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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 ‘둔화·양극화’ 심화

[2009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 일본 결산·전망

안정빈(한낮) 2009-01-20 22:03:45

2006년까지 일본의 온라인게임시장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매년 나오는 온라인게임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수많은 게임업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국내 게임업체 역시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수많은 국산 온라인게임을 일본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무한히 성장할 줄 알았던 온라인게임시장은 정체기를 맞았고 많은 수의 업체가 사라져갔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온라인게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당 수의 국내 온라인게임이 제대로 기를 펴보지도 못 한 채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본온라인게임협회의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이를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의 전환기로 봤다. 초기의 성장기가 끝나감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 한 업체의 양극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게임이 다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 2009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만난 그에게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둔화된 성장과 양극화의 시작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발표를 시작하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온라인게임시장은 2006년부터 성장이 둔화된 상태였다.

 

2004 68개로 시작했던 일본의 온라인게임 업체 수는 2006 128개로 약 2배 가까이 늘었으나 이후 2007년에는 오히려 114개로 줄어들었다.

 

온라인게임 타이틀 수 역시 2004 118개로 시작, 2006년에는 264개로 늘었으나 2007년에는 그보다 2개가 늘어난 266개에 그쳤을 뿐이다. 2008년 이후 업체와 타이틀 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이전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온라인게임 업체의 양극화에서 찾았다. “2006년 말을 기준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는 계속해서 타이틀을 늘리며 수익을 늘리는 반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는 바로 합병되거나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2004년과 2005년에는 30여 개 안팎에 불과했던 서비스 종료게임이 2007년에는 72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1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가는 타이틀의 수는 오히려 175개에서 196개로 늘어났다. 시장이 정체되더라도 이미 유저 층을 확보한 게임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2007년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타이틀이 늘어나면서 개체수가 줄었다.

 

실제로 지난 1년 간 온라인게임의 평균 매출은 113% 증가한 반면 상위 업체들의 성장률은 120%에 달했다.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둔화된 성장세가 이어지고 양극화 역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양질의 컨텐츠와 시기 적절한 마케팅이 중요

 

그렇다면 양극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유저의 수요에 맞는 질 높은 컨텐츠와 서비스, 그리고 유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인 마케팅을 꼽았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시기에 맞는 마케팅이었다.

 

과거 일본의 온라인 마케팅은 포탈처럼 유저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배너광고를 거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기법의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봄에는 일본의 유명 영상 커뮤니티인 니코니코 동영상에 게임의 짧은 영상들을 등록해 이를 본 유저들이 게임을 찾아와 큰 재미를 본 일도 있었다. 이처럼 유저들의 변화에 맞춘 마케팅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밖에도 질 높은 컨텐츠를 위해 철저한 로컬라이징과 빠른 클레임 대응도 요구했다. 로컬라이징의 경우 게임의 흥행에 100%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맞는 컨텐츠를 집어 넣는 것만으로도 양극화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 당분간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강세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한국게임의 일본시장 점유율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의 대부분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다수의 콘솔게임 업체가 자체적으로 온라인게임들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코에이와 스퀘어에닉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이번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게임이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며 많은 한국 온라인게임들이 물러났고 이 빈자리를 일본과 중국, 대만의 온라인게임들이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최근 <진여신전생 온라인>이 상당한 인기를 누렸으며, 중국의 <완미세계>도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이후 일본 시장에서 중국, 대만 온라인게임도 점차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대만 온라인게임은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일본 시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최근에 빛을 본 케이스다. 작년 한 해 큐엔터테인먼트의 <엔젤러브 온라인>이나 감마니아의 <루센트하트>(국내명: 브라이트 쉐도우)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루센트하트>의 경우 작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중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말했다. 더 이상 한국 온라인게임의 독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더라도 한국 온라인게임의 강세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온라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콘솔과 모바일로

 

둔화된 성장세와 반대로 온라인게임이 일본의 다른 게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가고 있었다. 요시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온라인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장르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온라인게임의 대세인 아이템 과금(부분유료화)이 콘솔과 모바일, 아바타 커뮤니티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과거 패키지 판매와 정액제 네트워크 서비스가 주를 이루던 콘솔게임에도 아이템 과금이 선을 보였다. 반다이남코가 Xbox360으로 내놓은 <아이돌 마스터>가 대표적인 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던 큐엔터테인먼트의 <엔젤러브 온라인> 역시 플레이스테이션3로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며 아이템 과금만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부분유료화 모델이 콘솔과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다.

 

특히 <엔젤러브 온라인>은 콘솔유저와 PC유저가 같은 서버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일본 최초의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콘솔이 강한 일본 시장의 특성 상 이후에도 충분히 유사한 방식의 게임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PS3와 PC 버전의 유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엔젤러브 온라인>.

 

다운로드와 정액제가 대세였던 모바일 게임시장에도 작년부터 아이템 과금이 도입됐다.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이동통신사들이 소액결제시스템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면서 이후에는 더욱 많은 아이템 과금 모바일게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아바타 커뮤니티 역시 큰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온라인게임을 참고로 한 아이템 과금과 다양한 이벤트 등을 도입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PC와 콘솔게임기의 중복 유저가 생각보다 적음을 지적했다. <엔젤러브 온라인>의 개발사인 큐엔터테인먼트의 발표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3 버전의 유저들 중에서 상당수가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온라인게임 시장에 아직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말해준다.

 

불법접속과 계정도용 등 온라인게임의 반작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

 

요지 가와구치 사무국장은 의외로 콘솔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 중 대다수가 온라인게임의 경험이 없었다. 이후에는 콘솔유저들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옮겨올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일본 내의 온라인게임시장이 아직 많은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이나 계정 도용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를 빠르게 해결하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소비자청까지 생겨난 만큼 당분간은 성장만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인 서비스와 인식변화에도 힘을 쏟을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