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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듄: 어웨이크닝, 생존 게임과 MMORPG의 독특한 결합

"사막은 차갑다"⋯가혹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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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퀴온) 2024-08-28 10:31:16
사막은 차갑다. 모래 속에서 아가리를 벌려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샌드웜과 맹렬한 모래 폭풍은 모든 생명체에게 평등하게 냉혹하다. 삶과 가까운 모든 것이 극히 제한된 이곳에서 인간은 한낱 숨이 붙은 피주머니일 뿐이다.

올해 게임스컴에 출품된 <듄: 어웨이크닝>(이하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전설적인 SF 소설 ‘듄’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구권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최초로 게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됐을 때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으며, B2C관에 마련된 부스 역시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기자는 <듄> 시연과 함께 <듄>의 개발자 조엘 바이로스(Joel Bylo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게임 트레일러 공개 이후 IP의 인기에 편승한 그저 그런 작품일 것이라는 비관과 세계관 속 요소들을 활용한 괜찮은 게임일 것이라는 낙관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기자는 낙관적인 시선의 손을 들어주고자 한다.

# 물이 없으면 피라도⋯가혹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듄>의 이야기는 행성 ‘아라키스’의 황량한 모래사막 위에서 펼쳐진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화면을 채우는 것은 살을 찌르는 듯 강렬한 햇빛과 아직 풍화되지 않은 바위, 그리고 모래뿐이다.

여느 생존 게임이 그렇듯 <듄>에서도 물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데 게임의 배경이 사막인지라,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물은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한낮에 그늘을 벗어나면 뜨거운 열기에 얼마 있지도 않은 수분마저 빠르게 말라버린다.

이토록 가혹한 사막에서 물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바위 틈에서 자라나는 식물이 머금고 있는 수분을 채취하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으로는 세 칸으로 나눠진 수분 게이지 중 한 칸 밖에 채울 수가 없다.

다른 하나는 다른 생명체의 피에서 수분을 채취하는 것이다. 채혈기와 피주머니는 게임 내에서 가장 먼저 제작하게 되는 도구로 이를 통해 처치한 적의 혈액을 채취할 수 있다. 급한 경우 정제되지 않은 혈액을 바로 마실 수도 있지만, 혈액 정화기를 통해 혈액에서 순수한 물을 정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별도의 도구를 통해 곳곳에 놓인 광석을 캐거나 기계 장치를 분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얻은 자원으로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무기와 방어구, 생존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을 제작하며 숨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사막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근처에 도사린 재앙이 일궈온 모든 것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모래 위를 너무 오래 이동하면 진동을 감지한 거대한 샌드웜이 등장해 당신을 한입에 삼켜버릴 것이고, 때로는 압도적인 규모의 모래 폭풍이 불어와 당신을 덮칠 것이다. 

이렇듯 가혹한 환경 요소는 다른 생존 게임에선 찾아보기 힘든 <듄>만의 차별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해야 한다.

# 이게 생존 게임이야, MMORPG야?

스킬 트리를 통해 이처럼 적에게 빠르게 접근해 공격하는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듄>에는 원작 속 세력을 모티브로 한 5종의 스킬 트리가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특징과 스킬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베네 게세리트’는 적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군중 제어에 특화되어 있고 ‘트루퍼’는 화기와 폭발물 사용에 능하다.

이 같은 스킬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역할을 만들고 이를 수행한다. 인터뷰에 따르면, 게임의 시작 지역에는 최소 40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협력하고, 최종 지역에서는 약 900명에 달하는 플레이어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이를 위한 파티와 길드 같은 커뮤니티 기능도 마련되어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소셜 하우스’라 불리는 생존자들의 거주지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시장과 은행이 있는 일종의 대도시로, 이 곳에서 플레이어는 특정 팩션에 가입해 해당 팩션의 스토리 미션을 만나볼 수 있다. 원작 소설이 ‘폴 아트레이데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폴이 태어나지 않았다는 설정으로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전개되며, 스토리의 분량은 약 30~50시간에 달한다.


그렇다면 황량한 사막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향하게 될 종착지는 어디일까. 바로 ‘스파이스’ 전쟁이다.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관에서 중요한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벌어지는 플레이어 간 전쟁이 게임의 엔드 콘텐츠라는 것이 조엘 바이로스 디렉터의 설명이다.

론칭 이후에는 약 3개월 단위로 게임 내 신규 지역이 해금된다. 이와 함께 신규 콘텐츠가 새롭게 추가되는 등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어질 전망이다. 

# 다 좋은데 '전투'가 아쉽다

'듄' IP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활용한 원거리 전투가 메인이 되는 점은 아쉬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투다. 가혹한 사막 환경에서 생존하는 게임 플레이는 참신하고 재미있었으나 게임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전투는 그렇지 못했다.

근접 무기로 적을 공격하는 동작은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웠고, 공격이 적중했을 때 느껴지는 타격감도 거의 없었다. 다가온 적과 검으로 합을 주고받을 때는 이게 생과 사를 오가는 결투가 아니라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총을 사용한 전투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 게임이 듄 IP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듄 세계관에선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다가오는 물체를 튕겨내는 ‘홀츠만 방어막’의 존재로 인해 총기의 사용이 제한된다. 빠르게 날아가는 총알은 방어막에 막혀버리니 비교적 속도가 느린 검으로 적을 베고 찌르는 게 최선이며, 기껏해야 스프링의 탄성을 추진력으로 삼는 화살 정도가 원거리 무기로 쓰인다. 

그렇기에 IP의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각종 냉병기를 활용한 화려한 전투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구현되어야 할 근접 전투는 어설프고, 총기 위주로 전투가 진행되니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상기한 부분을 제외하면 <듄>은 생존 게임에 MMORPG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다. 2025년 출시를 베타 테스트 진행을 예고한 만큼, 충분한 피드백을 통해 IP의 팬들과 게이머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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