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던전앤파이터> 게임 행사 '2024 던페 페스티벌 1부'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협박성 글'로 인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행사장에서 긴급 대피한 관람객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오랫동안 재개를 기다려야 했다. 행사는 오후 9시 45분에 재개되었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입장권을 구매했음에도 귀가를 선택한 관람객이 많았다.
'2024 던파 페스티벌'은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의 향후 흥행을 좌우할 주요 업데이트 공개 행사였기에, 주최 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행사 이후에는 여러 미디어를 초청해 핵심 개발진과의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간 문제로 전면 취소되고 말았다.
입장권 환불, 현장 스태프의 추가 근무 수당, 그리고 자사 게임의 핵심 업데이트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넥슨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는 예상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까지 테러 예고로 피해를 입은 행사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최소 3시간 이상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출동 시간, 관람객 대피 시간, 폭발물 테러 전담팀의 현장 확인 시간을 모두 합치면 최소 3시간이 소요되며, 관람객 재입장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이 걸린다. 결국 테러 협박이 발생하면 해당 일의 행사는 사실상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게임사는 이른바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입장 전 행사장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엄격한 보안 검사를 실시했더라도, 테러 위협 신고가 접수되면 인파 통제에 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경찰에게 있다. 경찰이 테러 가능성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대피를 요청할 경우, 게임사는 이를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
협박성 글이 등장했을 때 테러 가능성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23년 대한민국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빠진 바 있다. 따라서 협박 글이 올라오면 이를 단순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악의적인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응을 해도 민사 소송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그나마 이를 제기할 경우, '이용자를 고소하는 게임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할 수 있어 게임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현재보다 더 큰 규모의 행사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의 파장이다. <던파> 페스티벌이 열린 다음 주 킨텍스에서는 누적 입장객이 수만 명에 달하는 'AGF'와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오프라인 행사가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동일한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는 가운데, 게임 관련 오프라인 행사와 그 참여 인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해당 글이 주로 게시되는 커뮤니티에서의 대응이든, 정치권에서의 대응이든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행사 일시 중단 수준에 그쳤으나 압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