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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넥슨 vs 아이언메이스, 세기의 판결 3가지 쟁점

마지막 변론에서 오간 날선 공방... 핵심은 "실질적 유사성"

김재석(우티) 2024-09-11 18:04:11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부장판사 박찬석)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소송 3차 변론을 열었다. 앞서 넥슨은 <다크앤다커>의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으나, 재판부는 해당 사안은 본안 소송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신청을 기각했고, 현재 <다크앤다커>는 스팀에서 서비스 중이다.


작년 4월, 넥슨은 'P3' 개발팀장 출신의 최주현 씨(현 아이언메이스 이사)가 'P3' 게임 소스와 각종 데이터 등을 개인 서버로 반출, 퇴사 후 아이언메이스에서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언메이스는 'P3'와 <다크앤다커>가 다른 게임이며,최 씨는 던전 탐험 장르 등 선행 게임에서 널리 사용된 메커니즘을 종합해 <다크앤다커>를 개발했을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넥슨이 제기한 해당 민사소송은 <다크앤다커>와 프로젝트 'P3'의 "실질적 유사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선고는 10월 24일 오후 2시에 이루어질 예정인 가운데, 변론 중 나왔던 3가지 쟁점을 정리해봤다.




1. 'LF', 'P3'와 <다크앤다커>의 "실질적 유사성"


재판부는 "핵심적 부분은 양측이 각각 저작물의 유사성 내지는 비유사성"이라며  "(게임)구성요소의 선택 배열에 있어서의 창작성 부분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보여서, 실제 플레이영상을 직접 봐야지 뚜렷하게 볼 수 있다"며 두 기업에게 영상 PT를 주문했다. 이에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법정에서 PT를 통해 변론했다.



원고측 주장: 'LF'에서 'P3'로의 발전을 위해 투자한 것은 넥슨, <다크앤다커>는 'P3' 저작 침해


넥슨측 법률대리인(김앤장)은 아이언메이스가 민트로켓에서 개발되던 프로젝트 'P3'의 핵심 게임 요소와 메커니즘을 그대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넥슨은 구체적인 게임 플레이, 캐릭터 클래스, 상호작용 방식에서 나타나는 유사성 등을 예시로 들었다. 변호인은 'LF', 'P3', <다크앤다커> 플레이를 짧게 재생하면서 1인 PvE 게임이었던 'LF'가 넥슨 내 R&D 과정을 거쳐 'P3'로 발전한 점을 지목했다.


원고측 주장을 정리하면 'LF'는 13명의 개발자가 만들던 게임이었다. 멀티게임이 아니라 1인 게임이었고, 8개월 정도 개발이 이루어졌다. 중간 평가 과정에서 "회사 내부에서 보았을 때 '이 정도로는 재미요소가 부족하다'고 하여 더 재밌게 만들어보자고 회사 인풋을" 주었고, 그렇게 여러 사람이 브래인스토밍해서 만들기 시작한 게 'P3'라는 설명이다. 넥슨의 주장은 이 'P3'를 최주현 팀장이 들고 나가서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넥슨 측은 게임 스크린샷을 나란히 보여주며 "<다크앤다커>에는 'P3'에 있던 선술집, 색감, 콘셉트, 잠긴 상자 열기, 도어까지 모든 요소를 그대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 측이 'P3'의 창작성을 부정하기 위해 수많은 선행 게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에서도 독창적인 구성요소와 유기적 결합 관계가 'P3'와 비슷한 게임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크앤다커>는 선술집에서 게임이 시작되는데, 이 선술집 콘셉트 또한 'P3'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존재했다는 것이 넥슨 측 설명이다. 'P3'의 기획의도는 "층을 더 내려가면서 더 좋은 아이템 획득할 것인가, 살아남지 못할 수 있으니 탈출할 것인가"라며 이 기획의도 또한 <다크앤다커>가 그대로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넥슨은 ▲ 바바리안 클래스는 문을 부수는 기능이 있는데 그것이 <다크앤다커>에도 그대로 구현된 점  상자를 열 때 캐스팅 모션이 있는데 그 모션까지 똑같이 <다크앤다커>에도 들어간 점  ​빛과 어둠을 게임의 중요한 요소로 설정해서 횃불로 어두운 공간을 밝히거나, 어둠 속에서 상대를 볼 수 없는 매커니즘 등이 똑같이 들어간 점 ▲ 어셋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도어 어셋의 사이즈까지 똑같이 1.4배로 늘인 점 등을 두고 저작권 침해라고 이야기했다.


또 넥슨 측은 "'P3'는 완벽하게 개발 끝나고 출시된 게 아니라 피고 불법행위로 잠정 중단된 게임이다. 중단된 것만으로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만한 유사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넥슨에서 개발되던 'P3'


피고측 주장: <다크앤다커>는 최주현 팀장의 아이디어 + 선행 게임 참고 결과물


'P3'와 <다크앤다커>의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 아이언메이스측 법률대리인(린)은 <다크앤다커>가 "개인적으로 체화한 지식과 선행게임을 통해서 게임을 만든 것"이라고 변호했다. 


'LF'에서 'P3'로의 피봇에 넥슨이 미친 영향에 관해서는 "넥슨 다른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주요한 아이디어나 요소들은 당시 최주현 팀장이 기획한 것으로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라며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최 팀장이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렵겠으나, 아이디어의 핵심이 되는 굵직굵직한 것들과 전체적인 방향성은 최 팀장이 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이어서 "두 게임이 유사한 것은 이 장르가 오랜 기간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미국 유저의 댓글을 소개했다. 또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에서 에셋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화면에서는 일부 느낌 비슷할 수 있지만, 특정 스틸컷이나 짧은 순간 화면 봐서는 안 되고 전체 개성이 무엇인지 상세한 비교 통해서 유사성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P3'는 배틀로얄게임으로 자기장의 제약 있지만 <다크앤다커>에는 시간의 제약이 있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탈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P3'는 1인칭, 3인칭을 변화할 수 있었지만, <다크앤다커>는 정통 FPS를 따라 기본적으로 1인칭게임"이라고 밝혔다. 또 "'P3'는 스펠북으로 파이어볼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크앤다커>의 마법은 캐릭터에 구속된다"고 밝혔다. P3에는 8개의 무기가 있었지만, <다크앤다커>에는 74개의 무기와 고유 공격 모션이 추가됐다. "'P3'에는 부활, 상점 시스템, 지형지물에 의한 공격 방해 요소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피고측 입장이다.


피고측 변호인은 "'P3'는 법률상 보호가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크앤다커>에는 'P3'에 없는 기능이 다수 발견되며, 아이디어가 공통되지만 'P3'는 출시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침해가 주장되는 성과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던전 탈출, 다크 판타지 등의 콘셉트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영역"이며, 최주현 이사가 이런 아이디어를 ​조합해 <다크앤다커>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피고측은 PT 중 <서든어택>과 <카운터스트라이크>, <카트라이더>와 <마리오카트>를 나란히 보여주었다. 넥슨이 밸브와 닌텐도의 선행 게임들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원고 측 주장대로라면 넥슨은 저작권 침해를 여러차례 저지른 셈"이라고 비판했다. "단순 스틸컷 분위기 유사성으로만 저작권 침해 등 항목을 판단하면, 선행게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게임물은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언메이스 <다크 앤 다커>


2. 넥슨에서 쓰던 소스코드는 도용됐나?

당초 넥슨은 소를 제기하며 최주현 당시 팀장이 징계해고를 당하기 이전인 2021년 6월 30일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P3'의 소스코드를 올린 이력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다크앤다커>의 구성요소 제반과 배열 조합 등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넥슨 입장이다. 아이언메이스는 "해당 소스코드가 올라간 것은 알 수 있는데, 컴파일 됐는지는 엄밀하게 알 수 없다"고 맞섰다.


이 소스코드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불법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 유사성" 이외의 또다른 쟁점이 된다. 넥슨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깃허브 데이터 추출 과정을 영상 참고자료로 제출 가능하다"며 소스코드를 <다크앤다커>를 만드는 데 썼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는 최주현 (당시) 팀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6월 30일 최주현 당시 팀장이 업로드한 소스코드와 현재 <다크앤다커> 빌드와의 관련성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다크 앤 다커>


3. 최주현 이사는 넥슨 소속으로 외부 투자자와 접촉했나 / 김대훤 전 부사장 관련 증거


원고 측 변호인은 "최주현은 프로젝트 도중 외부 투자자와 지속해서 접촉하고, 팀원들에게 외부에 나가서 게임을 만들자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P3'는 원고가 드롭한 프로젝트로 'LF'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드롭됐다. 'P3' 들어와서도 김대훤 (당시) 부사장 주도하에 프로젝트를 주도하지 않기 때문에 최주현의 업무용 외부 서버를 빌미로 그를 징계해고했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김대훤 부사장에 대한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에도, 그의 징계위원회 녹취록은 절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재판 이후 브리핑에서 "당시 김대훤 부사장은 본인 관리하에 있었던 일이기에 책임을 부담하겠다고 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졌고, 그에 관한 서류는 법원에 제출했다"라며 법원이 요구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고 맞받아쳤다. 또 "이번 사건으로 징계된 것은 최주현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부사장은 현재 넥슨을 떠나 게임 개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넥슨은 재판 직후 "본 사건이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와 건전한 경쟁 문화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매우 엄중하게 소송에 임해온 바 있다. 'P3'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 행위, 저작권 침해 행위, 성과물 도용 행위 등이 제대로 소명되어 다시는 이러한 부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그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라는 입장을 보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법리적으로 아이언메이스가 승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만일 패소하더라도 항소할 것"이라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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