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주요뉴스

이 겨울, 당신을 가슴 뛰게 만들 '랜선 스키' 게임

론리 마운틴: 스노우 브라더스

김재석(우티) 2025-01-31 12:57:05
산이 거기 있어서 산에 오른다고 한다. 그럼 산에서 살 것이지 왜 내려올까? 집은 산아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눈 내린 산을 이용해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스키장에 인산인파가 모이는데, 스키의 재미를 모르는 사람은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영하 10도에 장비를 꽁꽁 싸매고 2시간 넘게 운전한 뒤 몇 만원씩 내면서 슬로프를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즐겨요'. 

사실 역사적으로 스키는 스포츠 이전에 일종의 생존 기술이었다. 눈이 많이 내리고 쌓이는 지역에서 수렵이나 이동을 하기 위해서 신발 아래에 긴 판을 붙이고 지팡이를 짚으며 다녔던 것이 발전하여 오늘날의 동계 스포츠가 되었다고 대한체육회의 '체육포털'은 설명한다. 절대 다수의 지구인이 생존을 위해서 수렵을 하지 않아도 된 지금, 눈 위에서 즐기는 '역학적 에너지 전환'의 맛은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선수들은 눈 덮인 경기장에서 뛰어내리고(스키점프),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리고(크로스컨트리), 깃발(정식 명칭은 '기문'이다)을 놓고 기록 경쟁을 하고(알파인), 점프하면서 자세를 선보일 뿐 아니라(에어리얼), 중간에 총까지 발사한다(바이애슬론). 스칸디나비아에서는 개들까지 스키 경기에 참여한다고 하니, 스키야말로 종(種)을 뛰어넘는 대단한 스포츠 아닌가?

그렇다. 오늘 리뷰할 게임은 바로 스키 게임이다.
론리 마운틴: 스노우 브라더스
출시일: 2025-01-25
개발사: 메가곤인더스트리즈
유통사: 메가곤인더스트리즈
플랫폼: PC (Steam)
가격: 27,000원
장르명: 레이싱, 스포츠
리뷰 버전: PC (Steam)
리뷰 빌드: 풀버전

하지만 기자는 배가 나와서 스키를 즐기지 않는다. 기자는 배가 나와서 캐논볼처럼 빠르게 활강할 수 있지만, 그런 짓은 스키장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니 명심하시라. 또 배가 나와서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는 것이 대단히 고되다. 스키 초보를 지나온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기억할 것이다. 기자는 스키 타러 갔다가 인공눈이랑 키스만 했고, 겨울철 스키라면 오직 차이코프스키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1월 21일 출시된 <론리 마운틴: 스노우 라이더스>(이하 스노우 라이더스)는 스포츠 레이싱 게임으로 스키를 주제로 한다. 전작 <론리 마운틴: 다운 힐>은 산악자전거 게임이었는데, 그 재미의 요를 스키로 옮긴 것이 바로 이번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혼자서, 또는 크로스 플랫폼에서 만나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스키를 즐길 수 있다. 키스는 즐길 수 없다.

<스노우 라이더스>는 <SSX> 시리즈처럼 온갖 묘기를 부리는 종류의 게임은 아니지만, 기예에 가까운 주행을 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굳이 구분하자면) 내리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먼 거리를 짧은 시간 안에 돌파하는 것을 목표하는 알파인 스키를 탄다. 싱글플레이에서 미션을 달성하려면 빠른 시간 안에 최종 지점까지 주파해야 할 뿐 아니라, 체크포인트까지 리스폰 횟수까지 조건 미만으로 지켜야 한다.

알파인 스키를 게임으로 옮겼다고나 할까?


이게 레드불 홍보 영상이야 게임이야
빙판에 갇히면 매우 곤란하다

개발진은 눈 위나 빙판 위를 회전하고 내려갈 때 미끌거림과 사각거림을 소름끼칠 정도로 구현했다. 게임의 화면은 슬로프의 배경에 따라서 종으로 횡으로 다이나믹하게 움직인다. 레드불에서 후원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영상을 내가 직접 찍는 기분이 든다. 엄청나게 긴 점프와 아슬아슬한 드리프트가 잔뜩 포함됐으므로 인간이 즐기는 스포츠 기준으로는 충분히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볼 수 있다.


<스노우 라이더스>의 맛은 글로 설명하기 어렵다. 게임은 레이싱게임의 본질(빠른 주행, PvP 경쟁, 자체적인 물리법칙)을 잘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각각의 슬로프 안에서 기록 단축을 위해서 여러 옵션을 집어넣었다. 곳곳에 지름길이 있어 30초 걸리던 구간 기록을 15초까지 줄일 수도 있다. 이 지름길을 UI에서 명확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스스로 여러 길을 다녀보며 알아내야 한다. 지름길인 줄 알고 갔다가 한참 돌아가는 길이거나, 천길 낭떠러지나 앞으로 가기 어려운 빙판이 걸릴 수도 있다. 

스릴 넘치는 지름길 주행


걸핏하면 죽기 십상이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스노우 라이더스>에서 아쉬웠던 점을 딱 두 가지만 꼽자면, 첫째로 싱글 플레이 분량이 짧다는 것이다. 게임에는 4가지 맵에 4가지 슬로프가 있고, 같은 슬로프를 더 어렵게 플레이할 수 있는 다른 버전이 존재하는데, 기사를 쓰고 딴짓을 하면서 플레이해도 6시간이면 전부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싱글 분량이 짧다는 인상이다. 추후 DLC를 통해서 더 다양한 기믹의 슬로프를 열어주면 어떨까 한다.

다른 하나는, 시인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임은 '어디서 어디까지 점프해야 죽고 사는지' 같은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젠'이란 어떤 기능인지,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는 것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블랙 슬로프란 무슨 개념인지 게임은 설명하지 않는다. 개발사 국적이 독일이라고 하는데, 정말 딱딱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럼에도 <스노우 라이더스>는 단점을 상쇄할 만큼 빼어나다. 게임의 정가는 27,000원이다. 얼마전에 보니 정선 하이원 리조트 스키장에서 파는 꼬치어묵우동이 12,000원, 돈까스가 15,000원이었다. 이거 두개 사 먹을 값이면 온라인 스키를 질릴 때까지 즐길 수 있다.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장비를 빌리지 않아도 되고, 리프트를 타기 위해 줄을 설 필요도 없다.



론리 마운틴: 스노우 브라더스
8.2 
한줄평
스키의 현실적 완성도와 재미를 구현한 레이싱 게임
장점
+ 레이싱게임의 재미에 충실
+ 지름길을 찾아다니는 재미
+ 소름 돋는 설상/빙상 주행감
단점
- 조금 짧은 듯한 싱글플레이 분량
- 다소 불친절한 인터페이스
- 어쩔 수 없는 온라인에서의 핑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