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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OOI 2022] 개발자 인터뷰, 'The USB stick found in the grass'

폴란드 현직 화학자가 만든 실험성 짙은 게임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22-12-06 16:38:59

대한민국에 단 하나 뿐인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OOI)가 오프라인으로 다시 개최됩니다. 올해는 행사는 12월 3일, 문래동 '올댓마인드'에서 1일간 열리는데, 올해는 총 10작품이 선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OOI는 "시장성과 대중성보다는 창작자의 생각과 실험에 ​초점을 둔 게임페스티벌"을 모토로 올해로 8회차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올해 OOI 2022에는 한국의 네버더리스 스튜디오(Nevertheless Studio)의 <리로더>를 비롯한 10개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정돼 전세계 인디 게임 창작자들과 관람객이 함께 선정작들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선정작들은 어떤 게임일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이 연재는 OOI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 편집자 주

<The USB stick found in the grass>는 잔디밭에서 주운 가상의 USB 속 파일들을 살피며,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USB 속 압축 파일들을 풀어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마치 실제 USB가 PC에 꼽힌 것 처럼 생성되는 파일들, 그리고 그 파일들을 열어보면서 게임 속 이야기에 접근하는 경험은 마치 내가 가상과 현실 사이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Q. OOI: 개발팀 및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개발팀 멤버나 본인의 역사 등에 대해 말해달라.

A. 마르친 보르코프스키: 내 이름은 마르친 보르코프스키다. 나이는 꽤 많다(1986년에 출간되어 종종 '최초의 폴란드 컴퓨터게임 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ZX Spectrum에 관한 책의 저자라고 말씀드리면 충분할 듯 하다). 

1980-90년대에 컴퓨터나 비디오게임과 관련된 기사를 쓰는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화학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원래 직업이 화학자다). 게임의 오리지널 버전(실제 USB 스틱에다 폴란드어 버전으로만 만들었다)은 혼자 개발한 것이다. 

스팀 버전 제작은 두 명의 도움을 받았는데, 한 명은 카롤리나 피보바르치크로 영어 버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고, 다른 한 명은 만티스라는 제 친구인데 ‘Roarr! The Adventures of Rampage Rex’의 작가로, 트레일러 촬영을 도와주었다.


Q. 게임의 스토리는 픽션인지? 만약 픽션이라면 어디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

A. 게임의 스토리는 100% 픽션이다. 실제 사건에서 따온 장면들도 있는데, 그런 장면들은 게임 내 다른 사건들처럼 게임의 내러티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저는 말하자면 일종의 기억들이 담긴 가방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 몇몇 기억들을 랜덤하게 선정해서 꺼낸 후 그것들을 게임의 내러티브에 맞춰 짜 넣는다. 만약 잘 들어맞지 않을 경우엔 다른 기억들을 꺼내어 플롯을 조정하면서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Q. 현실같은 환경를 통해 픽션을 경험하는 것과 관련해서, 예를 들어 게임 속 플레이어의 PC를 통한 경험 같은 것은 매우 새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게임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혹시 다른 게임이나 미디어로부터 영감을 받은 바가 있는지?

A. 특정한 컴퓨터 게임의 영향을 받은 바는 없다. 대신, 친구들과 여가시간에 함께 온라인상에서 채팅이나 게시판을 통해 플레이했던 “게임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게임 내 특정 해결방법들이 여타의 비디오게임에서 했던 것들과 비슷한 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경우 어떤 측정한 문제들은 단일한 해결방안을 갖곤 하며, 어떤 것을 새롭게 심을지 고민할 때 우리는 종종 다른 누군가가 벌써 똑같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음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저는 수레바퀴를 재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니, 어디선가 차용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아마 내가 독립적으로 생각해낸 것일 거다. 위대한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한다.(웃음)
 

Q. 게임에는 실행가능한 게임 파일 외에 많은 문서와 이미지들, 그리고 ZIP 파일들이 있다. (물론 이 파일들을 전부 exe 파일에 의해 생성된 것이지만). 그래서 저는 게임의 디자인과 내러티브 디자인이 프로그래밍 작업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이 게임의 실제 개발 경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A. 오리지널 버전은 프로그래밍이 전혀 필요치 않았다 - 그냥 진짜 USB 스틱이었으니까. 스토리를 쓰고 모든 부가 정보들을 덧붙이는 작업은 꽤 재미있었지만, 이는 제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부가적인 정보를 요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도전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프로그래밍이나 스토리텔링이 아닌, 모든 것들을 일관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파일 내 메타 데이터, FAT, 디렉토리 구조 등이 담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은은 모두 컴퓨터 포렌식 전문성으로 복원할 수 있어야 했고 OSINT 테크닉을 사용해서 검증될 수 있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내러티브와 맞아 떨어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어려운 도전거리였다. 예를 들어 디스크 내 파일들은 모두 내러티브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저장 날짜를 가져야 했다. 

게임 속 일기 파일에서 사용한 OpenOffice 도큐먼트는 본질적으로 전체 도큐먼트 콘텐츠와 그 메타 데이터가 포함된 xml 파일들이 담긴 압축된 디렉토리(Zipped directory)이다. 오리지널 USB 스틱 완성 하루 전에서야 저는 zip 파일이 압축파일(compressed file)들의 날짜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전부 저장한다는 것과 그걸 수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zip 내 파일들이 게임의 스토리상 보다 나중의 시간으로 변경되어 버렸다. 이미 수정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유형의 중요한 기술적 정보들 중 놓친 게 있을 수 있다.


Q. 영어 문서가 너무 많다보니 한국인으로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좀 어려웠다.(웃음) 그래서 이 게임의 로컬라이징 계획에 대해 묻고 싶다. USB 내 소프트웨어는 영어로 쓰여진 문서들과는 달리 폴란드어로 짜여진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설치 마법사 명령어가 폴란드어로 쓰여진 것을 봤을 때 마치 폴란드 국적 이방인의 USB를 발견한 것 같다고 느꼈다. 이것은 의도한 바인지?

A. 게임 내 수사는 스토리상의 모든 관계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지리와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게임에 실제 주소가 정확히 기술되어있어야 했다. 제게 있어 폴란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구글 어스나 구글맵 같은 툴과 더불어, 그와 같은 스토리가 발생하는 장소로서 폴란드보다 더 나은 곳은 없었다.

그래서 저는 게임의 스토리를 (폴란드) 지역에 한정하기로 결정했던 것인데, 문화적 레퍼런스를 제거해버리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게임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로컬라이징은 어려울 것 같다. 

스토리 그 자체는 번역하기 쉽지만 Zip 파일의 패스워드는 텍스트 속에 숨겨져 있다 - 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라틴어 기반의 알파벳을 사용하지 않는 언어인 경우에는(패스워드는 반드시 ASCII여야 한다. Zip 포맷이 그렇게 작동하니까). 

그래서 로컬라이징 제안 자체에는 열려있지만, 일부 언어에 있어 로컬라이징 작업은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어: 이경혁, 박수진, 박다흰, 이연우 / 번역: 나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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