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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자라(ZARA) 출신의 디자이너, 글로벌 히트 게임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연재] 멜봇 스튜디오 백장미 대표의 스페인 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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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백장미) 2020-11-30 09:55:58

<그리스>는 스페인의 최고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다수의 스페인 제작 게임들이 그러하듯 스페인보다 외국에서 먼저 알려진 케이스이고, 퍼블리싱 즉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미 한국에도 많은 팬덤을 지니고 있고 많은 유저가 유튜브 또는 게임 블로그에 상세한 리뷰를 남겼기에 게임에 대한 설명보다는 이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한 노마다의 대표 콘라드 로셋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 한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내가 만난 콘라드의 첫인상은 '딱 봐도 아티스트'였다. 콘라드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다. 대학 졸업 과제로 ‘뮤즈’라는 작품을 발표하였고 이 작품 덕에 스페인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에 입사하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그 ZARA 맞다.

<그리스> 게임의 색감이나 라인이 익숙하다고 느꼈다면, 아마 어디선가 콘라드가 그린 아름다운 여자들의 패턴이 그려진 티셔츠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도 과장이 아니다. 자라에서 티셔츠를 디자인하던 콘라드의 나이는 22-23이었다.  

약 1년 후에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콘라드의 작품 ‘뮤즈’는 책으로 출시되었고 약 20번 미국과 유럽에서 전시되었다.


7~8년이 지나고 같은 반복의 일상과 패턴이 지루해질 때쯤, 다른 플랫폼에서 스토리텔링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콘라드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런 경험도 없었던 콘라드는 어느 파티에서 만난 루제르, 아드리안과 뜻이 통했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구상했던 게임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루제르와 아드리안은 각자 7~8년 동안 여러 글로벌 개발사에서 AAA 게임을 개발해왔다. 마침 두 사람은 색다른 프로젝트를 물색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 사람 외에 15-20명이 2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걸쳐 완성한 게임이 <그리스>다. 다들 알다시피 <그리스>는 2D 플랫폼 어드벤처 게임이다. 등장인물은 파란 단발머리에 펄럭이는 코트를 입은 소녀. 소녀는 정체 불명의 공간을 탈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 등장하는 동상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플레이어가 느끼는 바에 맡겼다고 한다.  

 

 

콘라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플레이어의 감각을 여러 방식으로 자극해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리스>의 목표다. 스테이지마다 다른 색감, 전개, 음악을 통해 다층적인 리액션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콘라드는 말했다.

그래서 <그리스>에는 대화가 없다. 오직 움직임으로 그리고 그림의 라인과 색으로 주인공의 감정들이 표현된다. 그래서 주인공이 뛰어가는 첫 장면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만 약 4주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콘라드는 대화 중에 기하학적이며 미니멀리즘적인 그래픽의 중요성을 여러 번 반복했다. 마치 도면을 먼저 그린 다음 게임 플레이를 만들었겠다는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이 아주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게임의 아트 디자인과 콘셉트만 약 1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몇백 장의 초안들과 몇십 권의 공책이 그 시간을 증명한다. 그렇게 2년 동안 게임을 개발하였고 출시된 <그리스>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3 달 만에 30만 장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모바일 버전은 아직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5.9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글로벌 마켓에서 프리미엄 게임의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나는 속물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벌었어요?" 돌아온 대답은 나를 부끄럽기보다는 부럽게 만들었다. 콘라드는 네게 무관심한 톤으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백만 카피 정도 팔렸을 거야"라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그의 태도가 밉지는 않았다.


본인이 잘하고 또 원하는 것을 열심히 만들어서 상품화시켰고 유저들은 환호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부러울 뿐이다. 상업적으로 분명히 똑똑한 선택이었다. 특별함이 하이라이트라면, 수용자한테 먹혀들였다면 된 거 아닐까?

그렇다면 이 게임은 눈과 귀로 즐기는 게 다인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리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스릴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한번 시작하면 손을 놀 수가 없었다. 나는 끝까지 소녀의 여정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였다.



콘라드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물었더니 아직 구상 중이란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림과 디자인이 메인이 되겠지만 <그리스>와 다른 캐릭터와 게임 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당분간은 <그리스>의 아트북이나 OST를 즐기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달라고 한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내 친동생도 아티스트이다, 정확히 말하면 '너프'로 활동한 지 20년이 넘은 스트리트 아트 그라피티스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색감과 모양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얼핏 알고 있다.



우연히 우리 <멜빗 월드>에도 '너프'의 큐비즘이 많이 반영되었다. 당시 나는 누군가가 동생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했다는 점이 자랑스러웠지만 '너프'는 오히려 오해하고 욕을 바가지로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림을 상품화하기 싫다면서.

멜봇 스튜디오도 차기 콘솔 게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동생더러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라고 할 생각이다. 그렇게 시각의 즐거움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게임을 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콘라드를 만나고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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