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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발로 차서 해결하는 인디게임 '앵거 풋'

총보다 발이 더 강한 맵고 화끈한 인디게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7-04 17:48:27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발로 차~ 발로 차~

라는 '개그 콘서트'의 전성기 시절 유행어가 하나 있었다. 노래의 가사를 이어 맞추며 상황극을 했던 '도레미 트리오'라는 코너에서 나왔는데, 왜 뜬금없이 철 지난 유행어를 언급하냐면 이번에 소개할 인디게임 <앵거 풋>이 눈에 보이는 것을 깡그리 차 버리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바보 취급받는 막장스런 도시. 손 대신 발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어느 날 갱단의 습격으로 고이 모셔둔 '신발 콜렉션'을 빼앗긴다. 상식이나 준법정신 따윈 없는 도시에서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원수 같은 갱단의 엉덩이를 모조리 차 버리고 소중한 컬렉션을 되찾는 것이다.




본 기사는 프리뷰 버전을 디볼버 디지털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됐습니다.



# 눈에 보이는 것을 모조리 발로 차버리기

<앵거 풋>의 장르를 정의하자면 '부머 슈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부머 슈터는 복고풍 FPS를 일컫는 말인데, 보통 <둠>(1993) 처럼 좁은 방에 적이 존재하고, 빠른 이동 속도를 통해 방을 오가며 적을 일망타진하는 장르라고 보면 된다.

다른 인디게임으로 비유하면 <앵거 풋>은 1인칭 <핫라인 마이애미>와 같다. 주인공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대부분의 적은 공격 한 번에 나가떨어진다. 그 대신 주인공도 한 두 번 공격을 허용하면 사망한다. 

즉, 게임 내내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폭발하는 도파민과 함께 생각 따위는 뒤로 접어 두고 적을 어떻게, 멋있게, 효율적으로 처치할지를 빠르게 판단하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게임이라고 보면 되겠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발로 찬다. 끝

아니면 총으로 쏘던가.

이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테이지의 디자인이다. 이런 자극적인 게임 시스템과 콘셉트는 게이머의 흥미를 쉽게 끌 수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엽기 떡볶이'같은 매운 음식이 정말로 단순히 맵기만 했다면 인기가 없었을 것과 같다. 매운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을 수 있는 다채로운 사이드 메뉴가 엽기 떡볶이의 인기를 견인하지 않았나?

<앵거 풋>이 잘 만든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채로운 기믹과 무기를 통해 플레이어의 흥미를 쥐어짜는 데 능하다. 초반에는 단순한 권총과 같은 무기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윽고 미친 듯한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기관단총이나. 적을 화끈하게 날려 버리는 샷건, 멀리 던져 적을 끌어당긴 후 발로 차 버릴 수 있는 '철퇴 뚫어뻥'과 같은 무기가 제공된다. 무기를 상대방에게 집어 던져 기절시킬 수도 있다.

스테이지의 디자인도 능수능란하게 만들어졌다. 가령 방과 방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 어떤 방을 먼저 공략하는가에 따라 손쉽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병종이 배치되어 있다. 또는 적들이 예상 못한 장소에서 코믹하게 튀어나오거나, 계속해서 새로운 기믹과 연출을 적절히 선보인다. 이런 점에서 베테랑 개발자의 손을 거쳤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참고로 <앵거 풋>의 개발사는 <브로포스>로 유명한 '프리 라이브스'다. 

발이 주된 무기인 만큼 어떤 신발을 신는가에 따라 전투 방식이 바뀌기도 한다. 가령 어떤 신발은 점프 후 연속 발차기를 시전할 수 있으며, 적을 앞으로 차는 대신 위로 올려 차는 신발이 존재한다. 스테이지 중간마다 '술'이나 '에너지 드링크'가 배치된 경우도 있다. 이것을 마시면 화면에 효과가 더해짐과 동시에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스피드런을 하는 감각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게임에 술은 중요하다. 실제로 마시고 해도 좋다.
스테이지의 디자인도 정말 노하우가 넘치는데, 사진으로 못 담는게 한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여러 효과를 가진 신발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화끈한 음악이 플레이어의 입맛을 돋운다. 플레이어가 적을 처치하는 행위를 이어 나가지 않고 행동을 멈추면 음악이 조용해지지만, 적을 발로 차는 순간부터 다시금 음악이 귀를 찢어버릴 정도로 울리는 완급 조절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음악을 통한 완급의 조절은 일종의 '콤보 시스템'으로 사용되는 느낌이다. <앵거 풋>은 <핫라인 마이애미>처럼 적을 연속으로 처치한다고 해서 콤보를 표기해 주지 않는다.

이런 게임에 콤보 표기를 제외했다?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콤보 시스템은 숙련자에게는 좋지만 사실 초심자에게는 그다지 안 좋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연속적으로 콤보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분위기가 팍 식기 때문. 덕분에 천천히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쉽게 할 수 있음에도, 억지로 콤보를 이으려다 어이없이 사망한 적이 많을 것이다. 

숨어 있다가 주인공을 일격사시키는 녀석들도 있다.

그래서 <앵거 풋>은 과감하게 콤보 표기를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앞서 말한 음악의 조절을 통해, 잠시도 쉬지 않고 적을 연속적으로 처치할 경우에는 흥겨운 비트와 함께 계속해서 도파민을 터트릴 수 있도록 조정해 놓은 느낌이다. 상당히 영리하다고 볼 수 있는데, 기자가 이런 게임을 할 때 맨날 억지로 콤보를 이으려다 쉬운 스테이지에도 한참을 고생하며 스트레스로 끙끙대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머 넘치는 연출도 다양하다.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주인공이 레펠을 타고 가며 마무리되는데, 콘셉트에 맞춰 손 대신 발을 사용해 이동한다. 거대한 괴물의 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더니 안쪽에서 눈과 팔이 달린 뇌가 권투 장갑을 끼고 나와 1:1 격투로 도전한다. 적이 주인공을 처치하면 곧바로 조롱의 춤을 추며, 심지어 높은 건물에서 추락사하면 길거리의 시민들이 모두 신나게 춤을 춘다.

심지어는 잠시 안전한 거리를 오가며 쉬어 가는 스테이지에서도 지나가는 시민에게 말을 거는 대신, 모두 발로 차 버릴 수 있다. 눈앞에서 경찰을 차 버려도 주인공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참으로 주인공이 사는 도시가 어떤 곳인지 알 만하다.

낙사했을 경우까지 상정해 이런 연출을 넣을 줄이야




# "저 이거 이미 해봤는데요?" 괜찮습니다

<앵거 풋>은 한참 전에 데모를 선보였다가 출시 연기를 한 게임이다. 따라서 이미 itch.io에 공개됐던 프로토타입이나 스팀 데모 버전을 통해 게임을 체험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독자들에겐 출시 연기를 한 만큼 <앵거 풋>이 상당히 다듬어진 상태로 나올 예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퍼블리셔인 디볼버도 이 점을 강조하고 싶은지 <앵거 풋>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그래픽이 상당히 매끄러워졌고, 원거리 무기의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적을 처치하고, 무기를 줍고, 눈 먼 총알을 난사하는 느낌이 더욱 상쾌하다.





# 간만에 나온 맵고-화끈한 인디게임

<앵거 풋>에 단점이 없지는 않다. 이런 게임에 으레 흐르는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시원한 맛이 조금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연히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여러 기믹이 섞이며 스테이지 하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 

초반에는 머리를 비우고 쉬운 스테이지를 불도저처럼 클리어하며 "나 좀 게임 잘하는 듯?"이라는 인상을 받지만 후반에는 생각하기 싫어하는 머리를 채찍질하며 적의 격파 순서와 등장 위치, 개발진이 준비한 함정의 배치를 조금은 외워둬야 한다. 프리뷰 버전이기에 후반 스테이지까지는 클리어하지 못해 실제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스테이지에서 좋은 평가(3별)을 받기 위해서는 재도전과 제약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도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수 있다. 보통 이런 게임은 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치하면 최고 등급을 준다. 하지만, <앵거 풋>은 '발만 사용해 스테이지 클리어하기', '적을 죽이지 않고 스테이지 클리어', '정말로 빠른 속도로 스테이지 클리어' 등 재도전이 필수적인 과제를 완수해야 별 세 개를 받는다. 모든 스테이지를 한 번에 별 3개로 클리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겐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앵거 풋>은 사양을 조금 타는 편이다. 이런 게임은 144프레임 고정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사람이 많겠지만, 사양이 좋아도 일부 연출이나 구간에서 프레임이 급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게임 시작 후 옵션을 한 번 정도는 조정해 주길 권한다. 기자는 3070Ti로 중간 옵션까지 그래픽을 낮춰 플레이했다. 큰 차이는 없으니 그나마 안심이다. 더욱 다행인 점은 디볼버 디지털에 따르면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최적화 패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정리하자면 <앵거 풋>은 1인칭 <핫라인 마이애미>라고 비유할 수 있다. 화끈하고, 맵고, 스피디하다. 단점을 일부 언급하긴 했지만, 인디게임 애호가 혹은 속도감 있는 FPS 게임 마니아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져봐야 할 정도로 잘 뽑혔다. 

이런 완성도를 가진 인디게임은 찾기 쉽지 않다. 프리뷰 버전을 체험하고 기사를 쓰지만, 천재지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풀 버전 리뷰를 하더라도 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그만큼 만듦새가 좋다.

참고로 <앵거 풋>의 정식 출시 버전은 한글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별 상관이 없다. 이런 게임에서 언어가 무엇이 중요한가? 말보다는 주먹이고, <앵거 풋>에서는 주먹보다 발차기다. 보이는 모든 것을 발로 차 버리는 게임에 언어 따윈 중요하지 않다. 


<앵거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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