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3 하얀마녀>, <영웅전설 4 주홍물방울>, <영웅전설 5 바다의 함가>까지 이어지는 '가가브 트릴로지'는 <영웅전설> 시리즈의 입지를 확고히 한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러나 <영웅전설 5 바다의 함가>가 2000년(국내 기준) 발매되었던 만큼 현재 시점에서 가가브 트릴로지를 다시(또는 처음으로) 즐기기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모바일이 나선다면 어떨까. 2024년 8월 28일, 3, 4, 5편을 모두 아우르는 모바일게임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가 출시된다. 그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를 출시에 앞서 체험해 봤다.
'뽑기'를 통해 캐릭터를 획득해야 한다는 점과 근래의 RPG스러운 캐릭터 강화 요소를 제외하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원작 3부작의 리메이크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다. 게임은 4편 <주홍물방울>로부터 시작하는데, 여동생을 구하기 위한 어빈과 마일의 모험을 다시 한 번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SD 캐릭터'라고 표현하는 정도로 데포르메한 인게임 캐릭터 그래픽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만 당시 <영웅전설> 시리즈는 풀 3D 그래픽이 도입되기 한참 전이었고, 동일한 비율의 도트 그래픽으로 캐릭터가 표현되었음을 감안하면 일종의 고증(?)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 게임 진행 도중 나오는 컷씬 등에서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감정 표현을 공들여 제작했다는 인상이다.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풍부한 움직임이 보다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캐릭터 등급은 1성부터 3성까지 나뉜다. 원작의 등장인물은 2성과 3성에 배치되어 있는데, 인기 캐릭터는 주로 3성이다. 대신 2성 캐릭터를 육성해 등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2성 캐릭터를 주로 사용해도 괜찮다. 가령 주인공 캐릭터들은 처음에 2성으로 주어지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3성으로 승급시킬 수 있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그때 그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전투는 3편과 5편의 자동 전투 시스템을 계승했다. 캐릭터를 배치하고 전투를 시작하면 일반 공격은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용하되, 플레이어는 스킬 및 아이템(전투 도구) 사용을 명령하는 방식이다. 편의를 위한 배속 적용과 자동 스킬 사용 역시 지원한다.
캐릭터 스킬은 "가장 체력이 낮은 적을 대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적" 등 발동 조건이 존재하는 만큼 수동으로 적절한 순간에 사용할 때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다. 전투 도구 역시 매 스테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갯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별도의 스킬 사용 연출 없이 캐릭터 일러스트만 표시된다는 점은 아쉽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만큼, 원작이 출시되었던 당시에는 해당 작품의 특색이었던 자동 전투 시스템이 현재 시점에서는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의 전투 방식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오묘하다.
스테이지 진입 전 캐릭터 배치 또한 신경을 써야 한다. 간혹 후방에서 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 배치 단계에서 적의 등장 위치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 배치에 따라 스테이지 클리어 여부가 갈릴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요소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를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동시에 게임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스토리다.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작위적이고 오그라든다고 느낄 지언정 뒷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련한 운명을 타고 난 여동생을 구하고, 악의 축에 맞서 싸운다'는 왕도적 구성의 메인 플롯을 바탕으로, 모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가 잘 엮여 있다.
원작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스토리 감상 위주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수집형 RPG다. 고전 JRPG 감성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특히 추천할 만하다.
원작 시리즈에 대한 추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원작 훼손'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어도 좋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추억 속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