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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의당 류호정 후보 "펄어비스 노동 실태 고발한다"... 국회서 기자회견

전·현직 직원 십여 명 증언 확보, 제시된 데이터는 다시 따져볼 필요 있어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0-03-24 17:40:36

3월 24일 정의당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게임사 펄어비스의 '당일 권고사직' 등 고용불안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겸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는 "펄어비스는 블랙 기업"이라고 주장하면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펄어비스의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했다.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3월 18일부터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펄어비스의 부당 노동행위를 조사했다. 류호정 후보는 일주일 가까이 펄어비스 전·현직 직원 십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현장에서 해당 증언 내용을 발표했다.

 

정의당과 화섬노조는 "펄어비스가 블랙 기업"인 근거로 회사의 '평균 근속연수 1.7년'과 '기간제 노동자 비율 26.3%'를 들었다. 그러나 ▲ 펄어비스가 2010년 9월 설립한 회사이고, 2014년에 첫 게임 <검은사막>을 냈다는 점  기간제 노동자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CS 직군을 자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 있어 반론의 여지가 있다.

 

 



 

# 정의당, 화섬노조 "펄어비스는 블랙 기업... 노동 적폐 디버그하겠다"

 

정의당과 화섬노조는 "일방적 해고, 장시간 노동, 갑질 문제 등은 IT, 게임 업계에 만연한 문제였다"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바로 이 문제가 펄어비스에서도 발견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펄어비스는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기여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대외적으로 '초과 근무를 지양하는 회사'임을 장점으로 어필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사 결과, 펄어비스가 다른 게임사에 비해 계약직이 많고 근속연수가 짧다는 것.

 

3월 중순경,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펄어비스의 당일 권고 사직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커뮤니티엔 "신작 개발이 중단됐다", "회사에서 당일 권고사직 당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는 온라인에 빠르게 퍼졌고, 바로 이 시점에 위원회가 펄어비스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에 나선 것이다. 

 

3월 20일, 정경인 대표는 "펄어비스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구성원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빠르게 조직에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해왔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해당 입장문에는 당일 권고사직 논란이 "전적으로 경영진의 불찰"이라고 나와 있다. 같은 글에서 펄어비스는 "당일 권고사직을 포함한 인사 정책, 기업 문화를 개선하겠다"라고 밝혔으며, 신작 개발 중단 루머도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정 대표가 직접 개선 의지를 밝힌 지 3일 뒤, 정의당과 화섬노조는 ​"블랙 기업 펄어비스를 디버그하겠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호정 후보는 회견 이후 브리핑에서 정경인 대표의 입장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당일 권고사직'은' 안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기만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코멘트했다. 

 

[관련기사] 당일 권고사직 논란, 펄어비스 "인사정책, 기업문화 개선하겠다"

 


 

# "펄어비스 전·현직 직원 십여 명 증언했다" 어떤 말 했을까?

 

위원회는 구글 설문지를 통해 십여 명의 전·현직 직원 제보를 확보했다. 그 내용은 총 4가지 주제로 분류되어있다.​ 정의당과 화섬노조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주요 증언은 아래와 같다.

 

▲ 밥 먹듯이 하는 야근, 장시간 노동의 굴레 

 

- “야근하고 있을 때 가끔 관리자들이 ‘뭐해?’라고 물어봐요. 이럴 땐 ‘뭐 좀 정리하고 있어요’라는 식으로 야근이 아닌 것처럼 대답해야 합니다. ‘야근 중이에요’라고 하면 ‘야근계 올리지도 않았는데 누가 야근시켰어?’라며 면박을 주죠.”

 

- “직원들은 크게 L등급과 P등급으로 나뉘어요. 리더 등급인 L등급은 스톡옵션 등 ‘보상’이 있지만 일반 사원들이 속한 P등급은 아무것도 없어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서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 그게 곧 인센티브라고 하더군요. 이런 마인드로 직원들을 굴리는 겁니다.”



 ​포괄임금제 대신 재량근로시간제​*

 

“주 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해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합니다. 윗선에게 대상자들에게 '주말에도 나와라'라고 합니다. 저도 주 60시간을 넘겨 일했어요. 재량근로제를 거부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럼 재미없을 줄 알아라.’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개 직원이 거부하기는 힘듭니다.”

 

- “제 주위에 반강제적으로 재량근로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재량근로 대상자가 되면 주말 출근은 물론이고 자다가도 출근을 해야 합니다. 대상자는 평소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지정됩니다. 그러다 권고사직을 당하시는 분들은 정말 일회용품처럼 쓰이다 버려지는 거죠.



 신고해도 소용없는 직장 내 괴롭힘

 

-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소리 지르고 면박을 줍니다. ‘학원에서 뭐 배웠어’, ‘네가 뭘 알아’, ‘넌 네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 같은 말들이요.”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

 

- “부당해고라며 항의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인사팀장 본인도 부당해고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노동부에 신고해도 되지만 당신이 더 피곤해질 거라고 하더군요. 저 하나가 신고한다고 될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 “오전에 권고사직을 통보 당하고 바로 인사팀 가서 사인하고 당일 퇴사했습니다.”

 

* 재량근로시간제: 신기술 연구개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정 분야에 한해 근로시간과 업무 수행 방식을 노사합의로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제도로, 근로시간 배분을 근로자 스스로가 재량껏 결정하여 근무하는 유연근로시간제의 한 형태

 

증언의 신뢰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류호정 후보는 "온라인에선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받았으며, 오프라인으로도 몇 분의 제보를 받았다"라고 대답했다. 또 "현직자는 회사를 비판한 것이 알려지면 인사고과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굉장히 위축된 상황이다. 퇴직자는 게임 업계 내 이직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어 조심스럽다"라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조사 자체가 누구나 답변을 할 수 있는 '구글 설문조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펄어비스의 전·현직 직원 외에 누구나 답변을 남길 수 있는 오픈된 조사였고, 실제로 1주일간 진행된 설문임에도 증언의 모수가 작아 일반화하기는 힘들다는 것.

 

이에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직접 만나서 명함을 교환했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회사에서 근무한 적 있는지) 진위 여부를 알 수 있어 거짓 증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조사한 자료는 '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로가기)

 

3일 전, 정경인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항상 임직원에게 업무와 게임에 대한 애정과 성과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 펄어비스 평균 근속연수 1.7년, 기간제 노동자 비율 26.3%... 타 게임사와 비교 적합한가?

 

기자회견 자료에서 발췌

 

정의당과 화섬노조는 그러나 "펄어비스는 다른 게임사에 비해 계약직이 많고 근무연수도 짧다"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에 펄어비스의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26.3%,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이다.

 

그러나 펄어비스가 비교군에 이름에 올린 엔씨소프트(1997년), 넷마블(2000년), 컴투스(1998년)와 비교하면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회사라는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펄어비스는 2010년에 법인 등록을 했고, 자체 엔진 개발 과정을 거쳐 2014년 첫 게임 <검은사막>을 론칭했다.

 

정경인 대표도 회사가 "높은 기준을 요구"했다고 인정했지만, 애초에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이므로 비교군보다 근속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다. 또 펄어비스는 2017년부터 <검은사막> IP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하면서 전체 재직자가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따라서 단순히 '근속연수'보다는 입사율/퇴사율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KIS 기업정보를 보면, 아래 표와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상장사 기준, 펄어비스는 비교적 짧은 업력을 가지고 있다. 연간 입사율, 퇴사율 모두 평균 이상. ▲ <검은사막> 글로벌 확장 ▲ 신규 IP 연구 개발 ▲ ​회사의 "높은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기간제 근로자 비율도 26.3%로 조사집단 중 제일 높지만, 이는 CS나 로컬라이징 업무를 본사에서 직접 계약직으로 채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펄어비스는 엔씨소프트서비스(엔씨소프트의 CS 자회사)​, IGS(넷마블의 CS 자회사)처럼 서비스 자회사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펄어비스의 자회사는 <이브온라인>의 'CCP게임즈'와 CCP게임즈의 운영을 위한 현지법인 '펄어비스아이슬란드' 2개가 있다.

 

2019년 3분기 기준, 펄어비스의 임직원 수는 697명, 이중 비정규직은 183명이다. 183명에는 다른 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는 CS 직군과 외주를 맡기는 현지화 직군이 포함됐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 정의당 류호정 후보는 어떤 사람?

 

류호정 후보는 21대 총선 정의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순번 1번이다. 정의당은 당원 70%, 시민선거인단 30%의 표를 합산해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했다. 청년/여성 할당으로 출마한 류 후보는 '청년에게 비례후보 1번, 2번을 배정한다'라는 규칙에 따라 비례대표 순번 1번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2014년의 '대리게임 논란'이 불거졌다. 류 후보는 당시 관계인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 계정을 빌려준 뒤, 게임의 티어를 상위 3%에 해당하는 '다이아 5'까지 올린 이력이 발견되어 문제가 됐다. 후보는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현역 국회의원이 사퇴를 요구하고 여당 공천위원까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류 후보는 자신의 플레이 데이터를 공개했다. 하지만 대리게임이 끝난 이후로도 MMR을 통한 이득을 봤다는 점이 논란으로 남아있다. 또 스마일게이트 관계자가 3월 11일 한국경제에 "(류 후보가) 협의를 해서 퇴사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류 후보는 '부당해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3월 19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7%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20일, 18세 이상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3.7%로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리얼미터 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포인트)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석 배분 자격은 최종 득표율 3% 이상이다. 때문에 조야에서는 순번 1번인 류호정 후보의 국회 입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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