일게임 중 이 정도로 촘촘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란 작품이다. 만약 당신이 슈퍼셀 게임을 좋아했거나, 할 만한 신작 게임을 찾고 있다면, 이 게임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