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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토 배포 사이트 차단, 그 효과는?

현실적인 한계와 변칙영업이 문제,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

정우철(음마교주) 2009-03-05 17:26:55

지난 2월26일 엔씨소프트는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 배포 사이트를 끝까지 추적해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월23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는 28개 오토 배포 사이트를 차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현재 오토 배포 사이트 차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취재를 통해 확인한 오토 배포 사이트의 차단은 다음의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①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업계와 유저들의 신고를 통해 오토 배포 사이트의 자료를 수집.

 

②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위에 민원 접수.

 

③ 게임위는 접수된 민원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시정권고 심의회의를 통해 차단 여부 결정.

 

④ 게임위가 각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해당 사이트의 차단을 요청.

 

ISP가 요청을 수락해 차단할 경우, 해당 ISP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사이트 접속 불가.


 

■ 실질적인 차단은 ISP에서 이루어진다

 

위의 진행과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엔씨소프트(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위는 실질적인 직접 차단의 권한이 없다. 즉,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위의 차단 발표가 나가고 일주일 후에 대상 오토 배포 사이트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이용자에 따라 다르게 나왔다. 100% 차단한 ISP가 있는가 하면, 일부 ISP에서는 차단되지 않은 사이트가 몇몇 보였다.

 

국내에는 KT메가패스, SK브로드밴드, 데이콤엑스피드, 드림라인 등 다양한 ISP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주요 ISP가 일제히 오토 배포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차단을 피해가려는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단속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있다. 차단이 진행되는 사이에 배포 사이트의 주소를 바꾸거나, 변칙적인 방법으로 우회해서 접속을 제공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화면을 안 보는 방법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 오토 사이트의 변칙영업, 대책 마련이 시급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사이트의 차단이 아닌 폐쇄를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임위는 오토 배포 사이트에 영업정지라는 시정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뚜렷한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

 

물론 시정권고를 계속 무시할 경우 강제력을 갖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도 있지만, 행정처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 게임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오토 근절을 위한 노력과 한계가 공존하는 가운데, 대다수의 오토 배포 사이트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변칙영업을 하고 있다.

 

차단에 대비해 사이트의 도메인(인터넷 주소)을 변경하는 것은 가장 흔한 방법. 최근에는 메신저를 이용해 영업을 하거나, 기존의 이용 유저들에게만 사이트를 공개하는 등의 변칙영업이 부쩍 늘어났다.

 

한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포탈 사이트의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하고 있다. 포탈의 오토 관련 검색어를 제한하고, 오토 관련 게시물의 삭제나 노출 금지를 해야 실질적인 배포 사이트 차단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탈이 직접 나서서 제제를 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사자가 직접 삭제, 또는 접근 금지 요청을 할 경우에 한해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엔씨소프트가 인력을 동원해 매일 포탈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오토 배포 관련 게시물의 삭제 요청을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게시물이 등록되는 포탈에서 오토 관련 게시물을 24시간, 모두 모니터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토 배포 사이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칙영업을 하고 있다.

 

 

■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움직임이 필요

 

올해들어 부쩍 치열해진 오토와의 전쟁,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엔씨는 작년 11월 법적대응까지 하겠다며 오토와의 전면전을 선언했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엔씨는 지난 3일 <아이온>의 오토 이용 계정 7만여 개를 영구정지 시키는 초강수를 두었고,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아이온> 유저들은 3일 이후에 오토 이용자들이 부쩍 줄었다며 엔씨의 결정을 반겼다.

 

과거 단발성 조치에 그쳤던 오토와의 전쟁이 제대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대처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한계를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토 사이트 차단 업무를 맡고 있는 게임위는 올해 정부예산이 줄면서 자금과 인력 수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오토 사이트 차단을 강화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게임위의 강제성 없는 권고 조치로는 사이트 차단이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한계까지 갖고 있다.

 

결국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강제성 있는 행정처분을 내려 사이트 폐쇄의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없을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남아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의 문제로 게임위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와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이 시급하다”며 고충을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과거 환전 사이트 폐쇄를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협회가 추진했던 포상금 지급제 등의 제도와 신고센터가 별도로 운영된다면 게임위도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