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을 9.5%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버핏은 자신이 이끄는 투자사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보유 중이던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을 9.5%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이는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최종 성사될 것으로 보고, 차익 거래를 노리고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현재 주가는 MS의 인수 제안가인 주당 95달러 밑을 맴돌고 있다. 4월 마지막 장 마감일이었던 29일에는 주당 75.60달러로 마감했다. 버핏은 지난 2021년 4분기에 10억 달러(약 1조 2,665억 원)에 달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계획에 대해서는 당시 알지 못했다고 버핏은 추후 밝혔다.
버핏은 이번 베팅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거래가 성사되면 돈을 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나”라며 “미 법무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EU나 다른 30여 국가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MS에게 돈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미 당국의 규제 강화 선언, 미 상원의원들의 강경 조사 요구, 내부자 거래 정황 포착 등 여러 잡음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다소 가중되는 상황이다.
먼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발표 당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 법무부는 미국 내 기업인수합병(M&A)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합동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반경쟁적 M&A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대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3월 31일에는 버니 샌더스 등 미국 상원의원들이 FTC 측에 서한을 보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면밀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이 문제삼은 것은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의 '책임 회피' 가능성이다.
코틱은 사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성차별 문화를 오랜 기간 인지하면서도 방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한에서 의원들은 "코틱의 책임 이행이 결여될 경우 MS의 인수는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틱의 책임 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은 후에 인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미국 법무부 및 증권거래위원회(SEC)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둘러싼 내부자거래 정황을 조사 중이다.
당국은 배리 딜러, 데이비드 게펀, 알렉산더 폰 퓌르스텐베르크 등 3명의 현지 투자가들이 인수 발표 4일 전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을 주당 40달러에 매입하는 옵션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옵션 계약은 명시된 기간 내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뜻한다. 세 사람은 인수 계획을 미리 알고 주가 상승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의 핵심이 된 배리 딜러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터랙티브코퍼레이션(IAC)의 회장이며 업계 거물로 통한다. 게펀은 현지 유명 레코드 레이블 ‘어사일럼 레코드’의 창립자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와 세 명의 투자가는 서로 가깝게 얽힌 사이이기도 하다.
코틱과 딜러는 둘 다 코카콜라 이사진의 일원이며 사적 친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러와 게펀 역시 업계 경력을 함께 시작한 오랜 친구 사이다. 또한 알렉산더 폰 퓌르스텐베르크는 딜러 회장의 의붓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