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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영국 상원 "랜덤박스, 도박법으로 다루자"

정부 부처 연이은 규제 목소리에 이어... 세계 6위 시장에서 랜덤박스 막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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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0-07-06 16:10:23

영국이 랜덤박스의 사행성에 관한 검토를 본격화했다. 정부 부처에서 연이어 랜덤박스를 규제하자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이번에는 영국 상원에서 랜덤박스를 도박법의 범주에 넣자는 보고서를 냈다. 그간 랜덤박스를 도입해온 게임사들은 '랜덤박스는 도박이 아닌 게임 플레이의 일부분'이라고 역설했는데, 이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5일 (현지 시각) 영국 상원에서 "11세에서 15세의 게이머 55,000명이 문제적 게임 플레이를 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랜덤박스(보고서에서는 루트박스로 표기)를 도박법의 소관에 따라 다룰 것을 권고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포트나이트>, <오버워치>, <피파> 프랜차이즈에 랜덤박스 모델을 도입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포트나이트>와 <오버워치>는 P2W 모델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피파>의 경우 '얼티밋 팀'에서 좋은 선수를 얻기 위해서는 코인을 사용해 '뽑기'를 해야 한다. 얼티밋 팀 매치 안에서는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컨트롤로 경쟁하지만, 선수 능력치에 따른 차이가 발생한다.

 

<피파 20>의 ICONS 선수들

 

요크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젠들(David Zendle) 박사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문'(Gateway)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미 도박에 취약한 사람이 랜덤박스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박은 통제되지 않는 과도한 지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도 마찬가지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랜덤박스를 도박법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인터넷 연구소 앤드류 프시빌스키​(Andrew Przybylski​)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랜덤박스와 실제 도박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법에서 다를 경우 문제가 산만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연이어 랜덤박스에 경고 보낸 정부... 세계 6위 시장 영국에 미칠 여파 적지 않을 듯

 

이처럼 영국 현지에서는 랜덤박스를 도박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점화된 모양새다. 바로 지난 달, 영국 정부 산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Sports, 이하 DCMS)​는 게임 내 삽입되는 랜덤박스나 루트박스를 도박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됐다.

 

DCMS는 "게임 내에서 랜덤박스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다른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통해 현금으로 거래할 수 있으니 도박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러 매체에 따르면, DCMS는 재검토를 위해 자국 내에서 유통 중인 게임사들에게 랜덤박스의 현금 가치에 대한 증빙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1월에는 영국의 국민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 의료 시스템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젊은 사람들을 도박에 빠뜨린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NHS는 ▲ 어린이에게 랜덤박스 판매 금지  랜덤박스에 지출 한도 도입  ​확률 공시​ 등을 권고했다.

 

시장 조사 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영국은 2018년 기준 3,700만 명의 게임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게임 시장이다. 특히 <피파> 얼티밋 팀 시리즈에 관한 인기가 상당한 영국에서 랜덤박스를 규제한다면 그 여파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