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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C 2024] 터치나 클릭 없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플레이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는 '접근성'을 향해 나아간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3-19 16:52:33

카드 게임을 다루는 기사마다 매번 소개하지만, 기자는 소문난 카드 게임 마니아다. 전성기(?) 때는 <하스스톤> 전설 등반을 매번 하기도 했고, 이름이 알려진 카드 게임은 웬만하면 다 숙달해봤던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 바로 라이엇 게임즈의 <레전드 오브 룬테라>다.


그러나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잘 알 것이다. TCG, CCG 유저층은 국내 게임 시장 안에서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접근성'을 고려할 유저는 또 다시 일부다. 황금 같은 GDC 출장 기회에 '카드 게임의 접근성'에 대한 강연을 듣는다니, 객기도 이런 객기가 없다.


그러나 편집국 의견을 물어 결정한 스케줄임을 차치하더라도, 잠을 쪼개가며 해당 기사를 씀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 그만큼 '뜻 깊은' 강연이었기 때문이다. 라이엇은 <레전드 오브 룬테라>로 어떤 도전을 이어오고 있던 것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라이엇 게임즈 스웨타 모하파트라 UX 디자이너. 
강연 시작 전 연단에서 내려와 필담으로 참석자와 대화를 나눈 모습이다.
그녀의 따뜻한 표정을 기억하자.

# '러스티클'이라는 유저가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의 카드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여정은 한 유저와의 인연에서 시작된다. '러스티클'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앤드류 리벨'은 랭크 상위 32등에 두 번이나 등반한 인물이다. 동시에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를 앓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접근성'에 대한 긴 여정은 그를 포함한 '커뮤니티'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라이엇 게임즈의 강연자 '스웨타'는 전체 유저 중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장애(Disability)를 겪고 있다는 연구 자료를 소개하기도 했다. 


'러스티클'로 알려진 '앤드류 리벨'


그리고 그를 반영한 인게임 아트

여기서 갑자기 경쟁작(?) <하스스톤>의 등장이다. <하스스톤>에는 불편을 겪는 유저들을 위해 마우스 없이 키보드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유저 개발 '써드파티 접근성 키세팅'이 있었다. (블리자드의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업데이트가 지속되고 키워드와 로직이 늘어나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한 해당 키세팅은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마우스 클릭이나 모바일 화면 터치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라이엇의 목표는 이런 배경에서 생겨났다. 


<하스스톤> 유저 개발 써드파티 접근성 키세팅. 의도는 좋았지만 꽤나 복잡하다.
매우 긴 장문의 스크롤이었다.

목표가 수립된 이후 라이엇은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모든 상호작용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 <발더스 게이트 3>랑 <앨런 웨이크 2>가 갑자기 왜 나와?

강연자 '스웨타'는 <발더스 게이트 3>의 글자 크기 조정 기능과 <앨런 웨이크 2>의 광과민성 유저를 위한 '호러 플래시' 감소 등 접근성 개선 사례를 소개했다. 이런 노력도 물론 대단하지만, 게임의 코어 상호작용 방식은 손보지 않았다고 말하며, <레전드 오브 룬테라>(이하 룬테라)는 한 발 더 나아간 버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요약하면, 일종의 '오토 어시스트'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마우스 좌우 키로 대상을 지정할 때를 생각해보면, <룬테라>에서는 한 턴 안에서도 내가 손패에서 어떤 카드를 고를지, 고른 카드를 필드 어느 위치에 낼지, 그 카드가 소환하는 대상인지, 주문처럼 적용하는 대상인지 등에 따라 '선택'의 층위와 의미가 달라진다. 여타 접근성 키세팅처럼 단축키로 모든 지정 및 이동을 수행하던 것에서 발전했다는 의미다. 


개선된 버전의 접근성 세팅으로 키보드 플레이를 시연한 장면

# 키가 더 적은 패드로!

키보드 다음으로 목표를 삼은 것은 패드였다. 그 중에서도 엑스박스 접근성 컨트롤러(XAC)를 목표로 한 팀원들은 더 적은 키를 가지고도 <룬테라>를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 패드로도 원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한다.


강연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주제의 문답도 오갔다. 표방하는 가치의 소중함과는 별개로 이런 도전을 감당할 수 없는 개발 환경도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접근성'의 영역이 워낙 넓기 때문에 도전 자체에 끝이 없다는 것이 다소 씁쓸한 결론이었다. 


예를 들어, 한 질문은 PC와 모바일 두 디바이스 접근성 개선 방식이 완전히 달라 애를 먹었다는 것이었고, 다른 질문은 시각장애인 등에 대한 접근성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음성 인식이 적용될 수 있게 로직을 바꿔보려고 하니,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막막했다는 내용이다. 강연자 '스웨타'는 이런 노력과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고 전했다. 자신들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의 출퇴근 길에도, GDC 출장을 나와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길거리에도 몸이 불편한 노숙자(홈리스)들이 종종 있다. 게임 기자라는 직업을 가져서 그럴까? 길을 지나며 그들을 볼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의 행동 패턴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힘든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그들이 주로 하는 게임은 피지컬을 요하지 않는 3매치 퍼즐 게임, 카드 게임일 때가 많았다.


여러분은 <룬테라>를 플레이 해보신 적이 있는가? 카드 게임 중에서는 한 턴에 선택해야 할 사항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게임이고, 다른 효과가 적용되는 키워드 수도 많아, 뉴비 입장에서는 로직 구분도 쉽지 않은 게임이다. 그런 <룬테라>로 접근성 개선에 도전하고 성과를 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현지 시간 3월 18일, GDC 현장에서 만난 강연자 '스웨타'를 비롯해, 화면을 통해 본 팀원들의 밝은 미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 해결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온 기자라도 기억해야겠다.


호환성이 좋은 엑스박스 접근성 컨트롤러(XAC)로 플레이할 수 있게 개선하는 작업에 도전한 팀

패드 플레이에 성공한 장면. 시간, 인력, 돈의 유무를 떠나 이런 도전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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