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HG의 한대훈 대표는 <마비노기>, <블레이드 앤 소울> 등 유명 게임의 아티스트로 활약해오다, 지금은 1인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한 대표는 2016년 <스매싱 더 배틀>을 시작해 VR 게임 <오버턴>을 만든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메탈릭 차일드>를 출시했다.
최신작 <메탈릭 차일드>는 2018년 첫 공개된 뒤 3년이라는 기간을 거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는데, 한 대표는 이 게임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부산에서 게임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메탈릭 차일드>는 미래의 우주 실험실에서 활동하는 안드로이드 로나의 이야기를 그린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한 대표는 지난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메탈릭 차일드> 완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홀로 산전수전 다 겪어야만 했던 한 대표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한대훈 대표는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라며 <메탈릭 차일드> 트레일러를 재생한 뒤 오늘날의 게임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초기 슈퍼 마리오 같은 점프형 미니게임을 만들고 점프를 잘 할 것 같은 부스터가 달린 고양이 실루엣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했다.
따라서 오늘날 안드로이드 로나 캐릭터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그렇지만 초창기 로나는 지나치게 일반적인 아이처럼 생겨서, 오가며 공격을 당하는 모습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캐릭터를 좀 더 로봇처럼 꾸며냈다. 한 대표는 이를 "좀 더 기계 같은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홀로 고민 끝에 로나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한 대표는 <메탈릭 차일드>의 캐릭터 때문에 미소녀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미소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 함은 "덕후 게임을 업으로 하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의 김용하 PD을 뜻한다라고 농담했다.
캐릭터를 완성시켰지만, <메탈릭 차일드>는 로나 캐릭터의 전투 중 모션이 잘 안 보인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맵 위에서 로나의 모습이 다른 개체에 비해서 작았기 때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대표는 로나에게 거대한 무기를 부여해 실루엣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로나가 들고 있는 거대한 건틀렛은 그렇게 탄생했다. <메탈릭 차일드>에는 다양한 무기가 있으며 무기별로 고유 스킬이 존재하며 성능도 무기마다 다른데, 해머, 소드&실드 등 다른 무기들도 시인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거대한 무기가 바로 <메탈릭 차일드>의 액션 키 피쳐다.
한 대표는 부모의 심정으로 <메탈릭 차일드>를 만들었다. 실제로 잠자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이 아이를 두고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생각했고 부모로서의 마음을 담아서 시나리오를 제작했다. <메탈릭 차일드>는 딸에게 전하는 유언 성격이 강하며, 그 내용은 혐오와 비난을 멈추고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게임은 플레이어가 로나에게 친절을 베풀고, 로나가 플레이어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에 공을 들인 게임의 대사만 워드(Word) 프로그램으로 101페이지에 달했는데, 액션게임 치고는 상당한 대사량이라고 한 대표는 소개했다.
다음으로 한대훈 대표는 전작을 마무리하고 <메탈릭 차일드>를 기획하던 시점부터 닌텐도 스위치(NS)가 흥행을 했으므로 자연히 NS에도 게임을 출시하기로 결심했다.
UI/UX는 NS 컨트롤러를 의식해서 제작했으며, PC와 동일한 그래픽을 갖추기로 했다. 인력적 한계가 분명했으므로, 쿼터뷰, 쉐이더, 이펙트 역시 제한된 툴로 사용했다. 그렇게 게임은 PC 버전은 물론 NS 버전도 출시되었다.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과정에서 버그 수정과 폴리싱 또한 상당히 중요했는데, 동그란 버튼만을 인정한다거나, HD 진동 조절만을 지원하는 까다로운 닌텐도의 QA를 거쳐야 게임을 발매할 수 있었다. 또 NS 기준, 독모드 900P, 휴대모드 720P, 50~60프레임을 지원하도록 폴리싱했다. 노력의 결과, <메탈릭 차일드>의 NS 버전은 최적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서 한대훈 대표는 게임의 프로토 타이핑 과정 중, 다양한 스킬, 동료 같은 요소보다는 날카로운 피쳐를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카피캣으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 타격이 아닌 '잡기'가 중심이 되는 게임을 구상했다. 이를테면 벽에 던져서 쓰러뜨리거나, 잡은 적으로 총알을 막는다거나, 붙잡은 적을 다른 적에게 던져서 대미지를 입힌다는 등의 기믹이다. 이러한 전투 키 피쳐는 출시 시점까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 대표는 이야기했다.
또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 한 대표는 <메탈릭 차일드>에 스크린샷을 찍을 만한 순간들을 여러 개 삽입했다. ▲ 움직이는 타이틀 스크린 ▲ 메타 변화 요소 ▲ '손은 사랑을 밀쳐내고 다리는 사랑을 달아나게 만들죠…' 등의 캐릭터 대사 ▲ 플레이어에게 손을 흔드는 로나 등이 그러한 요소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한대훈 대표는 퍼블리셔 결정 과정을 밝혔다. 그는 1년 반 이상 20여 곳과 미팅한 끝에 크레스트를 퍼블리셔로 선택했다고 발언했다. 타겟 지역과 지원 가능한 서포트, 미니멈 개런티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는데, 한 대표는 NS의 시장이 커짐에 따라 해당 방면으로 지원을 받기를 원했다. 시장에는 출시만 지원하는 퍼블리셔가 많았고, 성우 더빙 같은 요소는 테이블에서 빠져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한 대표는 게임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음성 더빙을 원하는 상태였다.
따라서 가격 결정권이 없거나 개런티가 낮거나, 포트폴리오가 안 맞는 기업들을 배제하고 '더빙을 해주겠다'라고 선언한 퍼블리셔와 계약을 완료했다. 그는 "퍼블리셔가 내 게임을 마음대로 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안 그런다"라고 짧게 답했다.
끝으로 한대훈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청중들에게 "1인 개발을 하지 마시라"고 농담했다.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 이어서 "함께할 동료가 필요할 것도 같다"고 설명한 한 대표는 "수상이나 호평은 기쁜 일이고, 그 다음은 뭘 해야 할지 고민"라고 고백했다. 1인 개발을 통해 게임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던 비결은 "루틴을 만들어서 지키는 것"이라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