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송혜영, 조중재, 김재영 부장판사)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23세 여호와의 증인 신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람은 병역(집총)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따라 병무청에 병역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입영을 거부할 당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들에게 대부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런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내하며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병역거부를 '진정한 양심에 따른 정당한 사유'로 보고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람이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온라인 전쟁 게임을 즐겼다면서 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검찰의 항소 결과도 1심과 똑같이 나왔다.
11일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된 사실을 보면, 검찰은 "진지한 성찰 없이 신봉하는 교리에 따라 수동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부정하고 있어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캐릭터들의 형상, 전투의 표현 방법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에게 타인에 대한 살상을 간접 경험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 상 폭력, 부도덕, 마법이 등장하는 게임을 "하느님이 미워하시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병역거부 의사를 밝힌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적 신념을 판단하는 유력한 근거로 폭력적인 게임을 플레이했는지 여부를 보고 있다.
2019년 7월 16일, 대전지법 형사3단독(오영표 판사)은 종교적 병역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FPS를 즐겼다는 것을 근거로 병역기피 판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는 ▲ 피고가 언제 여호와의 증인에 입교했는지 ▲ 피고가 검찰이 문제시한 게임*을 얼마나 자주, 많이 플레이했는지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되고 있다.
작년 서울남부지법은 FPS를 한 적 있지만 10년 넘게 '여호와의 증인' 전도 활동을 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서울북부지법은 <서든어택>을 2회, 40분 접속한 병역거부자에게는 시간과 횟수가 많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에 서울중앙지법은 항소심 단계에서 게임 자체의 성격을 놓고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구별된다. 2심 재판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자체가 타인에 대한 살상을 간접적으로 경험시키는 게임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간 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자가 <서든어택> 등 FPS를 즐겼을 때는 일반적으로 병역법 위반을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서 앞으로 종교적 병역거부자가 재판을 받을 때는 언제 입교했고, 얼마나 게임을 즐겼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게임을 했는지도 복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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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문제시한 게임 9종] *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
<디아블로>
<리그 오브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