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게임웍스와 베데스다는 이 게임을 깜짝 출시, 스팀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디 이블 위딘>과 <고스트와이어: 도쿄>로 액션 실력을 보여준 탱고 게임웍스는 이번 게임에서 음악과 액션을 가미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기록했습니다.
독일 쾰른에서 개최 중인 개발자 컨퍼런스 데브컴에서 이 게임의 디렉터 존 요하나스가 게임의 개발기를 공개했습니다. 그는 <하이파이 러시>가 '거꾸로'(backward)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존 요하나스 <하이파이 러시> 디렉터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시리즈에 모두 참가한 존 요하나스는 "이제 호러 느낌의 게임은 그만"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미카미 신지(탱고 게임웍스의 대표)의 핵심 라인이었던 그는 <디 이블 위딘 2>까지 성공적으로 만들었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의 액션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가 주목했던 분야는 "음악과 액션"의 어울림이었습니다. 탱고 게임웍스는 물론 이 회사에서만 줄곧 개발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요하나스 또한 리듬액션 게임 개발 이력이 전무하지만, "뮤직비디오 같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아이디어가 이들을 <하이파이 러시>로 이끌어었습니다.
그래서 탱고 게임웍스는 '거꾸로' 게임을 만듭니다. 요하나스 디렉터와 프로그래머 한 명이 9개월간 15분 남짓의 데모 버전을 완성합니다. 그는 이 빌드를 통해서 "리듬액션을 다시 정의"하기로 하고 작동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주변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역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게임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이번 게임은 더 어려웠다고
그가 주장하는 거꾸로 개발의 핵심은 "게임의 모든 액션을 음악과 맞추기"였습니다. 음악에는 박자가 있고, 그 박자에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을 조율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고 있는 뮤직 비디오, 또는 게임 트레일러에서는, 배경음악의 박자에 인물과 대상의 움직임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유명 영화 <조커>의 트레일러를 떠올려봅시다.)
그러나 게임에서 100% 완벽하게 음악과 움직임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입력에 따르는 딜레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박자를 100% 맞출 수 없는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음악의 박자를 세세하게 펼쳐낸 뒤 어떤 박자에 플레이어의 액션이 들어가도 BGM의 박자에 들어맞는 메커니즘을 구현합니다. 이른바 리듬 싱크로 시스템(RSS, Rhythm Syncro System)입니다.
그가 공개한 RSS의 구조도.
이 RSS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적을 플레이어가 상대하는 데 120bpm의 8박자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뚜치따치'라고 대략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우리의 플레이어는 '뚜'에서 피하고 '따'에서 몹을 때려야 한다고 가정합시다. 플레이어가 메트로놈을 켜놓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며, 입력한 결과물이 게임에 전해지는 데까지 미세한 시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따'에서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적용되는 RSS는 플레이어가 '따'에서 조금 늦게 동작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만들어서 싱크로를 맞춥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이 쯤이면 따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해서 먼저 입력을 하는 경우, 애니메이션이 조금 길어져서 박자를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요하나스 디렉터는 RSS를 통해 제약을 극복했습니다.
RSS를 위해서는 기존의 음악을 완전히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RSS를 적용한 <하이파이 러시>의 액션은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모두 만족시켰습니다.
거꾸로 개발은 다른 분야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하이파이 러시>는 3인칭에서 던전 공간을 탐험하는 게임으로 특정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문이 있습니다. 다른 이벤트로의 입장인데 역시 게임에는 BGM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음악에 맞추어 행동이 조직되어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문을 여는 타이밍에 따라서 문이 열리는 애니메이션이 달라집니다.
아시다시피 <하이파이 러시>에는 나인 인치 네일스, 프로디지 등 유명 밴드의 음악이 들어있습니다. 이 음악은 게임 출시 예전에 개발이 완료된 곡들이죠. 음악이 게임에 앞서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거꾸로 개발'이 작동합니다. 개발자들은 4분짜리 곡들을 구조적으로 분해해서 게임의 액션에 적용했죠. BGM 단에서 재생이 멈추면, 상대하는 보스 몹도 기술을 쓰지 않곤 합니다.
이 게임에는 유명한 음악이 엄청 많이 나옵니다.
탱고 게임웍스가 <하이파이 러시>에 기존 출시 음악을 사용하게 되면서 쓴 이 방법은 사내의 개발자들이 경험한 적 없는 방법론입니다. 요하나스 디렉터는 "시작 단계에서 분명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팀에게 공유하면 일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의 핵심(<하이파이 러시>는 모든 액션을 음악에 맞추겠다는 의도)을 깊이있게 반복적으로 강조한다면, 이후 개발 과정에서도 팀원들이 그것을 잘 따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다음에 피드백 과정을 놓치지 않아야, <하이파이 러시>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것이겠죠.
모든 종류의 게임 개발에서 '거꾸로 개발'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요하나스 디렉터와 탱고 게임웍스의 이번 시도는 대성공했습니다. 요하나스 디렉터는 "새로운 방법론을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