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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동물의 숲은 핑계? 중국, '해외와 채팅 금지' 등 담긴 강력한 게임 규제안 선보인다

정확한 규제 시행일은 발표되지 않아 ... '하나의 중국'에서 자유로웠던 게임 검열에 나선 것으로 보여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송주상(무균) 2020-04-17 17:23:13

중국이 게임에도 만리장성을 공고히 쌓아 올리고 있다. 중국 유저는 중국 검열 시스템 '만리장화벽(Great Firewall)' 밖 해외 유저와 채팅 자체를 할 수 없다. 중국 정부를 비판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 사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대만 언론 '리버티 타임즈 넷(LTN)'은 중국 공산당이 <동물의 숲> 사태를 근거로 사상 검열 사각지대로 꼽히는 게임에 관해 규제안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규제안은 지금까지 시행된 규제안 중 가장 강력하다. 

 

 

먼저, 글로벌 단일 서버나 그에 준하는 개념의 서버를 원천 차단한다. 중국 유저는 중국에서만 서비스하는 '단독' 서버에서만 게임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유저와의 채팅은 전면 금지된다.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도 규제 대상이며, 글로벌 서버 등을 강조하며 채팅 기능을 홍보에 사용할 수도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처럼 강력한 에디팅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도 규제 대상이다. 이번 규제안은 맵 에디터, 게임 코스튬 등 유저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실명 인증 제도도 강화된다. 스탠드얼론 게임을 구입하거나 다운로드받을 때, 또는 게임에 접속할 때, 모든 게임 유저와 게임 플랫폼은 실명 시스템 내에서 운영되어야만 한다. 더불어 게임에서 좀비, 역병 등 코로나19를 연상하는 주제를 다루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정확한 정책 시행일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베이징 · 상하이 · 광둥 등에서부터 시작한다. 조만간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동숲은 핑계! '하나의 중국'위해 '하나의 게임'으로 검열?

 

이번 중국의 규제안은 조슈아 윙(Joshua Wong Chi-fung)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홍콩 시민운동과 관계가 깊다고 알려졌다. 학생 운동가인 조슈아 윙은 <동물의 숲>이 발매된 이래로 "정치적 검열이 없는 곳이기에 우리의 싸움을 이어갈 수 있다"라며 직접 만든 게임 내 콘텐츠를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해왔다.

 

이에 중국은 4월 10일 전후로 <동물의 숲> 자체를 모든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금지했다. 표면상 금지 사유는 판호 미발급이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중국의 게임 규제를 고려하면 '검열'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이다.

 

▲ 조슈아 윙이 꾸민 <동물의 숲> 내의 섬. 가운데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 보인다 (출처: 조슈아 윙 트위터)

 

하지만 이번 중국 게임 규제안은 <동물의 숲>은 핑계일 뿐이고, 시행할 시기를 기다려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게임 등 사이버 공간에 강력한 규제를 나서는 이유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사상을 지키기 위함이다. 하나의 중국은 대만, 마카오 등이 중국과 하나라는 원칙으로 홍콩, 티베트, 위구르 등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을 탄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중국은 자유로 대변되는 사이버 공간을 검열하기 위해, 1998년 추진한 황금 방패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진 '만리방화벽'이라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만들었다.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 방화벽(Firewall)의 합성어로, 해당 시스템으로 구글을 비롯해 국내 포털 사이트인 다음 등이 중국 내에서 차단됐다.

 

하지만 게임은 만리방화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공공연하게 많은 중국 유저가 게임을 통해 다른 나라 유저를 만날 수 있었고, 익명성을 담보로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가곤 했다. 이 때문에 게임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 중국은 과거 '만리방화벽'을 시작으로 사이버 공간 검열에 나섰다. 이제 게임으로 넘어 왔을 뿐이다

 

결국, 중국은 게임 규제의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사 텐센트를 압박하여 실명인증제를 도입했고, 이는 올해 내에 모든 중국 게임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가 도입한 실명인증제는 지문 · 안면 인식 등이 필요한 생체 인증에 가까워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임 익명성을 규제한 중국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단일 서버' 등 전 세계 동시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전 세계 동시 서비스되는 게임을 검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밸브는 기존 서비스하던 스팀 대신 중국 지역만을 위한 '스팀 차이나'를 퍼펙트월드와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밸브는 스팀 차이나를 통해 스스로 검열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각 나라의 법이 어떻든, 그에 맞춰서 할 뿐이다"라며 즉답을 피하기도했다.

 

▲ '蒸汽平台(증기 평대)'는 '스팀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스팀 차이나의 공식 명칭은 아니다.

 

수년간 이어져 온 중국 게임 규제 방향성을 고려하면, 이번 규제안 역시 언젠간 중국 정부가 시행할 게임 규제안 중 하나였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만약 알려진 규제안대로 시행된다면, 게임 속에서 중국 유저와 만남 자체는 불가능해진다. 일부 유저는 반길 소식이겠지만, 해당 규제안에 홍콩, 티베트 등이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웃을 일이 아니다.

 

만리장성은 외세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약 이천 년이 흐른 지금, 중국 정부가 시행 중인 게임 규제안을 통해 지키려는 것은 사람이 아닌 '하나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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