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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세상에서도 너와 함께라면 '플래닛 오브 라나'

아름다워서 더 처연한 SF 퍼즐 어드벤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5-25 11:04:05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진다면 세상은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운석들이 사람들을 납치하는 외계 문명의 기계였다면? <플래닛 오브 라나>는 한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커다란 위기로부터 시작된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플래닛 오브 라나>는 말 그대로 한 편의 영화 같은 SF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행성을 침공한 기계와 야생의 괴생명체 사이에서 펼쳐지는 라나의 여정을 지금부터 들여다본다. 

 


  

게임명: <플래닛 오브 라나>

장르: SF 퍼즐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5월 23일/ PC(스팀), Xbox 시리즈 X·S, Xbox One, Xbox 게임패스

정가: 21,500원(스팀 기준)

개발사/배급사: Wishfully/ Thunderful Publishing

한국어 지원: O


# '이로'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

  

주인공 '라나'의 이야기는 평화로운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라나'는 자매 '이로'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면서 플레이어에게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주변 풍경을 보여준다.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은 평범한 어촌처럼 보이지만 '라나'의 행성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생명체들과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해와 달이 끊임없이 시선을 빼앗는다. 


'라나'가 '이로'를 따라잡았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커다란 운석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우주전쟁>이 떠오르는 장면들과 함께 주인공 '라나'를 제외한 모두가 외계에서 온 기계들에게 납치된다. <플래닛 오브 라나>는 이런 서사를 전달함에 있어 텍스트에 의존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과 감정은 화면 연출, 음악, '라나'의 목소리 연기로 표현된다. 파들파들 떨리는 목소리로 '이로'를 끊임없이 외치는 '라나'의 모습은 애처롭다.

플레이어는 '라나'의 걸음과 함께 아름다운 이 행성의 면모들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위협 사이를 오가게 된다.

 

'라나'와 '이로'의 술래잡기로 시작되는 이야기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 하지만 여긴 지구가 아니다.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서로를 토닥여주는 '라나'와 '이로'
의지하던 둘은 외계에서 온 기계의 침공으로 갈라진다.

주인공 '라나'는 납치된 '이로'를 구하기 위해 미지의 위협 속으로 뛰어든다.

  

# '라나'와 '무이', 우린 혼자가 아니야


'이로'를 구하러 가는 길에서 '라나'는 기계로부터 위협 받고 있는 까만 생명체를 발견하고 함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며 이 생명체를 구출한다. 작고 귀여운 친구에게 '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라나'. 황량한 세계에 혼자 남겨진 줄 알았던 주인공에겐 이제 길동무가 생겼다.

 

'라나'와 '무이'가 만나면서 게임의 조작 방식은 훨씬 다채로워진다. '무이'를 만나기 이전까지는 WASD를 활용한 이동과 좌클릭을 활용한 사물 잡기 정도가 전부였지만, 다른 장점을 가진 두 존재는 위험이 가득한 여정에서 서로를 돕는다. 예를 들어, '무이'는 물을 무서워하는 반면 '라나'는 헤엄을 잘 치고, '라나'가 갈 수 없는 높이와 거리도 '무이'는 쉽게 건너갈 수 있다. 

 

'라나'와 '무이'의 유대감은 여정이 진행될수록 깊어진다. 둘 중 하나라도 사망하면 바로 게임 오버가 되는 게임 시스템도 서로가 서로를 지켜줘야 하는 상황임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라나'는 '무이'를 일정 거리 안에서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게 지시하거나 특정 위치에서 기다리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위치로 따라오게 할 수도 있다. 

 

기계와 괴생명체들로부터 쫓기는 '무이'를 도와주는 '라나'

둘의 유대감은 게임플레이 내내 강조된다. '무이'와 상호작용하는 '라나'의 음성 대사도 다양했다.

물을 무서워하는 무이를 통나무에 태워 끌고 가는 등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채워나가는 관계가 된다.

  

#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 성장하는 두 존재

  

서로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 외에도 '라나'와 '무이'는 ​세계의 중심에 다가가고 있음을 점점 체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형 로봇이나 작은 괴생명체를 마주치는 것이 전부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 복잡한 구조물과 거대한 괴수들을 마주한다. 조금만 높은 위치에서 떨어져도 낙사 판정이 나오고, 적에게 스치기만 해도 바로 죽던 두 존재는 위협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능력들을 각성하게 된다.


특정 구간 이후부터 '무이'는 다른 존재와 눈을 마주하는 것으로 생명체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라나'는 기계를 해킹해 원격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라나'가 미끼가 되어 거대한 괴물을 불러내면 '무이'의 능력으로 통제하기도 하고, '라나'가 조작하는 기계에 '무이'를 태워서 합동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이로' 구출하기에서 함께 살아남기로 나아가는 서사는 '라나'와 '무이'의 ​콤비 플레이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작고 귀엽기만 했던 '무이'가 거대한 생명체를 제압하는 장면. QTE 조작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라나'가 해킹을 해서 기계를 조작하는 장면. 퍼즐의 난이도도 점점 높아진다.

  

# 아름다워서 더 처연한...

 

<플래닛 오브 라나>는 <림보>, <인사이드> 같은 게임처럼 미지의 공포 속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퍼즐 풀기와 괴물로부터 도망가기를 반복하는 구성을 띄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두려움이나 긴장감으로 일관되는 것이 아닌 일시적인 평화로움과 따뜻함으로 주기적인 환기를 한다. <저니>, <압주> 같은 게임처럼 아름다운 세계 그 자체가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배경 그래픽이 뛰어났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큰 위기를 넘긴 이후 '라나'와 '무이'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달리는 순간을 말하고 싶다. 감미로운 보컬과 음악이 감성을 자극할 때, 모든 것이 부서진 세상에서 행복하게 달리는 둘을 보고 있으면 그 순수함에 오히려 씁쓸함이 느껴진다. 둘은 '이로'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출시 후 이틀이 지난 <플래닛 오브 라나>는 159개의 스팀 리뷰 중 94%가 긍정 평가인 '매우 긍정적' 게임이다. 5~6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길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는 의견과 가격 대비 높은 완성도와 멋진 영화 한 편을 본듯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 유저들이 꼽은 장점이었다. 아름다운 세계에서 귀여운 '무이'와 함께 나아가는 이 여정에 당신도 꼭 동참해보기를 권유한다.  

 

위기를 넘긴 후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달리는 '라나'와 '무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멀리 동이 트는 장면은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일시적인 평화 사이에서도 둘은 나아간다.

'라나'와 '무이'는 부서진 세상에서 '이로'와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아름다워서 더 처연했던 SF 어드벤처 게임 <플래닛 오브 라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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