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가 현지 시간으로 5월 25일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이 포함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만 ICD-11의 효력은 오는 2022년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구절이 나온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주요 인사의 주장을 잘 파악해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결국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자리에 모아봤다.
※ 이 기사는 발언의 맥락을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 멘트를 일부 편집한 글입니다. 실제 발언과 일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찬성론자가 주장하는 논리 중 과거와 가장 많이 달라진 점 중 하나는 게임의 순기능을 인정하거나, 게임 자체는 해롭지 않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과거 '게임은 나쁘고, 그러니까 게임 중독도 당연히 나쁘다'라는 논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현상'에만 집중함으로써 특히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합리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된 것이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 나도 게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좋은 게임도 얼마든지 많다. 그리고 우리가 훌륭한 게임을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 게임에 대한 폐해 없이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WHO의 질병코드 등록은 찬성하지만,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는 데 협조할 용의가 있다. 음주도 건전 음주 문화가 있듯이 말이다. 게임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2019.05.21. KBS 라디오 '열린토론'
노성원 한양대 교수: 게임 과몰입에 대한 자극적이고 과도한 일반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진단이 필요하다. 게임은 문제가 없으나, 게임 과몰입으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대부분의 유저는 건전하게 게임을 이용하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보건의학계의 케어가 필요하다.
- 2019.05.21. MBC '100분 토론'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 모든 즐거움을 유발하는 행위는 중독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존재한다. 중독적 사용에 있어서 게임을 중독의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중략) 게임 이용 장애를 논하는 것과 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2019.05.09. CBS '김현정의 뉴스쇼'
게임 과몰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료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질병코드 등재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주로 위의 논리와 연결해 사용한다. 질병으로 지정되지 않을 시 게임 이용 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도움 받기 힘들고 심지어는 게임 이용 장애가 치료가 필요한 영역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 게임이용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전체 게임이용자의 3% 안팎으로, 수치는 많지 않으나 이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
- 2019.05.14. '게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김윤경 인터넷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 게임 중독으로 고통받는 아이가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게임 과몰입을 정신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알맞은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 2019.05.21. MBC '100분 토론'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 / 출처: KBS 라디오 유튜브
'게임의 중독성'이 위험하다고 보는 논리는 주로 의사가 많이 주장한다. 보통 반대 진영에서 제시하는 의문인 '낚시, 바둑도 중독될 수 있는데 왜 게임에만 적용하나'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활동에 비해 게임은 접근성이나 수익구조, 혹은 그 영향력으로 인해 특히 중독성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분유료화 게임의 경우 게임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구조적으로 중독성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 모든 기쁨을 주는 행위·물질은 중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축구에 중독되기가 쉬울까, <피파 온라인 3>(넥슨의 축구 게임)에 중독되기가 쉬울까? 축구에 중독되려면 우선 사람을 모아야 한다. 연습도 해야 하고 장비도 필요하다. 마라톤? 역시 중독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마라톤에 중독되기는 좀 어렵다.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야 하니까. 접근하기 쉽고 보상이 빠르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게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중략) 부분유료화 게임은 사람들이 오래 플레이하고, 지속적으로 아이템을 사야 돈이 벌리는 구조다. 그래서 게임회사들은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사행성 요소까지 도입했다.
-2018.04.05 시사IN 인터뷰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적 진단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학계의 합의는 중독의 대표 특질은 중독 물질의 함량이 아니라 반복성에 있다. 가령 흡연은 도파민 분출 강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이게 반복적으로 쌓여 1갑 분량이 되면 엄청나게 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 중고등학생의 17~18%가 하루에 4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고 한다. 게임으로 인해 나오는 도파민이 저강도라고 해도 계속 노출된다면 사용자에게 취약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 2019.05.21. KBS 라디오 '열린토론'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
게임이 자라나는 아이와 학생들에게 해롭게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실제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님들이 이런 주장을 많이 한다. 주로 '해야할 다른 일'을 못하기 때문에 게임 과몰입이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활동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보통 게임 이용 장애 외에도 확률형 아이템 등이 아동,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도 함께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김윤경 인터넷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 레벨업을 하려면 아이템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단순 반복 '노가다'다. 이런 게임에서는 뇌가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 단순한 부분만 자극을 받는다. (중략) 게임은 결국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발전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고민해야 한다.
-2019.05.21. MBC '100분 토론'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