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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 게임쇼는 정말로 사양세인가? TGS 2022가 던져 준 질문거리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시대, 영향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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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2-09-20 16:40:05
TGS 2022(도쿄게임쇼 2022)가 마무리됐다. 주최측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5일부터 18일까지 4일 간 총 13만 8천 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2018년의 29만 8천 명과 비교하면 약 16만 명이 줄어든 수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최된 만큼 방문자 수를 제한하고 초등학생 이하 관람객의 입장이 불가능했기에 어느 정도는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기자가 4일 간 현장을 돌아다니며 국내외 게임 업계 관계자의 다양한 발언을 취합한 결과 혹자는 대형 게임쇼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반가움을 표했고, 혹자는 이전보다 줄어든 규모와 대형 게임사들의 불참을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게임쇼가 그랬듯 TGS 2022 현장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분명히 보였다. 대규모로 사람들이 만나는 행위가 제한되면서 대형 게임사들은 각자의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게임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2년 간 게이머들은 오프라인보단 온라인 게임 쇼케이스에 익숙해졌다.

닌텐도는 본래 전통적으로 TGS에 불참하며 '닌텐도 다이렉트'라는 별도의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었고, 소니와 MS가 코로나 흐름을 타고 여기에 동참했다. MS는 온라인으로 명목상이나마 TGS 2022에 참가하긴 했지만, 소니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TGS 2022 직전에 PS로 발매될 대형 게임들의 정보를 공개했다. TGS 2022에 오프라인으로 참가하더라도, 중요한 쇼케이스는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형 부스 역시 많았다. 

그렇다면, 정말 대형 게임쇼의 설 자리는 없어지는 걸까?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일본 게임 시장의 동향은 무엇이었을까? 현장에서 느낀 소감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흔들리는 오프라인 게임쇼 입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까?

 

MS, 소니 등 대형 부스의 빈자리는 현장에서 확실히 느껴졌다. 본래 대형 부스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거대한 빈 공간이 남았다. 임시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배치하긴 했지만, 이전 TGS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관람객에게는 현 오프라인 게임쇼의 입지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보였을 터다.

일본의 대형 참가사들도 반드시 오프라인에 집중하기보단, 온라인 쇼케이스로 자사의 게임을 알리는 데 더욱 적극적인 모양새였다. TGS 2022의 핵심이라고 부를 만했던 세가도 행사 전날(14일)에 별도로 <용과 같이> 시리즈 3작을 발표하는 온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스튜디오 대표와 배우가 직접 여러 가지에 대해 답변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기서 TGS 2022의 오프라인 부스로 이어진 게임은 <용과 같이 극 유신!> 하나였다.

명확히 느껴졌던 대형 게임사의 빈 자리.

세가는 개막 하루 전 온라인 발표회 'RGG 서밋 2022'를 통해 <용과 같이> 시리즈 신작 3종을 별도로 공개했다. 
해당 발표회는 한국어 실시간 번역으로 동시 송출됐다. (출처 : 세가코리아)

다른 게임사 역시 같았다. 오히려 코로나 위험을 감수하고 기나긴 대기줄을 기다려 현장에 참가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생방송을 지켜본 사람이 더욱 게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으리라 판단될 정도다. 세가와 캡콤 같은 경우는 한국 시청자를 고려해 별도의 한글 자막이나 동시 통역을 제공하기도 했다.

굳이 현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코에이 테크모 산하 '팀 닌자'에서 개발된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이하 <와룡>)의 사례가 있다. <와룡>은 TGS 2022에서 오프라인 체험 부스를 공개하는 것과 함께 온라인으로도 동일한 체험판을 배포했다. 확실히 팀 닌자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현장을 찾아가는 것 보다 온라인으로 게임쇼를 지켜보는 것이 더욱 메리트가 있었던 셈이다.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게임 정보를 알리는 한편, 부스의 모습도 전부 소개해 주는 회사가 많았다. (출처 : 코나미)

직접 디렉터가 게임을 소개해 주는 온라인 쇼케이스.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출처 : 캡콤)

물론, 이번 TGS 2022는 코로나19 상황에서 '3 년 만에' 열린 행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러한 위험 속에서도 1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 하나가 마음 한 켠에 걸린다. 만약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고 세상이 이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지라도, 대형 게임사가 예전처럼 대규모 행사에 돌아와 자사의 신작을 공개할까?라는 의문이다. 설사 참가하더라도 단순한 체험존 정도로만 부스를 배치할 뿐, 결국에는 온라인 쇼케이스가 중심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TGS 운영위원회는 올해의 행사를 발판삼아 2023년에도, 2024년에도 행사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것이라 선언했다. 아직까지는 추측의 영역이지만, 몇 년이 지난다면 대형 게임사들의 기조 역시 명확해질 것이다.

굳이 이 줄을 기다려야 할까? 게다가 이 정도면 양반이다.

추가로 한 가지 고민해볼 내용이 있다. TGS에 갈수록 대형 부스가 줄어 간다면, 이를 채우기 위한 중, 소규모의 스튜디오나 인디 게임 부스가 더욱 커질 확률이 있다. 

직접 TGS 주최측에 신청서를 보내 현장 부스를 마련한 인디 게임 개발자는 TGS에 참가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정신없이 바빴지만, 해외 게이머에게 직접 게임을 홍보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에 게임을 홍보하고 싶지만, 기회가 적었던 해외 개발사에게는 어떻게 보면 이런 변화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인디 게임 부스는 비즈니스 데이에는 한산했지만, 일반 관람객이 입장하자 곧 활기가 생겼다

 

 

# 일본 게임 시장의 한 축으로 올라선 FPS, 그리고 e스포츠의 성장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본 게임 시장의 흐름도 분명 존재했다.

가장 큰 것은 FPS 장르가 일본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FPS를 즐기는 헤비 게이머라면 <에이펙스 레전드>나 <발로란트>의 일본 흥행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접 현지 게임쇼에 참가하니 이런 트렌드는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일본 시장은 더 이상 'FPS의 불모지'가 아니다.
 
어딜 가나 <에이펙스 레전드>가 보여요.

 

2022년 8월 기준, 게임 카테고리별 일본 라이브 방송 시청 랭킹
FPS인 <발로란트>와 <에이펙스> 레전드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 : GikenAccess)


본래 일본 시장은 FPS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FPS가 없었으며, FPS를 개발하는 현지 개발사 역시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치에 있었던 FPS가 어떻게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 이전에 다룬 바 있지만 스트리밍이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가 이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 '에이펙스 레전드'가 일본 시장을 집어삼킨 방법

 

이를 뒷받침해 줄 데이터 역시 있다. 2022년 7월 일본 스트리밍 지표를 보면 <발로란트>가 <에이펙스 레전드>의 일본 내 시청 시간을 역전하고 게임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6월 말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 1만 명이 넘는 관객이 운집한 'VCT : 재팬 스테이지2 챌린저스 플레이오프'나 7월 진행된 '발로란스 챔피언스 투어 2022 : 스테이지 2'의 일본 예선과 본선 경기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맞추어 게이밍 PC와 주변기기 시장 역시 동반 상승하는 모양새다. 현지 매체 인터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된 감이 있어 '극적인' 성장을 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2022년 6월 'INZONE' 브랜드를 통해 게이밍 기기 시장 진입을 선언한 소니 역시 e스포츠 시장 확대에 따른 PC 시장 수요 증가에 주목했다고 언급했다.

 

TGS 2022 현장에 부스 참여한 각종 주변기기 업체들의 모습도 이런 흐름과 다르지 않았다. PC를 시연할 수 있는 장소에는 여지없이 <에이펙스 레전드>가 켜져 있었으며, <발로란트>를 시연함과 동시에 현장 참여형 e스포츠 경기를 진행하는 부스도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하거나 전시된 주변기기의 사진을 촬영하는 관람객 역시 많았다. 스트리머와 e스포츠가 게임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TGS를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PC 시연용 게임은 <에이펙스 레전드>였다.

현장 참여형 e스포츠 경기를 진행한 '스틸시리즈' 부스.

 

스트리머, V튜버와 연계한 PC 홍보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스트리머와 e스포츠가 게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본 시장만의 특징이 아니다. 

 

9월 19일, <발로란트>는 국내 PC방 FPS 게임 장르 중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한 관계자는 '발로란트 챔피언스 2022'에서 3위라는 호성적을 보인 DRX의 사례나, 스트리머의 자발적인 <발로란트> 플레이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언급했다. 

 

 

# TGS 현장에도 침투한 블록체인, 향후에도 계속 볼 수 있을까?

 

국내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블록체인 역시 TGS 2022에 얼굴을 비췄다.


NFT와 블록체인을 가지고 나온 부스는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호기심의 영역으로 보였다. 10개 이내의 부스가 전시장에 등장했으며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보다는 브랜딩, 혹은 기술영역에서의 설명회에 가까운 모습이다. 부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일반 관람객들이 아닌 관계자들이 대다수였다.

"NFT와 블록체인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스퀘어 에닉스 역시 TGS 2022에 별도로 블록체인 관련한 부스를 내놓지는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일본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서는 내년 행사의 관련 부스 규모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관련 부스는 많았지만, 일반 관람객들보단 관계자들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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