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게임업계도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서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악재로 작용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퍼블리셔는 공격적인 해외진출의 기회
원달러 환율이 1,500 원 후반(2월23일 기준)을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게임업체들은 평균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해당 업체들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20~40% 높여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올해 매출목표를 4,700억~5,000억 원으로 지난해(3,466억 원)보다 36~44% 높여서 설정했다. 네오위즈게임즈도 올해 2,100억 원으로 지난해 1,676억 원보다 25% 정도 높게 잡았다. CJ인터넷도 지난해 대비 27% 증가한 2,452억 원, 게임하이도 100% 매출 증가를 목표로 잡고 있다.
목표를 높게 잡은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목표로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꼽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를 확실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CJ인터넷은 그 동안 해외진출이 미비해 환율 이익을 보지 못 했지만 <프리우스 온라인>의 해외판권 계약으로만 올해 2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형 퍼블리셔들은 로열티를 한국에 보낼 수 있을만큼 이익을 거두는 해외법인 등이 확보되어 있어 해외진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고환율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 흑자전환과 해외매출 급등의 계기로 작용
환율 상승은 그 동안 적자를 보던 업체들에게도 단비와 같은 흑자의 기쁨을 주고 있다.
오랫동안 적자를 면치 못 했던 웹젠과 그라비티는 환율 상승의 혜택을 제대로 누렸다. 이들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더불어 환율 상승 덕분에 해외매출이 늘어나 흑자 전환이라는 연말 선물을 받았다.
웹젠의 경우 15 분기 만에 흑자전환의 큰 요인이 해외 매출의 급격한 증가였다. <썬 온라인>이 중국에서 30%, 일본에서는 무려 8배의 매출 성장을 이루면서 위안화 및 엔화 강세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붉은 보석>의 L&K로직코리아는 엔화 환율 폭등으로 약 2배 이상의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 이야인터렉티브도 대만에서 서비스 중인 <루나 온라인> 등이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100억 원에 육박하는 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L&K로직코리아의 관계자는 “그 동안 월 2~3억 엔에서 지난해 5억 엔으로 매출 증가가 있었지만, 엔화 환율 폭등으로 얻은 이익은 전체 매출의 2배가 넘었다. 덕분에 경제위기 속에 안정화는 물론 차기작 준비와 사업확장의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해외투자를 유치한 경우에도 환차익으로 인해 투자금액이 대폭 증가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누리엔 소프트웨어다. 누리엔은 최근 외국계 벤처캐피털로부터 1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더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받은 1500만 달러까지 합하면 전체 투자유치 규모는 2,500만 달러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투자계약을 맺었을 때보다 30% 이상의 자금확보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 직접 서비스를 준비하는 개발사에겐 부담
그러나 환율 상승이 모든 게임업체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달러 강세가 아닌, 원화 약세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원화로 해외사업이나 기자재 구입 등을 할 경우는 손해를 보기 쉽다. 특히 올해 서비스를 앞두고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준비하는 개발사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서버 등 기자재를 구입해야 하지만, 잉여 서버가 없는 경우 환율이 올랐기 때문에 기존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 혹은 해외투자를 맺은 경우는 큰 무리가 없지만 자체 서비스를 준비 중인 중소 개발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에 베타테스트를 직접 준비하는 개발사들은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서버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일정을 맞추는 곳이 적지 않다. 진흥원의 지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소규모 개발사가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한 서버 구입비용이 벌써 예산의 2배 이상을 넘겼다. 전량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억 단위로 지불되는 서버구입을 결정하기 힘들다. 만약 진흥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올해 서비스 일정이 틀어졌을 정도로 고환율이 게임업계이 미치는 영향은 일반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고충을 설명했다.
소규모 개발사들은 진흥원의 서버지원 사업이 절실하다.
■ 환율급등에 따른 손익계산과 대비가 필요
업계 관계자들은 로열티 비중이 큰 업체 외에는 게임업체라고 해도 마냥 웃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에 진출해 있지만 그 규모가 작거나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경우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면 준비기간과 내부자금이 증가해서 수익보다 지출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예당온라인과 엠게임 등의 경우 해외매출의 비율이 50%대에 이르면서 환율 상승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본 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해 당장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게임의 이용자 증가로 인한 매출이 아닌 환차익 이익이 대부분이라면 마냥 좋아할 수 없다. 만약 하반기에 환율이 안정될 경우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고환율 덕분에 확보한 추가 현금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업계가 고환율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