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자로 일하다 보면, 독자의 반응이 예상과는 다를 때가 꽤 자주 있습니다. 특히, 좋은 기사를 위해서 만리타국에서 고생을 했음에도 기대했던 반응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떨 때에는 정말 알리고 싶고 알려져야 하는 기사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라고요. 그 말마따라 창간일을 기념하여 TIG의 기자들이 모여 기사들을 직접 추천하기로 작당했습니다. 그리하여 추천된 것들 중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더 큰 의미를 갖게 된 기사부터 기자 스스로 정말 즐겁게 작성했던 기사, 최근의 이슈들과 관련이 있는 기사 등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현재 TIG의 편집국에는 개성 강한 7명의 기자들이 속해있는데요. 추천한 기사를 살펴보며 각 기자들의 특성을 추측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현남일(깨쓰통) 기자: 실제로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는 뽕차오르지만, 제 3자가 보면 '항마력'이 무지막지하게 필요해서 조회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비운의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홍대에서 개최된 <에픽세븐> 메이드 팝업 카페입니다.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직접 방문한 행사는 메이드가 서빙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본격적이었는데요. 이번 업데이트의 주인공인 클로에, 라이아, 타마린느, 뮤즈 리마로 분장한 코스어들이 공연을 펼치고 오므라이스에 예쁜 그림도 그려주는 흔치 않은 행사였답니다. 하지만 조회수나 댓글 반응은 영 좋지 않아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벤트가 자주 개최된다면,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굳이 메이드 카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서브컬처 게임과 관련된 오프라인 이벤트가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재생 버튼 한 번만 눌러주시죠.
김재석(우티) 기자:스포츠 인터랙티브(SI) 대표 마일스 제이콥슨의 인터뷰입니다. 세계 3대 막장 제조 게임 <풋볼매니저>(FM) 시리즈를 만든 전설적인 인물이죠.
퍼블리셔 세가는 <FM>에 J리그가 추가되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그를 영국에서 초빙했었고, 기자는 도쿄게임쇼 현장에서 그와 단독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웬만한 개발자 인터뷰로는 잘 떨지 않는데, 기자가 가장 오래 즐긴 게임을 만든 장본인을 만난다니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유쾌한 사람이었고, 기사에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솔직하게 게임의 겉과 속을 말해주었습니다.
인터뷰에는 새 시리즈의 특징과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올해 출시될 새 <FM>부터는 시리즈의 전면적인 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얼마전 인기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SI 사옥을 가는 영상을 올렸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못 만나고 돌아간 인물이 바로 제이콥슨입니다. 곽튜브와도 제이콥슨과도 <FM> 한 판 하고 싶군요.
방승언(톤톤) 기자: 밸브는 국내외 게임사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기업입니다. 흔한 기업적 상하 구조 없이 400~500여 명 규모만으로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습은 '진기명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벌어진 밸브의 '기행' 중 대표적인 걸 꼽자면 역시 휴대용 게임 기기 '스팀덱 OLED' 출시일 겁니다. 기존 스팀덱 제품의 아쉬웠던 점을 대부분 극복하면서 국내외 전문가와 소비자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다소 의아했던 것은 출시 시점입니다. 스팀덱 출시로부터 1년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완전판을 동일 가격으로 출시한 이유가 뭘까요? 여기에는 꽤 '밸브다운' 이유가 있는데, 밸브의 야잔 알데하야트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함께한 본 인터뷰 기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팀덱 OLED의 개발 비화나 밸브의 하드웨어 철학, 향후 계획도 엿볼 수 있습니다. 밸브의 전사적 운영 기조나 협업 스타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1년 앞서 이뤄진 인터뷰 기사도 추천합니다.
김승주 (사랑해요4)기자: 가장 거대한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는 매일같이 수백 개의 게임이 출시되고 판매됩니다. 그만큼 스팀을 이용하는 게이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각축전 역시 치열하고요.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팀 메인 페이지의 좋은 위치에 게임이 노출돼 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이죠.
그런데, 목이 좋은 곳에 내 게임이 자리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이나마 잠재적 소비자의 상점 페이지에 노출되는 확률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에 유럽 게임 개발자들이 모이는 행사 2023 데브컴 현장에 밸브의 비니지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에릭 피터슨'이 나와 '어떻게 스팀에서 게임이 노출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직접 다녀온 현장은 복도와 강연장이 강연을 듣기 위한 줄로 가득찰 만큼 인기가 있었습니다. 가장 '실용적'이고 '생업과 관련이 있는' 강연이니까, 당연합니다. 그 밸브가 '직접' 설명한 스팀 상점 페이지의 배치 방법인 만큼 조금이나마 기사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데브컴에 유료로 등록한 사람이나 기업이 있다면, 다시보기를 통해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김승준(음주도치) 기자: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시프트업의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또한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2023년 인터뷰, 미팅 등의 이유로 여러 게임사들을 만날 때마다 잘 만들어진 모바일게임, 특히 '캐릭터'의 특징과 서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 게임의 예시로 <니케>를 매번 언급해왔습니다. 그만큼 씬에서 이 게임이 가진 위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지만, 제작 단계에서 거의 마지막에 들어가는 작업은 목소리인데요. 텍스트 대사가 상황, 성격, 감정에 맞는 연기를 만날 때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니케>에서도 볼 수 있었고, <니케>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 중에도 특히 김성희 성우가 연기한 '아니스'는 유저들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입구를 확장해준 일등공신입니다.
지스타 2023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다수의 서브컬처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니케>가 보여준 디테일과 완성도를 다른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요?
안규현(춘삼) 기자: PC든 모바일이든 게임 유통 플랫폼의 '30% 수수료'는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에픽게임즈는 그 관행에 반기를 들고 양대 모바일 플랫폼 홀더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죠.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에픽게임즈는 구글을 상대로 승소, 애플을 상대로는 패소했습니다. 다만 애플과의 재판에서 9개 쟁점 중 "애플은 더 이상 개발자에게 애플 구매 메커니즘을 강제할 수 없다"는 명령을 통해 에픽게임즈의 취지가 일부 인정되면서 서드파티 결제 및 다운로드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애플과 구글 모두 추가적인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운영체제와 유통 플랫폼이 강하게 종속되어 있죠. 그 생태가 조금은 다르지만, PC에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스팀인데요. 스팀 역시 반독점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이들 기업이 마주하고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 유통 구조에는 지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의 '30% 수수료', 찬반 의견이 갈리는 주제인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동하(그리던) 기자: 올해 들어 문화계는 장애인과 관련된 논의로 뜨거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리어 프리'와 관련된 인터뷰 기사 한 편을 추천드립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촉각 디바이스를 활용한 시각 장애인 전용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놀랍게도 서울에 위치해 있는데요. 바로 '주식회사 닷' '스마일샤크 주식회사'랍니다.
디스이즈게임은 프로젝트의 구심점인 주식회사 닷의 '황기연 프로'와 스마일샤크 주식회사의 '김희근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개발자는 실시간으로 점자가 출력되는 '닷패드'를 이용하면 시각장애인의 플레이 경험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직접 시연해 본 결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던 PvP 턴제 게임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밖에도 시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겨왔고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닷 패드'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 할 한계들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