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자동사냥(오토) 프로그램 이용 계정 45,682 개에 대해서 제제를 가했다. 이같은 엔씨소프트의 강력한 오토 프로그램 유저에 대한 제제조치가 계속되면서, 계정을 압류당한 일부 유저들의 항의로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리니지> 이용자들과 엔씨소프트간의 분쟁과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한다고 5일 밝혔다. 게임업체가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양측의 주장과 향후 진행 전망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박상범 기자
※ 집단 분쟁 조정이란?
물품 등으로 인한 피해가 동일하거나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한 소비자의 수가 50 명 이상이고, 사건의 중요한 쟁점(피해의 원인이나 결과)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공통됐을 때 행해지는 조치다. 당사자간 조정이 성립되면 민사소송법상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참고로 조정 결과 자체는 강제조항이 아니다. |
■ 소보원에 이의를 제기한 유저들의 입장
엔씨소프트는 지난 4일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토 프로그램 이용 판정을 받은 21,933 개의 계정을 영구 접속차단 조치했다. 또, 23,749 개의 계정은 임시제한 조치를 내려 총 45,682 개 계정의 이용을 제한했다.
이런 엔씨소프트의 계정압류조치가 계속되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300여 명의 유저들은 지난 5일 엔씨소프트 본사를 항의 방문해 계정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며,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집단 분쟁 신청 절차를 접수했다.
소비자원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드러난 유저들의 주장은 크게 네 가지다.
① 오토 프로그램 사용을 인정한 뒤 환불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②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묶여 있는 모든 계정이 압류됐다.
③ 엔씨소프트가 약관에 명시된 절차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계정을 압류했다.
④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계정이 압류되었다.
소비자원은 위의 네 가지 중에서 1번, 2번, 3번은 유저들의 주장이 이유가 없다며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 주었다. 특히 소비자원은 엔씨소프트의 계정압류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태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었을 여지가 있고,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게임 로그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유저들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 분쟁조정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입장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게임 로그 기록을 증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접속을 차단한 오토 프로그램 패왕 관련 6개 사이트 때문이다. 패왕 프로그램이 <리니지>의 로그 기록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로그만을 전제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그 기록상으로는 애매한 부분이 존재하며, 이 문제가 발생해서 집단 분쟁 조정으로 간 것이다. 즉, 이용자들이 억울하게 계정 압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서 엔씨소프트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홍보팀 이재성 상무는 “로그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수정할 수 있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나온 상황이다. 따라서 회사 내에 숙련된 게임 플레이 전문가가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연출 및 소명 등의 절차를 통해 오토이용 계정 여부를 판단하고 제제를 가하는 것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상무는 “현재 상황은 로그 기록이 불분명한 경우, 엔씨가 모니터링과 소명기회를 거쳐 제제한 유저에 대해 소비자원이 엔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인가, 유저의 입장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 오토 제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
한편, 엔씨소프트는 이번 사태를 공론화해서 오토 유저 제제를 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오토 프로그램인 패왕을 불법 프로그램이라고 판정하기위해 저작권법에 명시된 동일성 유지권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즉, 패왕은 엔씨의 저작권을 침해하며 기술적으로 보호장치를 훼손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따라 엔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앞으로는 로그 기록 없이도 엔씨가 직접 마련한 절차를 거쳐 오토 유저를 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번 소비자원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보호해야 하는 소비자가 누구인가라는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의 권익 보호가 오토 프로그램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인지, 사용하지 않는 다수의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대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다수의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집단 4 건과 개별 86 건(신청인 390 명, 계정 473개)을 합쳐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접수는 2월9일부터 28일까지 받는다.
신청 자격은 <리니지> 계정 가입자 본인(실명계정)으로 2006년 3월 1일 이후에 계정 압류 조치를 당했고,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운영자(GM)가 제시하는 특이사항에 대처하지 못 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어느 정도 엔씨소프트 측에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오토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엔씨소프트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집단분쟁조정은 제도절차상 14일 이상 개시 공고를 게재하고, 조정결정을 내리게 되어 있다. 조정결정 이후 15일 이내에 분쟁 당사자가 결과를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만약 유저들의 주장이 받아질 경우 엔씨소프트는 해당 계정을 정상화 시키고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수락을 거부할 경우 조정불성립으로 민사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유저들의 주장이 받아들여 질 경우 조정결과 수락을 거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