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업계가 ‘금칙어’ 논란으로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이 다양한 화제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게임 금칙어 지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대통령 관련 이름은 쓰지마? 정부지침 루머 논란
최근 정부가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명칭들을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회원 아이디 가입 및 게임 캐릭터를 생성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MB, 명박, 명바기, 쥐박, 쥐바기, 맹박, 맹바기’ 등의 단어 사용을 금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침이 내려왔으니 관련 부서에 처리해달라”는 비교적 자세한 내용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서울시의 버스 운영체계 개편에 대해 시민들이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항의하자 ‘명바기’를 게시판 금칙어로 설정했었고, 과거 촛불 시위 때 인터넷 검색포털들이 잠시 ‘쥐박이’를 금칙어로 지정하기도 했었다. 청와대 소통마당 자유게시판 역시 대통령을 비하하는 별명에 대해서 금칙어로 지정한 바 있다.
이처럼 과거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금칙어가 게임계까지 확산된다는 소문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디스이즈게임의 확인 결과 대부분의 게임업체에는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진흥원도 지침 하달을 강력히 부인했다.
■ 게임·업체에 따라 금칙어 기준 달라
일부 게임에서는 이미 대통령의 이름이 금칙어로 지정되어 있다.
일례로 한게임의 <탄> <내맘대로 지구별> <다다액션> 등의 게임에선 李 대통령의 이름으로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게임도 ‘이명박’은 물론 ‘노무현’, ‘김정일’ 등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지침 때문이 아닌 각 업체 내부의 자율적 조치였음이 확인됐다.
한게임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인 이슈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금칙어 설정을 할 때도 있다. 종교적,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서로 비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게임은 채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3개 게임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금칙어로 지정했다.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최근에 지정된 것이 아닌 게임 출시 때 이미 지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빛소프트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의 이름을 금칙어로 제정한 것은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래 전이다. 그리고 금칙어 제정에 큰 이유는 없다. 대통령의 예우 차원에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 게임산업진흥원의 금칙어 선정, 기준은?
한편, 이와는 별도로 온라인 게임을 위해 제정된 게임 금칙어가 과도한 통제라는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 교수, 국립국어원과 공동으로 제작한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와 8개 회사의 금칙어 리스트를 종합한 금칙어 데이터베이스가 지난 4일 게임업계에 배포됐다.
금칙어의 기준은 욕설이나 위협 등의 폭력적 표현, 신체 지칭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선정적 표현, 남녀와 연령 등의 차별적 표현, 불건전 게임행위를 조장하는 사행성 유발 표현 등으로 총 8,508 개가 제정됐다.
그런데 금칙어 중에는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인간, 레드, 박자, 성기사, 클럽, 팸, 혈, 카드, 캐쉬, 결합, 먹다, 거래, 교환, 같은, 당연(하지) 등도 포함돼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통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와 금칙어 데이터베이스의 적용은 강제성을 띈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은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제대로 된 금칙어 기준과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어야 진정한 건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