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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제의 게임 '하데스 2' 그리고 '스팀'의 명과 암

출시 직후 '하데스 2'를 플레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5-13 18:26:02

최근 가장 뜨거운 신작은 역시 <하데스 2>다. 5월 7일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아직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5,277개 스팀 리뷰 중 94%가 긍정적인 굉장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이 잘 뽑혔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깜짝 출시'다.


매체 및 인터넷 방송 반응을 통해 알고 있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곧"이라는 언급만 있던 채로,​ 테크니컬 테스트 이후 얼리 액세스 일정을 못박지 않은 상태에서 말 그대로 '깜짝 출시'를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작의 팬들 입장에서야 빠른 출시를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동종 업계인들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로그: 페르시아의 왕자>만 해도 5월 14일 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었으나, <하데스 2>의 난입(?)에 공개 시기를 잠시 미룬다는 유쾌한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여전히 5월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날에 돌아오겠다. 우리 게임에 자신이 있지만, 올해 가장 기대되는 게임 중 하나와 출시 일정을 겹치게 할 정도로 자만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데스 2>의 기습 출시에 경쟁 개발사만 당황했을까? 아니다. 제일 뼈아픈 쪽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일 것이다. 5월 7일 아침, 에픽게임즈 스토어 페이지 전면에는 <하데스 2>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해당 페이지에 접속하면 "본 게임은 개발사가 대한민국에서의 출시 절차를 확인 또는 준비 중"이라는 멘트와 함께, 스토어 대문으로 돌아가라는 안내가 나왔다. 심지어 해당 스토어 페이지마저 이내 곧 내려갔다.


그렇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스팀은 되고 에픽은 안 되는' 모양새다. 5월 13일 현재 에픽게임즈 스토어 한국어 페이지로 들어가면 <하데스 2> 페이지는 검색조차 되지 않고, 외국어 페이지로 들어가면 "해당 지역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이야기의 실마리는 '스팀' 쪽에 있다.


<하데스 2> 기습 출시 때문에 얼리 액세스 일정을 미룬다는 <로그: 페르시아의 왕자> 스팀 커뮤니티 공지. 
사실 여기까진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데스 2> 기습 출시 당일인 5월 7일 아침까지만 해도, 한국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하데스 2> 페이지가 있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페이지 자체가 사라졌지만 말이다.
5월 13일 현재까지도 에픽게임즈 스토어 (한국 웹사이트)에 <하데스 2> 페이지는 없다.

같은 5월 7일 아침 에픽게임즈 스토어 <하데스 2>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의 모습이다.

# 스팀은 되고 에픽은 안 되고? 왜?

문제의 시작점은 '국내 심의'였다. 5월 7일 당시 에픽게임즈 관계자 설명에 의하면 "IARC(국제등급분류연합), GRAC(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구분해서 등급을 받고 있는데, IARC만 받는 경우 개발사 신청을 받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아직 <하데스 2> 쪽에서 신청이 오지 않아 조금 지연되고 있다. 통상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1~2주 안에 신청이 올 것이라 예상되고, 그때 게임도 스토어에 올라올 예정"이라고 한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하데스 2> 얼리 액세스 버전이 깜짝 출시됐다. 스토어 쪽에서도 심의 요청을 미리 할 틈이 없었다.

▶ <하데스 2>는 한국 등급 분류 신청을 아직 하지 않았다.

▶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개발사의 심의 신청을 기다리면서, 혼선 방지를 위해 <하데스 2> 페이지를 잠시 내렸다.

▶ 스팀은 등급 분류 없이 <하데스 2>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래된 논의지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국내에서 게임물을 유통하는 대부분의 해외 사업자는 자율심의 자격을 얻었다. 반면, 스팀은 여전히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 획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스팀도 에픽게임즈 스토어처럼 원리원칙대로 행동했다면, 한국 게이머들은 <하데스 2> 얼리 액세스를 출시 직후 바로 플레이하지 못했을 것이다. '출시 이후에도 지연될 수 있는 게임 등급 분류 과정' 또는 '스팀의 비협조적 태도'의 시시비비를 면면히 가리지 않더라도, 이 구도 안에서 피해자는 명확하다. 최소한 한국을 기준으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하데스 2> 출시 대목을 놓친 셈이 되니 말이다.


5월 13일 기준 <하데스 2> 스팀 페이지
어쩌면 당신은 한국에서 <하데스 2>를 플레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베트남에서 차단된 스팀, 지금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베트남에서 스팀이 차단됐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레딧과 스팀 커뮤니티 등에서는 "베트남에서 스팀이 막혔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스팀 앱, 브라우저 등 모든 접근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저마다 겪고 있는 현상이 조금씩 다르다. 클라이언트만 막히고 게임 실행은 막히지 않은 유저, 반대로 스팀 접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일부 유저도 있었다.


베트남 당국과 밸브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스팀 차단을 둘러싼 여러 이유가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정부' 차원의 정치적 금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국 퍼블리셔와 게임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베트남 매체 '베트남넷'에서는 "스팀은 폭력 게임, 성인 게임 등을 허락 없이 베트남에 자유롭게 출시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국내 게임사들에게 불공평한 처사"라는 멘트가 실리기도 했다.


베트남 또한 중국처럼 심의가 센 국가 중 하나이지만, 이 문제가 베트남 당국의 유별남에서만 유래한 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를 대하는 방식이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에서는 '틱톡 금지법'이 통과됐고, 프랑스에서는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자는 논의가 오갔으며, 일본에서는 메신저 '라인'의 주체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모두 자국보호주의의 일환이다.


베트남 스팀 차단에 대해 언급된 게시글들이다. 몇 백 개 단위의 댓글이 달렸다.


자, 다시 <하데스 2>의 사례로 돌아와 보자. 5월 7일 깜짝 출시 직후부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준 스팀의 대응을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데스 2>가 만약 훨씬 더 자극적인 게임이었다면 어땠을까?


지난 12월 말, <관리인의 엿보기>, <닌자 타락시키기>와 같은 스팀 성인게임들이 국내에서 판매 금지된 사례가 있다. 국내 유통을 위해서는 게임위 또는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의해 이용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는데, 두 게임은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해, 게임위가 판단 내용을 밸브에 알리고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뒤집어 말하면, 게임위의 요청 이전엔 밸브는 성인게임을 먼저 내릴 생각이 없던 것이다.


과거 게임위는 "그간 밸브에 국내 제도 편입을 계속 요청해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자체등급분류를 받은 콘텐츠의 경우 직접적 모니터링과 후속 처리가 용이하지만, 스팀의 경우 게임위가 먼저 나서서 그 안에서 유통되는 게임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출시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하데스 2>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미련한 게 아니다. 또한, 밸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규제를 지키지 않으며 서비스를 지속하다간, 베트남에서 스팀이 차단된 것과 같은 사례가 언제 또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데스 2>를 재밌게 즐긴 당신, 두 플랫폼의 이런 이면을 알고 플레이하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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