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시대는 짧은 것을 선호하고, 짧은 것만 소화하는 때다. 긴 플레이타임과 유저들의 다회차 도전으로 유명한 <발더스 게이트 3>조차도 '틱톡'에 힘을 쏟는 형국은, 마치 코스 요리를 내놓는 비싼 식당 앞에 무료 시식 코너가 열린 모양새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틱톡'에 꽤나 진심이다. GDC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강연 중 하나의 주제로 '틱톡'의 활용을 선택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발더스 게이트 3> 채널의 틱톡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 이 강연은, 워밍업부터 독특했다. 강연 시작 전 잠시 시간을 내 틱톡 업로드용 영상을 촬영하는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기자는 맨 앞자리에 착석해 있었으나, 강연자인 라리안 스튜디오 벤 말츠-존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매니저에게 물병을 던질 기회(?)를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아래 사진은, 현장 스크린에 강연용 사진 대신 개그를 위한 선정적인 <발더스 게이트 3> 그림들이 올라오면 강연자에게 물병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참석자의 뒷모습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강연자 '벤'은 라리안 스튜디오에서 틱톡을 활용해 게임 <발더스 게이트 3>를 홍보하고 있다. 매우 짧은 영상으로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플랫폼 이용자들이 어리거나 젊어서, 인스타 릴스, 유튜브 숏츠 등의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서문에 소개한 GDC 강연 내 물병 던지기(그의 입장에서는 맞기) 퍼포먼스처럼 실사를 기반으로 한 영상이 있고, 인게임 그래픽(출시 전에는 데모 버전)을 활용한 영상이 있다.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라리안 스튜디오 틱톡 채널의 특징 중 하나다.
강연자 '벤'이 강조한 틱톡의 강점 중 하나는 '유행하는 음악'(트렌딩 뮤직) 사용이었다. 영상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때로는 영상 콘셉트 전체를 좌우하는) 사운드 영역에서 '유행'을 활용할 수 있고, 플랫폼 안에서 이를 허용 및 권장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그는 숏폼 영상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으로 "플랫폼 안에서 살라"는 조언을 했다. 결국 틱톡 내 유행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는 '틱톡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일각에서는 '틱톡' 사용 내지는 '틱톡'발 유행에 대한 거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강연자 '벤'은 VPN을 사용하더라도 '틱톡' 마케팅을 시도해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사항은 크게 3가지였다.
▶ 플랫폼 내 가이드라인과 다수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경계선을 넘지는 말 것
▶ 위 아래를 여백이나 블러 처리를 하는 한이 있어도 세로 영상을 기준으로 편집할 것
▶ 매주 한 개 이상의 영상을 올릴 것
가로 영상으로 업로드하면, 빠르게 다음 영상으로 전환이 가능한 '틱톡' 플랫폼 특성상, 이용자들이 화면을 눕혀 영상을 보는 대신 영상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업무 루틴을 소개하며 매주 월요일에 주기적으로 신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연자 '벤'처럼 어떤 상황이든 영상 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틱톡'을 포함한 어떤 플랫폼에서도 그 재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영상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은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감각을 가진 인재만 있다면 '틱톡' 또한 좋은 도구가 되어 줄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