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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사라진 매크로 유저와 최초 고발자의 관계, 마영전 '매크로 사건'

한 시름 돌린 넥슨, 이제부터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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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0-07-30 16:12:22

더위가 무르익던 7월,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매크로 유저와 운영진 사이에 접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마영전> 매크로 유저로 소문난 A가 영구제재는커녕,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저들은 분노했다. 특히 매크로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 랭킹'마저 삭제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흐름은 완전히 다른 쪽으로 전환됐다. 모두가 유저와 운영진의 접점에 주목했지만, 알고 보니 실은 매크로 유저들간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간 펼쳐진 <마영전> 매크로 사건일지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FILE 01: 매크로 유저와 운영진은 모종의 관계? 

  

A는 <마영전>에서 소문난 매크로 유저였다. 그는 매크로를 활용해 던전 플레이 횟수, 아이템 습득 수, 아이템 제작 수 등 '콘텐츠 랭킹'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이에 분노한 몇몇 유저가 그를 신고했지만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뿐 영구제재는 없었다. 넥슨은 규정에 따라 제제를 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달 1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A가 랭킹에서 갑자기 사라진 데 이어, 콘텐츠 랭킹 자체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유저는 A와 운영진 간 모종의 접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특정 유저의 매크로 사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콘텐츠 랭킹' 삭제는 많은 이의 분노를 유발했다.

 

해당 공지를 올린 후 몇 시간 뒤, 넥슨은 '콘텐츠 랭킹'에 대한 내용을 덧붙였다. 넥슨은 "당시 콘텐츠 랭킹 데이터베이스까지 삭제되어 조사에 다소 시일이 걸렸다. 특정 대상만 랭킹에서 누락된 것이 아니라, 갱신 과정에서 일부 시간대의 게임 데이터를 합산하지 못한 오류로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마영전> 갤러리 유저 B가 현 상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 글이 곳곳으로 퍼짐에 따라 많은 이가 <마영전> 매크로 사태를 인지하는 한편 운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은 또다시 긴박하게 돌아갔다. 

9일 넥슨이 공지사항을 통해 A와 그의 부계정이 속한 길드를 제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제재 사유는 예상대로 '매크로 사용'이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기대와 달리, 처벌 내용은 '한 달 정지'에 불과했다. 해당 인물 입장에서는 계정을 새로 만들어 매크로를 활용해 이득을 취하다가 한 달 뒤 본 계정에 수익을 옮기면 되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때문에 운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됐다.
   
제재사유는 매크로였지만, 처벌 수위는 한 달 이용 제한에 불과했다 (출처: 마영전 홈페이지)

 

 

# FILE 02: 알고 보니 '매크로꾼'들 간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29일 넥슨이 올린 '제제 유저 명단' 게시글로 인해 완전히 뒤집어졌다. 넥슨이 해당 게시글을 통해 이례적으로 7월 한 달간 발생한 사안에 대한 내용을 올린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두 번째 항목, '비정상적인 플레이 패턴이 확인되는 집단이 서로를 신고하고 제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똑같이 매크로를 쓰는 유저들이 서로를 신고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다. 이에 더해, 넥슨은 특정 집단이나 캐릭터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악성 루머라며 명백히 선을 그었다. 

 

또한 넥슨은 매크로를 악용한 다른 길드 명단도 공개했다. C, D 길드에 소속된 수십 개의 캐릭터가 앞서 한 달 정지 처분을 받은 A와 마찬가지로 매크로를 활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었고, 추가 금전 이동 경로가 파악됨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내용 중 유저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C, D 길드에서 제재된 회원 명단에, 본 매크로 사건의 최초 제보자 'B'의 아이디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넥슨은 이례적으로 해당 유저의 변경 전 닉네임까지 첨부하며 이를 조명하고자 했다. 정리하면 매크로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던 이가, 다른 매크로 유저와 집단을 견제하기 위해 임의의 내용을 작성해 퍼뜨리다가 발각된 것이다.

  

넥슨은 이례적으로 변경 전 닉네임까지 기재했다 (출처: 마영전 홈페이지)

 

# 넥슨, 한시름 돌렸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다

 

이번 발표로 넥슨은 일단 한시름 돌릴 수 있게 됐다. 

 

상황을 어느 정도 밝힘에 따라, '운영진과 매크로 유저의 커넥션 의혹'에 쏠려있던 유저들의 시선을 '매크로 유저들간의 싸움'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넥슨은 1차 제보자 B와 C, D 길드 역시 <마영전>에서 매크로를 악용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밝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아직 넥슨이 왜 A가 사라진 타이밍에 콘텐츠 랭킹을 삭제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사건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아직 의문부호를 확실히 거두지 않은 이가 존재하는 이유다.  때문에 넥슨이 이를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마영전>과 매크로에 관한 유저들의 의문부호를 확실히 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템을 통한 자동사냥을 허용한 열혈강호 (출처: 열혈강호 온라인 홈페이지)

 

이미 많은 개발사가 나름의 방식을 통해 매크로와의 전쟁을 풀어가고 있다.  

 

2017년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3> 오토핵, <오버워치> 에임보조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일계 회사 '보스랜드(BoS)'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 승소하며 96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반면 <열혈강호 온라인>은 인게임 아이템 '묵혼의 상자'를 통해 아예 자동 사냥 시스템을 추가하기도 했다.

 

일단 넥슨을 위한 판은 깔렸다. 매크로 유저와 운영진의 커넥션 의혹으로 시작된 사건은 어느덧 매크로 유저들간의 다툼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많은 유저의 눈과 귀가 <마영전> 후속 조치에 쏠려있다. 이미 넥슨은 어느 정도 의혹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재발 방지 대책과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유저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과연 넥슨이 남은 의문 부호마저 깨끗이 털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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