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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언차티드, ‘게임영화 저주’ 탈출할까?…주연 톰 홀랜드 찬사

‘IP 재창작 영화’를 경험해본 배우의 평이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0-09-15 12:19:41

<슈퍼 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둠>, <히트맨>, <맥스페인>, <어쌔신 크리드>…

 

큰 인기를 얻은 게임들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2021년 개봉 예정인 영화 <언차티드>는 혹시 다를까? <스파이더맨> 시리즈 주인공이자 <언차티드> 주연을 맡은 톰 홀랜드가 9월 13일 ‘팬으로서 대만족’이라며 촬영장 소식을 전해왔다.

 

 

# 블록버스터 배우의 안목? 주연 배우의 '립 서비스'?

 

이날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홀랜드는 영화 제작 현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촬영이 정말 잘 되고 있다. 여러분들이 게임을 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팬이다. 내가 꿈꿨던 방향 그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주연 배우가 제작 중인 자기 영화에 대해 완전히 솔직하기는 힘들다. ‘팬으로서 만족한다’는 평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홀랜드가 ‘립 서비스’를 한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어떨까? 홀랜드는 만화 원작의 초대형 영화 프랜차이즈 <스파이더맨>과 <어벤져스> 주·조연이었던 ‘경력자’다. 촬영장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결과물의 품질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예측하는 안목을 기대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홀랜드는 과거 <언차티드> 관련 인터뷰에서 게임 원작 영화의 일반적 약점에 관해 퍽 예리한 지적을 했다. 소속사에서 일러준 내용이 아니라면 그가 게임 영화가 극복해야 하는 애로점을 개인 차원에서 고민해봤다는 뜻이다. 홀랜드의 이번 발언에 조금 더 기대를 걸어볼 이유가 된다.

 

무슨 상황이 있었고, 홀랜드는 어떤 말을 했는지 되짚어보자.

 

 

# '미스 캐스팅' 논란

 

2017년 홀랜드가  <언차티드>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 역에 내정되자 이내 미스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다. 주된 이유는 드레이크와 홀랜드의 나이차였다. 드레이크는 30대 중반 정도다. 반면 홀랜드는 96년생이지만 최근 작품에서까지 고등학생을 연기했을 정도로 동안이다. 당시에는 21세로 더욱 어렸다.

 

 

분위기 차이도 크다. 드레이크가 노련하면서도 무던한 느낌의 사내라면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밝고 당찬 소년 이미지로 다가온다. 다수 팬들은 ‘재해석’이라는 명분으로 원작 흔적을 지워버리는 헐리우드 악습이 또 다시 발휘되는 것 아니냐는 절망적 관측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배경이 알려지며 우려는 약간이나마 누그러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영화 <언차티드>는 네이선 드레이크가 처음 보물 사냥을 시작했던 시점을 다룬다. 즉 게임의 프리퀄이며, 홀랜드는 드레이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것.

 

 

# 게임 원작 영화의 딜레마

 

지난 2월 게임매체 IGN 인터뷰에서 홀랜드는 영화 <언차티드>의 시간적 배경이 지니는  의의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 <언차티드>에는 다른 많은 게임 영화에 없는 장점이 있다. 게임 스토리의 원류(origin)이기 때문에 기존 팬 역시 처음 접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게임을 안 해본 관객도 다른 관객과 동등하게 새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다.”

 

 

그의 지적대로, 기존 팬과 일반 관객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게임 원작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대부분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원작 충실도’의 딜레마에 빠진다. ‘원작 충실도’는 낮아도 문제고, 높아도 문제다. 관객폭을 넓히기 위해 원작 충실도를 낮추면 원작과 연결성이 사라져 기존 팬이 불만족한다. 그렇다고 원작을 곧이 곧대로 은막에 옮기면 일반 관객에게 어색한 영화가 된다.

 

좋은 대안은 원작의 ‘정체성’만 차용해 오리지널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제작법은 <어벤져스> 시리즈 성공 요인으로 자주 언급된다. <어벤져스>는 히어로 만화의 핵심인 ‘캐릭터 아이덴티티’와 그를 둘러싼 주요 사건을 뼈대 삼아 영화 문법에 맞는 근육과 살을 붙였다. 덕분에 원작 팬과 일반 관객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됐다. 

 

 

# '게임 영화'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원작 영화 중에 이런 제작방식을 선택해 호평 받은 작품은 <사일런트 힐>이다. <사일런트 힐>은 원작 트레이드마크인 기괴한 괴물, 다른 차원과 맞닿은 초현실적 공간, 도시를 채운 스산한 안개 비주얼 등에 역점을 둬 연출했다. 동시에 상업 공포물의 기본기를 지키며 독자적 인물과 스토리를 전개했다. 그 결과 일반 관객에게는 ‘낯설어서 매력적인 영화’, 시리즈 팬에게는 ‘익숙해서 반가운 영화’가 됐다.

 

 

<언차티드>의 설정 역시 ‘원작 정체성’과 ‘오리지널 스토리’를 모두 갖추기 유리한 조건이다. 주인공의 과거를 다루기 때문에 캐릭터와 사건 전개 방식에서 원작 느낌을 담기 좋다. 게다가 원작에서 부분적으로만 드러난 드레이크의 ‘시작점’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기존 팬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관람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조건이 갖춰졌다 해도, 퀄리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언차티드>와 유사한 입장이었지만 흥행과 평론에서 고배를 마신 게임 원작 영화는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언차티드>도 안심할 수 없다. 감독이 수 차례 교체됐고, 코로나19 여파로 제작이 연기됐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최종 품질을 떨어뜨릴만한 악재들이다. 

 

그럼에도 톰 홀랜드의 평가가 진실되고 정확한 것이기를, 그래서 <언차티드>가 원작의 정체성에서 오는 재미와 보편적 완성도를 모두 잡은 수작이 되기를 일단 희망한다. 계속 응원하다 보면 언젠가는 <어벤져스> 이상의 작품이 나와주지 않을까? <어벤져스>가 콘텐츠 업계에서 ‘히어로물’을 다시 정의했듯, 게임 IP를 향한 영화팬의 시각을 바꿔줄 대격변이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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