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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무려 10만 명이 넘게 본 볼따구겜의 1주년 방송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인터뷰] '트릭컬: 리바이브' 에피드게임즈, "퀄리티에 타협은 없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9-30 18:47:57

이번 9월에 게임 업계 안팎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하나 꼽으라면, <트릭컬: 리바이브> 1주년 특별 방송의 화제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대표, 부대표, PD 세 사람이 과거 인기 예능 <위험한 초대>에서 모티프를 따와, 물벼락을 맞고, 수영장에 내던져진... 말 그대로 살신성인의 방송이었죠.


<트릭컬> 하던 사람들에겐 1주년이니 축제였고, 안 하던 사람들에겐 게임을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던 빅 이벤트(?)였습니다. 무려 1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이 특별 방송을 시청했을 정도로 장안의 화제였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관심을 보였죠.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지만, 아저씨(?)들이 물에 빠지는 게 재밌어 보이니 <트릭컬>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반응이 속출했습니다. 


에피드게임즈에 방문해 한정현 대표, 심정선 부대표를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하셨나요? 또한 성우 덕후 중 한 명으로서, 더빙 맛집으로 불리는 <트릭컬>의 지난 1년 간의 행보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왼쪽부터 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 심정선 부대표입니다. 액자에 걸린 코미와 버터를 기억해주세요.

# 화제의 방송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Q. 디스이즈게임: 먼저, 1주년까지 쉼 없이 달려오셨는데 두 분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A. 한정현 대표: 진짜 어떻게 1년이 왔네요. 근데 이게 아직도 좀 실감이 안 가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지만 말이 1년이지 3년 아니냐고 하는데, 3년 맞죠.(웃음) 그 당시 사건 사고가 되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감개무량하고 감사합니다.


심정선 부대표: 저희는 사실 실감을 계속 못하다가, 이번 주 들어서 어제 그제 정도 되고 나니까 이제 좀 실감을 하고 있어요, 진짜 일주년이 됐구나.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전혀 못 느끼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계속 뛰어본 결과, 딱 뒤를 돌아봤는데 1년이나 지났네-하는 느낌이라서 저희는 좋습니다. 계속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라서 좋아요.



▲ 큰 화제가 된 1주년 특별 방송.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시청해보시길 권장합니다. <트릭컬> 전혀 몰라도 예능 보는 마음으로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Q. 1주년 특별 방송 라이브 시청자가 10만 명이 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됐어요. <트릭컬> 모르던 분들도 이 방송으로 입문했다는 사례를 많이 봤는데, 이 정도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어떻게 이런 독특한 방송을 기획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한정현 대표: 당연히 1도 예상 못했어요. 5천 명 갔을 때, 1만 명 넘었을 때 심상치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거든요. 거기서 10배로 갈 줄은 몰랐고, 방송 아이디어는 부대표가 냈는데, 그냥 평소처럼 미친 생각이네, 당장 하자-고 하게 됐습니다.


심정선 부대표: 저희는 진짜 한 7천 명, 8천 명 저희랑 비슷한 규모나, 비슷한 시기에 했던 분들이 그 정도라서, 그렇게 예상했어요. 저희가 아예 홍보도 하나도 안 했었거든요. 예산을 쓰지도 않았고, 카페에 저희 이틀 뒤에 이런 거 합니다 공지한 게 끝이었는데, 그만큼 저희가 기대를 그렇게 크게 하진 않았던 거죠. 왜냐면 저희는 그 뒤에 1주년 준비한 게 또 많고 크니까, 그 쪽에 공을 들이고 있었거든요. 


한정현 대표: 라인 체어 대여비가 많이 비쌌죠. (웃음)


심정선 부대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고요. 그냥 이게 어색하지 않으면 좋겠다. 저희들끼리만 재밌고 끝나진 않았으면 좋겠다-해서 기획이나 대본은 좀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대본이라곤 하지만, 정소림 캐스터님이랑 저만 알고 아무도 다 모르는 상태로 진행하는 게 자유로울 것 같았죠. 


그리고 캐스터님도 저희가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고른 거라, 많은 후보분들이 계셨고, 하고 싶다는 분도 계셨는데, ​저희가 그 상황(물벼락을 맞고, 물에 빠지는 등)에 떨어졌을 때, 뚝심 있게 끌고 가주실 분은 정소림 캐스터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다이렉트로 연락을 드렸어요. 이걸 또 정소림 캐스터님도 좋게 봐주셔서 흔쾌히 해주셨고, 잘 이끌어주신 덕에 잘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정말 살신성인의 자세로 특별 방송에 임했던 부대표, 대표, PD. 
그리고 물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원활히 진행을 이어갔던 정소림 캐스터였습니다.

Q. 물이 쏟아지고, 수영장에 사람이 빠지고 하면 당황할 수도 있는데 정소림 캐스터께서 정말 재밌게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A. 심정선 부대표: 캐스터님이 정말 잘해주시기도 했고, 현장에서 저랑 현장 PD님이랑 디렉팅을 계속하는데, 나중에 편집도 많이 했죠. 근데 캐스터님이 촬영 중에도 편집점을 다 잡아주시고 디렉팅도 도와주셔서, 역시 정말 대단하시구나-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Q. (수영장 쪽으로 의자를 쏘는 장치의 무게 한도가 110kg이었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시청한 분들이 모두 대표님 몸무게를 알게 됐습니다. 추후 방송의 재미를 위해 110kg까지 다이어트를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한정현 대표: 제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야죠.


심정선 부대표: 방송과 무관하게 원래 하려고도 했었죠. 내부에서는 저게 왜 110kg까지만 작동하지, 분명 넘을 텐데-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이 있었습니다.(웃음) 그럴 리가 없다고 다들 그런 반응이었죠.


대신 물벼락을 원없이(?) 맞은 한정현 대표였습니다.


Q. 만우절 당시 영상도 그렇고, 이번 1주년 영상도 그렇고 시청한 사람들이 다들, <트릭컬>이 뭔진 몰라도 일단 재밌어 보이니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하고 계신데, 철학이랄지, 이유가 있을까요?


A. 한정현 대표: 일단 이게 거창하게 철학까지도 아니고, 저희 마인드 자체가 저희가 해서 재밌어야지 남도 재밌는 거 아니냐 주의라서요. 정확히는 저질러보자-에 가까운 거죠.


심정선 부대표: 저희가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텐데, 다른 게임에서 그렇게 하신 걸 굉장히 옛날에 90년대에 그렇게 해주실 때 그게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재밌었던 거를 하면 좋아해주시지 않으실까-하는 마음도 있었고, 일단 저희가 재밌으니까 했죠.


한정현 대표: 그리고 보통 대표가 망가지는 게 재밌거든요.

심정선 부대표: 그렇죠, 너무 일찍부터 망가지긴 했지만요.(웃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같이 웃어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반주년 때도 정말 잊지 못할 영상을 남겼던 에피드게임즈였습니다. 


Q. 이번 1주년 특별 영상이 시작되기 전 대기 화면에 나온 AI 댄스도 화제였어요. 개발사 공식 영상에서 이를 직접 활용한 사례는 처음인 걸로 저는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하실 수 있었나요?


A.심정선 부대표: 이런 문화가 넷상에서 이뤄지고 있고, 대표도 저도 이런 콘텐츠가 나오는 걸 보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우리 영상 앞에 악센트가 부족하니까 좀 넣어보면 어떨까요 제가 설득을 했는데, 대표가 사실 거절할 줄 알았거든요. 오히려 재밌겠다 해보자-는 반응이었죠.


한정현 대표: 이미 춤은 추고 있는 상황인데, 공식으로 하는 게 더 재밌잖아요.


심정선 부대표: 저는 사실 많이 설득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굳은 표정으로 갔는데, PD도 그렇고 다들 재밌겠다는 반응이라서 놀랐죠. ​심지어 PD님은 와이프분과 자녀분도 같이 보면서 재밌다는 반응을 보여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도 서로 재밌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기 화면에서 깨알 같이 AI 댄서가 된 두 사람이었습니다. 덕분에 특별 방송 시작 전부터 유쾌한 분위기였죠.

Q. 1주년 방송이 제작비 측면에서도 그렇고 대표님, 부대표님, PD님 체력 측면에서도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한 번 이렇게 강수를 두시면 다음 이벤트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는데요.


A. ​한정현 대표: 저는 솔직히 부대표가 무서워요. 부대표가 다음에 2주년 때 또 무슨 악마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올지 모르겠거든요.


심정선 부대표: 다음에 하고 싶은 것도 당연히 있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사실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참여해준 대표나 PD가 촬영 중에 많이 다쳤어요. 대표도 의자 뒤로 날아가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날아가는 사람만 다치는 게 아니라 앉아 있으면서 물벼락만 맞아도 다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티 하나도 안 내고 웃으면서 프로 연기자처럼 해줘서 정말 감사했죠.


저나 PD는 날아가면서 ​등이나 이런 곳들이 다 멍들었고요. 다들 운동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서 발뒤꿈치가 엄청 많이 다쳤어요. 계속 뛰어다녔으니까요. 이게 마이크도 저희가 수중용을 주문한 게 아니라서, 일반 마이크를 팩에 끼워서 등 뒤에 차고 하니까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다 멍이 들었죠. 촬영을 5시간 좀 넘게 했는데, 빨리 끝난 편이었어요. 저희가 8~9시간 정도를 원래 예상했거든요.


의외로 빨리 끝나서 회사에 출근해서 그날도 일을 했죠. 그러고 나니 다음 날엔 도저히 못 나가겠더라고요. 늙어서 근육통이 나중에 와서(웃음). 다음 날 출근은 안 했지만 결국 집에서 재택으로 일을 했죠.


2주년 영상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부디 건강을 잘 챙겨주세요.

# 더빙 갓겜 볼따구겜! 1년을 돌아보며

Q. <트릭컬>은 더빙에 정말 진심인 게임 중 하나예요. 1년 전 서비스 초창기에도 더빙 관련해서 공을 들이시느라 고민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는데요. 지난 1년 간의 더빙 작업에 대한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A. ​한정현 대표: ​일단 저희 작업을 크게 도와주시는 스튜디오 EIM에 감사 인사를 먼저 드리고요. 진짜 잘해주셨죠. 그리고 저희가 디렉팅한다고 매번 스토리 작가나, 저희 스토리 팀, 기획자가 성우 더빙 현장에 반드시 참석을 하거든요. 이제 디렉팅에 참석해주신 저희 직원분들과 디렉터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더빙 퀄리티를 이어갈 수 있게 각고의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사실 좋은 평가를 유지하는 게 제일 힘드니까요.


심정선 부대표: 초반에는 몰라도 중반 이후부터는 사실 이유도 좀 있었어요. 저희가 실시간으로 더빙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스튜디오 쪽도 저희도 서로 희생이 많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리티에 대해서는 서로 타협을 안 했다는 점은 사실 서로 칭찬하고 싶습니다.


재녹음을 몇 번씩 하기도 했는데, 스튜디오도 저희도 재녹음하는 만큼 시간과 인력이 다 나가는 거였지만, 그런데도 해야겠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무조건 했어요. 사실 옛날 예능처럼 업데이트 전날에 픽스돼서, 믹싱하고 바로 넣은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파일이 빠지면서 오류가 났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퀄리티를 맞춰야 한다는 걸 서로 동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정현 대표: 그리고 폴빠 작가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성우님이 중간에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즉석으로 대본을 바꿀 때도 있었거든요. 


심정선 부대표: 그래서 건강한 성우님들이 자주 나오는 녹음 현장이 될 때도 있습니다.(웃음)


▲ 매번 그렇지만 풀더빙에 정말 진심인 <트릭컬>입니다.


Q. 중복 캐스팅(한 성우가 여러 캐릭터를 맡는 것)으로 동시에 여러 캐릭터가 호평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강새봄 성우가 맡은 '버터'와 '코미'는 <트릭컬>의 컬트적인 인기를 하드캐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굉장히 강렬한 두 캐릭터를 한 분이 해주셨는데, 연기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어땠나요?


A. 심정선 부대표: 강새봄 성우님이 정말 열심히 해주셨어요. 저희가 다시 리바이브하는 기간에 따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셔서, 본인이 녹음했던 게 인기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셀프 스튜디오에서 따로 녹음을 하셔서 "이 캐릭터에는 이 톤이 좀 더 맞는 것 같아요"라고 직접 보내주시기도 했고요. 업데이트나 교체가 가능하겠냐고 여쭤보기도 하셨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크셨어요.


직접 현장을 찾아와 주시거나, 굿즈를 직접 만들기도 하셨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해석을 많이 보여주셨기 때문에, 저희도 너무 감사하고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컸어요. 리바이브 전부터 그렇게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더 감사하고, 이후에도 해주신 일이 많아서, 사실상 성우님의 퍼포먼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정현 대표: '버터', '코미'가 <트릭컬> 인기 양대 산맥이죠.(웃음)



​▲ <트릭컬>의 인기를 견인한 '코미'와 '버터'는 사실 한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Q. 에르핀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강은애 성우 또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토가 히미코'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에르핀 연기로 <트릭컬>의 정체성을 살려준 인물 중 하나인데요. 1년 동안 에르핀 연기를 함께 보시면서 어떤 점이 특히 인상적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심정선 부대표: 그냥 에르핀 본인이세요.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것도 있는데, 연기 폭도 넓고, 자신을 내려놓으신 것도 보이고요.


한정현 대표: 어느 순간부터 정말 무아지경이시죠.


심정선 부대표: 3~4개월 차부터 거의 내려놓으신 것 같더라고요. 오시면 몰입하시면서 텐션도 바뀌시는 편이에요. 저희는 사실 솔직하게 에르핀 연기 때는 디렉팅을 거의 안 합니다. 체크 포인트가 거의 없어요. 본인이 너무 잘해주시기 때문에, 이상하거나 약간 좀 애매하면 바로 다시 할게요-라고 해주시는 걸 보면 이젠 거의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셨나 싶어요.


한정현 대표: 그게 피크를 치기 시작했던 게 '피코라' 때 부터인 것 같아요.



심정선 부대표: 저희는 PV 녹음 때 성우님이 많이 와주시는데, 그때가 사실 제일 크지 않나 싶어요. PV 보면서 거기에 본인이 재밌어 하시고 빵 터진 다음에 하시면, 그날 녹화가 정​말 잘 되거든요. 이제는 정말 에르핀 본인이 되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그래서 저희도 이번에 에르핀 성우님께 헌정하는 굿즈를 만든 게 '에르핀 자명종'이거든요. 1주년 굿즈로 나오는데, 시작하면 와장창창창 하고서 에르핀이 소리치는 것만 30초 나오거든요. 저희도 너무 감명 깊어서 만든 굿즈에 가까워요.


한정현 대표: 근데 이게 처음에는 좀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21년도 <트릭컬>은 되게 지성 있는 에르핀이었는데, 갑자기 지성 한 톨도 없는 되어서 (웃음)


심정선 부대표: 그걸 바로 캐치하시고 한 것도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캐릭터 역할인데 왜 달라졌지 이런 게 아니라, 이렇게 가는구나 하고 바로 다이브해주셨거든요.


▲ 지금의 '에르핀'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리바이브 이전) 3년 전 에르핀도 한 번 만나보시죠.




Q. 풀더빙으로 제공하는 콘텐츠 양이 많은데, 의미야 정말 좋지만 비용 부담도 크셨겠어요. 다들 유명한 성우들이라 스케쥴링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심정선 부대표: 돈은 벌면 되고, 안 되면 빌리면 되는데, 시간은 그럴 수가 없거든요. 그런 이슈가 굉장히 많았는데도 EIM에서 정말 잘 해주셨어요. 휴일에도 새벽에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죠. 물론 저희도 그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많이 했지만, 회사 사람이랑 외부 사람은 다르잖아요. 계약 관계일 뿐인데도 퀄리티를 위해서 여러 배려를 해주시고 양해를 해주신 게 정말 너무 감사하죠.


한정현 대표: 남이 빌린다고 너무 쉽게 얘기하시는 거 아닙니까.(웃음)


심정선 부대표: 본인이 하신 말씀이잖아요.(웃음)


한정현 대표: 그렇죠. 퀄리티 타협은 하면 안 돼요. 그렇게 타협할 바엔 돈을 빌리는 게 나아요.



Q. 이제 덕틴어(오타쿠들의 라틴어)인 일본어 더빙까지 진행 중이신데, 캐스팅 라인업이 화려합니다.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의 '칸나'로 유명한 나가나와 마리아가 '우이' 역을. <월간 순정 노자키>의 '치요'로 유명한 오자와 아리가 '피코라' 역을. <즐겁게 놀아보세>의 '혼다 하나코'로 유명한 키노 히나가 '에르핀' 역을 맡았어요. 일본어 더빙에선 어떤 부분을 신경 쓰고 계신가요?


A. ​한정현 대표: ​일단 비용적인 측면을 차치하더라도, 현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브컬처 라틴어는 일본어고, 그걸 신경쓰는 건 기본이니까요. 현지화 찰지게 해서 성우 더빙에 잘 적용하려 합니다.

우측 하단의 백발이 '칸나'
주황색 머리의 여주인공이 '치요'
중앙의 양갈래가 '하나코' 캐릭터입니다.


# "이제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Q. '죠안'이 영원살이가 아닌 첫 엘다인으로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리뉴아'는 영원살이의 연장선이었으니까요.)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죠안'이 앞으로 스토리에서 가질 영향력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A. ​한정현 대표: ​'죠안'은 시즌 2의 메인 인물 중 하나예요. 당장 이 다음 신규 테마 극장에도 등장하고요. 여러모로 시즌 2의 주역이 될 거기 때문에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심정선 부대표: 그렇다고 기존 인물들이 덜 조명 받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한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 중의 하나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요정 왕국이라고 하면 네르랑 에르핀이 떠오르듯이, 한 세력 중 핵심 인물이 되는 거라서, 얘만 혼자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닙니다. 명과 암을 보여주기 위한 암으로 쓰일 것이다-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테마극장 등 스토리가 나오는 분량을 보면 팀원들의 작업량과 열정도 굉장한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노고에 대한 샤라웃을 해주신다면?


A. ​한정현 대표: ​저희 진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취향이 좀 독특한 아트팀에게도 감사드리고, 폴빠 작가님 비롯한 스토리팀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꾸준히 잘 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은데, 이걸 꾸준히 호평을 받는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적으로도 스토리적인 디테일을 잡으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하거든요, 이런 것도 신경을 썼네 같은 느낌이죠. 기획팀의 꼼꼼함에도 감사드립니다. 


테마 극장도 연출을 계속 바꾸려고 시도를 하고 있잖아요. 이게 또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팀 공동의 노력이기 때문에 그 점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심정선 부대표: 보통은 이게 C레벨에서 이렇게 해보자-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이거 이렇게 하면 너무 심심한데 더 해도 될까요?"라고 다들 일거리를 가져와요. 아트, 기획, 스토리 연출적인 면에서 저희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다들 야근을 하고 그러니까 저희는 말릴 수도 없죠. 이제는 할 수 있어?-라고 거꾸로 물어봅니다. 


심의라든가, 저희 쪽에서 설정상 하면 안 되는 표현이라거나 이런 것들을 체크하고 있고요, 그 바운더리 안에서는 노력할 수 있는 바는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그렇게 다들 너무 열심히 달리다 보면 번아웃이 오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되실 것 같아요.


A. 심정선 부대표: 그래서 몸이 안 좋으면 무조건 쉬라고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또 성과가 나는 중이니까요. 사람이 마라톤하다가 갑자기 훅 다운되는 게 체온이 확 떨어져서잖아요. 그런데 지금 성과도 나오고 있고 하니까 몸이 안 식는 거예요. 이러다 멈추면 또 확 다운될 것 같은 기분도 있고 해서, 페이스메이킹하며 가고 있습니다. 


한정현 대표: ​유저분들이 많이 오시면서 개선해야 할 사항도 계속 발생하고 있으니까. 일단 개선 사항 위주로 고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페이스 조절이 될 거 같아요.


Q. 1주년 이벤트로 온오프라인 전체에서 엄청 공을 많이 들이셨어요. 이전에 호평 받았던 MOD(메이드 오브 데이드림) 같은 미니게임을 매번 준비하시는 것도 그렇고요.


A. 심정선 부대표: 이번 미니게임은 너무 반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걸 중점으로 하고 있어요. 로그라이트라곤 하지만 많이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거든요. 보상 때문에 몇 번 반복해야 한다-는 건 지양하고 있습니다. 


한정현 대표: ​멀티엔딩을 보려고 하는 분들은 있을 수 있겠네요.


심정선 부대표: 저희가 게임할 때 싫어했던 경험은 가급적 안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강제 이벤트 게임 계속해야 하고 이런 걸 싫어했었기 때문에, 빼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10월 3일 이후 추가될 '죠안의 유혹' 미니게임


Q. 오프라인 행사에도 매번 진심이십니다. 굿즈 판매 등에도 공을 많이 들이시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심정선 부대표: 그건 저희가 씹덕 게이머이기 때문인데, 저희 경험에도 좋은 기억으로 있던 것들이라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행사장에서 상품을 하나 사와도 다 떨어져서 남은 거 사오면 너무 슬프잖아요. 그날이 의미 없어진 느낌이 들고. 그래서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어서 저번(반주년 행사 등)이랑 방법을 아예 바꾼 게, 저희가 선입금을 하고 OEM으로 다 만드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저희가 다 사서 부담하는 형태로 바꿨습니다.


그렇게 하면 퀄리티나 생산 물품 등을 저희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은 많아지지만 유저의 만족감이 달라지니까요. 저희 행사할 때 멀리서 와주시는 분도 많거든요. 조금만 욕심을 내서 제가 하고 싶은 독특한 굿즈들도 조금하고, 나머지는 원래 반응이 좋았던 포말한 굿즈들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진 둘 다 좋아해주고 계시네요.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던 클로에 건치컵


Q. 기억 소거(?)가 덜 된 분들에겐 3주년이기도 한데, 3년 사이에 서브컬처 판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올해만 해도 모바일 씬에서 <명조>, <ZZZ> 등 강력한 게임들이 나오기도 했고요. <트릭컬>의 세부적인 포지션은 분명 다르지만,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한정현 대표: ​결국 트릭컬리즘을 잘 살려야죠. 볼따구가 답입니다. 저는 <명조>나 <젠레스 존 제로>나 저희가 지향하는 퀄리티의 목표점이 서로 다른 것 같거든요. 이거 해야지 무조건 퀄티티가 좋은 거야-하는 식이 아니라, 저희는 지금처럼 볼따구스러움과 트릭컬리즈즘의 디테일을 살려가면서 계속 개선해 가는 게 유저분들이 만족하실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정선 부대표: 말씀해주신 게임들은 AA게임, AAA게임급 대작들이잖아요. 저희는 최대치가 B+(플러스)라고 봐요. 그러니까 이 감성을 이어가지만, 동시에 B-(마이너스)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게 관건이죠. 꾸준한 B+를 만들겠다-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B+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선, 또 B+와 A는 상대 평가거든요. 아무리 B+라도 A가 없는 상황에선 저희도 A가 될 수 있는 거고요. 다만, 저희 지향점은 B+ 그 이하는 없다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B급 감성은 포기 못하죠. 여기서만 나올 수 있는 페이소스도 또 있거든요.


볼따구여 영원하라!


Q. 드디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트릭컬>을 사랑해주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사랑해주실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한정현 대표: ​지난 1년간 저희 <트릭컬> 시작 당시에 많이 부족했었는데, 믿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게 많아요. 티저를 보셨겠지만,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싶을 정도로, 지금까지의 <트릭컬> 스토리는 엘리아스엔 이런 종족들이 있고, 이런 생태계가 있어요-라고 소개한 수준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심정선 부대표: 항상 인터뷰할 때마다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변한 게 없거든요. 처음에 리바이브하기 전에 나왔을 때랑 지금이랑,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고요. 근데 변한 건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늘었다는 것, 저희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늘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를 더 알아주시고 지지해주실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이 열심히 달려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어제 업로드된 따끈한 티저와 함께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1주년 방송을 보고 <트릭컬>을 몰랐던 분들도 많이 유입이 됐던 것처럼,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도 <트릭컬>에 대한 흥미가 커질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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