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저가 3년에 걸쳐 만든 <파 크라이 5> 모드가 개발사 유비소프트에 의해 돌연 삭제됐다. 이에 그 이유를 둘러싼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참사’의 주인공은 유튜브에서 크롤리우드(Krollywoo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모드 제작자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파 크라이 5>에 내장된 모드 제작 엔진을 이용, 고전 FPS <골든아이>를 완벽히 재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아이>(1997년)는 영화 <007 골든아이>에 기초한 닌텐도 64 콘솔용 FPS 작품이다. 4분할 화면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로컬 멀티플레이’ 모드가 특히 미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다양한 무기와 게임모드는 당대 기준으로 혁신적인 멀티플레이 경험을 제공했으며 싱글플레이의 완성도 역시 높아 많은 매체와 평론가 호평을 얻었다.
크롤리우드는 지난 3년 동안 총 1,400여 시간을 들여 <골든아이>의 모든 스테이지를 구현해냈다. 원작 팬들을 위해서였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에는 나와 친구들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골든아이> 팬은 정말 많았다. (덕분에) 우리 프로젝트에도 많은 팬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6일에는 유튜브 채널에 완성된 모드를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해 3,700여 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팬들의 지지를 받던 ‘<골든아이> 모드’가 삭제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비소프트는 ‘저작권 침해 신고’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신 코타쿠에 전한 서신에서 유비소프트는 “해당 사안은 현재 저작권자와 맵 제작자 당사자 간의 문제가 됐으며, 우리는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비소프트는 신고를 접수한 ‘저작권자’가 어떤 기업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영화 <007>시리즈의 판권을 쥔 영화사 MGM으로 추정된다. 제작자 크롤리우드 역시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모드 삭제는 MGM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간 <골든아이> 리메이크 시도는 몇 차례 있었지만, 저작권 이슈로 무산된 사례가 많다.
2008년에는 원작 개발사 래어가 Xbox 360용으로 제작하던 리메이크가 법적 문제를 해결 못 하고 끝내 취소됐다. 유저 벤 콜클루(Ben Colclough)가 <골든아이> 25주년인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제작하던 리메이크 작품도 2020년 <골든아이>라는 명칭 및 제임스 본드 캐릭터의 사용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이에 콜클루는 게임을 오리지널 작품으로 수정해 다시 내놓겠다고 밝혔다.
크롤리우드의 모드 역시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채널에서 그는 “MGM이 유비소프트에 서신을 보내 나의 맵을 모든 플랫폼에서 지우라고 요청했다. 순전히 ‘제임스 본드’라는 IP 때문이다. 그래서 (맵의) 이름을 바꾸고 ‘본드’에 관련된 내용을 지워 다시 업로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