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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잘 나가던 미군 e스포츠팀, 논란의 도마 위에

트롤링으로 시작된 단순한 해프닝, e스포츠팀 운영에 국회의원까지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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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체리폭탄) 2020-07-31 17:57:28

호사다마일까? 승승장구하던 미군 e스포츠팀에 갑작스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핫하고 힙한 이미지를 위해 창설했는데, 뜨거운 감자가 됐다. e스포츠팀을 통한 모병활동에 먹구름이 끼었다.

 

[흥미기획] 미 육해공군은 신병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게임에 뛰어들었다. 2020년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배경이 있었고 성과는 어떤지, 이 현상에 관해 어떤 논란과 비판이 제기되는지 들여다보자.

 

① 육해공 안 가리고 신병 모집에 e스포츠 활용하는 미군

② 미군은 왜 '게임홍보'에 집중했을까

③ 잘 나가던 미군 e스포츠팀, 논란의 도마 위에 (현재기사)

④ [부록] 다양하게 얽혔던 국군과 게임

 

미군은 2018년부터 미육군 e스포츠팀(U.S. Army Esports)을 운영했다. 대회에 참여하고, 트위치 스트리머를 지원했다. 밈(meme)과 게임을 사용해 젊은 층에는 군대 인식 개선을, 군인에게는 볼거리 제공이 목적이다.

성과가 나왔다. 2018년 10여년 만에 모병 목표 달성에 실패했던 미육군은 팀 창단 이후 지원자가 넘쳐 행복한 상태다.

2020년 6월까지 미군 e스포츠팀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가벼운 실수도 큰 불길이 될 수 있다. 첫 불꽃은 트위터 댓글에서 튀었다. 불투명한 경품행사는 불길을 더 키웠다. 급기야 e스포츠를 통한 모병활동 자체로 전선이 이동했다.

 

# 수정헌법 제1조 논란으로 번진 트위치 밴 사건

 

첫 사건은 6월 말 미육군 e스포츠팀이 올린 트위터로 시작됐다. 친근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 밈을 자주 사용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밈도 쓰였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UwU라는 표현 때문이다. UwU는 미국에서 ‘오타쿠들이나 쓰는’ 이모티콘 취급을 받는다.
 

 

미군 공식 계정이 사용하기 적절하지 못한 이모티콘이다. 유저들은 곧바로 미육군 e스포츠팀의 디스코드 채널과 트위치 방송을 찾아가 UwU를 도배하고 관련 없는 이미지를 올리는 등 트롤링을 시작했다.

 

놀이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채널 관리자 심기를 누가 제일 크게 건드리는지’ 경쟁했다. 유저들 사이에서 ‘얼마나 빨리 밴을 당하는지’ 경쟁하는 놀이가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심기를 건드리는 방법을 잘 알았다. “전쟁범죄”, “네가 좋아하는 전쟁범죄는 뭐야?”, “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 목록이야. 공부해.” 같은 채팅을 쳤다. 미육군 e스포츠팀은 해당 유저들을 밴하며 대응했다.

 

 

 

해당 내용을 언론이 보도하자 사건은 더욱 커졌다.

 

“전쟁범죄 언급은 언어폭력이 아니다. 이는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중요 사안을 말한 유저를 밴하는 건 전혀 ‘멋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위헌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이하 ACLU)의 발언이다. ACLU는 1920년에 설립돼 개인의 자유와 발언권 보호에 목적을 둔 비영리 단체다. ACLU는 미육군 e스포츠팀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와 언론과 출판, 집회의 자유에 관한 조항이다. 이 법은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를 막는 법 제정을 금지한다.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면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법에 명확하고 중립적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미육군 e스포츠팀이 가한 밴 기준은 명확하거나 중립적이라 볼 근거가 약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욕설과 조롱을 보내는 트위터 유저를 차단하지 못하는 것도 수정헌법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일부 유저를 차단한 것은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는 판결이 2018년 뉴욕지법에서 나왔다. 

 

ACLU의 주장에 대해  미육군 대변인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트리머를 괴롭힘으로 지키기 위한 정당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 개인정보 수집 논란으로 이어진 Xbox 경품 행사

 

미군 e스포츠팀의 수난은 트위치 밴 사건에서 끝나지 않았다. 언론의 이목은 게임 경품을 활용한 개인정보 수집까지 주목했다.

 

2020년 7월 15일 미국 매체 더 네이션은 미육군 e스포츠팀 경품 행사가 지닌 문제점을 자세히 보도했다. 

 

경품참여 페이지가 모병 페이지 양식과 동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 네이션에 따르면 “미육군 e스포츠팀은 20만 원 가격의 Xbox 엘리트 시리즈2를 경품으로 내세우고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품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총 몇 명이 받게 되고, 추첨은 언제 진행되는지 등의 중요 과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 이후 트위치는 경품 행사 진행을 금지했다. 미육군 e스포츠팀은 “행사 투명성이 부족하긴 했지만 경품 증정은 사실”이라며 변호했다. 그러나 미군이 ‘e스포츠를 악용해 모병을 진행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 e스포츠팀 통한 모병활동 자체에 문제제기하는 언론

 

경품 논란은 모병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면, 모병 ‘자체’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바이스가 공개한 미해군 e스포츠팀의 지침서

 

7월 22일 미국 매체 바이스(VICE)는 “미해군은 군 인식 개선을 위해 e스포츠팀을 창설했고 모병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e스포츠팀을 모병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스는 미해군 e스포츠팀에 하달된 지침서를 공개하며, 미해군 e스포츠팀과 파트너 스트리머가 어떻게 모병을 진행하는지 분석했다. 지침서는 해군에서 겪은 긍정적 이야기, 해군 커리어에 지원해야 할 이유 등을 활용해서 해군에 호의를 느끼게 만들고 입대에 호기심을 느끼게 하도록 적혀있다.

 

# 게임을 통한 모병활동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선 인싸 국회의원

 

"육군과 해군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모집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AOC)

 

7월 22일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이하 AOC)까지 뛰어들었다. AOC는 ‘트위터 파워 지수’ 2위를 할 정도로 정계에서 핫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롤> 랭크 실버 3 달성을 뿌듯해할 정도로 게임에 관심도 많다. 스타 정치인이 개입하며 미군 e스포츠팀 사업은 더 많은 주목을 끌게 됐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출처: nrkbeta)

 

관련기사: 롤 실버 달성한 미국 최연소 여성 연반의원 AOC, 다음 목표는 골드4?

 

7월 22일 미 국방성 예산 책정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AOC는 ‘e스포츠, 비디오게임, 스트리밍을 모병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법안을 제출했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영향받는 10대에게 e스포츠, 비디오게임, 스트리밍을 활용한 모병은 도가 지나쳤다는 이유다.

 

AOC는 “저소득층 아동은 모병 과정에 지나치게 노출됐다. (중략) 고등학교에 교사보다 모병관이 더 자주 얼굴을 보일 정도다. 그 결과 저소득층 아동은 군대를 수많은 장래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선택지로 여기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 백기는 들었지만 한숨 놓은 미군 e스포츠팀

 

7월 23일 미육군 e스포츠팀은 ‘트위치 방송을 잠시 중단하겠다’며 항복 의사를 표했다. e스포츠 컨설턴트 로드 브레슬라우(Rod Breslau)는 트위터를 통해서 “미육군 e스포츠팀은 트위치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최근 경품 사건과 위헌 여부에 대한 언론 보도 때문이다. (중략) 공식적 복귀 시점은 알 수 없으나 2021년 봄까지는 활동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OC의 법안이 부결되며 미군 e스포츠 활동은 한숨 놓을 수 있게 됐다. 미국시간 7월 30일 AOC의 수정안은 찬성 126표, 반대 292표로 하원 세출위원회 통과에 실패했다.

AOC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AOC는 “좋은 소식은 민주당 다수가 수정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의회에 상정된 건 처음이다”며 7월 30일 트위터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2018년 이후 미육군은 e스포츠팀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e스포츠를 활용해 2019년에는 신병 모집 목표치를 조기 달성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육군의 성과를 공군과 해군은 벤치마크했다.

그러나 미육군 e스포츠팀은 2020년 미숙한 운영 등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이제는 미군 e스포츠팀 활동 전체에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미육군 e스포츠팀 한 곳의 항복으로 종료될 상황이 아니다. 전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