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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前 스퀘어 에닉스 이사가 설명하는 "게임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업계에 미친 파장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5-27 14:23:43
"앞으로는 가격 인상이 대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AAA게임은 멸종하고, 라이브 서비스 게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주말, 스퀘어 에닉스에서 대표 보좌 및 사업 이사로 활동해 온 제이콥 나보크(Jacob Navok)가 SNS에 작성한 글이 게임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제이콥 나보크는 최근 스퀘어 에닉스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왜 AAA게임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지, 최근 게임 업계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신>과 <포트나이트>와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흥행으로 인해 산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AAA급 콘솔 게임을 만들어 파는 기존의 방식은 한계에 부딪쳤으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은 그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16>



# <포트나이트>나 <원신>이 나오기 전에...


최근 게임 산업의 트렌드를 설명하려면 2015~2022년 스퀘어 에닉스가 차기 AAA 게임에 대한 개발 결정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출시되기 이전이며,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와 같은 게임의 개발 예산이 책정된 시기다.

제이콥은 스퀘어 에닉스가 과다하게 높은 판매량을 목표로 잡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화를 낸다는 세간의 여론은 "오해"라고 했다. 게임의 매출 목표는 개발 비용과 '투자 수익률 예측'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령 5년 동안 1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해 만든 게임은, 이 비용을 같은 기간 주식에 투자했을 때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높아야 한다.

2024년 2월 이전, 5년 간의 주식 시장 평균 수익률은 14.5%였다. 주식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면 5년 후에는 2억 1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게임 판매는 마케팅 비용이나 게임 할인 판매, 플랫폼 수수료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보통 플랫폼은 30%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리고 마케팅 비용을 5천만 달러로 가정하면, 70달러 게임 하나를 팔았을 때 게임사가 얻는 돈은 약 40달러 정도다. 소니와 같은 플랫폼 홀더는 게임의 독점권 구매에 사용한 비용이 판매로 충당될 때까지 현금을 바로 지급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즉, 게임을 2024년 출시했을 때 스퀘어 에닉스는 2억 3,400만 달러 이상을 벌어야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다. 70달러짜리 게임을 300만장 팔면 스퀘어 에닉스는 1억 2천만 달러만 벌어들인 셈이 된다. 


이 300만 장이라는 수치는 <파이널 판타지 16>의 첫 달 판매량이다. 참고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16>이 예상 판매량을 달성하는 데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선 예시는 가정일 뿐이며, 실제로 <파이널 판타지 16>에 투입된 게임 개발 비용 및 마케팅 비용은 더욱 높을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16>은 전 세계를 돌며 미디어 투어를 진행했다.
국내의 경우에도 작지 않은 규모로 선보여졌다.


# 몇 년 간 게임을 개발하는 중, 급격히 바뀐 트렌드

게임 비즈니스 업계는 <포트나이트>가 나오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스퀘어 에닉스가 앞서 세운 목표는 콘솔 게임 이용자 수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정해진 것이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예상이었고, 실제로도 업계는 매년 성장했다. 문제는 게이머의 행동 패턴이 예상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업계는 게임 인구가 증가하면 매출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본래 게임 사업 방식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개봉하는 것과 비슷했다. 정가의 가격으로 게임을 최대한 팔고 싶다면 게임 출시 후 약 2주 동안 최대한 판매량을 이끌어내야 했다. 게이머는 보통 하나의 게임을 끝내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스퀘어 에닉스가 원했던 것은 그 다음에 구매할 게임이 자신들의 게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6년 동안 완전히 변해버렸다. 게이머들은 남는 시간 대부분을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을 하며 보낸다. 이제 경쟁작이 '최신 콘솔 타이틀'이 아니게 된 것이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하고 시간이 지나며 더욱 강력해지는 온라인 게임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인기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시간을 쏟는다. 임 업계의 전체 매출은 성장했지만, 그 성장은 성공한 소수의 라이브 게임에 집중됐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선점 효과도 크다. 아직도 '페이스북'이 SNS에서 공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17년 무료화를 선언한 이후 2주 만에 1,000만 명의 플레이어를 유치했다.
2023년에는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4,470만 명의 플레이어가 <포트나이트>에 접속하기도 했다.

나이 든 게이머는 '쓸 수 있는 돈'은 있지만 게임에 투자할 여가 시간이 적다. 70달러를 주고 <파이널 판타지>를 사서 100시간을 할 것인지 아니면 <포트나이트>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아가 그 전에 <파이널 판타지> 리뷰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를 모르는 젊은 게이머는 관심조차 주지 않고 원래 하던 <포트나이트>를 할 수도 있다. 현재 13살인 게이머는 <파이널 판타지 15>가 나왔을 때 5살이었다. 하물며 모두가 콘솔 게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콘솔 게임은 10/10 만점을 받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거나, 아예 실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다음 히트작'으로 잘 이어가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양극화로 AAA 게임을 개발하는 위험도와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 당시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트렌드였다. 모두가 업계 전체가 같이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 개발 비용도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러면 '정답'은?

최근의 게임 업계 정리 해고 물결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게임의 에셋 개발, 모션 캡쳐, 텍스처, 애니메이션, 엔지니어링, 인프라를 위한 비용은 매우 비싸다. 최근의 정리 해고는 개별 게임의 개발 비용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게임사가 새롭게 설정한 '판매 예상치' 평균을 향한 통합의 과정이다.

게임 개발 비용은 올랐고,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10점 만점 리뷰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이머들은 <포트나이트>와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한다. 투자는 줄일 수 없다.

2023년 PS5로 출시된 <마블스 스파이더맨 2>가 좋은 예시가 될 수도 있다.
유출 자료에 따르면 <마블스 스파이더맨 2>는 약 3억 달러(4,200억 원)를 개발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비용은 약 3,500만 달러(477억 원)다.

투자를 위한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비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거나, 더 많은 게이머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아닌 게임은 이용자를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고, 비용을 줄이기에도 개발자 급여 상승 및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한다.

소규모 게임이나 1인 개발 게임이 종종 대박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게임은 드물다. 수십만개 중 하나가 나올까 말까다. 성공하는 AAA 게임을 만들려면 수백 ~ 수천의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 모두가 돈을 나눠 가지려면 필요한 판매 실적은 엄청나다. 

결과적으로 게임 가격 인상만이 유일한 선택이 됐다. 인플레이션에 비해 지금까지 게임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아, 패키지 게임은 지난 20년 가격이 저렴해진 셈이 된 셈이기도 하다. 게임사들은 게임 구매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늘어난 게이머는 대부분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 향했다. 이제 게임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근 발표된 유비소프트의 <스타워즈: 아웃로우>의 경우에도 디럭스, 얼티밋 에디션의 가격을 올렸다.(<어쌔신 크리드 쉐도우스>도 가격이 비싸졌다 - 기자 주) 게임 회사가 소비자를 속여 돈을 뜯여내려는 것이 아니다. 비용과 경쟁을 고려할 때, AAA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AAA 게임은 모두 사라지고 라이브 서비스 게임만이 남을 상황이다.

플랫폼 홀더의 수수료 인하가 답이 될 수도 있다. 에픽게임즈가 '에픽 게임즈 스토어'를 통한 수수료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식이다.


팀 스위니는 이전부터 플랫폼 홀더가 가져가는 30%의 수수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팀과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 제이콥의 추가 설명


제이콥의 트위터는 트위터(X)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여러 문의가 오자 27일, 제이콥은 별도의 트윗을 통해 가장 많이 오는 몇몇 질문에 대해 답했다.

첫째는 게임을 더 저렴하게 개발하는 방법이나, 적은 판매량을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게임 예산 책정은 과학이라기보단 예술에 가깝다. 과학처럼 세밀하고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기 대문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로 되돌아가거나, 게임 방향성을 완전히 틀거나, 나쁜 테스트 결과로 게임을 완전히 수정해야 하는 상황은 자주 나온다. 최근 크게 성공한 <헬다이버즈 2>도 3년의 개발 기간을 예상했지만, 실제 개발에는 7년 이상이 걸렸다. 목표보다 2배가 넘게 걸린 것이다.

<헬다이버즈 2>의 개발사는 '노르딕 게임 2024'의 한 강연에서 게임 개발에 "7년 11개월 26일"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본래는 3년을 예상하고 있엇다. (출처: 노르딕 게임)

개발 과정이 이렇다 보니 "테스트를 해 보니 방향성 전환을 위해 12개월의 개발 기간이 더 필요합니다"라는 보고가 왔을 때 "책정한 예산이 초과됐으니 그냥 출시하세요"라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이나 예산에 조금만 더 투자하면 10점 만점에 5점을 받았을 게임이 9점이 될 수 있고, 이는 수백만 장의 판매량 차이로 이어진다. 

기술의 발전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수십년 동안 엔지니어나 아티스트의 실력은 나빠지지 않았다. 모두가 발전했다. 그러나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준점이 크게 높아졌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메인 타이틀은 100시간 이상의 장대한 여정을 제공해야 하기도 하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반응이 크게 나빠지기에, 작은 규모의 타이틀을 시도할 것이라면 <파이널 판타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여러 미니 게임으로 분량을 크게 늘렸던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스퀘어 에닉스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같은 성공작, <발란 원더랜드>와 같은 실패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새로운 IP에 대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낮은 가격대의 게임은 점진적인 수익을 증가시키기 어렵다.

AAA 게임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개발사가 상장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주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가능한 한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상장사의 의무다. 회사의 실적이 좋아 주가가 높아질수록 재투자에 대한 더 많은 여유를 가질 수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이콥은 결과적으로 산업이 아래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1. 상장된 AAA 게임 퍼블리셔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과 70~150달러의 고정 가격의 두 가지 조합으로, '더 적은 가짓수의 게임'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2. 산업의 중간 계층은 30~60달러로 게임을 판매하는 독립 개발사와 소규모 퍼블리셔의 영역이다.

3.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더욱 플랫폼화에 집중하고,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툴을 제공할 것이다. (차기 GTA 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


UGC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는 <포트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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